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맥주따라 전국을 여행하는 유성관이다. 전국의 브루어리 펍에 이어 소개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브루어리 펍이다. 서울과 서울 근교에도 특별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브루 펍이 있다. 서울 시내에도 브루 펍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비싼 임대료 때문에 양조는 외곽에서 따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브루 펍을 포함해 양조 시설과 탭룸을 별도 운영하며 자체 양조하는, 아무튼 자신만의 맥주가 있는 곳을 모두 소개하려 한다. 인천에서 출발해 서울로, 그다음 경기 서부권으로 이동해보겠다.
[1]
인천 개항장 거리
인천맥주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인천은 인천역을 중심으로 자리한 개항장 거리,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그리고 월미도가 대표하고 있다. 논리적인 이유는 딱히 없다.
개항장 거리에 ‘인천맥주’가 있다. 오래된 보세창고를 개조한 곳으로 언뜻 봐도 빈티지한 건물이 제법 거칠거칠하다. 밖에서 보기엔 공장 같아서 들어가도 되나, 를 망설이게 되는데 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매장이 나온다. 일단 들어는 갔는데, 홀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또 맥주를 마셔도 되나 싶은데 옆을 보니 2층으로 올라가는 낡은 철제 계단이 보인다. 인천맥주는 2층이 홀이다.
인천맥주에 도착했다면 무조건 마셔야 하는 맥주는 정해져 있다. 일단 ‘개항로 라거’로 시작하자. 인천 맥주의 시그니처로 깔끔하게 넘어가는 라거 맥주다. 그다음은 ‘마계인천’을 시도하면 된다. 마계인천은 그때그때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내놓는 것 같은데, 현재는 사워 계열의 ‘피크닉’이라고 한다. 이 두 맥주를 강하게 권하는 이유는 인천을 넘어가는 순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로컬에 진심인 인천맥주는 인천 내에서만 유통 가능한 맥주를 정해놨다. 사브작이나 몽유병 같은 맥주를 다른 보틀샵에서 만난 적이 있겠지만 개항로 라거나 마계인천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인천에 도착했다면, 차이나타운을 떠돌며 중국음식을 먹고, 인천맥주에 들어와 인천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를 한잔하면 된다. 물론 사브작이나 몽유병을 좀 더 마시고, 살짝 취한 상태로 월미도까지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날이 좋다면 걸어도 된다.
- 인천 제물포구 신포로15번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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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엑스트라스몰 브루잉룸
인천 연수역에서 내리면 상가 밀집 지역이 바로 나온다. 촘촘하게 도열한 음식점을 지나면 단정한 카페 같은 매장이 하나 보인다. 그런데 커다란 양조 탱크도 보인다. 이곳은 이름부터 매우 작은, ‘엑스트라스몰 브루잉룸’이다.
내부도 펍이라기보다는 편한 동네 카페 같았다. 손님과 주인장의 대화를 들어봐도, 매장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노트북을 열어 작업하는 손님의 모습을 봐도, 동네 단골들이 왔다 갔다 하는 분위기 좋은 카페로 보였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양조 시설을 갖춘 브루 펍이다.
해 질 녘에 들어가 ‘해질녘 웨스트 코스트 IPA’를 주문했다. 쓴맛을 제거한 뉴잉글랜드 IPA가 최근 유행했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웨스트 코스트 IPA라고 답한다. 우리가 IPA를 처음 접했을 때 마셨던, 홉 향 짙고 쓴맛도 동시에 창궐하는 그런 맥주. 기억 속의 해질녘은 그보다는 좀 더 부드러웠던 것 같지만. 다녀본 펍 중 압도적으로 정적이며 조용한 카페와도 같았던 그 무드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고 기억한다.
『미지의 세계』 원고를 위해 방문한 곳이었으나, 실리지 못한 펍이다. 인천맥주에 대해 쓰다 보니 인천의 모든 것을 갖다 쓴 느낌이 들었고, 그 글로 인천이 종결된 것 같았다. 인천역에서 연수구는 상당한 거리임에도 그랬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 인천 연수구 청명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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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끽비어컴퍼니

