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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에어 15 리뷰: 그랜저병에 걸렸다

역대 맥북 에어 중에 가장 큰 화면을 가졌다
역대 맥북 에어 중에 가장 큰 화면을 가졌다

2023. 11. 13

안녕하세요. 맥 사용 16년 차인 쿠도군, 이주형입니다. 사람들은 큰 걸 좋아합니다. 자동차도 세단이나 해치백보다는 널찍한 SUV를 원하고, 스마트폰도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보다는 널찍한 대화면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아이폰 미니를 2년 만에 단종하고,  훨씬 더 큰 아이폰 14 플러스 모델을 내놓은 애플만 봐도 알 수 있죠.

노트북도 비슷합니다. 노트북이라는 게 애초에 휴대성을 위해 탄생한 물건이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큰 화면을 가진 노트북을 선호하니까요. 물론 대화면 노트북은 매력적입니다. 작업을 할 때도 쾌적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를 볼 때도 더 즐겁죠. 문제는 애플 생태계에서 ‘화면이 큰 노트북’이라는 건 고사양 노트북을 뜻한다는 겁니다. 만약 제가 ‘화면이 큰’ 맥북을 원한다면 최소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16인치 맥북 프로의 화면은 크고 근사하지만, 엄청나게 비쌀 뿐 아니라 사양 역시 일반적인 소비자에겐 오버 스펙일 게 분명하죠. 저렴하고 화면이 큰 선택지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애플이 드디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최초의 15인치 맥북 에어입니다. 과연 새로운 맥북 에어는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맥북 에어 15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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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인치 맥북 에어의 디자인은 13인치 모델과 거의 비슷합니다. 양쪽으로 화면이 커진 만큼 늘린 게 다랄까요. 애플은 작년에 M2 맥북 에어를 출시하면서 트랙패드와 리드 쪽으로 오면서 더 얇아지는 일명 ‘눈물방울’ 모양의 케이스 대신 균일한 두께를 가진 새로운 케이스로 교체했습니다. 이전 해에 출시된 새로운 맥북 프로의 디자인 언어를 따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두께 자체는 13인치 모델보다 0.2mm 늘어났으나, 여전히 15인치 노트북 사이에서는 가장 얇은 두께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에어’라는 이름이 무색한 무게는 좀 아쉽습니다. 13인치 모델도 1.24kg로 크기 대비 가볍다고 보기에는 애매했는데, 15인치는 여기에 300g이 추가되어 1.51kg까지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90g만 더하면 14인치 맥북 프로를 바라보는 무게가 됩니다. 아이폰도 해가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도 그렇고, 요즘 애플이 가벼운 걸 영 못 만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그나마 다행히도 아이폰 15 프로는 티타늄 덕분에 무게를 줄였지만요.)

맥북 에어 15

포트 배치도 좀 아쉽습니다. 13인치와 똑같이 왼쪽에는 맥세이프 단자와 썬더볼트 4 단자 두 개, 그리고 오른쪽에는 3.5mm 헤드폰 잭이 위치해 있습니다. 크기가 커졌으니 포트를 하나라도 더 넣어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특히 오른쪽에 썬더볼트 포트를 하나 더 달아주면 좋지 않나란 생각은 들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USB-A 포트는 프로에도 없으니 바라지도 않습니다).

맥북 에어 15

이 거대한 노트북의 리드를 열면 15인치의 화면이 반깁니다. 먼 옛날에 15인치 맥북 프로를 썼을 때도 느꼈지만, 작업하기 좋은 사이즈입니다. 별도의 모니터를 연결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원스러운 시야를 제공합니다. 이 화면 크기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죠.

화면의 사양도 애플답게 기본기는 확실히 지킵니다. 해상도는 2880 x 1864로 웬만한 다른 15인치 윈도우 노트북들의 1080p 해상도보다 더 촘촘한 화소 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 500니트의 밝기를 지원하며, 주변광에 따라 화면의 색온도를 조정하는 트루 톤 기능도 탑재돼 있습니다. 13인치 에어나 맥북 프로와 똑같이 위에는 페이스타임 카메라가 위치한 노치가 있습니다. 역시나 메뉴 바로 채워지기 때문에 실질적 사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맥북 에어 15

