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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RX1RIII 리뷰, 풀프레임 똑딱이의 전설

실제 RX1RII 유저의 후기
실제 RX1RII 유저의 후기

2025. 09. 22

(리뷰를 위해 소니코리아에서 제품을 대여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에디트의 카메라 리뷰어 이주형입니다. 오늘 다뤄 볼 카메라는 저에겐 큰 의미가 있는 모델입니다. 지난 a7CR 리뷰에서도 잠깐 모습을 비췄지만, 저는 7년 가까이 소니의 RX1RII를 메인 카메라로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사진 일을 프리랜서로 시작하면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여행 다니면서 찍기에는 최적의 성능을 가진 카메라였죠. 그 이전에는 1세대 RX1도 사용했었는데, 풀프레임 센서를 콤팩트 카메라에 넣는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등장한 RX1 시리즈는 확실히 시대를 앞서갔던 카메라였습니다.

하지만 RX1RII 이후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더 이상 RX1 시리즈는 혼자가 아닙니다. 위에서는 정확히 RX1 시리즈의 개념을 따라 한 라이카의 Q 시리즈가 있고, 아래에서는 후지의 X100 시리즈리코 GR 시리즈가 치고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대형 센서를 장착한 콤팩트 카메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던 RX1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기대가 전혀 없었기에, 소니가 갑자기 RX1RIII를 발표했을 때 전 정말로 가짜 뉴스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궁금해졌죠. 과연 9년 만의 신작은 어떤 변화를 몰고 왔을까? 스포일러를 미리 드리자면: 변화는 생각보다 적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기도 했습니다.

일단 RX1RII를 옆에 두고 비교해 보겠습니다. 얼핏 보면 바뀐 게 거의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렌즈를 제외한 바디 전체가 새롭게 디자인됐어요. 바디의 텍스처는 전반적으로 무광으로 바뀌었는데, 역시 바뀐 그립부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손에 더 착 감기게끔 바뀌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두꺼워진 것 역시 휴대성에서는 조금 불리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그립에는 도움이 됩니다. 후면 조작부도 최신 알파 바디, 특히 a7CR과 비슷하게 바뀌었고, 상단 다이은 RX1RII와 다르게 최대한 섀시의 모서리와 동일 선상에 위치하도록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이얼도 RX1RII보다 조작하는 맛이 있습니다. 물론, 이건 제 RX1RII를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 다이얼이 좀 닳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요.

후면에는 RX1RII와 비교해 다른 점 두 가지가 크게 눈에 띕니다. 바로 EVF와 LCD 모니터예요. EVF는 기존의 팝업형이 아닌 고정형으로 바뀌었고, 모니터 역시 틸트 기능이 삭제됐습니다. 고정형 EVF는 비록 배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아이컵을 상시로 붙여놓을 수 있어서 개선됐다는 생각이지만, LCD 모니터의 사양이 상당히 개선됐음에도 틸트 기능이 삭제된 것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여담으로 엄지 그립부에 있었던 동영상 녹화 버튼은 커스텀 버튼으로 바뀌었는데, 이 카메라의 타깃층을 시사하는 부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최대 4K 30fps라는 영상 재생 스펙은 2025년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요.)

내부 사양은 “RX1 시리즈가 2025년에 새롭게 나온다면 어떤 걸 넣어줄까?”라는 질문에 제가 상상했던 것들이 대부분 들어갔습니다. a7RV와 a7CR의 6,1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를 넣어줬고, AI 기반 AF 엔진이 탑재된 비온즈 XR 이미지 프로세서가 탑재됐습니다. 렌즈가 바뀌지 않았기에 AF 속도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우려와 다르게 후지 X100VI나 라이카의 Q3 43, 그리고 리코 GR IIIx 등 제가 여태까지 써본 비슷한 급의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좋은 AF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소니의 강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죠.

70mm 크롭 모드로 촬영.
라이트룸에서 실제로 크롭된 정도를 확인하고,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초고화소 센서 덕분에 이번에 새로 탑재된 기능이 바로 스텝 크롭 촬영입니다. 기본적인 35mm 화각에서 센서의 가운데를 크롭해서 50mm, 70mm 화각으로 “줌”을 할 수 있는 기능이에요. 아이폰의 2배 줌과 비슷한 원리죠. 최대 70mm까지 크롭해도 1,500만 화소로, 웹은 물론이고 웬만한 프린트도 가능할 정도의 크기가 나옵니다. 50mm는 약 3,000만 화소 정도로, a7IV의 전체 센서 화소 수와 맞먹는 수준의 크기입니다. 혹여나 RAW로 촬영했다면, 가운데 크롭이 적용된 상태로 6,100만 화소의 전체 프레임이 찍히기 때문에 원한다면 라이트룸 등을 사용한 보정 과정에서 크롭을 조정하거나, 아예 원래대로 복구할 수도 있어요.

