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

[PICK] 에디터 7인이 뽑은 연말 결산.list

패션, 카페, 식당, 영화, 드라마 등 총 65가지 리스트
패션, 카페, 식당, 영화, 드라마 등 총 65가지 리스트

2025. 12. 30

안녕, 에디터B다. 패션, 카페,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객원 에디터들에게 연말 정산 리스트를 요청했다.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사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달라고 했다. 한 가지 취향에 흠뻑 빠진 이들이 시간과 돈을 써서 얻은 귀한 순위표라고 할 수 있다. 회사 일로 바쁘고, 심신이 지쳐서 분주하게 놀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이들의 리스트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맛집 투어를 열심히 했던 나는 올해의 식당 열 군데를 골랐다.


올해의 패션 브랜드 10
by 지정현

1. 아디다스 adidas
2. 소시오츠키 SOSHIOTSUKI
3. 카키스 KAKHIS
4. 디올 DIOR
5. 포스트아카이브팩션 Post Archive Faction(PAF)
6. 에메 레온 도르 Aimé Leon Dore
7. 갭 Gap
8. 오토매틱 포더 피플 Automatic for the People
9. 넘버나인 NUMBER (N)INE
10. 조르지오 아르마니 Giorgio Armani

아디다스(adidas)는 오아시스에 백 번은 감사해야 한다. 영원의 라이벌 나이키(NIKE)가 주춤한 사이, 새 라인업을 추슬러 오랜 설움을 만회하려던 아디다스는 오아시스(Oasis)의 복귀를 발판 삼아 ‘90년대 리바이벌’의 최대 수혜자로 올라섰다. 몇십 년 뒤, 2025년은 오아시스의 기념비적인 재결합과 함께 아디다스 트랙 탑과 ‘삼선’ 스니커즈가 시장을 휩쓴 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LVMH 프라이즈를 수상한 소시오츠키(SOSHIOTSUKI) 역시 문화 황금기의 미학을 재정립했다. 일본의 80~90년대식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재킷, 코트, 팬츠 같은 고전적 아이템을 중심에 두되, 과도한 콘셉트에 기대지 않은 컨템포러리한 실루엣이 강점. 자라(ZARA)와의 협업 캡슐 컬렉션은 하이엔드 문법에만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소비자층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편집숍 카키스는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곳 중 하나로, 올해 유통과 기획 양쪽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챔피온, 리복, 애드섬 등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에브리원 도쿄’ 팝업을 진행하며 카키스의 브랜드 파워와 확장성을 확인시켰다. 여기에 자체 브랜드 ‘카키스’까지 힘을 보태며, 자생하는 편집숍의 가능성도 보여준 한 해였다. 유난히 큰 별이 많이 진 2025년, 남성복의 기준을 넓혀온 패션계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가 별세했다. 거대한 기둥을 잃은 아르마니 하우스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올해의 식당 10
by 에디터B

1. 으뜸이로리바타 (부산 수영구) [링크]
2. 본연 (서울 강남구) [링크]
3. 소바쥬 (서울 마포구) [링크]
4. 이테르 (서울 중구) [링크]
5. 마테르 (서울 강남구) [링크]
6. 아웃트로 바이 비토 (부산 수영구) [링크]
7. 솔밤 (서울 강남구) [링크]
8. 레귬 (서울 강남구) [링크]
9. 비네토 (부산 수영구) [링크]
10. 쉐프곤 (부산 중구) [링크]

미리 말한다. 이 리스트는 객관적이지 않다. 가장 뛰어난 식당을 선정하기 위해 모든 면을 꼼꼼히 살피지도 않았다. 단 하나의 기준만 적용했다. ‘그 식당에서 나는 얼마나 행복했나.’ 나처럼 식당이 여행의 목적이 되는 사람에게는 그것만이 유일하며 절대적인 기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방문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부산만 가면 ‘으뜸이로리바타’에 들리게 된다. 특히 겨울에 가면 더 좋다. 화로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와 쉴 틈 없이 나오는 해산물의 향연은 그 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금태구이와 솥밥은 코스의 정점이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중에서는 뿌리채소와 발효를 중심으로 요리하는 본연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접객이 무척이나 훌륭하며, 음식은 입문자에게도 어렵지 않다. 파인다이닝에서 느낄 수 있는 친절하고 세심한 경험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가격도 합리적이다). 비슷하게 뿌리채소를 주재료로 요리하는 마테르 역시 좋았고, <흑백요리사 시즌2>로 더 유명해진 메밀 코스 요리의 소바쥬 또한 계절마다 한 번씩 가도 좋은 곳이다. 된장 파스타처럼 한식과 이탈리아 음식을 퓨전하는 곳을 많이 봤는데, 이테르 명동이 그 카테고리에서는 탑이다. 한국적인 파스타를 원한다면 이테르를 추천한다. 반대로 이탈리안 정통 파스타를 먹고 싶다면 부산의 비네토로 가면 되고, 부산에 간 김에 쉐프곤도 가보자. 자갈치 시장에서 당일 공수한 재료로 요리한 해산물 코스를 먹을 수 있다. ‘고기 좋아 채소 싫어 인간’에게도 비건 레스토랑 레귬은 꼭 강권하고 싶다. 사실 고기는 웬만해서는 맛있기 때문에 맛있으면 ‘음, 맛있네’ 정도의 반응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채소는 다르다. 정말 잘 조리된 채소를 한 입 먹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안성재 셰프가 왜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올해의 영화 10
by 김철홍

