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디에디트 매거진에서 맥 전문 리뷰어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주형입니다. 지난번 M5 맥스를 장착한 맥북 프로 리뷰를 하면서 맥스 칩이 저에게 과하다는 것을 알고, 결국 지난 5년 가까이 고생해 준 M1 프로 14인치 맥북 프로를 대체할 용도로 M4 프로 맥 미니를 주문하는 결론으로 마무리했었습니다. 리뷰가 끝나고 바로 셋업을 했고, 이제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요.
근데 제 보스(?)이자 편집자인 에디터H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도 맥북 프로를 바꿔야 하는데 혹시 M5 맥북 에어는 어떠냐고 말이죠. 에디터H의 맥북 프로는 저와 똑같은 M1 프로에 32GB 메모리지만 SSD만 2TB로 올렸다고 해요.

마침, 저도 M4 프로 맥 미니와 매칭할 서브 맥북을 고민하고 있던 차였고, 그렇게 제 앞에는 15인치 M5 맥북 에어가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얘기는 지난번 M2 모델을 리뷰했을 때 다뤘으니 건너뛰도록 할게요. 다만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미드나이트 색상을 구매하신다면 겉면에 보호 스킨을 하나 씌우시는 걸 추천합니다. 애플이 이후 모델에 미드나이트 색상에 쉽게 지문이나 얼룩이 묻는 문제를 완화했다고는 하나, 박스를 열자마자 지문이 묻기 시작해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더군요. (사진을 찍기 위해 렌즈 세척에 쓰는 알코올 티슈로 열심히 닦아야 했습니다.)
리뷰를 사용한 맥북 에어의 사양은 15인치에, 통합 메모리는 32GB, SSD는 2TB입니다. 메모리와 SSD는 에디터H의 M1 프로 맥북 프로와 같습니다. 가격은 359만 원으로, 과거 M1 맥북 프로를 샀던 가격과 많이 비슷해졌어요. 아마 환율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겠죠.
먼저, M5의 성능 얘기를 해볼까요? 여러모로 생각보다 놀라웠습니다. 싱글 코어는 바로 직전에 리뷰했던 M5 맥스와 맞먹고 (같은 코어니까요), 역시 싱글 코어가 중요한 웹 브라우저 벤치마크에서는 제 M4 프로 맥 미니보다도 앞섭니다. 더 놀랐던 건 어도비 앱들의 성능을 자동화된 스크립트로 테스트하는 Pugetbench였는데요, 물론 24GB인 맥 미니에 비해 메모리에서 우위를 갖고 있긴 하나 포토샵과 라이트룸에서 M4 프로와 오차 범위 내의 성능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말에 스냅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라이트룸을 자주 사용하는 저로서는 충격이었어요. (60만 원이라도 메모리도 올릴걸…) 다만 GPU를 집중적으로 갈구는 프리미어에서는 여전히 M4 프로가 우위를 보였고, M1 프로 역시 M5보다 다소 앞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웹 브라우징 성능을 테스트하는 다양한 벤치마크에서는 당연히 M1 프로보다 훨씬 앞서는 모습입니다. 특히 M5 계열은 모두 같은 코어를 사용하기에 싱글 코어가 중요한 웹 브라우저 벤치마크에서는 M5 맥스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보입니다. 다만, 거대한 iOS 앱 프로젝트를 컴파일하는 엑스코드 벤치마크에서는 여전히 M1 프로보다는 다소 느린 메모리 대역폭의 영향 때문인지 생각보다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어요.

여기서 맥북 에어의 성능을 얘기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팬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벤치마크를 돌릴 때 3회를 측정하는데, 실제로 시네벤치에서 연속으로 측정할 때마다 섀시가 열을 받아 M5에 스로틀링이 걸리면서 3회차 측정 때는 점수가 1회차 때보다 무려 10% 이상 빠지기도 했어요. 최적의 벤치마크를 위해서는 한 번 돌리고 최소 30분은 맥북을 재워서 섀시 온도를 떨어트려야 했죠. 특히 지속 성능도 같이 테스트하는 시네벤치는 1회 테스트도 10분 정도로 긴 편인데, 이 동안에도 섀시가 열을 받아 스로틀링이 걸리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벤치마크를 돌려야 하는 상황에만 문제일 뿐, 평소 사용 패턴대로 맥북 에어를 쓰는 동안에는 발열이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에어를 선택할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이렇게 길게 CPU와 GPU에 부하를 가하는 건 보통 동영상이나 사진 내보내기와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풀 로드로 돌려야 하는 작업이고, 그런 작업은 보통 자기 전에, 혹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하니까요. (괜히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 짤이 도는 게 아닙니다.) 하다못해 영상 편집이나 사진 보정을 하고 있을 때도 칩이 계속해서 최대 성능을 내고 있는 건 아니어서 이런 지속 성능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에 M5 칩에서 더 나은 지속 성능이 필요하다면, 팬이 달린 기본형 맥북 프로를 사는 게 맞겠죠.
