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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버거는 무엇이 다를까, 멜팅소울

세계 3위에 오른 버거가 한국에 있다
세계 3위에 오른 버거가 한국에 있다

2025. 02. 17

오랜만에 버거 리뷰로 돌아온 김버거, 에디터B입니다. 지금까지 77번쯤 말한 것 같은데, 버거는 완벽한 음식입니다. 맛있는 음식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맛의 정석은 균형입니다. 맛의 균형 그리고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의 균형.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균형을 어느 정도로 무너뜨릴 것인가, 어떤 식재료로 균형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맛있는 음식이라는 걸 만들어냅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공식은 정해져 있지만, 레벨이 다른 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셰프의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 최근에 다녀온 멜팅소울은 디테일을 발견하는 감동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서론이 길어지게 빠르게 버거 얘기부터 꺼내봅시다.

멜팅소울은 가수 김태우와 이원일 셰프가 협업해서 만든 프리미엄 수제버거입니다. 프리미엄 수제버거를 떠올리면 다들 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처럼 미국 브랜드부터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차이는 이제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멜팅소울버거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수제버거 브랜드의 레벨은 몇 년 사이 ‘수제버거 붐’을 거치면서 상당히 많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주말마다 미식 활동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한국의 푸드씬은 굉장히 치열하고, 경쟁적이기 때문에 본토의 맛을 굉장히 빠르게 따라잡는 데 능합니다. 당연히 버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 결과가 멜팅소울의 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멜팅소울은 2024 월드 푸드 챔피언십에서 버거 부문 TOP3에 올랐습니다. 월드 푸드 챔피언십은 매년 전 세계 요리사와 팀이 모여 순수하게 요리에 대한 실력을 겨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요리 대회 중 하나입니다. 바비큐, 디저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멜팅소울은 버거로 무려 세계 3등을 차지했습니다.

정말 궁금했습니다. 세계 3위에 오른 버거의 맛은 무엇일까. 얼마나 특별할까. 멜팅소울 측에 미리 취재 협조를 구해서, 월드 푸드 챔피언십에서 선보인 두 버거를 모두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본선 진출을 하게 해준 골든 우즈 버거부터.

1. 골든 우즈 버거

첫 번째는 골든우즈입니다. 멜팅소울은 이 메뉴로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우즈(ooze)는 줄줄 흐른다는 뜻인데, 버거 안에 들어간 치즈볼을 꾸욱 누르면 말 그대로 황금처럼 치즈가 흘러나옵니다. 멜팅소울에서 판매하는 메뉴에 이것과 비슷하게 생긴 ‘홍게버거’가 있습니다. 속초 홍게를 사용해 만든 커다란 볼이 들어가는 버거인데 골든우즈는 그 메뉴를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볼은 홍게살, 새우, 관자를 다져서 만들었습니다.

고기 패티 위에는 에멘탈 치즈, 블루치즈가 올라갔고, 채소는 루꼴라는 사용했습니다. 이원일 셰프의 말에 따르면 따뜻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고 싶으면 루꼴라, 시원한 맛을 위해서는 양상추를 쓰면 된다고 합니다.

시각적으로 판단하면 맛이 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볼을 꾸욱 눌러서 치즈가 흐르는 건 상당히 ‘인스타그래머블’해서, 퍼포먼스에만 강한 메뉴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 수 있고요. 하지만 의외로 어느 하나의 맛이 툭 튀어나오는 것 없이 조화롭습니다. 마치 가수 존박를 보고 “저렇게 잘생겼는데, 노래를 잘할 리가 없어.”라고 생각했다가 노력 실력에 깜짝 놀라게 되는 것 같달까요.

골든우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맛은 홍게입니다. 홍게의 향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과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각종 재료가 들어가는데 이렇게 조화롭다니. 최동훈 감독이 만든 케이퍼 무비를 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버거는 단순하잖아. 패티 들어가고 빵 들어가고 채소 들어가고. 그게 특별할 게 있어?’ 하지만 (감히 말하자면) 식재료의 특징을 완벽히 이해한 셰프가 버거를 만든다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리틀빅포레스트

두 번째 버거는 본선에서 선보인 메뉴 ‘리틀빅포레스트’입니다. 멜팅소울버거는 이 메뉴로 탑 3에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정말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레이어가 많고, 맛도 복합적입니다. 루꼴라가 들어가고, 얇게 썬 잠봉, 치미추리 소스, 훈연한 치폴레 소스 그리고 치즈 스커트까지. 마찬가지로 비슷한 메뉴를 현재 판매중이긴 합니다. 이 메뉴는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잠봉버거를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엄청’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대회 본선의 주제는 ‘자유’였습니다. 멜팅소울버거팀은 대회가 열린 인디애나폴리스의 숲에서 자유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버섯, 채소, 치즈 스커트를 활용해서 시각적으로 새 둥지 같은 비주얼을 구현했고, 후각적으로는 블랙 포레스트 햄의 방식으로 조리한 잠봉과 훈연한 치폴레 소스를 썼습니다.

생긴 것만 보면 골든우즈보다 점잖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맛이 훨씬 강렬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홍게살보다는 잠봉과 여러 소스가 주는 짠맛, 단맛이 저돌적이기 때문인데,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갔음에도 잘 어울린다는 게 먹으면서도 신기합니다. 다시 한번 먹을 수 있다면 저는 골든우즈보다는 리틀빅포레스트를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미각을 자극하는 게 음식이지만, 시각, 후각으로도 숲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버거였습니다. 또, 버섯, 루꼴라, 잠봉에서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대신 잠봉버거라도 먹기 위해 멜팅소울버거에 재방문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멜팅소울버거에서 고구마 프라이즈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봤습니다. 슈거파우더를 솔솔 뿌린 고구마 프라이즈는 맛이 없을 수가 없는데, 단맛이 강해서 많이 못 먹겠다 싶었지만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이 대비가 강해 하나씩 먹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방문한다면 홍게버거, 잠봉버거에 고구마 프라이즈까지 추천합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