끽비어컴퍼니는 세운상가에서 이어지는 을지로 대림상가에 있다. 이곳에서는 탭룸만 운영하고 양조장은 고양시에 있다.
끽비어컴퍼니는 꽤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이유는 월간맥주에 있다. 이곳에서는 매월 새로운 맥주를 내놓는다. 꿀꺽(아메리칸 라거), 스밈(페일 에일), 캄캄(잉글리시 포터) 등 정규 맥주도 좋지만 이번 달에는 어떤 새로운 맥주가 나왔을까 기대하며 도착할 수 있는 펍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참외가 들어간 맥주를 내놓기도 했고, 올여름 7월에는 수박화채를 생각하며 레시피를 짰다는 사워 에일도 만들었다. 이런 맥주가 과연 가능한가 싶은 실험을 늘 하는 곳인데, 그 맛이 늘 좋아서 신기한 곳이기도 하다.
월간맥주 중 가장 기억나는 건 뽀모다. 카프레제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바질과 토마토의 향이 나는 맥주라는데, 너무 음식 같은 맥주 설명이라 살짝 망설이기도 했다. 오늘은 정규 맥주를 마실까. 그래도 이왕 온 것, 하며 뽀모를 주문했고 정말 맥주를 통해 바질과 토마토의 향이 느껴졌다. 오묘한 것은, 그럼에도 맛있는 맥주로 느껴졌다는 것. 그게 끽비어의 힘이다. 도무지 맥주의 맛이 아니어야 할 것 같은데 맥주를 만들어내고야 하는 공력. 이후 다시 방문한 끽비어에서는 쑥쑥이란 월간맥주가 있었다. 한술 더 떠 하동 쑥을 넣었다는 세종 맥주. 언젠가 쑥을 홉 대신 넣은 실험적인 맥주를 마신 기억이 그리 좋지 않아 이번에도 망설이다 주문했는데, 역시 끽비어는 끽비어였다. 맛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10월의 맥주는 츄라이라고 한다. 6가지 서로 다른 맥아의 맛이 켜켜이 쌓인 맥주라는데, 역시 맛있을 것이다.
- 서울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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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브루어리 을를 서울숲

경기도 이천에서 시작한 브루어리 을를은 서울숲에도 직영점이 있다. 온갖 팝업 매장과 관광객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성수동 거리를 걷다가 서울숲에 도착하면 조금 숨통이 트인다. 그 근처에 을를 서울숲점이 있다. 한 건물의 두 개 층을 사용한다.
이천에서 시작된 브루어리이니만큼 ‘이천 쌀밥 라거’가 대표 맥주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대멸종’을 좋아한다. 뉴잉글랜드 페일 에일이다. 이쯤 되니 뉴잉글랜드 페일 에일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붙여야겠다. 노란빛의 탁한 외관으로 헤이지 페일 에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홉의 폭발적인 과일 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양조한다. 서부 지역에서 완성된 웨스트 코스트 IPA가 홉의 쓴맛을 함께 부각한다면, 뉴잉글랜드 방식은 쓴맛을 제거하고 과일 향만 남긴다. 마시면 주스 같기도 한데, 이 방식이 은근히 도수가 높아 금방 취하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 독하고 향이 짙어 보통 첫 번째 잔으로는 선택하지 않는다. 을를을 대표하는 맥주, 대멸종이 바로 이 스타일이다.
약간의 반전. 하지만 을를에서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비엔나 라거인 ‘빵맥주’다. 이천의 을를은 바로 옆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거기에서 판매하고 남은 빵을 사용해 빵맥주를 만들기도 하는데, 구수한 빵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원래 비엔나 라거는 비엔나 몰트를 사용해 빵의 풍미를 느끼게 하는 것인데, 을를은 정말 빵을 넣어버리는 방식으로 양조했다. 예전에는 이천에서 가끔 마셨는데 요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천이나 서울숲점 모두 빵맥주를 마시기가 어려워졌다.
을를 서울숲점은 더 추워지기 전에, 위층 테라스에서 맥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숲으로 지는 노을 아래에서 맥주를 마시는 순간, 성수동의 번잡함이 모두 사라진다.
- 서울 성동구 서울숲4길 16-25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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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브루어리304

