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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구글 지도를 쓰고 싶어요

돈을 내고 구입한 기기를 반쪽짜리로 쓰지 않게 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돈을 내고 구입한 기기를 반쪽짜리로 쓰지 않게 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2025. 08. 11

구글 지도 관련 논란이 또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십수 년이 넘은 참 오래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기간에 비해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논란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논쟁이 벌어진 것은 2011년부터였고, 2016년에는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이 내려지면서 구글 지도 속 우리나라는 그림 지도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지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구글 지도에 3D 효과가 붙기도 하고, 대중교통 정보, 장애인 접근성, 에너지 효율 경로 등 다양한 정보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그저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렀지요.

구글 지도

저는 사실 이 문제는 좀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안보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고,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 시장 보호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사이에 늘 우리 이용자의 목소리는 빠져 있었습니다. 단순히 구글의 편을 들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닌 이상 이용자 입장에서는 지도를 막아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습니다. 길게 바라보면 국내 인터넷 시장에도, 모바일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세 가지 측면에서 풀어봅니다. 조금 길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애플의 모바일 결제나 교통카드 문제만큼이나 우리 일상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이니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소비자로서 기술 누릴 권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소비자입니다. 그런데 지도와 위치정보에 있어서만큼 우리는 새로운 기술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쓰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이미 국내 서비스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하지만 지도는 단순한 길 찾기 앱의 선택지를 넘어서야 합니다.

해외에서 구글 지도를 써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요즘 가장 재미있는 것은 증강현실 길 찾기죠. 구글은 길 찾기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해서 카메라로 길을 비추면 길 위에 경로를 보여주는 것인데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다니는 것과 달리 주변을 여유 있게 바라보면서도 안전 측면에서도 훨씬 좋습니다. 곧 나올 ‘구글 XR 글래스’와 맞물리면 어떨까 기대가 되는 기술입니다.

구글 I/O 2025에서 공개된 구글 XR 글래스의 시연입니다. 증강현실과 길안내가 결합되지만 우리는 증강현실은 커녕 길 안내부터… (또르르…)

하지만 운영체제와 지도의 연결은 단순히 길을 찾고, 맛집을 검색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는 AI를 기반으로 점점 고도화되고 있어요. 내 폰 안에 담긴 개인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캘린더에 어떤 스케줄을 입력해요. 시간과 내용, 장소를 넣죠. 그러면 스마트폰은 이걸 보고 앞뒤의 일정을 봐서 ‘이 일정에 맞춰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해요’라고 알려주는 거죠. 캘린더를 단순히 시간 중심의 앱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공간 정보가 함께 더해지면서 가치가 높아지는 거예요.

이 정도까지는 아직 안 되지만 비슷한 경험은 해보셨을 겁니다. 캘린더 일정에 적힌 위치에 맞춰서 ‘지금 출발해야 한다’라고 알려주거나 스마트폰이 자동차 블루투스에 연결되면 ‘집까지 30분 걸립니다’ 같은 정보를 띄워주는 거죠. 이건 안드로이드도, 아이폰도 이미 오랫동안 개인의 이용 패턴을 바탕으로 위치 정보를 학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주고, 더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집에 다 와가면 차고의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는 식의 시나리오들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애플은 정확하지는 않아도 길 안내가 되기 때문에 이 정도 안내는 해 줍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일’일 뿐입니다. 일단 이동 정보에 대한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이동 시간에 대한 정보에 실시간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구글도, 애플도 이걸 왜 안 하냐 따져 물어야겠죠? 그 답은 지도와 관련된 정보를 서버에 올릴 수 없어서라고 합니다. 지도 정보 위에 레이어로 도로 상황, 실시간 대중교통 현황, 높낮이 정보 같은 것들을 얹어 나가면서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합니다.

지도는 단순히 위치 정보만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 위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담아내는 하나의 플랫폼이지요.

이런 레이어 위의 서비스들은 지금 지도 위에서도 운영할 수는 있을 겁니다. 구글은 저해상도 지도로는 못 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는 밀당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 서비스들이 제 역할을 하려면 고해상도 지도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미 구글은 1:5000 수준의 지도를 SK에서 사서 쓰고 있습니다. 이 지도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붙이는 것을 허가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으로도 구글 지도는 활기를 띨 수 있게 됩니다.

