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여행도 러닝도 다 하고 싶어, 런트립

전문가에게 물어본 런트립의 모든 것
전문가에게 물어본 런트립의 모든 것

2025. 05. 14

안녕, 에디터B다. 요즘따라 유튜브 피드에 달리기에 대한 영상이 부쩍 많이 올라온다. 유행이긴 유행이다. 어디 영상뿐인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달리기의 효능에 대해 숨도 쉬지 않고 5분 동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러닝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옻닭 전문점에 적힌 옻닭의 효능처럼 달리기만 하면 만병이 치유될 것만 같았다(positivs).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장거리 달리기에 유리했기 때문이고, 달리기는 DNA에 각인되어 있고, 정신 건강에 유리하고, 체지방 연소에…”

러닝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필연적이다. 도시인은 외롭기 때문이다. 외로우면서 동시에 단체 생활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경쟁에 지친 우리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할 수 있는 액티비티는 러닝만 한 게 없다. 퇴근 후 함께 달리는 러닝 동호회가 인기인 것도 그 이유이지 않을까. 각자의 속도로 같은 방향을 달리며 서로를 응원하는 스포츠라, 멋지다.

러닝 문화는 한 단계 발전했다. 이제는 ‘런트립’이 유행이라고 한다. 런트립은 달리기(Run)와 여행(Trip)이 결합된 여행 방식. 달리기 위해서 여행을 가고, 여행을 간 김에 달리기도 한다.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런트립을 잘 즐길 수 있도록 스카이스캐너에서는 ‘러닝가이드’라는 걸 만들었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런트립 스팟을 소개하는 캠페인이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제주 2곳이 포함되어 있으니 오늘 인터뷰를 읽고 관심이 생겼다면 [여기]로 들어가서 읽어도 좋겠다.

런트립이 대해 아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귀한 두 분을 모셨다. 세계 6대 마라톤을 정복한 ‘러닝 전도사’ 안정은, 그리고 스카이스캐너 소속 ‘여행 전문가’ 제시카 민이다. 런트립이 정말 유행인지, 왜 유행인지, 조심해야 할 점과 꿀팁 등 싹 다 물었다. 언젠가 런트립을 시도할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하다.


여행전문가 제시카 민(왼쪽), 러닝전도사 안정은(오른쪽)

안정은: 사실 저는 꼭 런트립이 아니어도 달리기 자체가 늘 ‘여행’ 같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래도 구분을 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런트립’이라는 건 내가 생활하는 곳을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듯 달린다‘는 게 차이가 아닐까 싶긴 해요. 꼭 비행기 타고 해외에서 달려야 런트립은 아니라고 보고, 가까운 옆 동네에서도 런트립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안정은: 확실히 유행이긴 해요. 예전보다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는 게 어려워졌고, 어떤 러닝 브랜드는 새벽부터 줄을 서도 신발을 못사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인기를 체감하기도 해요. 유행이라면 당연히 거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많은 분들이 유행이라고 잠깐 좋아하는 게 아니라 계속 좋아하는 게 보여요. 런트립과 러닝이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지 않을까 싶어요.

안정은: 다양해요. 나이는 20대부터 50대까지 있고, 아무래도 금전적인 여유와 시간이 있는 30대가 가장 많아요. 그중에서도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미혼이 더 많고요.

안정은: 그래서 러닝하면서 연애하게 되는 분들 정말 많아요. 저도 러닝하다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는데, 저처럼 러너끼리 결혼을 하게 되는 분도 많고요.

제시카 민: 네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 스카이스캐너가 매년 발표하는 트래블 트렌드가 있어요. 2025년 트래블 트렌드 중 하나가 ‘스포츠 모드’라는 키워드인데요. 쉽게 말해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진 건데요. 여행과 스포츠를 결합해서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늘어난 거죠. 예를 들어, 일상에서 하는 러닝을 여행지에 가서도 똑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처럼요. 뉴욕 사람들은 어떻게 달릴까, 내가 한강에서 러닝을 하는 것과 비슷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나라에 가서 새로운 코스로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스포츠 모드라는 콘셉트 안에서 러닝을 주제로 잡고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시카 민: 저는 러닝은 도보 여행이랑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두 발로 걸어야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게 있어요. 런트립은 차를 탔다면 놓칠 수도 있는 도시의 매력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골목에 숨어 있는 맛있는 샌드위치를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고, 그 도시의 러너들과 대화를 한 번 더 나눠볼 수 있고.

