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좀요]
근사한 분위기의 공간을 방문할 때마다 참을 수 없이 궁금해지는 그 안의 물건들.
‘와, 이건 어디서 산 거지?, ‘어떤 디자이너한테 맡겨서 제작한 걸까?’
고가의 장비부터 작고 귀여운 소품까지, 멋진 공간을 채우는 매력적인 물건들을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안녕. 물건 정보 대신 물어봐 주는 ‘Mr. 정보 좀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오늘 소개하는 훔치고 싶은 물건으로 가득한 일곱 번째 공간. 화가 김상인의 집이다.
김상인은 시각 예술 전반을 다루는 아티스트다. 출판/방송/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일러스트와 모션그래픽으로 참여하며 상업 콘텐츠와 개인 작업을 오가는 커리어를 쌓았고, 현재는 회화를 기반으로 한 전업 작가 생활을 이어 가는 중이다.
내가 김상인의 작업에 처음 매료된 건 4년 전이다. 디에디트에 소개하기도 했던 카페 컴바인스의 존재를 알게 된 그때. 작업실과 카페를 겸했던 공간 곳곳에는 작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에너지로 가득한 작품이 걸려 있었다. 당시 나는 거친 붓 터치와 콜라주 기법, 여러 재료의 혼합이나 대중문화 코드 같은 요소를 흠모했는데, 캔버스와 티셔츠와 성냥 따위에 새겨진 김상인 작가의 그림은 그런 내 취향을 사로잡았다.
알고 보니 건물 자체가 김상인 작가 부부의 집이었다. 1층은 투박하고 빈티지한 무드를 사랑하는 남편의 취향이 담긴 작업실, 2-3층은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아내의 취향대로 구성한 생활 공간. 아파트에 살기 싫었던 부부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땅을 사서 직접 주택을 지었다. 층고를 높이고 천창을 만들고 일반적인 방의 구획을 없애가면서. 두 사람의 미감과 생활 방식을 담아낸 이 집의 이름은 ‘아우어 하우스HOUR HAUS’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과 유려한 디자인의 가구들 사이에서 이 공간이 화가의 홈 오피스임을 주장하는 김상인 작가의 그림들. 가정집의 온기와 아틀리에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한데 품은 아우어 하우스에서 물욕 많은 에디터의 시선을 빼앗은 물건들은 어떤 것일까?
01
농구 골대
하얀 벽 가운데 시선을 잡아끄는 쨍한 오렌지색의 농구 링. 집에 농구 골대를 들이고 싶었던 김상인 작가의 오랜 로망을 실현해 준 물건이다. 장난감 느낌이 나는 링이나 가정용 보급형 제품은 성에 차지 않아 야외 농구코트에 설치하는 튼튼한 제품을 찾아 구매했다. 무거운 스틸 소재인 탓에 생각보다 콘크리트 벽을 깊게 뚫어 설치했다고. 한동안 신나게 이용했으나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농구공이 주변 식물들을 위협(?)하는 바람에 요즘은 자제 중이다. 층고가 높은 주택의 이점을 재치 있게 살린 아우어 하우스의 포인트 아이템.
・ 브랜드: STAR
・ 제품명: 농구링 BM1000
・ 구매 링크
02
소파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포스트스탠다즈의 가구 브랜드 포스트스탠다즈 퍼니처에서 제작한 소파다. 바실리 체어, 비초에 620 라운지체어와 함께 2층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 집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포스트스탠다즈의 가구 가운데 이 접이식 소파가 가장 나중에 자리를 잡았다. 한지를 기반으로 만든 식물성 한지 가죽 ‘하운지’ 원단을 사용해 높은 내구성과 독특한 착석 경험을 자랑하며,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주름이 매력적이다. 퀄리티와는 별개로 가까운 사이의 작업자가 만들었다는 각별한 의미가 더해져 여느 고가의 빈티지 가구보다 더 아끼는 제품이라고.
・ 브랜드: 포스트스탠다즈 퍼니처
・ 제품명: Foldable sofa (Black)
・ 구매 링크
03
미술용 붓
프랑스의 유서 깊은 브러시 제조 회사 레오나드(LÉONARD)의 마블링 브러시. 숙련된 장인이 전통 방식의 수작업을 통해 만든 제품으로 일반적인 붓과는 차원이 다른 내구성을 자랑한다. 나무 손잡이에 적힌 필기체 로고와 한줄 한줄 손으로 꼬아 만든 철제 튜브, 돔형 모가 이루는 유려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프랑스 여행 중에 발견하고 구매한 이후로 긴 시간 아껴 가며 사용 중인 브러시.