이러한 스텝 크롭 줌 기능을 두고 “어차피 나중에 크롭하면 되는데 왜 필요하냐?”라는 의견이 있는 것을 꽤 봤는데, 전 Q3 43 때처럼 꽤나 자주 사용한 기능이었습니다. 물론 위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촬영할 때 미리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꽤 편리했거든요. 특히 센서의 엄청난 화소 수 덕분에 70mm까지 크롭해도 화소 수 페널티가 크지 않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위 사진의 100% 크롭)

다만 a7CR 리뷰에서도 지적했듯이 이 센서의 고감도 노이즈는 여전히 아쉬워요. 특히 RX1RIII에는 a7CR과 다르게 바디 내 손떨림 방지, 즉 IBIS가 없다는 점이 이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고화소 센서는 손떨림에 특히 취약해서 저 같은 경우는 1/60초까지만 내려가도 사진을 확대하면 미세하게 손떨림이 보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스톱 위인 1/125초로 찍으면 박물관과 같은 어두운 환경에서는 ISO가 12800까지 올라갔죠. 물론 고화소 사진을 리사이즈하면 위와 같이 노이즈는 잘 안 보이기도 하거니와, 요즘은 AI 기반 노이즈 제거 등의 보정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긴 해요. 하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IBIS가 없다는 점은 고화소 센서를 탑재한 상황에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라이트룸에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소니 카메라들에 ‘자연스럽게’, ‘선명하게’와 같은 크리에이티브 룩이 탑재됐었지만, RX1RIII에는 필름(FL)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을 다분히 의식한 것 같죠. FL 크리에이티브 룩은 세 가지로 제공되는데, 요즘 개인적으로 찍는 사진을 필름의 느낌으로 보정하는 제 스타일과도 꽤 잘 맞았습니다. 이번 리뷰의 샘플 사진들은 모두 이 세 가지의 FL 룩을 기반으로 큰 색상 보정을 피하면서 FL 룩이 어떤 느낌일지 쉽게 가늠할 수 있게끔 보정하였습니다.

렌즈는 칼 자이스와 함께 개발한 35mm F2 렌즈를 그대로 탑재했습니다. 2012년에 나온 1세대 RX1부터 무려 13년 동안 계속 같은 렌즈를 쓰고 있는 셈이에요. (소니는 새로운 센서에 맞게 일부 조정을 했다고는 하지만요) 솔직히 RX1RII를 오래 써 온 입장에서 크게 개의치는 않는 부분이고, 도리어 이 카메라에서 나오는 결과물에 어느 정도의 캐릭터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6,100만 화소를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받쳐주는 모습을 보면 이 렌즈가 13년 전에 얼마나 과분하게 설계됐었는지가 체감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따가 얘기할 이 카메라의 가격을 생각하면 2025년에 걸맞은 새로운 렌즈를 탑재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합니다. 물론 크기 때문에 FE 마운트용 G 마스터 렌즈 수준의 화질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같은 크기에, 같은 기본적 사양을 기반으로 내부 설계만 새로 해줘도 13년 전 렌즈보다는 화질이 월등히 나아지긴 했을 테니까요.

배터리는 상당한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기존에 RX100 시리즈와 공유하는 NP-BX1 배터리에서 NP-FW50 배터리로 바뀐 덕분인데요. (아마 바디가 두꺼워지는데 큰 몫을 담당하기도 했을 겁니다) 비록 초기 a7 카메라에 사용되면서 악명이 높은 배터리지만, 그래도 기존에 사용하던 사이버삿 카메라용 배터리인 NP-BX1과 비교하면 엄청난 개선을 이루었습니다. 이전 RX1RII라면 무조건 배터리 두 개를 챙겨야 했겠지만, RX1RIII에서는 하나만으로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으니까요. (약 300장 정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알파 풀프레임 미러리스에서 사용하는 NP-FZ100 배터리를 넣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주장도 보았지만, 크기가 지금보다도 훨씬 커졌을 거라 저는 지금의 NP-FW50 배터리가 최선이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거기에 USB-C PD 충전도 지원해서 여차하면 외장 배터리로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바디가 좀 두꺼워졌지만, RX1RIII는 여전히 풀프레임 콤팩트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작습니다.

사실 RX1RIII에서 빠졌거나, 아직도 넣어주지 않은 것들의 목록을 보면 이유가 짐작됩니다. 바로 크기죠. 소니는 RX1RIII를 설계할 때 비록 NP-FW50 배터리로 바뀌면서 두께가 두꺼워졌어도 그 외의 부분에서의 크기 증가는 어떻게든 막겠다는 것을 기조로 삼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IBIS와 같은 요즘 카메라라면 당연히 탑재될 만한 것들이 들어가지 않았고, 틸트형 모니터와 같이 전 세대에 있던 기능이 삭제되기까지 한 것이죠.