1.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폴 토마스 앤더슨)
2. 세계의 주인 (윤가은)
3. 리얼 페인 (제시 아이젠버그)
4. 플로우 (긴츠 질발로디스)
5. 히어 (로버트 저메키스)
6. 퀴어 (루카 구아다니노)
7. 컴플리트 언노운 (제임스 맨골드)
8.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9. 씨너스: 죄인들 (라이언 쿠글러)
10.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캐서린 비글로우)

숨 가쁜 일상을 보내다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또 자세를 잡은 여러분께 새삼스레 드리는 질문. 당신에게 영화는 재미입니까, 의미입니까? 재미가 없어도 의미가 좋으면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편일까, 아니면 의미가 없더라도 재미가 충분하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까. 내가 뽑은 올해 베스트 영화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혁명가 밥 퍼거슨의 이야기다. 그는 혁명 조직의 레전드로 대접받는 사람이지만, 영화를 보면 사실 그는 혁명이 지닌 가치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인다. ‘폭탄 전문가’인 그는 오프닝에서 그저 자신의 도파민을 위해 폭죽을 쏘아 올린다. 그러나 분명 그 폭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혁명이 지닌 가치에 관심 갖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 밥에게 혁명은 재미였을까, 의미였을까. 여러분의 2025년은 재미였을까, 의미였을까. 그때그때 되는대로 수습하며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 같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그 또한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의 일부이지 않을까? 밥을 포함한 아래 영화들 속 인물들의 우스꽝스럽고 현실적인 영웅서사 속에서 웃음과 위안을 발견하시길.


올해의 카페 10
by 심재범

2025년을 마감하며, 지난 한 해 동안 방문한 카페중에서 새로운 매장을 중심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리스트를 정리해봤다. 번호가 있지만 순위는 아니다.

1. 카페 단단 로컬 카페의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포항의 커피 플레이스와 제주 구도심의 카페 단단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따듯한 분위기와 정성어린 커피까지, 한국 최고의 로컬 카페라고 단언할 수 있다. [링크]
2. 패스커피 멜버른의 세계적인 카페들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브루잉 커피와 카페라테. [링크]
3. 피어커피 종각 새로운 실험을 꾸준하게 시도하는 피어커피 종각에서 폴앤폴리나와 협업하는 빵과 커피를 놓치지 말자. [링크]
4. 커피가게 동경 독립문 망원동의 레전드, 한국 비엔나 커피의 성지 커피가게 동경이 독립문으로 이동했다. [링크]
5. 키에키 러닝 트렌드의 중심이자, 제주 카페의 신성. [링크]
6. 프릳츠 장충 미쉐린 세프의 음식과 프릳츠 커피를 함께 조합했다. [링크]
7. 커피하우스 마이샤 일본식 다방 문화를 상징하는 깃사텐을 연상시키는 곳. [링크]
8. 포른커피 송파구의 새로운 신성, 모든 커피가 맛있고, 분위기가 따뜻함. [링크]
9. 블루보틀 스튜디오 블루보틀 커피의 특별한 커피 실험이 과하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링크]
10. 랄프스커피 아르켓, 자라와 같은 패션 브랜드 카페의 원조. [링크]

