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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마시러 여행간다, 전국의 브루어리 펍 6

독일 정통 맥주부터 수도원 맥주까지
독일 정통 맥주부터 수도원 맥주까지

2026. 10. 22

안녕, 맥주를 마시며 전국을 여행하는 유성관이다. 여행에서 맥주는 어떤 위상을 차지할까. 간단하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맥주를 곁들일 수 있을 것이다. 술을 많이 먹는 친구와 떠난 여행이라면 맥주와 소주를 잔뜩 사서 섞어 마실 수도 있고, 오래 걸은 후 우연히 발견한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들이킬 수도 있다. 아니라면… 여행지의 좋은 펍에 들어가 거기서만 판매하는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 방법도 있다. 

올해 봄, 좋은 펍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두 번 했다. 도착한 곳의 풍경과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마침내 도달한 펍과 그곳의 맥주를 글로 써 책으로 냈다. 제목은 『미지의 세계』. ‘로컬 × 브루어리 ×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브루 펍이 많아요?” 브루 펍이란 직접 맥주를 양조하며 탭룸까지 운영하는 펍을 말한다. 맥주 애호가로서 ‘이게 많나요?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요’ 라는 말이 넘어오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 여행과 맥주가 만나는 방법 중 마지막 선택지. 여행지 중 좋은 펍을 찾는 일에 대해, 그리고 펍과 맥주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려 한다. 책에 나온 펍을 중심으로 하겠지만, 책에 실리지 않은 곳을 소개할 수도 있다. 

여행은 상대적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부산이 여행지가 될 것이고, 전주에 사는 사람은 인천이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느 곳에 살던, 타지로 여행 갔을 때 그곳의 특별한 맥주를 찾을 수 있는 가이드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펍을 먼저 소개한다.


[1]
부산 송정
툼브로이

툼브로이

부산 ‘툼브로이’는 여행하다 편의점을 발견하듯 우연히 발견하기는 힘든 곳이다. 송정인데 송정 해변도 아니고 그냥 길가에 있다. 그런 만큼 맥주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가야 하는 곳이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툼브로이는 17세기 후반 독일 뮌헨 근교의 뮐도르프에서 시작된 맥주 브랜드다. 독일에서는 지금까지도 명맥이 이어지는데 툼브로이 브루어리 소유주 6대손이 한국에 오게 됐고, 그가 부산에 정착해 브루어리를 열었는데, 그곳에도 툼브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국 유일 독일인의 양조장’이라고 하니 당연하게도 독일 맥주를 만든다.

1층은 양조장이고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한쪽의 통창으로 양조장을 바라보며 헬레스, 바이스, 로겐 같은 독일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안주는 조금씩 달라지는데, 다른 곳에서는 먹기 힘든 독일식 안주도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케제슈페츨레(Käsespätzle)가 있었다. 수제 슈페츨레 위에 구운 양파와 베이컨 크럼블, 네 가지 치즈가 올라간 요리였다. 물론 무난하게 커리부어스트나 슈니첼을 먹어도 된다. 

올해 봄, 여행 중에는 툼브로이에 호밀맥아가 들어간 메르첸이 있었다. 보통 3월에 만들어 옥토버페스트에 내놓는 맥주인데, 툼브로이는 그 메르첸을 그냥 3월에 내놨다. 메르첸이라는 맥주 이름이 3월(März)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그날 툼브로이까지 가는 과정이 조금 힘들어서인지 첫 메르첸을 마시는 순간, 정말 황홀했다. 책에서는 ‘천국의 맥주’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 툼브로이의 맥주는 광안리의 펍 주든에서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양조장과 함께 있는 송정의 펍을 조금 더 좋아한다.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 1244

[2]
전남 순천
순천양조장

순천양조장

방치되고 있던 농협 곡물 창고를 2018년에 개조한 ‘브루웍스’는 거대한 로스터리 카페를 열었다. 그리고 2년 후, 그 옆 건물에 ‘순천양조장’이 들어왔다. 이곳은 현재 순천시에서 가장 젊은 공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트렌디한 곳이다. 순천양조장에는 특이하게 과일로 만든 맥주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은 맥주는 아무래도 흑두루미다. 우리가 흔히 흑맥주라 부르는 스타우트다.

