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맥북 대신 아이패드를 쓰는 사람 이주형입니다. 저는 M1 프로를 탑재한 맥북 프로 14인치를 4년 넘게 사용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비싼 맥이었지만, 그만큼 제가 던지는 일을 모두 묵묵히 처리해준 고마운 제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맥북 프로가 장롱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맥 미니와 아이패드 프로가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맥북 프로를 그냥 팔아버릴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나는 왜 아이패드를 쓰게 됐을까?
저는 KudoCast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편집할 때 맥에서 로직 프로 X을 썼었죠. 하지만 로직 프로 X은 음악 편집에 초점이 맞춰진 앱이어서 2시간이 넘는 오디오 트랙을 불러와서 편집하는데 적당한 앱은 아닙니다. 애플 실리콘 맥으로 넘어오면서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좀 버벅거리긴 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알게 된 것이 페릿(Ferrite)이라는 이름의 앱입니다. 로직 프로 X과 다르게 팟캐스트와 같은 긴 만담 형식의 오디오 편집에 성능이 최적화되어 있어서 긴 오디오 파일을 넣어도 버벅거리지 않았고, 팟캐스트 편집자라면 반가워할 기능도 많이 있었어요. 오디오 파일 하나에서 침묵을 전부 잘라서 지워준다던가, 프로젝트 전체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구간이 있으면 다른 오디오 트랙 간의 싱크를 맞춘 채로 줄여주기도 해요.
하지만 결정적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페릿은 맥용 앱이 없다는 것이었죠. 하다못해 M시리즈 맥부터 가능한 아이패드 앱 설치 기능도 개발자가 막아놓아서 맥에서 구동할 방법이 아예 없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우연찮게 점프 데스크톱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고, 마침 그 시점에 M4 아이패드 프로를 리뷰하면서 이게 해볼 만한 것인지 한 번 실험을 해보기로 했죠. 특히 당시에는 인텔 맥 미니에 연결해서 사용했었음에도 생각보다 꽤 만족하면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리뷰가 끝나고 난 후, 이 워크플로우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점프 데스크톱이란 무엇인가?
점프 데스크톱은 간단히 말해 원격 접속 앱입니다. 집이나 회사에 있는 맥이나 윈도우 PC에 호스트 앱을 설치하면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다른 맥이나 PC, 아니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 모두 원격 접속을 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앱은 앱 스토어에서 2만 2,000원에 구입해야 하지만, 호스트 앱은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애플 TV+ 인기 드라마인 <세브란스: 단절>의 실제 편집 작업 과정에 사용했을 정도로 성능 면에서는 입증된 앱이기도 합니다.
셋업 과정은 간단합니다. 앱을 내려받은 후, 점프 데스크톱 계정을 만들어서 호스트와 클라이언트 양쪽에서 로그인하면 됩니다. 옛날에는 원격 접속을 이용하려면 집 네트워크 설정도 바꿔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계정 하나로 복잡한 과정 없이 바로 연결할 수 있어요.
연결하면 점프 데스크톱에서 클라이언트의 해상도를 자동으로 감지해 맥의 해상도를 바꿔서 아이패드의 화면에 자동으로 꽉 차게끔 표시해 줍니다. 네트워크 환경이 받쳐준다면 레티나 해상도로 더욱 선명하게 볼 수도 있어요. iPadOS에서는 점프 데스크톱을 구동중인 하나의 앱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아이패드에서 텍스트를 복사해 호스트 PC에 붙이는 등의 작업도 가능하고, 아이패드에 추가 모니터를 붙이면 모니터에는 맥 화면을, 아이패드 화면에는 다른 앱을 띄워놓고 동시에 작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터치 스크린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하긴 하지만, 용이한 조작을 위해서는 웬만하면 키보드와 마우스는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아이폰으로도 접속할 수 있습니다. 화면 크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급하게 맥에 접속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유용합니다.
점프 데스크톱, 솔직히 쓸만한가?