카메라는 13인치 에어와 같은 1080p 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지만, 스피커는 4개의 유닛이 탑재된 13인치 모델과 다르게 저음을 내는 우퍼 2개가 추가되어 6개의 유닛이 들어가 있습니다. 확실히 13인치 모델보다 더 깊은 저음을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자취집에서 책상에 노트북 하나만 놓고 작업을 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면 스피커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14인치 맥북 프로, 그리고 16인치 맥북 프로보다는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M2

15인치 맥북 에어에는 작년에 13인치 모델에서 먼저 선보인 M2가 탑재됩니다. 다만 13인치의 기본 모델에서는 GPU 코어 두 개가 빠진 8코어 모델이 존재하지만, 15인치는 기본형 모델에도 10코어 GPU가 들어간 M2를 넣어준다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맥북 에어 15

M2의 CPU는 4개의 고성능 코어와 4개의 고효율 코어로 구성됩니다. 각자의 역할은 이미 이름에서 다 예상하셨겠죠? 고성능 코어는 높은 CPU 성능이 순간적으로 필요한 작업에 사용되고, 고효율 코어는 순간적인 성능이 필요 없더라도,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는 작업에 사용됩니다. 이러한 구조를 빅리틀 구조라고 하여, 스마트폰을 위한 모바일 프로세서부터 요즘은 인텔의 최신 데스크톱용 프로세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하지만 애플은 운영체제까지 같이 설계하기 때문에 각각의 작업이 어떤 코어에서 동작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실제로 작업을 분배하는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시스템의 성능을 더욱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 메인 노트북은 M1 프로를 탑재한 14인치 맥북 프로입니다. 맥에서 필요한 모든 작업을 불만 없이 처리 해주는 고마운 제품입니다. 맥북 프로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내가 모종의 이유로 M2 맥북 에어로 다운그레이드하더라도 지장이 없을까?”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웹 브라우징이나 간단한 문서 작업은 물론이고, 어도비 라이트룸을 이용한 사진 보정뿐만 아니라 파이널 컷 프로를 통한 영상 편집도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맥북 에어 15

특히 영상 편집에서는 맥북 프로만큼이나 부드러웠는데요, 이건 영상 편집 관련 로드를 GPU가 아닌 전용 하드웨어인 ‘미디어 엔진’이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엔진에는 영상을 읽거나 다시 쓰는 작업을 훨씬 효율적으로 하는 인코더와 디코더가 있어서 전력 자원 관점에서 비효율적인 CPU와 GPU 자원의 사용량을 최소화합니다. 비디오 재생과 편집에 최적화된 전용 칩이 있다는 것은 간단한 영상 편집을 맥북 에어로도 할 수 있다는 뜻이죠. 특히 스마트폰이나 고프로 등의 표준 코덱을 쓰는 카메라로 촬영한 간단한 브이로그 영상을 편집하는 브이로거 유튜버에게 적당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프로까지 갈 필요 없이 에어로도 웬만큼의 동영상 편집 성능을 보장하는 것은 그만큼 여러모로 동영상이 훨씬 중요한 세상이 됐음을 의미하겠죠.

도리어 M1 프로보다 유리한 지점도 있습니다. M1 프로보다 고성능 코어의 수가 적고, 대신 고효율 코어의 수가 많아서 그만큼 배터리가 오래갑니다. M1 프로는 고효율 코어가 고작 두 개밖에 없어서 고효율 코어로도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이 고성능 코어로 몰리면서 배터리 소모를 가속화시키는 면이 있는데, M2에서는 고효율 코어가 두 개 더 많으니 이런 일이 적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비슷하게 사용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시간이 많으면 거의 두 배 정도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특히 배터리가 더 큰 15인치 에어이니 그 차이는 더 크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맥북 에어 15

