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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GFX100RF 리뷰: 중형 똑딱이는 어디에 쓸까요?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2026. 07. 14

안녕하세요, 디에디트에서 카메라 리뷰를 담당하고 있는 이주형입니다.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카메라 전략은 독특합니다. 거의 모든 경쟁사가 이미 하고 있고, 역시 많은 사람이 원하는 풀프레임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고, 대신 APS-C 센서(X 마운트)와 중형 센서(GFX 마운트)로 제품을 출시합니다. 중형 센서는 저도 써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마침 작년에 출시한 GFX100RF를 (지난번에 X-Half를 빌려주셨던) 구독자 우죽님께서 빌려주셔서 이번에 드디어 써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GFX100RF는 (이름도 유사한) X100 시리즈와 비슷한 구조의 카메라입니다. 렌즈를 교체할 수 있는 다른 GFX 카메라와 다르게 센서 앞에 렌즈가 붙박이로 붙어 있는 카메라죠. 사실 이런 카테고리의 카메라는 후지 X100뿐만 아니라 라이카의 Q 시리즈소니의 RX1 시리즈, 그리고 리코 GR 시리즈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GFX100RF는 이들 중에서 혼자 중형 센서를 사용한다는 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입니다. GFX100 II와 GFX100S II에 사용하는 1억 200만 화소짜리 중형 센서입니다. 크기는 약 44 x 33mm로, 36 x 24mm인 기존 풀프레임에 비해 약 68% 더 큽니다.

다만 풀프레임 환산 35mm였던 X100 시리즈와 다르게 GFX100RF는 28mm로 좀 더 넓어졌습니다. 처음에 출시 소식을 접했을 땐 조금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28mm는 넓은 풍경을 담거나 피사체와의 거리가 가까운 스트릿 사진에 최적화된 건 사실이지만, 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피사체가 좀 멀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센서가 워낙 화소 수가 많으니 정 안 되면 편집 과정에서 크롭할 수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기도 했습니다.

워낙 센서가 크다 보니 GFX100RF에는 다양한 디지털 크롭 옵션이 있습니다. 먼저, 기본인 35mm(풀프레임 환산 28mm)부터 시작해 45mm(36mm), 63mm(50mm), 80mm(63mm) 수준으로 가운데를 자르는 디지털 텔레컨버터 기능이 있어요. 재밌게도 최대인 80mm까지 잘라도 2,000만 화소 정도 크기의 사진이 나옵니다.

거기에 다양한 종횡비를 설정할 수도 있는데, 심지어 35mm 필름으로 넓은 파노라마를 찍을 수 있었던 TX-1(핫셀블라드 X-Pan)을 오마주한 65×24 화면비로도 설정할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잘라도 4,720만 화소 정도 크기의 이미지가 나오는 것도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크롭 옵션은 JPEG로 촬영할 때만 사용할 수 있어서 여기서 보여드리는 파노라마 사진은 보정 단계에서 크롭한 사진입니다.)

여기 1억 화소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사진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어느 몰에 갔다가 사인회에 참석 중인 가수 아이린을 찍어 보았습니다. 2층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사진 자체는 사인회장 전체가 보이게 찍었지만 디에디트에 올릴 수 있는 최대 가로 길이(1,400px)에 맞춰 크롭을 했더니 선명하게 얼굴이 보일 정도입니다. 이 정도로 크롭을 해도 웹에서 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중형 센서에서 오는 화질의 이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상당해서 보정에 상당히 용이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거기에 후지필름의 유명한 필름 시뮬레이션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리뷰의 모든 샘플 사진은 RAW로 촬영했지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필름 시뮬레이션 프로파일을 기반하여 보정했습니다.

렌즈는 위에 서술한 대로 35mm(풀프레임 환산 28mm)의 F4 렌즈입니다. 후지필름 렌즈답게 조리개 링이 붙어 있어 조리개 수치를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렌즈 자체의 화질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문제는 최대 개방 조리개가 F4라는 것인데요. 최대 개방 조리개가 낮을수록 더 많은 빛을 들여보내서 셔터 속도를 확보하고, 어두운 곳에서 찍을 때는 고감도 노이즈도 줄일 수 있어요. 리코 GR IIIx와 같이 단렌즈가 탑재된 콤팩트 카메라는 조리개가 아무리 작아도 F2.8 정도까지는 개방할 수 있는데 반해, GFX100RF는 F4로 제가 여태껏 본 단렌즈 중에는 가장 낮은 조리개 수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두운 환경에서는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ISO 수치가 많이 올라가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곤 했어요.

이렇게 어두운 환경에서 도움이 안 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으니, 바로 이 큰 센서에 보디 손 떨림 방지 시스템(IBIS)이 없다는 점입니다. 센서가 커질수록 저속 셔터에서의 흔들림이 더 잘 보일 수밖에 없는데, 후지필름은 이걸 빼 버리는 초강수를 두었죠.

그렇다면 왜 후지필름은 이런 타협을 했을까요? 바로 크기때문입니다. 실제로 상당히 큰 편인 중형 센서를 넣고도 GFX100RF의 크기는 아담한 편입니다. 물론 RX1RIII이나 리코 GR IIIx와 같은 극단의 소형화를 꾀한 카메라들보다야 크지만, 중형 센서가 들어가 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작은 크기를 자랑합니다. 덕분에 리뷰하면서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렌즈 조리개를 F4로 제한한 것도 사실은 렌즈의 크기를 최대한 작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IBIS를 삭제한 것 역시 IBIS 유닛을 넣으면서 크기가 커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휴대하기 좋은 중형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 부분에서 타협한 것이죠.