카페 리스트 외에 2025년 커피 신을 요약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언제까지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좋아하는 커피와 카페를 소개해 온 내가, 이렇게 환경과 미래를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한 해 동안 커피 생두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그 높은 가격이 일시적이지 않고 꾸준히 유지됐다. 체감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과거 1,300원이던 환율이 1년 내내 4,000원 수준에서 고정된 것과 비슷하다. 잠깐의 상승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상태가 새로운 기준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가격 구조가 장기화된다면, 지금처럼 커피를 누릴 수 있는 여유가 누리기 힘든 사치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나 더. 러닝 열풍 및 한국의 다양한 커피 트렌드도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카멜커피 서촌, 제주 키에키, 서울숲 유즈풀 아틀리에 같은 매장들은 러닝 열풍과 맞물려 새로운 거점이 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디카페인은 자연스럽게 일상의 선택지가 되었고, 말차는 커피를 대체하기보다는 옆자리를 차지하며 공존했다. 패션 브랜드가 카페를 열고, 카페가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형 박람회보다 작고 느린 인디 커피 페스티벌이 늘어났고, 커피는 이제 디저트를 넘어 음식과 함께 즐기는 음료로 확장되었다. 해외에서는 도시마다 전혀 다른 커피 문화가 빠르게 진화했고, 국내에서는 좋은 커피를 찾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2025년의 커피는 더 이상 하나의 모습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올해의 드라마 5
by 조은나래

1. <미지의 서울>
2. <폭싹 속았수다>
3. <은중과 상연>
4. <자백의 대가>
5. <다 이루어질지니>
번외) <폭군의 셰프>, <너의 모든 것>, <언내추럴>

2025년의 드라마를 돌아보자니, 호기심에 시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끝을 맺은 게 많지 않다. 초특급 캐스팅과 대형 장르물들이 유독 많은 한 해였지만, 왠지 뒷심이 부족한 작품이 많아서 아쉬운 느낌. 그럼에도 완주한 작품들은 내게 시기적으로 잘 맞았던 게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순위이니 최애작이 없어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린다..!

힘들이지 않고, 꼽은 1위는 <미지의 서울> 박보영 배우의 연기력에 늘 감탄한다. 1인 2역 쌍둥이 역할이라는 데 처음 혹했던 건 사실인데, 보다 보면 이건 1인 2역이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미지와 미래 두 인물로 다가온다. 둘의 캐릭터 해석과 감정선, 서울과 지방에 비유한 그들의 현실과 성장 서사, 결국 나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보여주는 감동이 여운 깊게 남는다. 특히, 눈물 찔끔나게 하는 대사들은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2위는 역시나 <폭싹 속았수다> 올 상반기 모두를 웃고 울린 이 드라마를 빼놓을 순 없다. 치열하게 시대를 견뎌 온 세상의 모든 애순이와 금명이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 온 가족 취향에 맞은 몇 없는 드라마다. 3위는 <은중과 상연> 난 영원히 상연이를 이해 못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외로 상연이를 불쌍해하는 반응이 나뉘어 재밌었던 기억. 인연인지 악연인지 얽히고설킨 두 인물이 그리는 우정과 그 안에 숨겨진 미묘한 질투와 열등감.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사람이었다가도 한순간에 가장 상처를 주는 관계가 되는 아이러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감정 연기가 둘의 관계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이맘때 한창 지인들을 만나면, 아니라고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표정으로 ‘너 은중과 상연 봐?’로 대화를 시작했다. 상연이가 불쌍하다하면 얼마든지 반박해 줄 작정으로.

그 외에는 순위를 매기기 애매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도 서운한 작품들. 김고은 배우의 연기력에 또 한 번 감탄했던 <자백의 대가>. 김우빈과 수지의 얼굴 합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한 <다 이루어질지니>, B급 감성의 주류화, 먹방의 신세계를 연 <폭군의 셰프>까지.

사실 나의 주된 취향은 범죄 스릴러물인데, 돌아보니 올해는 무해한 콘텐츠들만 소비한 것 같다. 그래도 하나만 추천하자면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모든 것(You)>. 아직 최근 시즌 5를 아직 다 못 봐 순위에서 뺐다. 사이코패스 일인칭 시점으로 그의 논리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소름 돋는 매력의 작품인데, 시즌을 더해갈수록 도를 넘는 그의 행동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다. 또 하나 올해의 작품은 아니지만, 내가 올해 본 명작 하나를 추천하자면 법의학 미스테리 <언내추럴>. 비위가 약하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정의와 진실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미스테리물로 아마 OST ‘Lemon’으로 더 유명할 수도 있겠다.


올해의 술 10
by 글렌

1. 페리에주에 벨 에포크 2013 올해 결혼을 하며, 이 샴페인으로 건배 제의를 했다. 이 술을 고른 이유는 이름의 의미 때문으로,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좋은 시절’이라는 뜻이다. 의미가 좋은 만큼 선물용으로도 좋다. 특히 샴페인은 호불호를 크게 타지 않아 제격이다. 면세점에서 10만 원 중반대에 구할 수도 있으니 눈여겨보자.

