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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테크 뉴스 10

2023년의 테크 뉴스를 요약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2023년의 테크 뉴스를 요약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2023. 12. 18

테크업계의 2023년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 인물과, 또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하나의 제품이 있었죠. 그 외에도 (테크와는 관계가 없을 것 같던) 할리우드의 파업과 정치싸움으로 번진 문제까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습니다.

그런 혼돈 속에서 올해 있었던 가장 중요한 테크 뉴스 10개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해당 뉴스가 벌어지게 된 배경도 간단히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스포일러: ‘간단히’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혹은 X), 그 1년

제가 참 좋아하는 일론 머스크 사진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2022년 11월에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이제 1년이 좀 넘었습니다. 그 이후에 있었던 다양한 일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바로 ‘X’라는 이름일 겁니다. 7월, 머스크는 이름을 X로 바꾸겠다는 발표를 (늘 그렇듯이) 트위터에서 하고는 곧바로 공식 앱의 메인 로고를 X로 바꿔버렸습니다. 그의 꿈이라는 ‘모든 것의 앱’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었죠.

하지만 그 결과는 머스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리브랜딩 이후 앱 다운로드 횟수와 트래픽이 크게 떨어진 것이죠. 여기에는 물론 머스크나 X의 새로운 사업 방향에 대한 반감으로 이탈한 사용자들도 많았겠지만, 단순히 트위터를 검색했다가 X로 바뀐 걸 찾지 못한 이들도 많았을 겁니다. 트위터의 X로의 리브랜딩은 최근 들어 최악의 리브랜딩 사례 중 하나로 가르쳐야 할 정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죠.

상황이 이러니 트위터, 아니 X를 대체하겠다는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중 우리나라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 블루스카이입니다.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가 개발을 지시한 블루스카이는 한 곳에서 서비스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닌, 여러 곳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이 사이를 연결하는 방식인 탈중앙형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메타의 스레드도 있죠. 스레드에 대해서는 제가 서비스 개시 첫날에 쓴 기사가 있으니 한 번 참조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때 제가 지적한 문제점의 대부분을 메타가 빠르게 수정했습니다. 여전히 자체적으로 계정 생성은 어렵지만 이젠 스레드 계정을 지우는데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게 됐고, (올린 후 5분 이내로) 게시물 수정이나 키워드 검색, 해시태그, 다중 계정 지원, 그리고 데스크톱 웹 클라이언트 등 제가 당시에 없다고 지적했던 많은 기능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때 관찰했던 스레드와 트위터의 근본적 문화 차이는 아직도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트위터를 하던 사람이 스레드로 가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

제 팟캐스트 공동 진행자는 X의 1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머스크가 생각보다는 망치지 않았다.” 물론,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솔직히 머스크 자신도 모를 거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머스크가 벌인 기행 중 대표적인 세 개를 모아봤습니다…
  • 인증을 돈으로 사세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인증 시스템을 뒤엎는 것이었습니다. 머스크는 기존의 트위터 측에서 직접 인증 절차를 거치는 시스템 대신, 트윗 편집 등의 기능을 제공하던 당시 트위터 블루 구독 요금제에 자동 인증 기능을 넣었습니다. 머스크의 당시 주장은 “신용카드로 돈을 낸다면 봇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는… 머스크를 제외한 모두가 예상하다시피였습니다. 닌텐도를 사칭하며 마리오가 중지를 날리는 트윗이 있는가 하면, 인슐린 제조업체를 사칭하여 “인슐린을 무료로 배포합니다”라는 트윗을 올려서 해당 업체의 주가를 4% 넘게 폭락시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트위터 안에서 트위터 블루(현 X 프리미엄)에 가입해서 인증 마크를 단 사용자들을 ‘머스크에게 돈을 바친다’라며 배척하는 일이 생기자, (실제로 인증 마크가 달린 계정을 타임라인에서 없애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나중에는 인증 마크를 가려주는 기능을 추가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써드파티 앱 말 없이 접근 차단하기: 연초에는 써드파티 앱들의 접근을 아예 막아버리면서 공식 앱과 웹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한 사건이 있었죠. 사실 이러한 써드파티 앱들은 X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광고 매출을 막아버리는 악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문제는 이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니, 커뮤니케이션이 아예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그냥 갑자기 접근이 막혀버렸으니까요.
  • 머스크 자신의 정치적 관점: 11월에는 머스크 자신이 문제가 됐습니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상황에서 반유대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트윗을 올린 것입니다. 여기에 한 연구단체가 X에 게시된 광고 옆에 반유대주의 트윗들이 배치된 것을 공개하자, 광고주들이 빠른 속도로 X에 광고 게시를 중단했습니다. 여기에는 애플과 디즈니를 비롯해 약 100여 개의 브랜드가 포함됐습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서 한 인터뷰에서 “X이나 먹어라 (Go f**k yourself)“라고 말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가짜 뉴스를 퍼 나르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던 미국의 극보수 논객인 알렉스 존스의 계정 영구 금지를 풀어줘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챗GPT로 뜨거웠던 한 해, 그리고 오픈AI 내부의 드라마

챗GPT가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하는 모습.