보통 원격 접속에 대한 많은 편견 중 하나가 “지연 시간 때문에 버벅거려서 쓸 게 못 된다”인데요. 그간 원격 접속과 스트리밍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이런 우려는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원격 접속은 호스트(맥)에서 클라이언트(아이패드)로 영상을 뿌리는, 어떻게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데 큰 지장이 없다면 원격 접속에도 큰 지장은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저는 점프 데스크톱에서 하는 작업이 포토샵처럼 화면이 정적인 작업이어서 성능에 영향이 적은 편이기도 해요. 영상 편집도 가능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이미지가 바뀌는 영상 편집은 네트워크 성능에 훨씬 많이 의존하게 되기에 딜레이가 생길 수 있고 정말 비상 상황이 아니면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원격 접속은 반대로 클라이언트 쪽에서 호스트에 입력도 들어가야 해서 일반적인 영상 스트리밍보다는 네트워크를 약간 더 가리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카페 와이파이에서는 사용에 큰 지장이 없었고, 심지어 5G 네트워크에 연결해서도 큰 무리 없이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안정적인 성능을 위해서는 호스트를 웬만하면 유선에 꽂아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점프 데스크톱 사용자의 장비 목록
집에는 16GB 통합 메모리로 업그레이드한 M1 맥 미니가 있고, 아이패드는 M1을 탑재한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입니다. 256GB에 셀룰러 모뎀이 탑재돼 있죠. 둘 다 모두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나, 혹여나 좀 더 작게 들고 가고 싶다면 A15를 탑재한 아이패드 미니 6세대(256GB 셀룰러)와 트랙패드가 내장된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들고나가기도 합니다. 다만 아이패드 미니는 밖에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보다는 유사시에 일이 생길 걸 대비해서 들고나가는 것에 더 가까워요. 아무래도 화면 크기나 아이패드 미니 자체의 성능이 프로보다는 확연히 떨어져서 장시간 작업하기는 좀 곤란하거든요. 만약에 밖에서 일을 100% 할 것 같다고 한다면 더 큰 화면에 성능도 더 나은 아이패드 프로를 챙기는 편입니다.
아이패드에 무조건 셀룰러를 넣어야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제가 평소에 셀룰러가 달린 아이패드를 선호해서 그런 것일 뿐, 우리나라에서는 웬만한 곳에서 와이파이가 다 잘 되어 있어서 딱히 필요는 없습니다. 여차하면 스마트폰의 핫스팟 기능을 써도 되죠.
M4 아이패드 프로 리뷰 때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따로 들고 다녔지만, 지금 셋업에는 매직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무지하게 비싸긴 하지만, 아이패드까지 합치면 맥북 에어보다도 무거운 무게를 제외하면 키보드 자체의 키감이나 품질 면에서는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리뷰 당시 빌렸던 아이패드는 11인치여서 실제로 아이패드만 들고 웹서핑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일이 많았지만, 12.9인치는 그 크기 때문에 매직 키보드가 아이패드에서 떼어질 일이 거의 없습니다. 혹여나 싶어 스마트 폴리오를 구매하긴 했지만, 장롱 속에 잠들어 있죠.
아이패드로 맥북을 대체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바로 제가 아이패드를 단순히 맥에 원격으로 접속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본격적으로 메인으로 사용하면서 깨달은 것은 제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을 아이패드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에 이미 언급한 페릿은 넘기고, 지금 주업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는 아이패드와 맥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에디터 앱인 율리시스(Ulysses)를 사용합니다. 아이클라우드나 드롭박스 등의 클라우드 저장소를 이용해 파일들을 동기화할 수 있어서 밖에서는 아이패드로 작업하다가 집에 돌아가면 맥에서 바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어요. 원고를 미리 공유할 때는 노션을 사용하는데, 역시 아이패드 앱이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사진 작업은 조금 복잡해집니다. 기본적으로 보정 작업 자체는 아이패드용 라이트룸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전혀 무리가 없지만, 저는 처음에 카드에서 사진들을 빼올 때 보정의 용이함을 위해 라이트룸에 불러오기 전에 미리 사진을 선정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의 파일 앱은 그런 작업을 하기에는 상당히 번거로워서 저는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카드 리더기를 꽂고 드롭박스로 사진을 옮겨놓은 후, 맥에서 포토 메카닉(Photo Mechanic)이라는 앱을 사용해 사진을 미리 선정해서 라이트룸에 넣어둡니다. 그러면 어도비의 클라우드를 통해 사진이 동기화되어 아이패드에서 사진을 보정하는 것이죠. 그 이후로는 아이패드만으로도 큰 문제없이 작업이 가능합니다. 보통은 용량이 더 큰 아이폰으로 사진을 옮기는 편인데, 애플이 아이폰 15부터 USB-C 포트를 채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죠. 다만 이렇게 사용할 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한 게 아니라면 파일 앱이나 드롭박스 앱의 셀룰러 데이터 사용을 차단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외에 있다면 데이터 로밍을 차단하거나, 현지 심을 개통했다면 저데이터 모드를 켜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데이터 소모를 줄일 수도 있어요.
