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행이 직업인 여행기자 김은아다. ‘데스티네이션 호텔’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의 목적지를 아예 호텔로 삼아도 될 정도로 특별한 매력을 가진 호텔을 뜻하는 말이다. 휴가의 계절, 호캉스의 계절을 맞아 이 호텔을 찾아 떠나기 좋은 ‘데스티네이션 호텔’들을 소개한다.
“휴식보다는 탐험이 어울리는 곳”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호캉스도 콘텐츠다. 나의 인스타 피드를 반짝거리게 만들어줄 호텔을 찾고 있다면 인스파이어만 한 곳이 없다. 이곳은 인천 영종도에 3월에 문을 연 신상 호텔&리조트다. 왜 하필 영종도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싶겠지만, 일단 이곳에 도착하면 의문이 풀린다. 축구장 64개 크기와 맞먹는다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리조트 안에는 숙소, 레스토랑, 전시장, 콘서트장에 심지어 워터파크까지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
이곳에서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은 미디어아트 터널. 코엑스 사거리의 전광판을 통해 신박한 입체 영상을 선보여온 현대퓨처넷이 참여한 공간인데, 규모가 압도적이다. 높이 25m, 길이 150m의 LED 터널에서는 광활한 우주, 혹등고래가 유영하는 바다, 해 질 녘 노을로 붉게 타오르는 사바나 초원 등 환상적인 영상이 펼쳐진다. 고개가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이곳에서 미디어 아트의 매력에 홀렸다면 ‘르 스페이스’로 향해야 한다. 우주여행을 콘셉트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2,000평 규모에 18개 공간에 걸쳐 미지 세계로 떠난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LED 앞에서는 어떻게 찍어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리조트는 이밖에도 LED 샹들리에가 키네틱 아트 퍼포먼스를 펼치는 ‘로툰다, 1,000평 규모의 푸드코트, 실내 돔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까지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걸어도 걸어도 볼거리, 놀거리가 새롭게 등장한다는 뜻이다. 휴식보다는 탐험과 모험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보다 즐거운 놀이터가 있을까.
- 인천 중구 공항문화로 127
“반짝이는 속초 바다 위의 신상”
카시아 속초
건축물도 나이가 든다. 그중에서도 호텔의 시간은 유독 빠르게 흐른다. 아마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호텔의 진정한 ‘신상’의 찰나를 누리려면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카시아 속초에게는 지금이 그런 곳이다. ‘카시아’라는 이름은 한국에는 생소하지만, 글로벌 럭셔리 호텔 그룹 ‘반얀’ 산하의 리조트 브랜드다. (서울 남산에 있는 반얀트리의 그 ‘반얀’이 맞다.) 카시아는 전 세계에 단 세 곳에만 운영되고 있는데, 6월에 문을 연 카시아 속초가 그중 하나다.
이곳의 장점은 단연 뷰. 어느 객실에서든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속초아이가 보이는 속초 시내 뷰, 대포항이 보이는 활기찬 항구 뷰, 오롯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수평선 뷰까지, 각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의 매력을 자랑한다. 호텔 안에는 뷔페, 브런치, 그릴 등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호텔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요즘 ‘누룽지 오징어순대’로 밤낮 없이 긴 웨이팅을 자랑하는 대포항이 지척이니, 근처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객실의 자쿠지. 물을 찰랑찰랑 받아놓은 나만의 풀장에서 바다를 만끽하는 것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피서객으로 붐비는 여름 바다를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근사한 방법이다.
- 강원 속초시 대포항희망길 120
“느긋하게 살아보듯 여행한다면 “
맹그로브 고성
어떤 동네가 ‘핫플’이 되고 외지인들로 북적이기 시작하면, 되려 터줏대감들은 고즈넉함을 찾아 새로운 동네로 옮겨가곤 한다. 강원도에서는 고성이 그런 곳이다. 속초, 강릉, 양양 바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고요함이 아직 고성 바다에는 남아있기 때문. 이런 매력에 반해 터전을 옮긴 작은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젤라테리아, 독립서점, 카페 등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가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래서 고성은 시간을 들여서 들여다볼수록 좋은 곳이다.
