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갑작스러운(?) 아니 예정된 추위가 생각보다 너무너무 심하게 매섭다. 따듯한 커피 한잔이 몸과 마음을 녹이는 계절, 잠시나마 추위를 잊어보고자 남유럽의 보석,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커피 문화와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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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와 에스프레소의 도시 바르셀로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페는 비슷한 기후의 이탈리아와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이탈리아 카페들이 커피를 마시러 방문하는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이라면, 스페인은 레스토랑 내부에 에스프레소 커피바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관광객들에게 배타적인 이탈리아 카페와 달리, 프랜차이즈까지 포함하는 스페인의 카페가 조금 더 보편타당하다고 할까?
스페인의 대표적인 커피 메뉴는 당연히 에스프레소이지만,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커피는 코타도이다. 스페인어로 코타도는 잘렸다는 뜻으로 에스프레소에 따듯한 우유를 자르듯이 적은 양을 첨가하는 밀크커피이다. 하루 다섯 번 식사를 하는 미식의 나라 스페인 사람들은 매끼를 조금씩 먹고, 커피 역시 소량의 에스프레소와 코타도를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페인식 밀크커피가 널리 알려졌다.
참고로 밀크커피는 사이즈를 기준으로, 코타도(에스프레소와 동량의 우유를 넣은 스페인식 밀크커피), 플랫화이트(더블샷 에스프레소와 100mL 내외의 우유를 추가하는 호주식 밀크커피), 카페오레(브루잉 커피를 베이스로 우유를 첨가하는 프랑스식 밀크커피), 카페라떼(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여유있게 추가하는 이탈리아식 밀크커피) 등으로 정리할수 있다.
호주식 밀크커피 플랫화이트가 런던과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듯이, 스페인식 밀크커피 코타도는 맨하탄의 뉴욕에서 널리 알려졌는데, 소호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매장 아브라소는 강렬한 스페셜티커피 더블샷 에스프레소와 진득한 스팀우유의 조합의 매력적인 코타도를 선보이고 있다.
바르셀로나 에스프레소바에서 마셨던 가장 인상 깊던 커피는 비치 주변 꼰마요 레스토랑에스프레소바에서 마셨던 럼에스프레소. 뜨겁고 진득한 로부스타 커머셜 블렌딩 에스프레소에 뿌욜로니 럼샷이 추가된 알코올 덕택에 강력한 각성과 이완을 동시에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이탈리아 커피 산업이 전문 에스프레소바를 통해서 명맥을 유지한다면, 스페인의 커피바는 식당에서 식후 디저트와 함께 커피를 제공하는 느낌에 가깝다. 최근에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남유럽의 대표적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어 동선이 가깝다면, 바르셀로나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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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Marks Coffee
바르셀로나의 첫날 가우디 건축 투어의 마지막으로 성가족 성당을 살펴보고, 15분 거리에 위치한 쓰리막스 커피 매장까지 걸었다. 쓰리막스 커피는 바르셀로나 중심지에서 멀지 않지만,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일정이 빠듯해 매장 영업시간 끝날 즈음에 도착했는데, 매장 내외부의 후끈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랄까? 현지 주민들과 밀착된 스페셜티 커피 매장 특유의 아우라가 물씬 풍겨나왔다.
커피 메뉴는 에스프레소, 코타도,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등등. 에스프레소 머신은 피렌체에서 제작한 라마르조코의 최신형 Kb90. 기존의 온도 안정성과 조절 능력이외에 자동세척, 포터필터 직열투입, 열보전과 같이 바리스타들의 부상방지와 에너지 절약을 통한 환경 보호 등의 주제를 잘 표현했다.
밀크커피는 최근 비건 열풍과 함께 오트밀크를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좁은 커피바 안에 추출을 하는 바리스타, 밀크를 스팀으로 데우는 바리스타, 푸어오버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 계산하는 인원까지 여러 명이 유기적으로 근무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바리스타들의 전문성이 잘 느껴졌다.
커피는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브루잉과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가 대중적이다 보니, 스페인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은 싱글오리진 브루잉(핸드드립, 푸어오버, 드립) 커피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특유의 산미와 복합적인 향미의 부케가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스페인에서는 스페셜티커피의 다양한 산미와 향미가 인정을 받는 느낌이었다. 향미가 강조된 커피를 기반으로 커피의 밸런스까지 인상적이었다.
