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갤럭시 Z 폴드8, 왜 이 비율로 나왔을까요?

그리고 이름은 왜 바꿨을까요?
그리고 이름은 왜 바꿨을까요?

2026. 07. 24

벌써 갤럭시 폴더블이 처음 등장한 지 7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간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워낙 상향평준화가 되다보니 이젠 폴더블조차도 혁신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었죠. 올해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폼 팩터가 등장했으니까요.

갤럭시 Z 폴드8 (왼쪽),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 (오른쪽)

올해의 8세대 갤럭시 Z 라인업에는 새로운 폴드형 모델이 추가됩니다. 그런데 이름은 그대로 ‘갤럭시 Z 폴드8’입니다. 조금 헷갈리죠? 기존의 이름을 새로운 모델이 차지하고, 기존의 폼 팩터는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로 올라갔기 때문이에요. 왜 삼성이 이런 결정을 했는지는 좀 이따가 얘기해보도록 하고, 새로운 모양을 가진 폴드8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은 폴드8의 전반적인 모양을 여권에서 따 왔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여권을 옆에 두면 거의 똑같은 크기죠. 이 여권 크기의 장점은 주머니에 넣을 때 다가옵니다. 바지에 폰을 찔러넣고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앉을 때 폰이 다리를 찌르는 일이 줄어들거든요. 물론 더 넓어진 만큼, 주머니의 폭도 중요해지겠지만요.

그렇다면 비슷한 비율로 나온다는 폴더블 아이폰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올해 초에 디에디트에서 3D 프린터로 목업을 만들어서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그 목업과 비교해 보면 폴드8 쪽이 살짝 더 큽니다. 다만 화면 크기 자체는 상당히 유사한 모습입니다. 화면을 폈을 때의 크기 역시 폴더블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패드 미니보다 조금 더 작습니다.

사실 여권 크기의 스마트폰은 예전부터 적게나마 꾸준한 시도가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블랙베리 패스포트가 있죠. (이름만 봐도 어디서 크기의 영감을 받았는지 뻔하죠?) 여권 크기의 가장 큰 장점은 그만큼 공간 효율이 좋다는 점입니다. 특히 화면비에 구애받지 않는 텍스트 콘텐츠를 표시할 때는 가로 길이가 확보되어 읽기에 더 편하면서도, 키보드도 타이핑하기 더 편했습니다. 거기에 높이가 짧다 보니 주머니에 더 쉽게 들어가는 등, 휴대성도 좋은 편이었죠.

이름부터가 ‘여권’이었던 블랙베리 패스포트.

하지만 이런 폼 팩터가 궁극적으로 먹히지 않았던 건 미디어, 특히 영상을 볼 때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었어요.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영상 시청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었고, 그렇게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화면비는 지금과 같이 고정된 것이죠.

그런데 이 폼 팩터가 폴더블에서는 조금 달라집니다. 펴면 되니까요. 실제로 폴드8을 폈을 때의 화면 비율은 정확히 4:3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16:9 영상을 보면 레터박스가 조금은 생기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 수준이고, 요즘 화제라는 아이맥스의 1.43:1 화면비 영상을 띄우면 거의 딱 맞는 수준입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스테레오 스피커가 모두 왼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소리가 왼쪽에서만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에서도 비슷하게 지적됐던 문제이기도 해요.

책을 볼 때에도 이 화면비는 꽤 좋습니다. 리디북스와 같은 앱에서 책을 기본 방향으로 펴면 두 페이지를 동시에 보여주는데, 흡사 작은 책을 펴고 읽는 기분이 듭니다. 좀 더 큰 한 페이지를 보고 싶다면 화면을 돌려주면 되고요. 만화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사가 좀 많은 만화책이다 싶으면 세로로 돌리면 거의 만화책 원본과 비슷한 크기로 읽을 수 있었어요.

커버 디스플레이는 10:16 비율이어서, 폴드8 울트라보다 역시 가로형 영상을 전체 화면으로 보기에 훨씬 유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16:9 영상을 보면 위아래 레터박스가 거의 없는 수준이죠. 그리고 텍스트를 읽을 때도 가로로 조금 더 길어서 읽을 때 중간에 뚝뚝 끊기는 느낌이 폴드8 울트라보다 덜해서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텍스트 가독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한글을 기준으로 한 줄에 25~40자 정도의 글씨를 표시할 때 눈의 움직임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해요. 같은 디에디트 매거진 기사를 두 기기에 모두 띄웠을 때 폴드8은 한 줄에 40자 정도, 폴드8 울트라는 22자 정도가 표시되는데, 폴드8이 폴드8 울트라보다 텍스트를 읽기에 더 편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는 셈입니다.

폴드8 울트라(왼쪽)와 폴드8에 똑같이 인스타그램을 띄우면 콘텐츠 표시 자체는 울트라 쪽이 더 유리한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세로 비율이 훨씬 더 긴 폴드8 울트라는 더 긴 세로에 맞춰 만들어진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좀 더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같은 화면을 띄워도 폴드8 울트라가 더 많은 텍스트를 보여주고, 특히 인스타그램과 같이 세로형 사진과 섞이면서 보게 되는 상황에서는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이 많이 달라져요. 키보드를 띄우면 키 자체가 더 넓어져서 타이핑하기에는 편하지만, 키보드의 높이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서 키보드가 콘텐츠를 가리는 비율이 더 증가하기도 해요. 저는 어차피 타이핑할 때는 보통 제가 치는 거에만 집중하는 편이라 이게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유튜브 댓글과 같이 콘텐츠를 보면서 타이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게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기존의 모델이 울트라로 이름이 바뀌었을까요? 삼성의 입장은 생산성 작업을 위해서는 세로가 높은 게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폴드8 울트라가 더 많은 텍스트를 표시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폴드8 울트라는 두 개의 5,000만 화소짜리 메인 및 광각 카메라 외에도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가 추가로 장착되고, 배터리도 200mAh 더 큽니다. (참고로 두 폴드8 모델 모두 실리콘 카본 소재의 배터리를 채택해 폴드7보다 배터리가 유의미하게 늘면서, 무게는 더 가벼워졌습니다.) 삼성은 폴드8을 필요에 따라 더 큰 화면으로 미디어 소비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두 갤럭시 Z 폴드8 모델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일반 폴드8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산다면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황에서 팟캐스트를 편집하거나 사진을 보정하는 용도로 쓰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실제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영상이나 책처럼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중이 훨씬 높을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폴드8이 생산성 활동이 눈에 띌 정도로 불리하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고요. 솔직히 아예 이 모양 단일로 폴드 라인업을 이어가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예요. 삼성 입장에서는 이게 조금은 겁나는지 울트라로 기존 화면비를 남겨놓은 거 같지만요.

무엇보다 아이폰 사용자인 저로서는 갤럭시 Z 폴드8을 써보면서 올 9월에 등장하게 될 폴더블 아이폰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습니다. 처음에 폴더블 아이폰이 폴드8의 비율로 나온다고 했을 때 다들 의구심을 품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기존 폴드 모델과 지금의 폴드8 울트라의 화면비보다는 폴드8의 화면비가 여러모로 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폴더블 아이폰도 기대가 되네요.

갤럭시 Z 폴드8 라인업은 7월 28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하며, 8월 7일에 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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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