2. 글렌드로낙 21년 신형 최애 위스키 증류소 중 하나인 글렌드로낙에서 올해 바틀 디자인을 변경했다. 위스키는 보통 리뉴얼 되면 맛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은데 글렌드로낙은 새 옷을 입고 맛도 업그레이드됐다.

3.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 올해 안동 맹개술도가를 찾았다. 밀로 빚은 진맥소주 중 오크 숙성한 시인의 바위는 위스키를 떠올리게 할 만큼 특별한 풍미를 지녔다. 최근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4평 외톨이’ 김상훈 셰프가 페어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4. 펀더멘탈 브루잉 타임 수원 수원 시내에서 갓 만든 수제 맥주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펀더멘탈 브루잉’ 브루어리가 있다. 수원의 토종 효모를 발효시켜 만든 이 맥주는 맛과 의미를 동시에 잡았다.

5. 샤또 몽로즈 1992 절친한 지인의 생년 빈티지로 선물한 와인이다. 장미와 가죽, 시가 향이 매혹적이었다.

6.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어메이징 데이즈 성수동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매장이 ‘아쉽게도~’ 올해 문을 닫으며 이 맥주를 작별 선물로 받았다. ‘다행히도~’ 편의점에서 더 많은 라인업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어메이징한 날들을 기대해 본다.

7. 필립 파칼레 코르나스 2017 부르고뉴에서 필립 파칼레 와이너리에 초대받은 경험은 다시 생각해도 꿈만 같다. 바이올렛 향이 아직도 코 끝에 맴돈다.

8. 옥토모어 15.3 최강 피트 위스키 옥토모어 시리즈 중에서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307.2 ppm을 자랑한다. 강렬한 피트감 속에서도 균형잡힌 맛도리 위스키다. 

9. 아페롤 스프리츠 칵테일 유럽의 더위를 식혀줬던 식전주다. 집들이 웰컴드링크로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10. 아라마사 No.6 X 타입 일본 사케씬의 최전선, 현대적인 사케란 이런거구나.


올해의 책 10
by 기명균

1. <멍게의 맛>, 임지영, 후마니타스
2. <먼저 온 미래>, 장강명, 동아시아
3.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북스톤
4. <꼭 맞는 책>, 정지혜, 유유
5. <설자은, 불꽃을 쫓다>, 정세랑, 문학동네
6.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지카우치 유타, 다다서재
7.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문학과지성사
8. <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위즈덤하우스
9. <증명과 변명>, 안희제, 다다서재
10. <지의 관객 만들기>, 아즈마 히로키, 메멘토

올해의 책을 꼽는다는 건 조금 웃긴 일이다. 올해 출간된 책 중에는 읽은 책보다 사놓고 못 읽은 책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올해 못 읽어서 가장 아쉬운 책’ 같은 것에 대해 쓴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말 나온 김에 몇 권 꼽아보자면… <우는 나와 우는 우는>, <동료에게 말 걸기>, <메모의 순간>, <쓰기의 미래>, <느리게 가는 마음>, <범선 군함의 살인> 같은 제목들이 떠오른다. 내년엔 꼭 읽어야지.

다행히 읽은 책 중 좋은 책들이 많아서 10권을 추려낼 수 있었다. 아깝게 열 권 안에 들지 못한 책들이 있지만 가뜩이나 위에 책 제목을 많이 언급했는데 그 책들까지 언급한다면 글이 더욱 난삽해질 것 같아 상상에 맡기고… 올해 가장 좋았던 책 <멍게의 맛>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멍게의 맛>은 주간지 ‘시사in’의 임지영 기자가 쓴 육아 에세이다. 나는 10년이 넘도록 ‘시사in빠’인데, 어렵고 딱딱하고 파편화된 ‘시사’를 한 입에 먹고 소화하기 좋도록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이 훌륭한 읽을거리는 항상 나의 독서 1순위이고, 시사in 기자분들이 펴낸 책에도 관심이 있다. 마침 나도 몇 년 전부터 주로 쌉쌀하고 가끔 달콤한 멍게, 아니 육아의 맛을 보고 있기에 사서 바로 읽었다.

201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1년간의 일기가 책의 씨앗이다. ’두 딸을 키우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부제처럼 문장이 담담하다. 화려한 수식어나 느끼한 의미 부여가 없어서 저자와 아이 둘, 남편의 사는 모습이 더 잘 보인다. 그냥 ‘넷이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인데 그게 찡하고 웃겼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굳이 거창해질 필요는 없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