지인들과 연락할 때나 일 관련 대화에 이용하는 대부분의 메신저 앱들이나 소셜 미디어 앱들 역시 아이패드용이 따로 있는데, 유일한 예외라면 바로 인스타그램과 쓰레드일 겁니다. 다행히도 스테이지 매니저를 쓰면 아이폰 해상도만 지원하는 앱들도 창으로 띄울 수 있어서 크게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애플에게 바란다, 아이패드 개선점
사실 iPadOS에서 많은 분들이 문제로 지적하시는 멀티태스킹의 문제는 의외로 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실 일할 때 하나의 창을 띄워놓는 게 더 집중이 잘 되는 스타일이고, 맥에서도 스테이지 매니저를 사용하는 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지만요. 그와 별개로 애플이 iPadOS의 멀티태스킹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매직 키보드에 아이패드를 붙이면 자동으로 스테이지 매니저를 켤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되면 좋을 거 같기도 합니다.
제가 의외로 불편하게 느꼈던 것은 바로 커서였습니다. iPadOS는 터치를 우선으로 하는 운영체제여서 마우스나 트랙패드를 연결하면 손가락의 모습을 본뜬 커서를 사용하는데요. 이게 정확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꽤 불편합니다. 특히 페릿에서 오디오 편집을 할 때는 엉뚱한 클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당한 짜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차라리 애플 펜슬로 작업을 하는 것이 정확도가 더 높을 때도 많았죠.
그리고 제가 M4 아이패드 프로 리뷰에서 언급했던 애플의 정책상 문제 역시 유효합니다. 여전히 애플은 아이패드를 맥보다는 아이폰에 가깝게 관리합니다. 무조건 앱 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설치할 수 있고, 운영체제에 다양한 제한을 걸어놓았죠. 물론 이 정책은 아이패드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맥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유도를 써드 파티 개발자들에게 보장해 준다면 아이패드가 그만큼 더 많은 쓸모가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이렇게 맥에 원격으로 접속해야할 일도 더 적어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늘 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PadOS 뿐만 아니라 macOS에도 시스템 자체 클립보드 매니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립보드 매니저는 복사한 텍스트나 이미지를 잠깐이나마 저장해서 나중에 다시 불러 쓸 수 있는 기능인데, 제 워크플로우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특히 자주 쓰는 문구나 이미지는 따로 저장할 수 있는 것도 매우 편해요. 맥에서는 페이스트(Paste)라고 하는 써드파티 앱을 사용하지만, 아이패드에서는 역시나 운영체제 제한 때문에 맥만큼 유효하게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거면 그냥 애플에서 기능을 넣어주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곧 열리는 애플 WWDC에서 iPadOS에 또다시 다양한 ‘프로 기능’들이 선보일 예정이라는데요, 기대도 되지만 또 제 워크플로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조금은 우려도 되네요.
지금 장비에서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아이패드는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점프 데스크톱을 구동할 때 어느 정도의 성능이 받쳐주면 좋지만, M1은 그 성능을 한참 채우고도 남거든요. 물론 탠덤 OLED 화면이 탑재된 M4 모델이 욕심이 안 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가격을 보면 다시 마음을 접게 되네요.
사실 아이패드보다는 맥 미니를 먼저 바꿀 거 같긴 합니다. 점프 데스크톱을 통해 맥에서도 많은 작업을 하는 편이고, 집에 오면 맥으로 많이 작업하다 보니 성능에 대한 갈증이 많이 나는 편이거든요. 특히 원래 쓰던 맥북 프로(14인치 M1 프로)의 32GB 메모리에서 16GB로 내려오니 라이트룸과 같이 메모리를 많이 먹는 앱에서 메모리가 부족해져 전반적인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마음 같아선 큰맘 먹고 M4 프로로 가고 싶지만, 현실은 기본형 M4에 메모리만 올리지 않을까 싶네요.
결론, 이런 삶(?) 추천합니까?
저에게 이런 질문이 들어온다면, 이렇게 질문하는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달렸던 많은 댓글들과 같이 이러한 워크플로우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구심을 품는다면, 그냥 맥북 에어를 사용하는 게 맞습니다. 마침 이번에 M4 모델이 잘 나왔다고 하더군요.
저도 솔직히 말해서 페릿이 맥을 지원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지금의 워크플로우를 완성하는 데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를 해결하면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는,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죠. 사실 이렇게 계속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귀찮아서 애플 플랫폼을 선호하는 것인데, 애플 플랫폼에서 이런 일을 겪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하지만 자신의 워크플로우에 아이패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점프 데스크톱을 이용해 맥에 원격 접속하는 것은 아이패드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비상 상황에서 충분한 대안이 되어줄 겁니다. 다만 원격 접속을 위해서 아이패드를 산다는 생각을 한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맥북 에어가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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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