2023년을 장식할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생성형 AI’일 겁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오픈AI의 챗GPT가 있었습니다. 역시 2022년 11월에 처음 공개된 챗GPT는 오픈AI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활용한 기술로 구글을 (잠깐이나마) 위협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챗GPT를 활용하는 법에 대한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챗GPT의 기반 기술을 주요 상호작용 요소로 사용하는 하드웨어도 등장했죠. 챗GPT에 대한 이야기는 김기은 에디터가 쓴 기사를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네요.

하지만 챗GPT, 그리고 생성형 인공 지능이 정말로 일상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습니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환각’ 현상입니다. 이는 챗GPT나 구글이 경쟁 제품으로 내놓은 바드 등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바로 자연스러운 대화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사실을 일부 왜곡하거나 아예 허위 사실을 출력하는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재현이 하도 쉬워서 우리나라에서 한때 인터넷 밈이 되기도 했던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이나, 챗GPT가 알려준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실제 재판에 썼다가 징계를 받은 변호사의 이야기 등이 바로 이런 환각 증상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책이나 사진 등 엄연히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들까지 전부 훈련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하는 바람에 소송을 당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다 해도,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올 한 해 많은 사람들의 작업 방식을 넘어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꾼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챗GPT가 이렇게 화제가 된 것은 오픈AI 내부에도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줬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결국 11월에 오픈AI의 이사회가 CEO인 샘 올트먼을 급작스럽게 해고하면서 터져버렸죠. 그러고 약 1주일 간의 기간 동안 올트먼을 따르는 직원들의 집단 퇴사 협박(?)을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가 있었지만, 결론만 말씀드리면 결국 올트먼은 복귀를 하였고, 올트먼의 해고를 모의한 이사회가 도리어 사임하는 그림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올트먼은 어쩌다 해고당했는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오픈AI의 복잡한 기업 구조. 맨 아래에 있는 OpenAI Global, LLC가 챗GPT를 개발한 곳입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오픈AI의 역사를 잠깐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픈AI의 시작은 바로 비영리 단체였습니다. 오픈AI가 만들어진 2015년 당시에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구글과 애플 등 영리적인 목적을 가진 거대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을 주도한다는 것에 반발심으로 샘 올트먼이 주축으로 하여 만든 것이 바로 오픈AI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처음에 돈을 대준 공동창업 멤버 중 하나가 놀랍게도 일론 머스크입니다. (머스크는 그로부터 몇 년 후에 테슬라의 자체적인 인공지능 연구와의 이해충돌이 있다는 이유로 사임합니다.)

하지만 비영리 단체로서 투자자들로부터 연구비 지원만을 받으면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기에는 서버 자원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인력 채용 등의 한계가 있어서 결국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자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자회사에 투자하며 자사의 애져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해줬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챗GPT였던 것입니다. 즉, 챗GPT는 오픈AI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상업적인 성격의 자회사가 비영리 단체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마련해 주려는 목적으로 만든 제품이었다는 이야기죠.

