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에디트 유튜브에서 ‘쓸없템’ 시리즈를 이끄는 에디터B님만큼이나 어디서 이상한 걸 사 와서 아내를 어이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쿠도군’ 이주형입니다. 마침 뭔가 쓸데없어 보이지만 재밌는 제품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다섯 개를 추려보았습니다.
[1]
Shargeek 170
첫 번째는 외장형 배터리입니다. 샤긱(Shargeek)은 해외에서 이미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디자인인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연결한 회로 등 내부가 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정확히 어느 단자에서 전력이 얼마만큼 흘러 나가고 있는지 디스플레이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샤긱 170은 이 회사에서 발표한 신제품입니다. 용량은 스펙상 24,000mAh로 아이폰 14 프로를 6번, 맥북 프로를 한 번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의 넉넉한 용량이며, USB-C 포트 두 개와 USB-A 포트 하나로 최대 170W를 출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개의 USB-C 포트는 최대 140W 출력을 지원해서 16인치 맥북 프로도 최대 속도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배터리에 주목한 이유는 보자마자 떠오른 과거의 제품이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프리즘’이라 불린 아이리버 MP3 iFP-100 시리즈입니다. 당시 프리즘도 둥근 건전지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삼각기둥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샤긱 170도 둥근 리튬 이온 배터리 셀을 감싸는 디자인을 한 것이 흥미롭네요. 심지어 살짝 왼쪽으로 치우쳐진 화면의 위치도 비슷합니다. 샤긱에서는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의 앨범 아트에 나오는 프리즘을 참조했다고 하는데, 흥미로운 우연인 거 같네요. 현재 샤긱 170은 킥스타터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40% 할인한 특가 $119(약 15만 원)에 판매 중입니다. 펀딩에 성공하면 12월부터 배송이 시작됩니다. 링크는 [여기]
[2]
휴매인 AI 핀
스마트폰 이후는 어떤 기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요? 스마트폰이 이제는 매년 점진적인 발전만을 반복하면서 나오는 질문입니다. 누군가는 그게 스마트워치가 될 것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쓰면 눈앞에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는 AR 안경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도전자가 참전했습니다. 바로 휴매인이라는 회사의 AI 핀입니다. 휴매인은 애플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부부(이 둘은 2016년 WWDC 때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가 애플을 퇴사하고 만든 회사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숨기지 않았던 곳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공개한 첫 제품이 바로 AI 핀입니다.
AI 핀은 자석 형태로 사용자의 옷에 붙게끔 설계되었습니다. 뒤에는 아이폰의 외장 맥세이프 배터리와 비슷한 개념인 배터리 부스터를 붙여서 배터리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앞에는 사진, 동영상을 찍거나 앞의 상황을 인식하는 데 쓰이는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착용자만 또렷이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된 스피커가 내장돼 있습니다. 거기에, 손에 간단한 UI를 띄울 수 있는 프로젝션 화면까지 탑재했습니다.
AI 핀의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기반인데, 여기에 앱을 설치하지 않고 사용자의 요청을 판단하여 다양한 인공지능 액션을 불러오는 방식입니다. 사용자가 앱을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내기 위함이라고 하죠. 대부분의 조작은 음성으로 하며, 요청하는 방식은 시리와 놀랍도록 유사하지만, 인공지능이 시리보다 문맥을 더 심도있게 파악합니다. 그간 받은 문자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직접 기기 내 데이터나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내는 등 시리와 같은 기존의 음성 비서보다 더 능동적입니다. 인공지능 모델은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기술을 사용하며, 마이크로소프트나 슬랙, 그리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타이달과 제휴해 이들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액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연 AI 핀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휴매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AI 핀의 가격은 $699(약 91만 원)로 웬만한 중급 스마트폰 수준이며, 인공지능 기능을 사용하려면 월 $24(약 31,000원)짜리 구독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통신사인 티모바일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포함됩니다. 심지어 전화와 문자 기능도 있기 때문에 전화번호도 부여됩니다. 말은 안 하지만, 만약에 스마트폰과 함께 쓰는 용도의 기기였다면 전화번호를 부여해 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의구심이 듭니다. 물론 1세대 제품임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기본 패키지에 배터리 부스터를 두 개나 넣어준다는 건 배터리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아닌가 싶은데, 휴매인 쪽에서는 AI 핀의 내장 배터리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중심이 되는 인터페이스에도 불안한 요소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스마트폰을 대체하려한 그 노력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발전하긴 했죠. 하지만 아직도 챗GPT가 허위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서 변호사까지 속이고 있는 마당에 이런 인공지능이 이 제품을 조작하는 메인 인터페이스가 되어 이제 20년 가까이 진화하면서 모두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을 대체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입니다. AI 핀이 정말 스마트폰의 세대교체의 시작일지, 아니면 조용하게 지나가는 제품이 될지는 지켜봐야겠네요.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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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tify x Nothing
케이스티파이가 낫싱과 컬레버레이션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케이스티파이는 여태까지 낫싱의 스마트폰을 위한 케이스를 만든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도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아이폰 케이스만 출시했거든요.