국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미리 정보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에게도 좋을 서비스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구글 지도를 쓰려는 해외여행객들에게 편의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맞지만 지도가 제 역할을 하게 되면 당장 우리가 갖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더 똑똑해질 겁니다. 위치 정보를 쓰는 앱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테고요. 우리나라는 국내 산업을 위해서 소비자들이 많은 부분을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돈을 내고 구입한 기기를 반쪽짜리로 쓰지 않게 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구글의 지도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지요. 이 두 회사는 지도 서비스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습니다.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정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안보 위협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시장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도는 현재 네이버, 카카오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이며, 가장 훌륭한 지역 기반의 광고판이기도 합니다. 특히 맛집 노출과 평점이 음식점 사업 성패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광고를 비롯해 예약, 결제 등 위치 정보와 관련된 사업 분야는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 새로운, 그것도 강력한 경쟁자가 들어오면 기존 사업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구글도 지도 서비스의 고도화를 이야기하지만 속내는 위치 정보의 사업화에 대한 게 가장 우선일 겁니다.

무조건 ‘국내 기업이 잘 되어야 하고, 해외 기업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구글 지도가 단순히 일반 지도였다면 굳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도 우리로서는 아쉬울 게 없습니다. 구글은 위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기에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강력한 이점도 갖고 있습니다.

운영체제와 연결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현재 국내 지도 서비스가 과연 구글 지도를 막을 만큼의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최고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서비스들이 발전하는 데에는 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경쟁자가 필요합니다.

‘국내 기업이 경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는 이유라기보다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변명을 돌려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국내 IT 기업들은 이미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자신 있는 국내에서도 경쟁이 어렵다면 해외에서 경쟁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건 꼭 지도에만 한정되는 건 아닙니다.

지도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위치와 관련된 서비스를 구상할 때 우리나라만 다른 지도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라도 국내 서비스를 쓰게 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국내 서비스를 쓴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소비자, 이용자이고 가장 좋은 서비스를 골라서 쓸 권리가 있으니까요.

길 안내도 점차 고도화되어서 자동차의 친환경 경로를 추천하고, 자전거를 탈 때 높낮이를 고려하고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성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구글 지도에는 사실 배울 점이 많습니다.

늘 이야기가 나오는 ‘해외여행객들의 불편’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고, 다른 한 편으로 가려져 있는 ‘접근성’의 관점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구글 지도나 애플 지도는 각 스마트폰에 담겨 있는 접근성 관련 도구들과 밀접하게 연동이 됩니다. 시각 장애인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먹통이 되는 기능들도 있습니다.

구글은 두려운 경쟁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도는 분명 국내 사업자에게 더 유리한 비즈니스입니다. 구글은 글로벌 서비스의 강점이 있고, 자국 내에 이렇다 할 웹 서비스가 없는 국가에서는 강력한 영향력을 갖지만 국내는 이미 기업들이 많은 데이터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구글이 단숨에 이 시장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겁니다. 대신 구글을 통해 더 좋은 경험들이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할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걸 써봐야 더 좋은 걸 개발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이 접하는 서비스들을 이해해야 우리도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시장의 경계가 없는 모바일 시장은 앞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반출’이라는 단어의 두려움, 기술적 현실

그렇다고 해서 구글이 엄청난 고정밀 지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벌써 18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지도는 1:5000 비율로, 여느 지도나 내비게이션에서 쓰는 지도입니다. 여기저기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고정밀 지도에 대한 우려는 사실 1:1000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현대 오토에버 정도의 기업이 자율주행을 목적으로 HD 지도 사업을 통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길안내 정도에 필요한 지도는 그렇게 엄청난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안보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동안의 논리인 휴전 국가 상황도 분명 맞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밀 지도 정보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시기는 기술적으로 지났습니다. 이미 국가별로 띄워 둔 군사용 인공위성은 초정밀 지도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도 정밀 지도의 기준은 1/1000으로 보고 있습니다. 1/5000은 이제 일반 지도 수준이죠.