・ 브랜드: LÉONARD
・ 제품명: 209FP Bristle Marbling Round
・ 구매 링크
04
회화 작품
작업실 벽면 상단에 걸려 있는 김상인 작가의 작품. 아트부산 2025에 출품한 그림으로 생각의 복잡함을 표현하고자 좌뇌와 우뇌를 추상적으로 구현했다. ‘두 사람이 결혼함으로써 하나가 되었다’는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는 원래부터 하나의 존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상대적으로 좌뇌 기능이 발달한 작가 본인과 우뇌 기능이 발달한 아내를 양쪽에 배치한 구도 또한 흥미로운 요소다.
・ 작가: 김상인
・ 작품명: ‘Brain’, 2025, Mixed Media, 162x112cm
05
빈티지 오디오
매킨토시(McIntosh)의 60년대 진공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BBC 방송국에서 사용한 제품으로도 알려진 가라드(GARRARD) 턴테이블, JBL 스피커와 야마하 시디플레이어 등으로 구성된 1층 작업실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이다. 용산 전자상가와 세운상가를 드나들고 해외에서 국내로 막 들어온 제품을 재빨리 예약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지금의 구성을 갖췄다. 주로 일할 때 음악을 듣는 패턴을 고려해 풍성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조합을 이루는 데 신경 썼다고. 스펙 못지않게 시각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빈티지한 우드 톤으로 통일감을 부여했다.
앰프
・ 브랜드: McIntosh
・ 제품명: C20(프리앰프) & MC240(파워앰프)
・ 구매 링크(프리앰프) & 구매 링크(파워앰프)
턴테이블
・ 브랜드: GARRARD
・ 제품명: 301
・ 구매 링크
스피커
・ 브랜드: JBL
・ 제품명: C40 HARKNESS
06
책장
작업실 안쪽에서 육중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나무 책장. 2019년 미국의 부츠 브랜드 레드윙의 한국 지사가 철수하며 홍대점의 집기들을 떨이로 판매할 때 구매해 온 것이다(이후 재진출해 현재는 가로수길에서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당시 레드윙 매장은 본사에서 보낸 아메리칸 빈티지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졌는데, 이 책장 역시 김상인 작가의 표현처럼 미국 냄새(?)를 풍기는 투박한 멋을 자랑한다. 장정 7명이 붙어 운반했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탓에 집을 지을 당시 입구를 책장 사이즈에 맞춰 설계했다는 후문. 책장 앞 에스프레소 머신을 올려놓은 철제 가구도 레드윙 매장에서 가져왔다.
07
러그
20세기의 중요한 텍스타일 아티스트로 꼽히는 애니 알버스(Anni Albers)의 디자인이 새겨진 핸드터프팅 러그. 영국의 디자인 러그 회사 크리스토퍼 파(Christopher Farr)에서 한정 생산한 제품으로 뒷면에 140번이라는 에디션 넘버가 적혀 있다. 2022년에 열린 롯데아트페어 부산에서 구매해 소파 앞에 깔아두고 사용 중이다. 시간차를 두고 따로따로 수집했음에도 함께 배치한 소파, 라운지체어와 절묘한 색 조합을 이룬다.
・ 브랜드: Christopher Farr
・ 제품명: EDITIONS: RUNNER by Anni Albers
・ 구매 링크
08
스툴
앉아서 신발을 신을 때 쓰기 위한 용도로 제작한 스툴. 구석에 붙여 놓을 수 있도록 상판을 반원 형태로 잡았고, 다리부에 기다란 피스를 박아 구둣주걱을 걸어 뒀다. 군데군데 헤지고 벗겨졌지만 처음으로 직접 만든 가구인 만큼 긴 시간 사용하며 깊은 애착을 갖게 된 물건이다.
・ 작가: 김상인
・ 제품명: 하프 스툴
그 외 훔치고 싶은 물건들
세면대
“파리 메르씨(Merci) 매장에서 구매해 항공우편으로 실어 보낸 법랑 세면대”
・ 브랜드: Merci Paris
전기차 충전기
“중고로 구한 테슬라 전기차 가정용 충전기”
・ 브랜드: TESLA
・ 제품명: Wall Connector Gen 3
・ 구매 링크
화집
“런던에서 열린 화가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개인전을 보러 갔다가 구매한 2016년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에서의 전시 도록”
・ 출판사: Koenig Books
・ 작가: Robert Rauschenberg
・ 제목: Rauschenberg in China
조명
“포스트스탠다즈 퍼니처에서 제작한 스탠드 & 펜던트 조명 시제품”
・ 브랜드: 포스트스탠다즈 퍼니처
김상인 @painter_sanginkim
시각 예술 전반을 다루는 작가. 매거진/단행본/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에 일러스트와 모션그래픽으로 참여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쌓았고, 201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화 작가의 길을 걸었다. 갤러리조은, 미들맨갤러리, 아트부산 등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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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