여기서 (아무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태가 벌어진 이유가 어느 정도 짐작이 됩니다. 오픈AI의 이사회는 비영리 단체인 지주회사의 이사회로, 이들은 챗GPT가 상업적인 목적(즉, 연구비를 대기 위해 돈을 벌어다 준다라는 목적)으로 시작한 것, 그리고 이게 상상 외로 큰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오픈AI의 이미지가 바뀌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으로 인해 공동창업자인 올트먼과 대립하게 되었고, 결국 수석 연구자 중 한 명의 도움을 받아 올트먼을 해고하려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도가 실패하면서 결국 오픈AI의 방향성은 많이 틀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트만이 이끄는 상업적인 시도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고, 이게 향후 챗GPT나 오픈AI가 준비하는 다른 제품들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오픈AI는 이 분야를 이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OTT와 인공지능이 불러일으킨 미국 작가와 배우 파업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소식은 바로 미국 할리우드의 작가 조합과 배우 조합의 파업이었습니다. 각각의 조합 모두 단독 파업을 한 적은 있지만, 두 조합이 동시에 파업한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입니다. 언뜻 보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어난 일이 왜 올해의 테크 뉴스에 올랐는지 궁금하신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두 가지의 답 중 하나는 바로 알아 맞히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스트리밍(OTT) 서비스와 인공지능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더 큰 문제였던 OTT 얘기부터 해보죠. 할리우드 작가들과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처음에 각본을 썼거나 출연했을 때 받는 기본급 외에도, 그 영화나 드라마가 TV에서 재방송될 때 저작권 및 초상권료 명목으로 돈을 받습니다. 이걸 재방료(residual)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재방료의 개념이 OTT 서비스의 시대가 되면서 애매해진 겁니다. TV는 방송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방료의 계산이 쉽지만, OTT 서비스의 시청 데이터는 각자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비공개 정보라 재방료 산출 자체가 어려워서 제작사는 이를 이유로 들먹이며 재방료를 매우 적게, 혹은 아예 안 주는 일이 발생했고, 한 번에 큰돈을 버는 스타 작가나 배우가 아닌 이상 작품 작업을 안 하고 있을 때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죠.

여기에 인공지능의 고도화도 문제입니다. 첨삭 전문 작가 대신 인공지능이 대신 각본을 첨삭하거나, 스토리의 기본 틀만 짜놓으면 인공지능이 아예 알아서 각본을 쓰는 것도 가능해진 시대가 됐고, 딥페이크와 인공지능 기반 목소리 생성 등의 기술을 활용하면 배우들이 실제로 출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작가들과 배우들 모두 이에 대한 보호 조항을 원했고, 이번 파업의 다른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결국 파업은 이 둘에 대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며 종결되었습니다. 제작사들은 정확한 재방료 계산을 위해 OTT 서비스들의 내부 통계 자료를 공유하기로 합의했고, 당사자들의 허가 없이는 인공지능으로 작가나 배우를 대체하는 것을 계약 위반으로 규정하기로 했습니다.

파업은 종료됐지만, 이 여파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 개봉하거나 공개된 영화나 드라마들에 대한 작업이 전부 중단됐었기 때문에 특히 내년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이었던 영화나 드라마들의 개봉 및 공개 지연 소식이 상당히 많은 상황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영화관에서 이번 파업에 당연히 영향을 받지 않은 한국 영화들을 제외하면 볼 영화가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마무리

올해 게임계에서 가장 큰 소식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일 겁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로 유명한 액티비전과 우리에게 스타크래프트와 오버워치 등으로 친숙한 블리자드가 2008년에 합병해 탄생한 거대 게임 퍼블리셔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콘솔과 함께 게임 퍼블리싱 사업체인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올해도 아닌 작년(2022년) 1월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는 발표를 하며 시작합니다. 인수액은 687억 달러(약 82조 원)로,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입니다. (2위인 링크드인은 고작(?) 260억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이 인수합병은 시작부터 경쟁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운영하는 소니가 항의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자체의 크기도 있지만, 특히 상술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너무나도 큰 게임 시리즈라는 것이었습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003년에 출시된 이래 2020년까지 총 2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초대형 시리즈입니다. 이런 게임 시리즈가 마이크로소프트 산하로 들어가면 엑스박스와 윈도우 PC로만 출시되는 독점 발매 게임이 될 것을 소니는 우려한 것이죠.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패스 얼티메이트를 통해 현재 몇 안 되는 성공적인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역시 여기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들을 독점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과 영국의 반독점 감시 기관들에 의해 반독점 위반으로 제소당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경쟁 플랫폼(PS5와 닌텐도 스위치)에 계속 발매할 것이며,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들의 스트리밍 판권도 유비소프트에 넘긴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반독점 위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그렇게 올 10월에 인수를 완료했습니다. 무려 인수하는데 21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이런 대형 인수합병 트렌드는 게이머들을 우려스럽게 만드는데요…

이번 인수를 통해 게이머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렇게 두 콘솔 제조사들이 게임 스튜디오들을 사들이면서 이들에게 통제당하지 않는 독립 게임 퍼블리셔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콘솔 제조사들이 이렇게 게임 개발사들이나 퍼블리셔들을 인수하는 것은 바로 각자 플랫폼의 ‘독점 발매 게임’ 카탈로그를 강화하기 위해서인데, 특히 엑스박스 시리즈 X와 PS5 모두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독점 발매 게임이 소비자들이 어떤 콘솔을 구매할지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HBO 드라마로도 성공을 거둔 <라스트 오브 어스>나 <갓 오브 워>, <그란 투리스모> 등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독점 시리즈이며, 엑스박스에는 <헤일로>와 <포르자>, 그리고 올해 출시한 <스타필드> 등이 있습니다. 이 게임들 모두 각각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산하에 있습니다.