새로운 케이스들은 낫싱의 스마트폰인 낫싱(2)의 독특한 후면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케이스(1)은 블랙 모델을, 케이스(2)는 화이트 모델을 본땄고, 케이스(3)과 케이스(4)는 아이폰의 후면 모습을 본떠서 만들었습니다. 대신에 옆에 크게 낫싱의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이러한 낫싱의 기행(?)이 처음은 아닙니다. 낫싱의 창업자인 칼 페이는 역시 자신이 창업한 원플러스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했던 적이 있는데, 바로 아이폰 6용 샌드스톤 케이스였습니다. 당시 ‘샌드스톤’이라 불리는 원플러스 스마트폰의 독특한 후면 텍스처를 본따서 아이폰 케이스를 만든 것이죠. 그때도 그렇고, 칼 페이는 자신의 회사의 디자인에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낫싱 제품용 케이스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낫싱의 무선 이어폰인 이어(2)를 위한 파우치형 케이스도 함께 나오니까요. 아이폰 케이스는 케이스(1)과 (3)은 아이폰 X부터 15 시리즈까지, 케이스(2)와 (4)는 아이폰 12 시리즈, 13 시리즈, 14 시리즈 전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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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KB Studio
개발자들에게 각광받는 무접점 키보드의 대명사 해피해킹 키보드(HHKB)가 신제품 Studio를 선보였습니다. 스튜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해피해킹 키보드의 콤팩트한 사이즈는 유지하면서 사용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 키보드와 마우스의 기능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전면의 아랫부분에는 마우스 클릭을 위한 좌우 버튼이 있고, 키 사이에는 씽크패드 노트북의 ‘빨콩’을 연상시키는 트랙포인트가 있어서 커서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랙패드가 없는 상황에서 스크롤링은 어떻게 하나 궁금하실 수도 있습니다. 해피해킹은 그 문제를 제스처 패드로 해결했습니다. 제스처 패드는 키보드의 양쪽 측면과 전면에 두 개가 배치되어 있으며, 해피해킹답게 방향키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도 제스처 패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제스처 패드는 모두 윈도우와 macOS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로 개별 설정이 가능합니다. 해피해킹 측은 트랙포인트와 제스처 패드 덕분에 마우스가 전혀 필요 없다고 하는데, 저는 영 불편할 거 같은 건 기분 탓일까요?
HHKB 스튜디오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바로 해피해킹의 특징 중 하나로 유명한 무접점 스위치 대신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커스텀으로 개발한 리니어 스위치라고 하며, 핫스왑도 가능해서 원하면 다른 스위치로도 교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HHKB 스튜디오는 일본에서 44,000엔(약 38만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해피해킹답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도 아니고, 특이한 기능이 많은 만큼 매니아들에게 어필할 키보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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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3D
고전 게임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플레이하는 게 요즘 유행입니다. 현대식 콘솔에 맞게 포팅이나 리마스터를 하고, 닌텐도도 옛날 콘솔 게임을 스위치 온라인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게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죠.
이중에는 “그 당시에 게임을 하던 느낌을 하드웨어로 구현한다”는 목표를 가진 업체가 하나 있으니, 바로 ‘아날로그’입니다. 아날로그는 당시 콘솔 환경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이 아닌, 커스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활용해서 당시 하드웨어의 성능을 완벽히 재현하는 하드웨어 에뮬레이션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콘솔용 카트리지와 100% 호환되면서 HDMI 등의 최신 연결 방식을 지원해서 당시의 게임 환경을 지금도 즐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게 특징입니다. 저도 게임 보이와 게임 보이 어드밴스 게임들을 즐길 수 있는 아날로그 포켓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보이는 제 어린 시절의 첫 콘솔이었거든요.
이런 아날로그가 이번엔 닌텐도 64의 에뮬레이션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여태까지는 패미콤(미국 출시명 NES)과 슈퍼 패미콤(SNES), 세가 메가드라이브(제네시스), 게임 보이와 같이 2D 콘솔을 전문적으로 다루던 아날로그가 최초로 3D 콘솔에 도전하는 겁니다. 닌텐도 64는 <슈퍼 마리오 64>,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그리고 <007 골든아이> 등 많은 명작들을 남긴 콘솔이죠. 그래서 이 콘솔의 이름도 ‘아날로그 3D’입니다.
닌텐도 64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하드웨어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도 모든 닌텐도 64용 게임과의 호환성이 장담되지 않을 정도인데, 아날로그는 모든 닌텐도 64 게임과 완벽히 호환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날로그의 콘솔들 중에서는 최초로 4K 출력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날로그는 이번에 3D를 완전히 공개한 게 아닌, 티저로 공개한 상황입니다. 아직 많은 것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아날로그는 컨트롤러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공개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닌텐도 64의 컨트롤러 모양이 아닌 현대의 컨트롤러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하위호환성도 확실히 챙기는 아날로그이니만큼 사용자가 원한다면 특이한 모습을 가졌던 오리지널 닌텐도 64 컨트롤러로도 문제없이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날로그 3D는 내년 봄에 출시될 예정이고, 가격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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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