안정은: 현지인처럼 살아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러너는 보통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지는 타이밍에 달리기를 하는데, 이른 아침의 관광지에는 진짜 관광객이 없거든요. 정말 유명한 관광지에서도 혼자 그 배경을 다 가진 채로 누릴 수 있어서, 진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 나라의 러닝 크루*와 함께 뛰어 보는 것도 좋아요. 러닝 문화는 어딜가나 다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아요. 일단 여행을 가기 전에 러닝 크루를 찾아보고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연락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그 프로필 링크에 목요일 저녁 8시 장소 어디서 달린다는 내용이 있으면 ‘며칠에 그 나라로 여행 갈 건데 같이 뛰어도 될까’ 이렇게 물어보면 반겨줘요. 한국에 오는 외국인을 저희가 반겨주는 것처럼 그분들도 똑같아요. 그렇게 같이 달리고 대화하면 내가 몰랐던 새로운 맛집을 알 수도 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요.

안정은: 크루 SNS에 사진이 여럿 올라와 있잖아요. 사진 퀄리티가 좋은 곳에는 전문 사진 작가가 있다는 뜻이고, 크루 SNS를 운영하는 운영진도 있다는 뜻이에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말고 비싼 카메라로 찍은 듯한 그런 사진이 있는 계정을 추천해요.

안정은: 저도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혼자 여행하다 보면 외로워지거나 대화가 그리워질 때가 있잖아요(웃음). 그럴 때 러닝 크루를 찾아가서 같이 달리면 좋아요. 지역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고요. 대회에서 사람들의 숨결을 같이 느끼다 보면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더라고요. 덕분에 혼자 여행하는 게 오히려 더 좋아지고 균형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제시카 민: 런트립 여행객이라면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첫째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 둘째는 여행하는 김에 한 번 뛰었으면 좋겠다는 경우. 첫 번째 경우는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전에 빨리 예약을 하는 걸 추천해 드려요. 미국이나 보스턴처럼 큰 대회라면 전 세계에 있는 많은 러너가 한자리에 모이는 거잖아요. 당연히 숙소나 항공권이나 비쌀 수밖에 없어 없어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좋아요. 여러 숙소나 항공권을 한눈에 쉽게 비교하고 예약하고 싶다면 스카이스캐너 앱에서 관심 상품에 ‘하트’ 아이콘을 눌러 ‘위시리스트’에 저장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이렇게 저장해두면 한눈에 비교하기도 편하고, 가격이 변동될 때마다 앱 푸시알림을 받아볼 수 있거든요.

제시카 민: 어떤 여행지에서 달리기를 하고 싶냐고 러너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면 센트럴 파크 같은 여행지 내 유명한 공원에서 달리는 ‘파크런’이 가장 답변이 많았고, 두 번째는 해변에서 뛰는 ‘비치런’이었어요. 스카이스캐너에 ‘어디든지’라고 검색하는 기능이 있어요. 어디 갈지 모르겠지만 어디든지 가고 싶으니 알려달라는 검색 기능 같은 건데, 필터를 ‘해변’으로 적용해서 검색할 수 있어요. 검색 결과를 가격이 저렴한 순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예산에 맞춰서 여행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돼요.

안정은: 마라톤 코스는 편도인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숙소를 선택할 때 출발지보다도 도착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는 게 좋아요. 해외 마라톤은 대부분 추운 계절에 많이 하는데, 풀 코스를 뛴 후에 민소매 입고 또 1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건 큰 부담이거든요. 출발지로 갈 때 조금 고생을 하더라도 도착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야 후회가 없을 거예요.

안정은: 일단 한국과 비교해서 기후나 시차가 비슷한 곳에서 시작해 보는 게 좋아요. 그래서 해외에서는 늘 일본을 추천드려요. 일본이 러닝 문화도 굉장히 잘 발달해 있기도 하고요. 일본 말고는 홍콩이나 대만도 괜찮아요. 그것보다 멀리 가고 싶다면 조금 덥기는 하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발리도 괜찮아요. 대신 뜨거운 시간대는 피하고 이른 아침이나 해가 졌을 때 달리는 게 좋아요.

제시카 민: 스카이스캐너와 안정은 러너님 함께 기획한 캠페인인데요. 러닝과 여행을 함께 하기에 좋은 여행지와 러닝 코스까지 알려주는 ‘러닝 가이드’를 만들었어요. 런트립을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안정은: 한국에 있는 러닝 코스만 추천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10군데를 꼽았어요. 미국,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등이 있고 한국에는 서울과 제주가 있어요.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고, 글로벌로 제공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해외의 여행객도 맵을 보고 한국으로 런트립을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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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