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 맥북 프로 유저 이주형입니다. 제 첫 맥은 2008년형 15인치 맥북 프로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맥북 프로를 사용하다가, 지금은 2021년에 나오자마자 구입한 M1 프로 14인치 모델을 5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죠.
솔직히 이 맥북 프로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수천 장의 사진을 보정할 때면 좀 답답해지긴 하지만, 매일매일 사용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아, 이제는 더 작은 14인치임에도 무거운 게 좀 불만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 노트북을 사용한 지 5년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는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번에 새로 출시한 신형 맥북 프로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무려 M5 맥스가 탑재된 따끈따끈한 신제품이에요. 예전에 M2가 장착된 15인치 맥북 에어와 M4 맥 미니를 리뷰 목적으로 써본 적은 있지만, 제가 여태 써본 맥 중에서는 가장 상위 스펙의 모델입니다.

- 16인치 나노 텍스처 디스플레이
- M5 맥스 (18코어 CPU, 40코어 GPU)
- 128GB 통합 메모리
- 4TB SSD
사실상 최대 8TB까지 선택할 수 있는 SSD를 제외하고는 소위 풀옵션 사양입니다. 이 사양대로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견적을 뽑아보니 981만 5,000원이 나왔습니다. 아마 제 평생 어떤 컴퓨터든 이 돈을 내고 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일단 16인치 모델을 사용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 들어보았습니다. 2.1kg의 무게가 특히나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14인치 이상의 노트북을 사용하는 건 먼 옛날 15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를 사용하던 때 이후 거의 9년 만이라 그런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화면을 열어보면 광활한 16인치 (41.0cm) 화면이 반깁니다. 16인치 화면의 장점은 특히 모니터를 따로 갖추지 않았다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재택으로 일을 많이 하는 입장이라 집에 데스크톱 셋업이 갖춰져 있는데, 이따금 거실에 트랙패드와 키보드를 갖다 놓고 일하는 걸 즐기기도 합니다. 제가 늘 쓰던 14인치 맥북 프로와는 고작 2인치 차이인데 이 큰 화면이 모니터 없이도 작업하는데 꽤 쾌적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무겁지만) 이 크기의 화면을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올 분들도 많을 겁니다.

맥북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 프로를 제외하면 가장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2,500여 개가 넘는 로컬 디밍 존을 가진 미니LED 백라이트를 가진 디스플레이로, 최대 1,600니트의 부분 최대 밝기를 보입니다. HDR 콘텐츠를 작업하는 데 최적화된 디스플레이지만, SDR 밝기도 최대 1,000니트여서 햇빛이 비춰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나노 텍스처입니다. 커버 유리 표면 자체에 미세한 난반사 처리를 하여 반사율을 낮추는 원리인데, 실제로 추가로 저반사 코팅 강화 유리를 붙인 제 아이폰과 비교해 봐도 반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물론 난반사 처리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화질 저하의 문제에서 100%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기존의 단순한 매트 처리된 저반사 필름보다는 더 선명했고, 거슬리지는 않는 화질을 보여줍니다. 만약 야외에서 맥북 프로를 자주 쓴다고 하면 필수 옵션이지 않을까 싶어요.
위에 말했듯이, M5 맥스는 현행 M5 라인업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 18개 CPU 코어, 그리고 40개의 GPU 코어로 구성돼 있죠. 이번 M5 맥스는 기존의 맥스 칩과 다소 다른 CPU 코어 구성을 보입니다. 이제 M5는 세 가지의 코어 구성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이중 기본 M5는 효율 코어와 슈퍼 코어, 그리고 M5 프로와 맥스는 새로운 성능 코어와 슈퍼 코어를 사용합니다. 조금 헷갈리니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존의 성능 코어라 불렸던 것을 슈퍼 코어로 바꾸고, 슈퍼 코어와 효율 코어 사이의 새로운 중간급 코어를 성능 코어로 지칭했다고 보면 됩니다.