쓰리막스 커피는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뜨겁게 부상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최고의 온라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사이트 스프러지를 통해서 2022년 (월드)베스트 커피바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었다. 참고로 쓰리막스의 경쟁상대는 2019년 세계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의 모모스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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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n’s Coffee
이슬람을 위주로 커피가 보급되던 중세에는 커피가 악마의 음료라는 오명과 함께 신비한 각성 음료로 널리 알려졌다. 중세에도 문익점과 같은 선구자들이 커피를 소개했지만, 비엔나 공성전을 통해 유럽에 공식적으로 전해지면서, 커피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커피가 악마의 음료 혹은 유혹이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모 커피 회사의 광고(커피는 악마의 유혹)카피로도 사용되었고,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헬카페와 좀비커피와 같은 개념으로 희화되기도 했다.
사탄커피는 바르셀로나의 구시가 고딕지구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최초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바르셀로나 최초의 거주지 구도심 고딕지구는 좁고 미로와 같은 구시가로 한동안 잊혀졌다가, 최근 들어 현지 젊은이들에게 뜨겁게 재평가 되고 있는 지역이다. 고딕지구의 분위기는 한국의 익선동, 연남동, 성수동이 합쳐진 느낌이다. 한국의 연남동의 리브레 커피가 있듯이, 바르셀로나의 고딕지구를 상징하는 매장은 사탄커피다.
사탄 커피에서 아메리카노와 콜롬비아 싱글오리진 브루잉커피를 마셨다. 아메리카노는 질감이 강렬하고, 임팩트가 매우 선명했다. 개인적으로는 에스프레소로 마시면 더욱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탄커피의 브루잉커피는 내추럴 프로세싱과 같은 발효 과일의 향미가 매우 강력해서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꼽자면, 쓰리막스 커피가 조금 더 좋았다.
사탄 커피의 분위기는 커다란 통창과 오픈바와 같이 매장 전체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었다. 이름에 대한 선입견인지, 바리스타의 접객태도가 그렇게 친절하지 않고, 와이파이가 없는 환경이지만, 전체적으로 매장의 분위기가 커피에 전념하는 느낌이었다. 사탄 커피는 고딕지구를 방문하는 현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외에도 세계 최초로 츄로스를 시작한 바르셀로나의 츄레리아 1호점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커피와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바르셀로나 츄레리아의 츄로스는 그렇게 강력한 임팩트가 아닌데, 의외로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츄로스의 평냉버전이랄까?
그리고, 사탄커피 바로 옆에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인기있는 타파 레스토랑 알코바 아줄(L’Alcoba Azul -Tapes)이 있다.
전 세계 불변의 원칙, 맛있는 음식점은 웨이팅이 극악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먹방천국 바르셀로나 미식가들이 최고로 손꼽는 곳이다. 심지어 맥주와 데킬라까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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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 Coffee
한국에도 진출한 노마드 커피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최근 쓰리막스의 상승세가 뜨겁지만, 인지도는 노마드커피가 높다. 매장이 몇곳 있는데, 가우디 건축의 걸작, 까사 바뜨요에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한 보른지구 매장을 방문했다. 노마드 커피는 스페인식 골목길 안에 위치하고 있어 초행자들이 조금 헛갈렸는데, 매장 내부에 현지 지역 주민들 이외에도, 유명세를 좇아 어렵게 방문하는 커피 애호가들이 많았다. 매장의 첫인상은 강렬한 색감과 남유럽 특유의 다이나막한 분위기와 함께 집중력있는 바리스타들의 퍼포먼스가 잘 표현되었다.
커피는 아메리카노와 브루잉 커피. 노마드의 아메리카노는 사탄커피보다 가볍고 향미에 초점이 있는 커피였다. 쓰리막스 커피의 향미와 밸런스가 좋았다면, 노마드는 발효취까지 포함한 다양한 향미가 강렬하게 발현되는 느낌이었다. 노마드 커피의 브루잉 커피(드립커피)는 케냐 싱글오리진.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과감하게 케냐 커피를 추천하는 모습이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바리스타의 추천 커피 덕택에. 매장의 개성을 살필수 있고, 바리스타의 기본기도 잘 엿보였다. 노마드는 커피바를 제외하고 좌석이 많지 않고, 주말에 쉰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렇게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노마드에서 잔뜩 보충한 카페인을 보케리아 마켓의 노점 타파레스토랑에서 까바(스페인식 스파클링 와인)와 해물 모듬으로 저렴하게 해결하고 돌아왔다. 카페인 과다에는 약간의 알코올이 제법 괜찮은 처방이다.
햇살과 가우디, 축구의 도시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이지만, 의외로 커피와 음식까지 훌륭하다. 인생 뭐 없더라. 길지 않은 인생 에헤라디야. 여러분들에도 커피와 먹방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