아직 EA(‘피파’ 시리즈)나 유비소프트(‘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캡콤(‘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반다이남코(‘철권’ 시리즈) 등의 콘솔 게임 퍼블리셔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중 매출 면에서 가장 컸던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인수됐다는 것은 이들 또한 언젠가 콘솔 제조사들이 욕심을 내더라도 막기가 어려운 선례를 남긴 셈입니다. 이러한 독점 경쟁이 전반적인 게임 업계에 악영향을 끼칠까 두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기차의 비주류화?

기아 EV9

지난 코로나 판데믹을 겪는 동안 전기차의 인기가 끊임없이 올라갔었는데,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차의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조사들이 신모델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전년 동기 판매량과 비교하면 엇비슷하거나 특히 3분기에는 50-70% 수준에 그치는 등 신통치 않은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올해 들어 금리가 많이 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뽑힙니다. 물론 금리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단 전기차뿐은 아니지만, 전기차가 통상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이죠.

그다음은 충전 인프라의 문제입니다. 전기차의 단점으로 꾸준히 언급됐던 문제죠. 정부에서 보조금을 공격적으로 얹어주면서 전기차 판매가 2021년부터 상당히 늘어난 것에 비해 충전 인프라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충전을 할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제대로 동작하는 충전기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뉴스에서 많이 다뤄지기도 했죠.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 심리도 이유라면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국내 제조사 특정 차종의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연쇄 화재 이후로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전기차가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서 화재가 더 잘 난다는 물적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나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화재를 잡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올해는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가 더 주목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전기차만큼은 아니더라도 친환경차 혜택을 약간이나마 볼 수 있고,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좋아 유류비 부담이 덜하며, 전기차보다 선택지도 많다는 점(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 등 웬만한 인기 모델들 대부분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습니다)도 이유겠죠. 그나마 2030년까지 42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정부가 보조금을 더 풀고 제조사들이 더 강한 할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다시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결국 전기차가 정말 주류가 되려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망설이는 근본적인 이유를 먼저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폰과 USB-C

애플이 USB-C를 아이폰의 충전 및 데이터 전송 단자로 선택한다는 것은 단 3년 전의 저라면 말도 안 된다고 했을 상황일 것입니다. 실제로 3년 전의 저는 “아이폰이 USB-C를 쓰느니 포트를 없애는 게 더 빠를 거다”라고 공언했었죠.

그렇다면 USB-C 단자를 채택한 아이폰 15를 바라보신 여러분은 저에게 물으시겠죠. 왜 제가 틀렸을까요? 애플이 자발적으로 마음을 바꿨을까요?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우리는 유럽연합에게 감사(?) 해야 합니다.

유럽연합은 2021년에 처음으로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에 USB-C 단자를 공통 충전 단자로 써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마이크로 USB를 쓰는 몇몇 기기들도 문제가 됐지만, 이 법안이 정조준한 것은 당연히 여태껏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하고 있던 아이폰이었죠. 애플은 당연히 반감을 드러냈지만, 애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법은 2022년에 통과되었고, 결국 애플은 억지로 아이폰 15 시리즈에 USB-C를 달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 독자분들에게는 이게 큰 소식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애플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상당히 드문 일이기 때문에 올해의 뉴스급 소식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오랫동안 아이폰을 써온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사실 상당히 불편한 변화이긴 합니다. 당장 오랫동안 아이폰을 사용해 왔던 제 아내도 아이폰 15로 바꾸고 나서 USB-C 케이블이 별로 없어서 추가로 구매해야 했으니까요. 유럽연합이 USB-C로 충전 단자를 통일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모두가 같은 케이블을 사용함으로써 전자폐기물을 줄인다”라는 것인데, 이때 사람들이 새로 사는 케이블들 때문에 전자폐기물이 더 생길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문제일 뿐, 장기적으로는 환경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친구에게서 충전기를 빌리려고 할 때 “아이폰이야 안드로이드야?” 이렇게 물어볼 필요가 없어지게 될 테니까요. (물론 실제로 그러려면 몇 년은 걸리겠지만요)

