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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보기 좋은 낮은 산 5

해발고도가 낮고, 시야가 탁 트인 코스만 모았다
해발고도가 낮고, 시야가 탁 트인 코스만 모았다

2022. 12. 29

안녕. 여기는 2022년의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떠오르는 해를 보는 건 신비로운 경험이다. 그중에서도 새해 첫 해돋이는 더욱 그렇다. 새벽같이 움직여 산 정상에 서서 얼은 손과 발을 비벼가며 일출을 본다면 그 해는 성공이 보장된 것만 같다. 좋은 시작은 그것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새해 첫 해돋이를 보면 좋지만 새벽부터 높은 산을 오를 자신은 없다.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는 1월 1일의 새벽은 대단히 추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곱 시쯤 느즈막히 일어나 낮은 산을 오르면 된다. 해발고도가 낮아도 시야가 탁 트인 산과 정상 근처까지 도로가 닦여 오래 걷지 않아도 되는 코스를 모아 보았다. 2023년은 힘차게 등산과 해맞이로 열어보자.


[1]
⛰️서울 / 아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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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병권

서울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산이다. 해도 가장 먼저 뜬다. 지하철을 타고도 갈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과 광나루역이 근처에 있다. 매년 5만 명이 일출을 보러 오는 곳이다. 정상까지 가는 길이 완만하고 등산로도 잘 만들어져 있다. 조금도 걷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5분짜리 코스도 있다. 구리시고구려대장간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면 전망바위까지 5분이 소요된다. 작년 새해 일출 산행에는 대통령 부부도 마주쳤다. 과연 서울을 대표하는 해맞이 스폿이다.

1400_acha ©여행작가 이병권

아차산 해맞이공원에 서면 롯데타워, 남산, 북한산, 도봉산이 다 보인다. 어딜 둘러봐도 탁 트였다. 그 말은 1월 1일 일출뿐 아니라 12월 31일 일몰도 볼 수 있다는 사실. 30분의 등산이 허무하다면 용마산까지 이어 두 개의 정상을 찍어도 좋다. 꼭 아차산 정상을 오르지 않아도 해맞이공원, 고구려정, 대성암 등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코스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소요 시간과 난도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 나는 그날 먹고 싶은 하산 식사에 맞춰 코스를 구성한다. ‘우리콩밭손두부’나 ‘원조 할아버지 손두부’를 방향으로 하산한다.

  • 높이: 295.7m
  • 소요 시간: 30분
  • 추천 코스: 아차산역 1번 출구 – 기원정사 – 해맞이공원
  • 일출 예상 시간: 7시 46분

[2]
⛰️아산 /고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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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권용극

충남 아산의 고용산 역시 해발고도는 낮지만 조망이 좋다. 조금만 올라도 주변 평택, 천안, 당진, 아산시의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출과 더불어 서해안 일몰도 볼 수 있는 산이다. 고용산에는 따로 정상석이 없고 헬기장과 삼각점, 태극기가 있다.

1400_goyong1 ©사진작가 권용극

고용산은 암석산이다. 오르는 길이 평탄하지 않아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겨울에는 미끄러지는 사고가 일어나므로 밧줄을 잡고 천천히 올라야 한다. 보드라운 털 장갑 보다는 질기고 튼튼한 장갑을 챙길 것. 정상까지 오르는 게 부담스럽다면 중턱의 용수사에서 일출을 봐도 된다.

  • 높이: 295.8m
  • 소요 시간: 40분
  • 추천 코스: 아산정 – 고용산 정상
  • 일출 예상 시간: 7시 40분

[3]
⛰️포항 /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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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포항시 블로그]

포항시 월포리에는 사이가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렵게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그 아기가 대단히 비범했다. 마을 사람과 친척들은 아이가 자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거라 경고했고 부부는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죽이기로 한다. 그 순간 아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아기는 포항 청하면에 내려앉아 용산이 된다. 기묘한 전설만큼 용산에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대단하다. 용의 머리 모양을 한 산 바로 아래 파도가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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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이지만 경사도가 심하지 않다. 평평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포스코 수련원 앞에 차를 주차하고 출발하는 코스만도 세 가지가 있다. 코스 입구에는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이 놓여 있다. 역시 비범한 산이다. 용산은 크게 세 가지 코스가 있다. 최단 거리가 아닌 둘레길을 종주하면 5km, 세 시간이 소요된다.

  • 높이: 203.3m
  • 소요 시간: 35분
  • 추천 코스: 포스코 수련원 주차장 – 용두리 – 용두암 – 용산정상
  • 일출 예상 시간: 7시 32분

[4]
⛰️부산: 봉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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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험하기로는 부산의 봉래산도 빠질 수 없다. 영도 중심의 이 산은 봉황이 날아들고 신선이 살며 불로초가 있다는 명산이다. 정상에는 영도 할매가 어떻게 주민의 안위를 지키는지도 쓰여 있다. 봉래산에 오르면 부산 대표 관광지가 다 보인다. 영도대교, 자갈치 시장, 부산항 대교, 오륙도에 날씨 좋은 날이면 대마도까지 보인다. 사방이 트여 있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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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다음에도 산을 오르는 일이 어렵지 않다. 데크 길이 깔려 있으며 안내판이 자세한 편이다. 정상을 향하는 갈림길에서는 계속 오른쪽을 선택하면 된다. 바다를 끼고 산을 오르려면 손봉, 자봉 코스가 좋다.

  • 높이: 395m
  • 소요 시간: 20분
  • 추천 코스: 복천사 – 봉래산 정상
  • 일출 예상 시간: 7시 32분

[5]
⛰️여수: 향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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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은 우리나라 4대 해돋이 명소다. 이름부터가 ‘해를 향하고 있는 바위’다. 매년 7만명 씩 새해 기강을 다지러 향일암을 찾는다. 향일암은 여수 금오산 중턱에 있다. 금거북이 불경을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한자로 바꾸면 금오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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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향일암이 있는 절 앞까지 갈 수 있다. 코앞에 절이 보이지만 40도 경사의 돌계단을 10분 동안 올라야 한다. 적당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바다를 끼고 산을 오르면 남해의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다.

  • 높이: 금오산 323m
  • 소요 시간: 10분
  • 추천 코스: 여수향일암주차장 – 향일암매표소 – 향일암
  • 일출 예상 시간: 7시 35분
  • 관람료: 성인 2,500원
보너스
  • 서울: 인왕산(340m), 봉산(209m)
  • 경기도: 파주의 심학산(192m), 하남의 검단산(657m), 부천의 원미산(123.8m), 군포의 수리산(469m)
  • 강원도: 고성의 응봉(122m), 강릉의 모산봉(105m)
  • 경상도: 남해의 금산(681m)
  • 전라도: 광주의 무등산 중머리재(617m)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