맥북 프로 얘기가 나온 김에 프로에서 에어로 내려온다면 잃게 될 것들을 한 번 나열해 볼까요. 먼저, 최대 밝기 1,600니트와 120Hz 최대 주사율을 지닌 미니LED 디스플레이를 잃고, 오른쪽의 SD 카드와 HDMI 단자를 잃게 됩니다. 스피커도 프로보다는 확실히 공간감이 떨어지죠. (그렇다고 못 들을 수준이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동급의 타사 노트북보다는 월등히 낫거든요) 대신 13인치와 14인치 기준으로 같은 사양(M5 풀침, 16GB 메모리, 1TB SSD)을 맞추고 비교해 보면 60만 원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여기 중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하면 프로를 구매하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에어를 구매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많이 간과되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무게와 두께예요. 13인치 맥북 에어는 14인치 맥북 프로보다 4.2mm 더 얇고, 무게는 무려 320g이나 더 가볍습니다. 320g이면 아이폰 에어 두 대를 넘는 무게로, 결코 무시할 수는 없죠. 15인치 맥북 에어도 14인치 맥북 프로보다 40g 정도 더 가볍습니다.
저는 2008년 첫 맥부터 맥북 프로였을 정도로 오랜 기간 맥북 프로를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맥 미니가 없었다면 맥북 에어로 내려가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무게입니다. 많이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는 프리랜서여서 무게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최근 들어 14인치 맥북 프로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맥북 에어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는 더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인텔 시절에는 이런데도 맥북 프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데, 이때는 에어의 성능이 프로와 비교해 한참 떨어졌기 때문이었어요. 웹 서핑 이외에 조금이라도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려고 하면 맥북 에어의 인텔 프로세서는 부족한 성능을 보였었거든요. 하지만, 애플 실리콘과 M 시리즈 칩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맥북 에어도 옛날의 인텔 맥북 프로급의 성능을 충분히 낼 수 있는 노트북이 되었습니다. 웬만한 일반적 용도로 노트북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에어에 들어가는 기본형 M5 이상으로 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죠. 하다못해 맥북 프로 역시 기본 M5 칩부터 시작하니까요. 이제 M5 프로나 M5 맥스는 좀 더 특수한 용도를 가진 진정한 프로 사용자들을 위한 칩이 되고, 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기본 M5도 충분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론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맥북 프로를 사용해온 에디터H에게 M5 맥북 에어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칩의 등급 자체는 다운그레이드일지 몰라도 성능은 비슷하거나 앞서 있고, 에디터H도 저와 비슷하게 외근이 잦아서 더 가벼운 무게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맥북 프로가 우위를 가지는 부분들이 저나 에디터H에게는 크게 체감될 부분은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다음 맥북으로 과연 맥북 에어를 구매할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맥북 한 대만 운용한다고 하면 당연히 맥북 에어에 메모리를 좀 올려서 구매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미 M4 프로 맥 미니가 대부분의 고성능을 요하는 작업을 해주고 있고, 들고 다니는 맥북에는 그 정도로 높은 성능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여기서 들어오는 변수가 바로 맥북 네오입니다. 맥북 네오의 등장으로 맥북 에어는 이제 맥북 라인업의 저가형이라는 타이틀을 뺏겼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맥북 라인업 전체에서 상대적인 것일 뿐, 가격 자체는 저가형이라 보기 힘들었지만요. 물론 이미 성능이 어느 정도 증명이 되긴 했지만, 제가 맥북에서 원하는 작업이 과연 네오로 충분한가는 아직도 물음표이긴 합니다. 과연 저에게 맥북 에어가 더 어울릴지, 아니면 맥북 네오로도 충분할지는 네오를 써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해 보려고 합니다.
이제 맥북 에어는 더 이상 막내가 아닌, 맥북 가족 세 아이의 둘째가 되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주인공 덕선(혜리)이 둘째여서 언니이자 첫째인 보라와 막냇동생 노을 사이에서 서러워했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맥북 에어도 비슷합니다. 사실 제품군에서 중급이라는 것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 될 수도 있거든요. 특히 기본 가격이 이제 200만 원에 육박하는 만큼, 맥북을 잠재적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층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거의 반값인 맥북 네오로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중급이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활용도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맥북 에어도 딱 그 느낌입니다. 어떤 걸 던져도 기본 이상은 하는 맥북이죠. 자신이 M5 프로나 맥스의 성능이 필요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는 게 아니라면, 웬만하면 맥북 에어가 기본적인 선택이 될 겁니다. 아이폰 칩을 쓴다는 맥북 네오의 성능이 혹시나 불안하다면, 16GB 메모리에 512GB SSD가 탑재된 맥북 에어의 기본형만으로도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새로운 막내에 빛이 가리긴 했지만, 여전히 맥북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제품입니다. 결국 드라마의 주인공이 둘째 덕선이였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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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