새로운 성능 코어는 슈퍼 코어와 효율 코어 사이의 성능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코어입니다. 애플 실리콘은 자잘한 작업에는 웬만하면 슈퍼 코어를 깨우지 않고 최대한 효율 코어를 활용해 전력 소모를 낮추는데요. 기존의 프로와 맥스 칩에 탑재된 최대 4개 정도의 적은 수의 효율 코어로는 보통 충분하지 않아서 더 큰 코어를 깨우는 일이 잦아지고, 이는 전반적인 전력 소모를 키우곤 했습니다. 이제 M5 프로와 맥스의 새로운 성능 코어는 효율 코어를 완전히 대체하고, 웬만한 작업에서는 슈퍼 코어를 깨울 필요가 없어지게 됐어요.
물론 기존의 효율 코어보다 코어 자체도 더 크고, 수도 더 많으니 전력 소모가 더 크지 않을까 우려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문서 작업이나 유튜브 시청 등 정말 간단한 작업을 4시간 정도 한 결과, 고작 30% 정도의 배터리 소모를 보였습니다. 즉, 단순 비율 계산으로는 13시간 이상을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최대 용량에 근접한 99Wh의 거대한 배터리 덕분이기도 합니다. 아마 더 작은 배터리를 탑재한 14인치 모델에서는 13시간까지는 나오지 않겠지만, 대신 디스플레이가 더 작아서 사용 시간 면에서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떨까요? 간단한 벤치마크부터 돌려보면 입이 벌어집니다. 시네벤치의 멀티코어 CPU 성능은 M1 프로(그리고 같은 수의 CPU 코어를 쓰는 맥스)와 비교해 4배 정도의 속도 차이, 그리고 GPU 성능은 무려 9배의 차이를 보입니다. 블렌더의 GPU 벤치마크에서는 그 차이가 16배로 더욱 벌어집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순수 성능 차이는 실제 환경에서 그대로 반영될지, 실생활에서의 벤치마크를 한 번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컴퓨터를 쓸 때 거의 매일을 살다시피 하는 브라우저 벤치마크입니다. 웹에서 많이 쓰이는 프레임워크 중 하나인 자바스크립트 성능을 측정하는 제트스트림 벤치마크에서는 M1 프로와 비교해 약 30%의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우리가 실제로 쓰는 웹 앱들과 비슷한 환경에서의 성능을 측정하는 스피도미터에서는 약 68% 더 빨랐어요. 이 두 벤치마크는 CPU의 싱글 코어 성능이 크게 좌우하는데, 특히 제트스트림의 경우 정황상 슈퍼 코어가 아닌 성능 코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네요. GPU 성능이 중요한 모션마크에서는 57% 더 나은 성능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도비 앱들은 어떨까요? 포토샵, 라이트룸 클래식, 프리미어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액션들의 성능을 측정하는 퓨젯벤치(PugetBench) 결과를 보면, 포토샵의 경우 약 M5 맥스가 M1 프로보다 약 75%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라이트룸은 104%, 프리미어는 286% 정도 더 나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 벤치마크만큼의 수준으로 차이가 나지 않을까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일단, 앱의 최적화 문제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코어의 수로 컴퓨터의 성능이 판가름 나는 세상에서는 병렬 프로세싱의 최적화가 중요한데, 이는 멀티코어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부터 개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괜히 대부분의 ‘가벼운’ 작업에서는 싱글코어 성능이 더 중요한 게 아니죠. 예를 들어 제가 실제로 라이트룸으로 RAW 사진을 보정하고, JPEG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CPU와 GPU를 모두 활용하는 M1 프로 때와 다르게 M5 맥스에서는 특히 GPU 자원을 100% 활용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컴퓨터 공학 이론에는 ‘암달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특정 작업의 병렬 프로세싱을 위해 여러 개의 CPU나 GPU 코어를 가져다 쓴다 하더라도, 해당 작업에서 병렬화가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질수록 성능의 개선에 더욱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유로 ‘암달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단한 예로, 한 작업에서 병렬화가 가능한 부분이 95%라고 가정하면 수천 개의 코어를 투입한다 하더라도 최대 20배 정도에서 성능 개선의 한계가 오고, 병렬화 비율이 90%로만 떨어져도 성능 개선의 한계는 10배로 반 토막이 납니다. 물론 지난 5년간 코어 자체의 성능 개선 덕분에 암달의 법칙이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앱의 작업 중 100% 병렬화가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어서 코어 수가 단순히 많아진다고 해서 성능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거기에, 벤치마크는 보통 CPU 혹은 GPU 중 하나의 성능만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하는 구조여서 최대 성능을 뽑아내기가 쉽습니다. 특히 블렌더와 시네벤치와 같은 3D 렌더링 벤치마크는 병렬화가 매우 잘 되는 작업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가 컴퓨터에서 하는 작업에서 둘 중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어요. 특히 포토샵이나 프리미어와 같은 프로 앱들은 우리가 보통 하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도 여러 가지의 프로세스를 CPU와 GPU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둘 사이를 데이터가 오가면서 둘 중 하나만 돌아가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병목이 발생하기도 해요. 애플 실리콘이 CPU와 GPU가 하나의 메모리 풀을 공유하는 통합 메모리 구조로 이러한 병목을 최소화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는 거죠.
