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EAT

격불하며 말차의 세계로

다섯 가지 방법으로 마시는 5종 말차
다섯 가지 방법으로 마시는 5종 말차

2025. 08. 08

안녕. 말차가 유행이라 가장 기쁜 객원 에디터 조서형이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는 물론 카페에도 다양한 말차 메뉴가 넘실댄다. 그렇게 말차를 좋아하면서 집에서 만들어 마실 생각은 처음 해봤다. 카페를 찾을 엄두도 나지 않는 더운 날씨 덕이다. 무더위의 한가운데서 매일 아침 한 종류씩 말차 음료를 만들어 마셨다.

말차로 유명한 다섯 개 브랜드를 골랐다. 각 제품의 형태와 맛을 비교해 볼 생각이었다. 하루에 하나씩 마셔서인지, 말차 맛 디저트에 익숙한 입맛이 문제인지 차이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빠르게 방향을 틀어 각자 다른 방법으로 말차 음료를 만들어 마셨다. 곁에 두고 마실 말차가 많아 즐거웠다. 

말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커피의 약 절반이다. 대신 L-테아닌이라는 성분이 풍부해 커피처럼 바로 각성되지 않고 고요하고 맑은 에너지가 생긴다. 한 번에 여러 잔을 마시고도 카페인 특유의 불안감이 없었다. ‘말차는 아무리 마셔도 넘치지 않는군.’ 아래 다섯 종류의 말차 브랜드와 말차를 마시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오설록 – 프리미엄 말차
아이스 말차라떼 

오설록

나한테 말차는 곧 말차라떼였다. 처음 말차를 접하게 한 메뉴이며 가장 자주 이 방법으로 접했으니까. 말차 브랜드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설록의 ‘프리미엄 말차’를 라떼로 만들어 마셨다. 

차선

말차는 원래 물과 우유 등에 잘 섞이지 않는다. 8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체 친 말차 가루를 넣고 차선이라 불리는 갈고리로 격불해야 하는 이유다. ‘격불’이라는 말만 들어도 팔이 아프다. 격렬하게 휘저어 열불나는 모습이 상상되니까. 격불할 때 쓰는 대나무 차선은 물로 헹궈 자연 바람에 말려 건조한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사용도 보관도 까다롭다. 격불 자체가 마음 수련의 하나라고 하는데, 내겐 차선 보관이 수련이었다.

하지만 오설록의 프리미엄 말차는 차가운 우유에도 잘 섞인다. 난리를 피울 필요가 없이 간편하다. 스푼 등을 이용하지 않고도 뚜껑만 열어 톡톡 두드리면 된다. 

오설록은 국내에서 유일한 팜 투 컵(farm to cup) 브랜드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로 직접 차밭을 경작해 원재료부터 재배해 품질 연구와 제품 개발이 확실하다. 우유에 섞어 마시니 말차 특유의 감칠맛과 함께 단맛이 느껴진다. 설탕이나 꿀을 더하지 않아도 담백하고 고소해 먹을 만하다. 말차 자체로 즐겨도 좋고 디저트나 음식에 활용하기에도 좋겠다. 말차 붐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잘 팔린다고 한다. 프리미엄 유기농 마켓 ‘에레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오설록 제품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차라떼

용량 | 40g
가격 | 2만 3,000원
구매처 | 오설록 홈페이지


[2]
올티스 – 제주 세레모니얼 말차
아이스 말차

올티스

올티스 역시 제주 다원에서 수확한 잎을 가공해 제품을 만든다. 갈색 유리병을 열면 해발 320m 거문오름 품에서 자란 진한 초록빛 말차 가루가 피어오른다. 열과 빛에 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와인처럼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갈색 유리병을 선택했다고 한다. 고급스럽다. 

최고 품질의 세레모니얼 말차는 격불해서 그대로 마시기로 한다. 차선은 따뜻한 물에 미리 담가 대나무 다리가 부러지지 않도록 유연하게 만든다. 가루를 잘 녹이기 위해 끓는 물을 부으면 말차의 쓴맛만 남는다. 끓인 물을 잠깐 식혀 말차 위로 붓는다. 불려둔 차선으로 W자를 만들어 가며 젓는다. 이내 신선한 거품이 몽글몽글 생긴다. 풍부한 거품은 말차의 쌉싸름한 맛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물에 갠 말차를 얼음 위에 붓는다. 청량한 초록빛에 기분이 좋아진다. 일단 한 모금. 달고 신선한 감칠맛이 돈다. 차나무잎에 차광막을 씌워 키우면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지고 쓴맛을 내는 카테킨은 줄어들어 이런 맛이 난다. 폭염이 길어진다던데, 다음 주 출근길에는 아이스 말차를 텀블러에 담아 다녀야겠다. 