여유를 가지고 고성을 둘러볼 때는 맹그로브만한 숙소가 없다.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의 장점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할까? 오픈 키친, 세탁방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장기간 숙박에 최적화되어 있다. 1~2인이 묵을 수 있지만 일반 객실도 있지만, 6인이 함께 머무르는 도미토리 타입도 있어 장기간 여행에서도 숙박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워크스테이션. 숙소 1층에 마련된 공유오피스로, 몸만 와도 일할 수 있도록 PC와 데스크 등 개인 작업에 필요한 기물을 갖추고 있다.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상적인 공간인 셈이다.
워크스테이션 한쪽 벽면은 통창으로, 시원하게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보면서 일을 한다고 안 되던 일이 잘 풀리기야 할까. 그렇지만 바다를 보면서 한숨 돌릴 때, 일상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리프레시를 얻을 수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 않을까.
- 강원 고성군 토성면 교암길 20
“도시를 떠나 숲캉스, 산캉스”
포레스트 리솜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가 그랬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사실은 공자가 남긴 말이다. 어쨌든, 본인이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제천으로 향하는 것이 좋겠다. ‘숲캉스’를 즐기기에 최적인 리조트, 포레스트 리솜이 있기 때문이다. 리조트는 말 그대로 구학산 산골짜기에 숨어있다. 좁은 산길을 따라 별채형 객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에 묵는 동안은 공용 공간을 제외하고서는 다른 투숙객들과 마주칠 일이 적다. 그러니 사람에게 질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이들에게는 이만한 곳도 없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있다. 제천 시내에서 꽤 거리가 멀고,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자차가 없다면 가기 힘들다. 프론트동에서 객실까지는 경사가 있는 산길을 지나야 하는데, 자가용은 가져갈 수 없고 공용 카트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막상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러한 번거로움은 아주 사소하게만 느껴진다. 온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푸르고, 소음이라고는 나무에 앉은 새소리가 전부다. 해가 지면 하늘에는 쏟아질 듯 별이 가득하다. 트렌디함보다 클래식함에 가까운 가구들은 중후한 매력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별장’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바로 이곳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충북 제천시 백운면 금봉로 365
“사육의 기쁨”
롯데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호텔에서는 호텔만의 향이 난다. 단지 좋은 냄새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자질구레한 일상은 잠시 잊게 만들어주겠다는, 고급스러운 여유를 담고 있는 향기. 로비에 들어서면서 이 향이 코끝으로 들어오는 순간, 다짐하게 된다. “1박 2일 동안 여기서 한 발짝도 안 나갈 거야.”
이런 다짐을 실현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라운지다. 일정 등급 이상(보통 이그제큐티브룸) 객실 투숙객에게만 접근이 허용되는 바로 그곳. 이곳에서라면 붐비는 로비에서 체크인, 체크아웃을 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애프터눈 티, 해피아워, 조식까지 삼시세끼를 꼬박꼬박-그것도 호화롭게- 챙겨준다는 것.
그중에서도 해피아워는 라운지의 꽃이다. 간단한 술과 안주를 제공하는 미니 뷔페인 셈인데, 와인, 맥주, 위스키, 코냑까지 다양한 주종이 제공되니 술쟁이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라운지의 구성이 훌륭한 호텔을 찾아다니는 ‘라운지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호텔들은 점차 다채로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롯데호텔 서울의 적수가 될 만한 곳은 없어보인다. 호텔에는 다른 콘셉트를 가진 세 곳의 라운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작년 10월 문을 연 ‘라시메’는 가장 럭셔리한 라운지라고 해도 좋다. 애프터눈 티에는 샌드위치와 마카롱, 케이크로 가득한 2단 트레이와 망고빙수를 제공한다. 해피아워는 웬만한 호텔 뷔페가 부럽지 않다. 라이브 스테이션에서는 즉석에서 스테이크와 립을 구워주고, 셰프가 카빙 서비스를 제공한다. 믹솔로지스트는 라운지만을 위한 시그니처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주류 섹션은 소믈리에가 엄선한 샴페인과 위스키, 코냑 등 알짜로만 구성되어, 이곳만 제대로 공략해도 숙박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 창밖으로는 반짝거리는 남산타워가 내려다보이고, 맛있는 술과 음식 덕분에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만 타면 바로 침대에 다이빙할 수 있다. 아 행복해. 아, 그래서 이름이 해피 아워…?
- 서울 중구 을지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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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일로 여행하고, 취미로 술을 씁니다. 여행 매거진 SRT매거진 기자, 술 전문 뉴스레터 뉴술레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