다만 불리한 지점도 있긴 합니다. 15인치 맥북 에어도 13인치 모델과 똑같이 팬이 없습니다. 팬이 없다는 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단순히 웹 서핑이나 문서 작업과 같은 간단한 작업을 할 때는 M2 정도의 효율성이면 팬이 없더라도 칩이 충분히 온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무거운 작업을 할 때인데, 칩을 냉각시킬 팬이 없다 보니 온도를 제어하기 위해 조금씩 성능이 떨어집니다. 저는 팟캐스트 편집자라는 부업 특성상 오디오 파일을 튜닝하는 단계에서 CPU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잦은데, 이럴 때 간간히 속도가 느려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에어를 구매할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자주 겪을 일은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M2가 이만큼 성능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한 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최상의 성능이 늘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하기에 교체 시기가 더 잦을 맥북 프로보다도 더 오래 사용하게 되는 게 맥북 에어일 텐데, (당장 제 아내도 M2 13인치 맥북 에어를 새로 장만하기 전에 이전 맥북 에어를 10년이나 썼습니다). 기본적으로 성능이 이만큼 좋으면 그만큼 오래 써도 성능에 대한 불만이 딱히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애플 실리콘은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맥북 에어 15, 가격이 문제

15인치 맥북 에어의 가격은 18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13인치와 비교하면 딱 30만 원 차이로, 위에서 설명드린 기본형 사이의 사양 차이까지 감안해서 사양을 똑같이 맞추면 더 큰 화면과 배터리, 그리고 개선된 스피커를 위해 추가해야 할 비용은 17만 원까지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무것도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기본 모델일 때 얘기입니다. 제가 이번 리뷰에 사용해 본 15인치 맥북 에어에는 16GB의 통합 메모리와 1TB SSD가 추가로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15인치 맥북 에어의 가격은 270만 원입니다. 무려 81만 원이 뛰어오르는 셈이죠.

맥북 에어 15

이렇게 되면 M2 프로를 탑재한 14인치 맥북 프로가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279만 원부터 시작하는 14인치 맥북 프로는 이미 16GB의 통합 메모리가 기본 사양으로 포함되며, 512GB SSD를 장착한 기본형이 단돈 9만 원 차이고, 1TB SSD를 장착해도 36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드웨어를 따져도 화면 크기를 제외하면 더 나은 디스플레이, HDMI와 SD 카드 리더 등의 추가 포트, 그리고 성능이 더 좋은 M2 프로 칩을 탑재한 등의 이점이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도리어 이렇게 비교하다 보면 맥북 프로의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아예 다른 사용자층을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1:1 비교는 어렵기는 하지만, 실제로 제 주변 사람들도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쏘나타로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랜저를 샀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게 지금 딱 그 상황인 셈입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 각종 사양 업그레이드에 책정하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16GB 통합 메모리를 선택하는 게 27만 원이며, 기본인 256GB SSD에서 512GB로 올리는 것도 27만 원입니다. 여기에 3만 원만 보태면 삼성의 990 PRO SSD를 2TB로 구매할 수 있는데, 그 가격으로 256GB의 추가 용량을 겨우 확보하는 셈입니다.

애플의 이런 SSD 가격 책정은 오래전부터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먼 옛날에는 저장 장치나 메모리를 자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좀 덜 와닿았는데, 요즘은 노트북의 내부 부품들을 납땜하는 방식으로 만들면서 업그레이드가 점점 어려워졌고,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아예 칩에 메모리가 합쳐지는 형태가 되면서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지금 현 상황에서 애플이 SSD나 통합 메모리 같은 주요 부품을 자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애플이 기본 사양을 좀 더 높은 사양으로 제공하던지, 업그레이드 비용 자체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합니다. 이 중에서는 전자가 더 현실적일 것 같네요.

맥북 에어 15

이를 감안해서 맥북 에어를 구매할 때 어떻게 사양을 맞추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웬만하면 기본 사양에서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더라도 하나만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맥북 프로가 저렴해 보이는 이상한 마수(?)에 걸리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통합 메모리 혹은 SSD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저장하는 파일이 많다고 생각한다면 SSD를 선택하세요. 또, 한 번에 브라우저 탭을 많이 열어놓거나 앱 여러 개를 펼친 채 일한다면 통합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하는 편이 좋습니다.

15인치 맥북 에어는 기획 의도나 최종적으로 완성된 하드웨어를 보면 추천할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화면이 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맥북”이라는 요구를 해결하는 제품이고, M2의 성능은 저에게도 충분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기본 사양을 낮게 잡아놓고 사양 업그레이드에 사악한 가격을 매기는 애플의 정책은 요즘 시대에서는 좀 재고해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본 사양이 좋으면 그만큼 그 사양으로 오래 쓰는 사용자들도 많을 테고, 이게 진정 애플이 늘 자랑하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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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