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에 관심 많은 에디터 기은이다. ChatGPT 들어본 사람? ChatGPT는 내 질문에 답변해 주는 인공지능 챗 서비스다. 헌데 이 챗 서비스의 답변 퀄리티가 상당한 나머지 너도 나도 본인의 할 일을 이 인공지능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이런 것도 가능하다. “사람들이 ChatGPT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기사로 써줘, 디에디트 스타일로”
방금 나는 일자리를 잃었다. ChatGPT가 써준 글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면 기사 하나 뚝딱인걸. 굳이 내가 써야 하는 이유를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요약을 시켜 봤다. “네 답변 너무 길어. 요약해 줘.”
[미국에서 태어난 ChatGPT는 영어로 질문해야 더 정확한 답변이 나온다. 영어로 질문한 뒤 번역하거나 자동번역 ChatGPT 크롬 확장 앱을 쓰면 편리하다.]
요약도 잘한다. 그렇다면, 유머감각도 있을까? 나는 있는데. 대 인공지능 시대에서 사람의 역할은 개그일지도 모른다. 재치 있는 기사를 위해 트럼프 버전을 주문했다. “트럼프 스타일로 요약할 수 있어?”
[미국인이나 미국 브랜드 스타일을 예시로 물어보면 더욱 잘 써준다.]
익숙한 말투의 “Trust me” 등장. ChatGPT를 믿으란다. 트럼프 특유의 확신에 찬 말투로 말이다. 효율적인 비교 대조를 위해 오바마 스타일로도 요청했다.
보이나? 확연히 다른 두 문체가. 한글 번역을 요청하니 트럼프는 반말, 오바마는 존댓말을 썼다. ”We should be thinking” 오바마는 요약을 넘어 생각을 권유하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나는 졌다. 두 캐릭터를 뚜렷히 구분해 작성하는 모습에 이제는 ChatGPT가 무서울 지경이다.
현실에선 이런 AI들을 똑똑하게 키우기 위해 들어간 자료들의 저작권, 정확성에 대해 논란 중이지만 다른 한켠에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할지 하루 종일 테스트 중이다. 슬슬 ChatGPT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눈치챘겠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발견해낸 일상 속 활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시작하기 어렵지 않다. ChatGPT를 만든 OpenAI의 웹사이트에 가입한 뒤 하단 질문칸에 질문을 입력하면 끝.]
[1]
일상 활용법: 영어 공부
“이 단어는 어떨 때 쓰이는 거야?” 영어 선생님께 물어봐야 속이 시원하던 단어의 늬양스, 화 한 번 안 내고 잘 설명해 준다. 단어의 뜻을 물어볼 수도, 어떨 때 쓰이는지 예시를 요청할 수도, 잘 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물어볼 수 있다. 더 많은 설명을 원한다면 “이어서 더 말해줘”라고 쓰면 된다.
영어 늬양스 차이가 중요한 곳은 바로 이력서가 아닐까. 이력서 쓸 땐 어떤 단어가 어울리는지 물어봤다.
[이직하고 싶어서 물어본 건 아니다.]
이 정도라니. 브라보! 멋지다 ChatGPT.
[2]
일상 활용법: 의학 질문
간밤에 잠을 잘 못 잤는지 어깨가 뭉쳐 조퇴하고 싶은 날이었다. 감기 기운까지 있어 기침이 났다. 상비약통을 열자 감기약 ‘타이레놀’과 근육 이완제 ‘스카폴라’가 보였다. ‘둘 다 먹어도 되나?’ 궁금해진 나는 ChatGPT에게 물어봤다.
ChatGPT는 최근 실험에서 미국 의료 면허 시험의 세 파트를 모두 통과해 의학적 지식을 인증받았다. 그러나 혹시 몰라 두려웠던 나는 타이레놀만 섭취했다.
생명에 위협되지 않는 간단한 의학 지식 정도는 ChatGPT에게 물어봐도 좋겠다. 예컨대 건강을 위한 식단 관리 같은 부분.
[3]
일상 활용법: 식단 관리
점심에 마라탕이 끌리길래 물어봤다. “마라탕 당뇨에 괜찮아?”
안 된단다. 아직 당뇨는 아닌데 당치수가 높게 나온 바람에 음식 섭취가 골치다. 화가 나더라. “그럼 나 뭐 먹어!” 괜히 ChatGPT에게 차갑게 굴었다. “점심에는 고추장 또는 참기름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 샐러드와 함께 생선, 굴, 계란을 드세요(…)” 그래서일까 자꾸만 뻔한 답변이 나오길래 이번엔 콕 집어 양파 수프와 레시피를 물어봤다. 영어로. “How about onion soup? Recipe please 양파 수프는 어때? 레시피도 알려줘”
[양파 수프는 먹어도 된단다. 야호. 양파 수프 맛집 추천받아요.]