순천은 습지가 유명하다. 그곳에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흑두루미가 머물다 간다. 무려 천연기념물이다. 전 세계 개체 수의 절반 이상이 순천만 습지에 머문다고 하니, 겨울에 방문한다면 수천 마리의 거대한 새떼를 보러 가는 것도 좋은 여행일 것이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니까. 3월에 방문했을 때,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경험 후에 순천양조장에 가면 여러 맥주 중 흑두루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른 맥주가 잘 안 들어온다.

브루웍스와 협업한 흑두루미 스타우트는 맛있다. 커피 향과 초콜릿 향이 진한 전형적인 스타우트인데, 미나리가 들어간 순천만 버거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순천양조장은 맥주뿐 아니라 햄버거 맛집이기도 하니까. 이미 10월이다. 흑두루미들이 다시 돌아와 있을 것이다. 순천에 간다면, 습지를 들러 흑두루미를 만나고 시내의 순천양조장에서 흑두루미라는 이름의 스타우트를 한잔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 순천시 역전길 57 순천양조장

[3]
전남 나주
홉플로우

홉플로우

나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뭐가 있을까. 곰탕? 배? 그도 아니면 혁신도시? 나에겐 ‘홉플로우’가 추가된다. 

벨기에의 맥주가 유명한 건 이제 많이 안다. 독일 맥주는 맥주 순수령을 언급하며 다소 정제된 느낌이라면, 바로 위, 벨기에에서는 인정사정없이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어낸다. 그 다양함 안에 수도원 맥주라는 게 있다. 그중 최고라는 베스트블레테렌을 구매하려면 아주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성 식스투스 수도원에 직접 가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도 수도원 맥주가 있다. 그것도 벨기에처럼 예약해야만 픽업할 수 있는데, 그곳이 홉플로우다.

홉플로우는 글라렛선교수도회 수도원 바로 아래 자리 잡은 맥주 공방이다. 평소에는 홈브루잉 클래스를 운영하지만, 글라렛선교수도회와 협업한 맥주 레시피를 위탁 양조해 한국에서 유일한 수도원 맥주를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이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예약한 시간에 도착하면 수도원 맥주를 가져갈 수 있고, 열정적인 곽민재 대표에게 나주에서 가야 할 곳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막 출시된 새로운 맥주를 시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논알코올 루멘 애플 화이트를 마셔볼 수 있었다. 글을 쓰며 생각난 김에 지난 3월 가져온 루멘 벨지안 다크 스트롱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9.2도의 독한 맥주가 정말 깔끔하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 나주시 남평읍 지석로 252-15

[4]
강원 평창
화이트크로우 브루잉컴퍼니

화이트크로우

로컬 브루펍의 딜레마가 있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이 많다는 것. 그렇다고 차를 가지고 가면 맥주를 마실 수가 없다는 것이다. 평창의 ‘화이트크로우 브루잉컴퍼니’도 차를 타고 가야만 한다. 누군가는 맥주를 마시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화이트크로우는 평창의 750m 고지에 있다. 어지간한 산꼭대기에서 맥주를 마신다고 보면 된다. 넓은 마당에 삼각형으로 생긴 집 한 채가 덜렁 놓여있다. 방문 때마다 한적했던 기억인데, 최근 방문은 날이 좋지 않은 늦겨울이어서인지 더 한산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날이 개기 시작하고, 그 햇볕이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순간의 조용한 따스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대표 맥주는 평창 골드와 화이트크로우 IPA가 있는데, 안주는 푸틴을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캐나다에서 온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이니만큼 퀘벡 스타일의 정통 감자 요리도 시도할 만하다. 화이트크로우는 금토일만 펍을 운영한다. 나머지는 맥주 픽업만 가능하니 참고하자. 