브루어리304를 좋아한 지는 오래됐다. 계기는 지금까지도 304의 대표 맥주인 ‘플루토 블론드 에일’ 때문이다.
2006년 8월,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에서 왜소 행성으로 강등되며 134340이라는 번호를 부여받은 명왕성에는 어쩐지 짠한 감정이 있다. 304에서는 태양계의 정규 멤버에서 퇴출당한 왜소 행성이지만, 많은 팬에게 사랑받는 명왕성을, 작고 강한 브루어리라는 이미지와 매칭시켜 맥주 이름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대표 맥주로 자리한다. 요즘은 ‘고양이가 우주를 구한다’ 라는 이름의 헤이지 스타일 맥주도 다양하게 내놓으며 대표 맥주의 위치가 다소 움직이는 것 같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플루토 블론드 에일이 있다. 알코올 도수와 쓴맛 지수 모두 그리 높지 않다.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인 동시에 시트러스 계열의 홉 향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청량함이 있다.
304는 안산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근처에 있다. 안산을 산책하고 내려와 맥주를 마셔도 좋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걷다 304에 들러 맥주를 마셔도 좋다. 2층의 넓은 창으로 중정을 바라볼 수 있는 이 건물은, 예전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들의 옥바라지를 하던 면회객이 머물던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했다.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11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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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군
빅스타 브루어리 & 크래머리

빅스타 브루어리는 대성리 카페촌에 새로 생긴 브루 펍이다. 올여름 방문했는데, 캐나다에서 맥주 양조를 배워 온 주인장은 여름에 마시기 좋은, 스타일은 각자 다르지만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좀 더 독한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더했다.
대표 맥주인 ‘빅스타 IPA’, ‘별 헤는 세종’, ‘수퍼노바(초신성)’ 모두 5%를 넘지 않는, 강하지 않은 맥주였고 마시기 좋았다. 차를 몰고 가, 펍에서 맥주를 마실 수는 없었고 캔으로 판매하는 맥주를 잔뜩 사 와서 지금까지도 조금씩 마시고 있는데, ‘편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여기 주인장도 천문학에 평균 이상의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대성리 스페인 마을을 지나쳐 위로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데, 새로 지은 건물도 근사하고, 동그란 통창이 빅스타 브루어리의 명당자리다.

빅스타 브루어리에서 15km만 운전하면 크래머리에 도착할 수 있다. 넓은 부지에 탭룸과 브루어리를 모두 갖추고 있고 바비큐가 유명하다. 독일 정통 양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크래머리는 ‘필스너’가 대표 맥주인데, 당연하게도 바비큐 플래터와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크래머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바이젠 복’이다. 맥아를 잔뜩 넣고 독하게 만들어 겨울에 마시기 좋은 맥주 스타일을 복이라고 하는데, 바이젠 복은 말 그대로 밀맥주를 복 스타일로 만든 것이다. 바나나 향이 나긴 하나, 굉장히 독해서 그 바나나 향을 ‘독함’이 상쇄해준다. 그런 만큼의 독함이 마음에 드는, 드물게 겨울에 잘 어울리는 맥주다.
두 개의 브루 펍을 한 섹션으로 넣은 것은 이유가 있다. 최근에 다녀왔지만 모두 운전하느라 펍에서 제대로 맥주를 마시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래머리에는 아주 훌륭한 논알코올 페일 에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는 빅스타 브루어리와 크래머리를 데려다 줄, 술 안 마시는 착한 친구가 있길 바란다. 크래머리를 갔다면, 그리고 그 계절이 겨울이 지난 후의 봄이라면, 근방에 있는 전국구급의 벚꽃길을 추천한다. 서울로 가는 길에 내비게이션을 따르지 말고, 무조건 신청평대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된다.
- 경기 가평군 청평면 남이터길 52-28
About Author
유성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22년째 일하고 있다. 영화를 좋아해서 들어간 회사지만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불현듯 맥주가 좋아져 많이 마시러 다녔고, 그 자산으로 에세이집 '여름 맥주 영화'(2023)와 '미지의 세계'(2026)를 썼다. 여전히 여행을 가면 근처의 좋은 펍을 찾는데, 그건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500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을 오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