우려와는 다르게 IBIS가 없는 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GFX100RF는 센서 앞에 셔터 유닛을 따로 붙이는 일반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와 다르게 렌즈에 셔터를 내장하는 방식(리프 셔터)을 사용하는데, 이 셔터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일반적인 기계식 셔터보다 셔터가 움직일 때 오는 충격이 훨씬 덜해서 느린 속도로 찍어도 생각보다 흔들리는 사진이 잘 나오진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삼각대 없이 1/8초로 찍었는데도 흔들리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렌즈의 조리개도 그렇습니다. 리프 셔터 덕분에 셔터를 더 느리게 해도 되는 것도 있지만, 센서가 워낙 크다 보니 노이즈가 좀 끼어도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평소 다른 카메라를 쓰는 것보다 도리어 어두운 환경을 찍거나 핸드헬드로 장노출 사진을 찍는 게 더 나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물론, F4 조리개는 여전히 아쉽긴 합니다. 큰 센서의 장점 중 하나인 얕은 심도를 내기가 쉽진 않거든요. 화각도 꽤 넓은 편인 데다가, 조리개를 F4로 줄여놓으니 극단적인 배경 흐림을 내려면 피사체를 상당히 가까이 놓고 찍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후지필름의 1차적인 목표였던 작은 크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GFX100RF는 크기도 크기지만 중형 포맷을 좀 더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기도 해요. GFX100RF의 가격은 739만 8,000원으로, 당연히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렌즈까지 붙어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억 화소 센서가 탑재된 GFX 시리즈 카메라 중에서는 실질적으로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같은 센서를 가진 GFX 100 S II의 보디만 699만 원이고, 여기에 화각이 가장 유사한 GF 30mm F3.5 렌즈(220만 원)까지 조합하면 900만 원이 넘는 가격이거든요. 1억 화소에 가까운 중형 포맷의 GFX 카메라를 그나마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는 카메라인 셈입니다.

거기에 비슷한 개념에 더 작은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소니의 RX1RIII보다는 단(?) 90만 원 더 비싸고, 라이카 Q3와 비교하면 400만 원 넘게 더 저렴하죠. 물론, 이렇게 보면 합리적인가 싶다가도 절대적 가격을 보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긴 합니다. (센서는 훨씬 작지만) 같은 화각인 리코 GR IV를 네 대 사고도 남는 돈입니다. GR IV도 비싸다고 하는 마당에 말이죠.

여기서 GFX100RF의 가장 큰 문제가 드러납니다. 바로 애매한 위치죠. 카메라 자체는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지만, 이 카메라를 추천하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거기서부터 애매해지거든요. 과연 누구에게 이 카메라를 추천할 수 있을까요? 작은 크기 덕분에 스트릿이나 여행에 좋고, 거기에 대형 센서에 광각 계열 화각 덕분에 풍경에 찍기도 좋은 나름의 전천후 카메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렌즈 붙박이형의 한계, 특히 F4까지밖에 못 여는 렌즈가 이 대형 센서의 잠재력을 온전히 쓰지 못한다는 느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후지필름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카메라를 작게 만들긴 했지만, 스트릿 용도로 쓰기엔 GR IV나 X100VI보다는 확실히 휴대성에서는 불리한 모습이고, 거기에 결정적으로 네 배의 가격을 주고 GFX100RF를 대신 들일 만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이렇게 GFX100RF는 이렇게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추천이 힘든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갖고 싶은 카메라라면, 그런 논리가 꼭 필요할까요?


GFX100RF 샘플 사진들

지나가다 찍어 본 귀여운 베스파입니다.

리프 셔터가 주는 저속에서의 안정감과 센서의 고감도 성능 덕분에 밤의 모습을 핸드헬드로 담기에 좋았습니다.

광화문 앞에서 BTS가 컴백 라이브를 하기 며칠 전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열심히 무대를 설치하고 있더군요.

새벽 비행기를 기다릴 때의 공항은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비수기에 나가서 그런 걸까요?

<명탐정 코난>에서 검은 조직의 간부 진이 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포르쉐 356입니다. 이걸 공도에서 실제로 마주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옆에는 본드카 중 하나로 유명한 애스턴 마틴 V8이 있었네요)

시부야역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우에노를 돌아다니며 저녁 풍경을 담았습니다.

숙소가 스카이트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장소라 다양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차를 좋아하지만, 여전히 차 사진은 젬병인 거 같네요.

대체 뭘 사는 줄이었을까요.

일본에 가면 돈카츠는 먹어주고 와야죠.

여행이 끝나기 전의 막판 쇼핑.

올해는 3월의 일본부터 시작해서 벚꽃의 풍경을 꽤 오랫동안 봐 왔던 거 같습니다.

화소 수가 워낙 크니 적당한 리사이즈로는 노이즈가 거의 안 보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맥 데스크톱의 과거와 현재를 모아놓고 찍어보았습니다.

확실히 풍경과 건축을 좋아한다면 눈여겨볼 만한 카메라입니다.

About Author
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