애플은 이 외에도 미국에서 SMS를 대체하고 있는 차세대 문자메시지 표준인 RCS를 내년에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맥세이프의 설계 원안을 치(Qi) 무선 충전 표준을 관리하는 단체인 PMA에 제공해 맥세이프와 비슷하게 자석으로 무선 충전기를 붙일 수 있는 치2 표준을 만드는데 공헌하기도 했습니다. 치2에 대해서는 최호섭 칼럼니스트가 쓴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망 사용료

망 사용료 문제를 매우 잘 요약한 짤

올해 우리나라 IT 업계의 또 하나의 화두는 바로 망 사용료입니다. 이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에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있었고, (결국 둘은 합의했습니다) 여기에 정치계에서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는, 사실상 망 사용료를 의무화 및 법제화하려는 법을 발의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이번 달에는 트위치가 과도한 망 사용료를 이유로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망 사용료 논란의 중심에는 바로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라는 개념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 등지에서는 5-6년 전부터 정치적 화두가 됐던 개념인데, 이것이 해외 콘텐츠 사업체들이 우리나라에 대거 들어오면서 뒤늦게 문제가 된 것입니다. 예전에도 통신사들의 ‘카카오톡 보이스톡 차단 사건’ 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망 중립성이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주어진 네트워크 자원은 콘텐츠를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에게 공평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망 사용료라는 개념은 망 중립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개념입니다. 누구는 트래픽을 적게 유발한다고 아예 사용료를 내지 않지만, 누구는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사용료를 따로 내라고 하는 것은 망 중립성의 정의에서 바라볼 때는 불공평한 것이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콘텐츠 사업자의 서버에서 오는 콘텐츠의 속도에 인위적인 제한을 거는 것, 그리고 특정 통신사와 연계된 콘텐츠를 사용하면 데이터 사용량에서 차감하지 않는 것 모두 망 중립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꽤나 비일비재했으나, (특정 통신사의 특정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 시 데이터 미차감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형평성 논란이 생기니 이제는 이러한 직접적 망 사용료 청구로 선회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갈립니다. 망 사용료 덕분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터넷 사용료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대신 망 사용료를 내는 서비스의 요금의 오른다는 위험은 있지만요.) 만약에 망 중립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망 사용료가 폐지된다면,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료나 스마트폰 요금제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망 사용료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해서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규제를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허리띠 졸라매는 OTT 서비스들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독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출처: 넷플릭스]

올해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OTT 서비스를 자주 시청하는 사용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많지 않았던 한 해였습니다. 거의 모든 서비스들이 전반적으로 사실상 사용료를 올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그간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OTT 서비스들은 콘텐츠의 확장과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강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이들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의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 판데믹 기간 동안 집에만 있게 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증가했는데, 2022년에 접어들며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해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로 인해 2022년에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가입자가 감소했습니다. 이는 OTT 서비스만으로 매출을 올리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당장 직접적으로 매출에 영향이 갈 수도 있다는 공포를 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라 다양한 OTT 서비스들이 매출 보전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광고 요금제입니다. 넷플릭스는 월 5,500원에 광고 요금제를 처음으로 소개했습니다. 계속해서 오르는 넷플릭스 요금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한 요금제였고, 실제로 광고 요금제의 소개 이후 11월 기준 1,500만 명이 넘게 가입하며 효과는 입증됐습니다.

두 번째는 ‘계정 공유 금지’ 정책입니다. 그간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넘어 모르는 사람들끼리 계정을 공유해서 구독비를 아끼는 것에 대해 큰 제재를 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같은 가정 안에서 사는 구성원’들을 가족으로 규정하여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일부 국가에서 이를 시험하고 있고, 디즈니+는 아예 사용 약관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위기를 타파해 보려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토종 OTT로 불리는 티빙과 웨이브가 최근에 합병 발표를 한 것처럼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가입자 수를 확보한 두 OTT 서비스가 합병하는 것이라 전 자연스럽게 독점이 좀 우려되기는 합니다만, 일단 당장은 하나의 구독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요.


빅테크를 견제하기 시작한 각국 정부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같이 전 세계급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IT 회사들을 빅테크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을 향한 각국 정부들의 규제 움직임이 확산하던 한 해였습니다.

유럽연합이 ‘문지기’로 지정한 서비스들.