나는 첫 질문을 제외하곤 더 이상 ‘당뇨’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당뇨를 전제로 답변해 주는 ChatGPT. 대화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모습이다.
[4]
일상 활용법: 맛집 보조
맛집 정보도 빠삭할까? 당차게 성수역 카페라테 맛집을 물어봤다.
죄송하단다. 한국 지리엔 약한가 보다. 그래서 이번엔 뉴욕 센트럴 파크 근처 카페라테 맛집을 물어봤다.
꽤나 정성스러운 뉴욕 센트럴 파크 근처 카페라테 맛집 5개가 나왔다! 그렇다면 혹시 이것도 가능할까? “사람 10명이 룸에서 저녁으로 회식할 수 있는 뉴욕 센트럴 파크 근처 레스토랑 알려줘.” 맛집 컨시어지의 역할, 네가 할 수 있겠니 ChatGPT야?
그는 알려주셨다. 정확도와 퀄리티가 궁금해 사람들의 후기를 요청하니 Yelp, Google, or TripAdvisor에 가란다. 고맙지만 조금 불안하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미래에는 네가 다 알려줄거지? 기대할게. 나 지금 너무 신나 ChatGPT야.
[5]
일상 활용법: 사무 보조
앞서 ‘ChatGPT의 유용함에 대한 기사’를 요청하고 요약시킨 것처럼 사무 보조로도 요긴하다. 에세이, 강의 계획안, 기타 다양한 종류의 숙제(?)들을 모두 ChatGPT에게 시킬 수 있다. 테스트를 위해 지금 이 기사를 3문장 요약을 시켜봤다.
기사를 영어로 던져주고 요약시킨 뒤 번역을 요청했는데 나름 실력 있는 요약가인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의 제목을 ‘더 글로리’ 스타일로 요청했다.
ChatGPT는 21년도까지의 정보만 담고 있어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를 몰랐다. ‘왕좌의 게임’으로 대체해 물어봤지만 아, ChatGPT가 적어준 제목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간의 역할은 이쯤에서 필요한 게 아닐까.
ChatGPT에 듣는 답변은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구글링을 한다거나 관련 앱에 도움받는다거나 지식인에 물어본다거나 여차하면 인스타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스티커 기능을 이용해 알아낼 수도 있겠다. 다양한 방법 중 ChatGPT 이용의 장점은 즉각적으로 답변 받을 수 있는 ‘스피드’에 있다. 프롬프트라고 불리는 명령어,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답변 디테일 차이가 크다. 질문을 잘 던져 ChatGPT를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어시스턴트로 활용하면 요긴할 것이다.
실제로 ChatGPT와 기타 서드파티 앱들을 활용해 영화를 만든 사례가 탄생했는데,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미지로 출력해 주는 툴 ‘DALL-E 2’가 스토리보드를 짜고 시나리오 기획은 ChatGPT가 했다고. 지금 이 기사의 썸네일 이미지도 DALL-E 2를 이용해 만든 바 있다.
[입력어는 “a girl typing with a Macbook, oil paint, david hockney”]
[입력어는 “A woman working on a computer, the computer screen is reflected in the woman’s sunglasses, and a chat window is visible on the reflected screen”]
[입력어는 “A girl typing on a computer, a chat window is reflected in her sunglasses, oil paint, david hockney”]
[입력어는 “a girl chatting with a iMac, oil paint, david hockney”]
[입력어는 “a girl typing with a Macbook, oil paint, david hockney”]
앞서 ChatGPT 활용법을 트럼프, 오바마 스타일로 답변해 줬던 에피소드 기억할까? 이 기술을 활용해 좋아하는 캐릭터와 채팅할 수 있는 툴도 나왔다. 마케팅의 귀재이자 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는 최근 ChatGPT을 이용해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고 개발자들은 코딩을 요청하거나 코드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장점을 너무 맹목적으로 나열했나 싶다. ChatGPT의 인기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겨난 서드 파티 앱 중 몇몇은 바이러스 트로이목마가 심어져있더란 에피소드가 있으니 주의하자. 게다가 이렇게 유용하고 재밌는 툴이 무료로 남아있을리 없다. 현재 유료화 진행 중.
열화와 같은 사람들의 테스트에 ChatGPT와 얽힌 에피소드가 매일 매시 매초 갱신되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꿀팁이 등장할지 기대한다면 내일이 기다려질지도 모르겠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또 봐요 여러분, 또 보자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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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