하지만, 크기와 화질의 균형이 마음에 들어서 10년 전에 처음으로 RX1를 구매하고, 몇 년 후에는 RX1RII를 구매했던 저는 소니의 설계 기조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그만큼 RX1 시리즈는 그 크기가 시그니처이자 매력인 카메라이고, 특히 이제는 작아진 미러리스 카메라인 a7C 시리즈가 포진해 있는 이상 선택과 집중이 더욱 중요했을 겁니다. 지금도 같은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에 IBIS와 360도 스위블 형식의 모니터에 들어가면서 (물론 바디만이지만) 가격이 거의 반값인 a7CR과 비교당하고 있는 상황에 IBIS나 틸트 모니터 등이 들어갔다면 a7CR의 크기와 더 가까워졌을 테고, 더더욱 비교를 당했을 테니까요.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지만, 특수한 카메라 백이 아니더라도 노트북을 넣어둔 일상 가방에 같이 넣고 들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진을 바로 찍을 수 있는 RX1 시리즈의 특장점을 희생시켜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가격입니다. 649만 원이라는 가격은 사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꽤 선방한 가격이긴 합니다. 미국에서 책정된 5,100달러를 그대로 바꾸면 700만 원이 넘거든요. 하지만 RX1RII가 389만 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가격 인상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업데이트된 사양과 가격을 봤을 때 소니 입장에서도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지 않는 카메라이고, 그만큼 최소한의 투자만 해서 업데이트를 한 게 아닐까?…. 란 의심도 들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가격을 책정할 거면 더 진심을 다해 업데이트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RX1 시리즈의 팬인 전 그래도 신형이 등장해 준 것만으로도 고무되는 기분입니다. 소니의 카메라 라인업은 철저히 테크니컬 위주로 구성돼서 캐릭터성이 거의 없는데, RX1RIII는 이 중에서 가장 돋보입니다. 가장 개성이 많은 카메라인 것이죠. 제가 비록 단점들도 많이 지적했지만, 실제로는 최근 들어 가장 재밌게 사용했던 카메라 중 하나였습니다. 혹자는 비싼 가격을 논하며 “(모든 기능을 넣지도 않았으면서 가격이 비싼 것을 두고) 자기들이 라이카인 줄 안다”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는데, 어차피 일반적인 수요를 위한 라인업이 탄탄히 갖춰진 마당에 소니도 재밌는 카메라를 하나쯤 내놓을 권리는 있지 않을까요?


RX1RIII 샘플 갤러리

RX1RIII를 테스트하면서 날씨가 좋아서 열심히 돌아다닌 사진이 많은 편입니다. 위 사진은 강화도성 동문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한여름이라 무지하게 덥기도 했습니다.

김포 장릉의 모습입니다.

스텝 크롭 덕분에 저 멀리 나는 비행기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 더운 날에 한복을 입다니… 존경합니다.

지인의 강아지를 잠깐 봐줄 일이 있었는데, 그러는 김에 사진도 찍어줄 겸 카메라를 챙겨갔습니다. 어린 친구라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RX1RIII의 AI 기반 동체 추적 AF 덕분에 찍을 수 있었네요. (이름은 버터랍니다. 귀엽죠?)

애플에서 이벤트를 열 때마다 지인들과 함께 시청하곤 합니다. 다들 편하게 관람할 때 전 옆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는 게 좀 다르지만요. (이 사진만 FL이 아닌 흑백으로 보정했습니다)

평소에 존경하는 사진작가인 케이채 작가님의 전시를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 전시날, 그것도 첫 도슨트를 우연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는 성수 지역에서 10월까지 하니 기회 되시면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RX1RIII를 수령할 때와 비슷한 시기에 국가유산코스 여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방문하며 스탬프를 찍는 프로그램인데요, RX1RIII 테스트도 할 겸 한 3일 정도 각잡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위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의 모습입니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부석사에서 아래를 바라보았습니다.

목소리 하나는 우렁찼던 댕댕이.

도산서원 입구에서 바라본 시사단.

찢어진 날개의 모습이 살짝 마음 아팠던 나비.

익산 백제 왕궁리유적의 후원에 심어진 소나무들의 모습입니다.

전남 진도 해안의 모습.

전기차를 빌릴 기회가 있었는데, 문을 닫은 주유소가 보이길래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상징한다…라는 느낌으로 한 번 찍어봤습니다. 주제에 맞게 잘 나왔는지는 모르겠네요.

늦은 밤, 차를 충전하다 발견한 개구리.

경험도 쌓을 겸 해서 모델촬영도 시도해봤습니다. 사실 역시 사진에 관심이 많은 제 친구인데, 마침 고독스의 미니 외장 플래시를 들고 왔길래 RX1RIII에 마운트해서 찍어 보았습니다. 여기에 FL 룩을 입히니 레트로 느낌이 물씬 나는 사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수동 플래시라 광량과 노출을 일일이 맞춰주는 게 쉽진 않았지만요.

About Author
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