물론, 이렇다고 해서 작업을 할 때 느리다고 느껴지냐고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닙니다. M1 프로에서는 빠른 보정 작업을 위해 일종의 프록시 파일을 생성해서 사용하는 데 반해, M5 맥스에서는 1억 화소가 넘는 RAW 사진도 어떠한 프록시의 도움 없이 문서 작업하는 것처럼 돌리거든요. 하지만, 내가 평소에 하는 일이 M5 맥스의 모든 성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 돈을 들여가며 구매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다면 M5 맥스의 이 엄청난 성능은 어디에 쓰는 게 좋을까요? 바로 드는 생각은 바로 로컬 LLM일 겁니다. 실제로 최대 128GB의 통합 메모리는 GPU 메모리가 중요한 로컬 LLM에 제한적인 VRAM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데스크톱 환경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도 하고, 특히 이번 M5 세대의 GPU에는 AI 작업을 가속화할 수 있는 뉴럴 가속기가 탑재되어서 관련 성능 지표도 개선됐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로컬 LLM이 필요한가는 차치하더라도, 보통 데스크톱에서 계속 켜두는 로컬 LLM을 굳이 노트북에서 돌릴 필요는 없겠죠. 차라리 곧 M5 라인업의 칩으로 업데이트될 맥 스튜디오를 기다리는 게 나아 보입니다. 같은 사양에서는 당연히 화면과 키보드, 트랙패드, 카메라 등이 빠진 맥 스튜디오가 더 저렴할 테니까요.
하지만, 3D 렌더링을 많이 하는 업종에서는 이 맥북 프로가 가장 빛날 겁니다. 3D 렌더링 역시 통합 메모리 구조 덕분에 GPU에 엄청난 양의 메모리를 안겨줄 수 있는 방식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작업을 한다면 맥북 프로에 M5 맥스를 넣는 게 일리가 있을 법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M5 맥스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답은 ‘아니요.’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M5 맥스는 웬만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대부분의 맥 사용자에겐 과한 칩입니다. 솔직히 기본형 M5로도 충분하고, 이펙트가 더 많이 들어가는 영상 편집을 한다고 하면 M5 프로까지도 고려해 볼만하겠죠. 하지만 M5 맥스는 대부분의 맥 사용자는 이 성능의 본전을 뽑기 매우 어려울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돈이 많아서 그런 거 상관없이 구매하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요.
하지만 이 성능이 필요하다는 걸 자신이 알고 있다면, 그리고 특히 이 성능을 들고 다녀야 한다면, M5 맥스 맥북 프로는 거의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고 5년이 흘러, 노트북으로 이 정도 성능의 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비현실적입니다. 제가 그 파워를 다 쓰진 못하지만 말이죠.

한편, M1 프로 맥북 프로를 교체하려던 저는 결국 애플 스토어의 24개월 무이자 프로모션이 끝나기 전 M4 프로 맥 미니를 구매했습니다. 마침 리뷰를 마무리 짓는 이 순간, 집에 도착했네요. M5 맥스를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맥스 칩이 나에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에게 M5 맥스는 과분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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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