이 부분에서 앞장선 곳이 바로 유럽연합입니다. 위에 언급한 USB-C 충전 단자 의무화 법안부터 시작해서, 디지털 시장법(DMA)의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DMA는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가 시장지배력을 가지는 문지기(gatekeeper)인지 판단하고, 문지기임이 판단되면 공정한 경쟁과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등 추가적인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입니다. 특정 서비스가 문지기인지의 여부는 유럽연합 측에서 판단하게 되는데, 현재까지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 스토어, 유튜브, 구글 검색,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iOS 등이 문지기로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여기에는 문지기의 앱이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홍보하거나, 선탑재된 앱들을 삭제하는 것을 막는 행동 등 플랫폼 소유자로서의 우위를 활용하는 활동이 모두 금지됩니다. DMA는 특히 iOS와 안드로이드를 운영하는 애플과 구글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현재 구글과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 팔기 재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독점 재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구글이 검색 시장을 평정하는 과정에 부정적인 활동들이 있었나에 대한 재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재판 초반에 다뤄졌던 것 중 하나는 바로 구글이 애플 iOS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돼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구글은 2021년에 애플에게 180억 달러(당시 물가를 반영하면 약 26조 원)를 지불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써 부당한 방법으로 검색 시장의 독점을 지켰는가가 이번 재판의 맹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덕분에 돌아온 UMPC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에 UMPC라는 폼 팩터가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노트북보다 훨씬 작아서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도, 데스크톱 운영체제를 탑재해 노트북 수준의 컴퓨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특히 소니 바이오 UX 시리즈가 가지고 싶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정도 크기의 기기에 적당한 성능과 적당한 배터리 수명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었죠.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나온 소니 바이오 UX의 모습

하지만 이 폼 팩터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나 고성능의 자원이 필요한 게이밍 분야에서 말이죠. 재밌게도 이 스타트를 끊은 것은 바로 닌텐도 스위치입니다. 집에서 TV에 꽂아놓고 하던 게임을 밖에서도 할 수 있다는 콘셉트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래서 이 개념을 PC 플랫폼에 접목해 보려는 시도들이 꽤 있었지만, 이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단연 밸브의 스팀 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스팀 덱 자체는 나온 지가 꽤 되었지만, 스팀 덱의 성공으로 다양한 제조사들이 올해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며 그 유행에 불을 지폈습니다. 에이수스는 로그 앨라이를 내놓았고, 레노버는 심지어 스위치처럼 컨트롤러를 떼어내서 멀티플레이어 게임도 즐길 수 있다는 리전 고라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밸브가 리눅스 기반으로 개조한 스팀OS를 구동하는 스팀 덱과 달리, 이 두 제품들은 모두 윈도우 11을 구동합니다.

스팀 덱 OLED

그렇다면 먼 옛날의 UMPC와 지금의 UMPC는 뭐가 다르길래 이렇게 성패가 갈렸을까요? 먼저, 그간의 기술의 발전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 칩의 성능이 월등히 좋아짐과 동시에 전력 효율도 좋아져서 그 작은 폼 팩터에 들어간 배터리로도 준수한 수명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게임만 하면 두 시간 정도밖에 가지 않지만, 옛날의 UMPC는 게임을 하지 않아도 두 시간을 버티기가 힘들었을 정도니 장족의 발전이죠. 거기에 터치 스크린 기술도 스타일러스의 필요 없이 손가락으로 웬만한 조작이 가능한 점도 장점입니다. (소니 UX는 감압식 터치스크린이어서 스타일러스가 필요했거든요.)

두 번째로,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의 UMPC는 단순히 노트북을 더 작게 만든다라는 개념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의 소니 UX만 보더라도 마우스를 대체하는 스틱과 더불어 위로 올리면 나오는 슬라이딩 키보드, 거기에 지문인식 리더까지 갖춘 상당히 복잡한 기기였죠. (그런 모습 때문에 도리어 갖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생긴 건 미래지향적이긴 했지만, 노트북의 인터페이스를 무리하게 줄여놓은 복잡한 모습에 좋지 않은 성능이 합쳐지니 성공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신세대 UMPC들은 게임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에 필요 없는 슬라이드 키보드와 같은 하드웨어 요소는 전부 배제하고, 게임을 위한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을 배치했습니다. 물론 터치 스크린 기술이 발달하면서 키보드 및 다른 입력 방식을 터치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도 여기에 일조했을 겁니다. 목적에 대한 선택과 집중 덕분에 도리어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런 영감을 제공해 준 닌텐도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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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낮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밤에는 '쿠도캐스트'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IT가 메인이지만 관심가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이 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