용량 | 50g
가격 | 3만 원
구매처 | 올티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3]
캘리포니아 골드 뉴트리션 – 오가닉 마차 그린티 파우더
말차 레모네이드

캘리포니아 골드 뉴트리션

아이허브에서 구매와 리뷰가 가장 많은 제품을 골랐다. 일본 가고시마산 차나무가 원료라는데 녹차 가루인지 말차인지 설명을 읽고도 정확히 파악이 어렵다. 받아보니 초록빛이 선명하고 향이 좋다. 격불해보니 거품도 잘 난다. 

녹차가루와 말차는 다르다. 같은 나무에서 나지만 말차는 햇빛을 차단한 차광재배를 3~4주간 거친다. 부족한 일조량 아래서 광합성을 하기 위해 찻잎은 엽록소 함량을 늘린다. 이 과정에서 카페인과 L-테아닌이 크게 늘어난다. 심신 안정과 독소 제거 같은 효능은 말차에서 더 크게 누릴 수 있다. 말차는 재배한 찻잎을 증기로 쪄서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든다. 선명한 녹색은 찌고 분쇄하는 이 과정에서 나온다.

말차는 시트러스 계열과 잘 어울린다. 말차의 쓴맛과 과일의 단맛이 잘 어울리며, 과일의 비타민C는 말차의 철분을 더 잘 흡수하게 한다. 탄산수에 레몬즙을 더하고 그 위에 말차를 끼얹으면 말차 레모네이드 완성이다. 앞은 상큼하고 끝은 진하고 부드러운 말차의 풍미가 올라온다. 맛있다. 점심 식사 후 깔끔하게 한 잔 마시기에 좋다.

용량 | 114g
가격 | 3만 1,000원
구매처 | 아이허브


[4]
슈퍼말차 – 퓨어 포켓
말차 코코

슈퍼말차

슈퍼말차는 디자인이 인상적인 브랜드다. 성수 외에도 대형쇼핑몰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 종종 말차라떼와 빙수를 즐겼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입점해 있어 몇 번 사용했다. 슈퍼말차의 퓨어 포켓은 한 번 마실 양의 말차를 포켓에 소분했다. 미세 분쇄 공정을 거쳐 입자를 곱게 만들어 찬물에서도 잘 녹는다. 

인스타그램 해외 카페 계정에서 자주 보던 메뉴, 말차 코코를 만들어 마시기로 한다. 한국에서도 파는 곳이 몇 생겼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다. 말차 코코는 코코넛 워터 위에 말차 폼을 얹어 마시는 메뉴다. 말차와 물을 1:10 비율로 섞는다. 거품기가 없어 폼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코코넛 워터 위에 얹는데 아차. 카페에서 파는 메뉴처럼 레이어를 만들려면 천천히 붓는 게 핵심이다. 나는 한 번에 섞여 버렸다. 그래도 마시는 데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잘 섞여 더 맛있다. 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하다. 생크림, 우유, 말차, 연유를 휘핑해 얹으면 ‘말차 클라우드’가 된다. 더 맛있겠지.

용량 | 10개입 2gX10ea
가격 | 1만 1,900원
구매처 | 슈퍼말차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5]
센차 – 오트밀크 말차 라떼
말차 오트 라떼

센차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버전의 달콤한 말차라떼가 마시고 싶은데, 매번 말차 가루를 풀고 설탕을 더하고 우유까지 사러 가긴 번거로울 것 같아 센차의 ‘오트밀크 말차 라떼’를 구입했다. 코코넛 오일 파우더, 오트 밀크 파우더, 코코넛 슈거, 말차 파우더, 아카시아 향 등 비건 재료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물만 더하면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법은 쉽다. 분유통처럼 계량 스푼까지 들어 있어 더욱 쉽다. (10개월 아기랑 산다. 떠오르는 비유가 저것뿐이다) 미지근한 물에 타도 잘 녹는다. 별도로 휘저을 필요도 없이 싹. 다만 맛은 소소하다. 설탕이 아닌 단맛이 너무 튄다. 할인하는 제품을 사느라 블루베리 향을 샀더니 더 그런 것 같다. 블루베리 라떼에 가까운 맛이다. 

용량 | 241g
가격 | 1만 5,000원
구매처 | 아이허브


2024년에는 말차의 구글 트렌드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미국 대형 유통 체인에서도 연평균 12~18%를 기록했다. 당분간 말차 신제품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존재한 말차는 유행으로 왔다 가기엔 이미 클래식이다. 

말차의 효능을 읊는 것으로 한국인다운 마무리를 해본다. 말차에는 긴장 완화를 돕는 L-테아닌, 지방 연소를 도와주는 카테킨이 있다. 신진대사와 활력을 높이고 경직된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겨우 7월의 중복을 넘어왔는데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더위의 늪에서, 우리 개운하게 말차나 한잔하자.

About Author
조서형

GQ 코리아 디지털팀 에디터. 산과 바다에 텐트를 치고 자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