운전자가 억울하다고 하면, 근처 애비로드 펜션에서의 1박을 추천한다. 화이트크로우와 자매결연을 맺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펜션에서 펍까지 도보 길이 잘 닦여있다. 화이트크로우에서 드래프트를 즐긴 후, 테이크아웃해서 애비로드에서 조금 더 즐겨도 좋다. 하이파이 마니아 주인장들이 운영하는 펜션이라 원하는 음악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고원로 65

[5]
경북 경주
흐흐흐

ㅎㅎㅎ

경주에는 관광객이 매우 많다. 황리단길은 말할 것도 없고 시내의 고분군은 이미 공원이 되어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중이다. 거대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묘지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거리낌없이 즐기는 곳이 되었다는 것이 희한하긴 하지만, 그게 경주의 매력이기도 하다. 

경주는 시내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다. 동궁과 월지, 계림, 첨성대, 대릉원, 노서리고분군이 모두 이어져 있고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다. 그 사이사이 문득 튀어나오는 거대한 능은 적응이 되기 전까지 상당히 낯설다. 

‘ㅎㅎㅎ’(‘흐흐흐’라고 읽는다)는 노서리고분군 바로 옆에 있다. 누군가 이 펍을 소개하면서 능 뷰라는 표현을 했다. 더 적절한 수식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바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바로 옆에 거대 능이 보인다. ㅎㅎㅎ는 자체 양조장을 가지고 있는 브루 펍은 아니지만, 여러 브루어리와 협업하며 자체 맥주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방문했을 때는 툼브로이와 함께 만든 맥주도 있었다. 안주도 꽤 좋은데 갈치속젓 파스타를 추천한다. 

ㅎㅎㅎ는 거의 오픈런을 해야 하는 곳이다. 로컬에서 북적이는, 분위기 좋은 펍을 찾고 싶을 때 경주 ㅎㅎㅎ는 더할 나위 없다. 늦은 밤까지 능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펍이다. 

부산에도 온천천 카페거리에 ㅎㅎㅎ가 있다. 경주 주인장과 오랜 지인이 차린 곳인데, 여기는 2층을 독립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도 좋아한다.

  • 경주시 태종로727번길 23-1

[6]
경남 통영
라인도이치

라인도이치

‘라인도이치’는 통영 강구안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강구안에 숙소를 잡았다면 동피랑, 서피랑을 들르고 아름다운 항구와 근현대사 거리를 걷다가 저녁이 되었을 때 택시를 잡고 라인도이치에 가자고 하면 된다. 한국 유일의 바다 바로 옆에 있는 브루 펍이다. 앞서 소개한 툼브로이처럼 독일 맥주를 만든다.

첫 잔은 헬레스를 추천한다. 마시기 편한 헬레스를 첫 맥주로 마신 다음, 그다음은 바이젠을 주문하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바나나 향이 짙게 느껴지는 바이젠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맥주에서 바나나 향이라니, 무슨 말인가 할 테지만, 바이젠은 독일의 밀맥주다. 밀맥주 전용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바나나 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밀맥주를 마셨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벨기에식 벨지안 윗비어 말고 독일식 바이젠을 마셨던 기억. 바나나 향이 희미하게 기억날 것이다. 그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라인도이치의 바이젠에서는 바나나 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나에겐 신세계였고 정말 맛있다며 함께 맥주를 마시던 사람과 취해서 열변을 토했다. 

라인도이치에서는 해가 지는 해변을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실내가 점점 오렌지빛으로 변하는 게 느껴질 즈음 잠시 바다를 보자. 그럴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바이젠을 한잔 더 주문하면 된다.

숙취가 심하다면 다음 날 아침 서호시장에서 졸복국을 먹으면 좋다. 체력이 된다면 북포루까지 올라가자. 더 높은 곳에서 통영을 내려다볼 수 있다.

  • 통영시 미우지해안로 103 1층

전국의 브루어리를 돌고 나니 당장이라도 브루어리 펍에 들르고 싶어진다고? 그래서 준비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브루어리 펍. 

About Author
유성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22년째 일하고 있다. 영화를 좋아해서 들어간 회사지만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불현듯 맥주가 좋아져 많이 마시러 다녔고, 그 자산으로 에세이집 '여름 맥주 영화'(2023)와 '미지의 세계'(2026)를 썼다. 여전히 여행을 가면 근처의 좋은 펍을 찾는데, 그건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500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을 오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