무엇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민간 위성 지도 사업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구글 어스에 위성 지도를 공급하는 맥사(Maxar)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전 세계의 위성 지도를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판매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지도 서비스에 대해 각종 규제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도에서 중요한 보안 시설을 지우는 데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데, 구글이 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 문제는 구글이 정식으로 지도 서비스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치 사업과 관련된 국내 규제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구글 지도에는 어느 정도 가려진 부분도 있지만 국내에 공식적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구글 어스는 원래 지도가 거의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이뤄지는 일을 국내에서 지적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국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상태인 구글 지도를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안으로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이 국내에, 지도에 대한 데이터센터를 마련하면 가장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지도의 ‘반출’을 반대한 것이지 ‘서비스’를 막은 것은 아닙니다. 구글이 우리나라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긴 하지만 구글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지 않는 것이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지도가 서비스된다고 해도 반출은 기술적으로 계속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의 기술적 특성 때문입니다.

구글 지도는 SK티맵모빌리티에서 지도를 사서 쓰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민감 시설들은 가려져 있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관리하는 것이 보안에도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를 두는 것은 데이터 처리와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서 오는 데이터가 빠르겠지요. 하지만 각 데이터 센터들의 데이터는 하나의 서비스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사이에는 많은 데이터가 동기화됩니다. 지도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지도를 열 때마다 우리나라 지도 부분은 국내 데이터센터로만 운영되도록 할 수는 없겠지요. 여느 서비스들처럼 지도 이미지와 정제된 데이터들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동기화될 겁니다. 이는 반출로 봐야 할까요?

더 깊이 들어가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지도 자료를 해외의 이용자가 열어보는 순간 그 지도 데이터는 그 지역의 데이터센터로, 통신망으로, 그리고 개인의 기기로 복사됩니다. 이것도 반출이라면 반출이지요. 국가 경계를 허무는 인터넷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AI 시대, 좋은 것 경험하며 성장하는 시장이었으면…

길게 이야기했지만 지도를 막는 것보다 구글이 지도 사업자로서 지켜야 할 부분들을 명확히 정해서 국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애플을 비롯해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따르도록 해야 할 겁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참여자는 그에 따르는 규제를 강력하게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그리고 국내 기업들을 위해서도 말이지요.

한편으로는 이 지도 문제가 통상 문제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미 이 주제가 미국 정부와 협상 재료로 오른다는 뉴스들이 나오고 있는데, 국가 간의 협의 결과로 풀리는 것은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기술적으로, 시장을 위해서 개방한다는 명분과는 출발 자체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후에는 적절한 규제를 정하는 데에도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걱정도 됩니다.

길 안내 정도가 아니라 지도 앱에 담길 더 큰 아이디어들을 경험해야 우리도 더 나은 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애플페이, 교통카드, 나의 찾기 같은 것들처럼 말이죠.

무엇보다 우리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이자 그 안에 포함된 서비스의 이용자이고 이를 잘 활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역차별을 이야기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역차별은 누가 이야기를 해 줄까요? 우리는 그렇게 스마트폰을 늦게 도입했고, 간편한 결제 시스템도 늦게 마주했습니다. 아이폰의 애플 페이도, 교통 카드도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뒤처졌습니다. 국내 기술과 서비스 생태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걸 다 내어주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비슷한 서비스가 시작될 때 플랫폼에 녹아들거나 함께 비즈니스를 해 가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이는 앞으로 더 확대될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 기술도 좋지만 글로벌 서비스들과 발을 맞춰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업들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요구를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서비스를 ‘그런 게 있다’고 아는 것과 실제 써보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게다가 최근의 서비스는 플랫폼화되면서 한 가지 서비스가 아니라 여러 서비스가 AI를 통해서 연결되는 경험을 줍니다. 이는 직접 접하고 써봐야 압니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들을 접하면서 성장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 경험에서 나오는 창의력은 전혀 다를 겁니다. 우리는 늘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그 미묘한 경계의 답을 단번에 풀어내지 못하면 일단 덮어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점점 더 명확하게 구분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결국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영역이 ‘규제 해킹’으로 넘어가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마주해 왔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은 점점 더 기존의 가치관을 무너뜨릴 겁니다. 지금까지는 지리적 경계, 시간의 한계를 깨 왔지만 우리는 이제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인공지능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도 서비스도 달라져야 하고, 그 변화의 경험을 이용자들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반쪽짜리 스마트폰을 쓰게 될지 모릅니다.

About Author
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