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

생존형 릴스 에디터로 살아가는 법

[타인의 삶] 이것저것 다 하는 프리랜스 에디터의 릴스 제작기
[타인의 삶] 이것저것 다 하는 프리랜스 에디터의 릴스 제작기

2026. 08. 04

안녕, 나는 2021년부터 디에디트에 글을 써온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오늘은 에디터B의 제안으로 ‘나의 릴스 제작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일단 글 쓰는 에디터가 릴스를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부터 설명해야겠다.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한 지 벌써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다양한 매체나 브랜드와 협업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왔지만 소속이 없다는 사실이 주는 불안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아시다시피 프리랜서는 언제나 기다리는 존재다. 외부 제안이 들어와야 비로소 업무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어느 순간 기다림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시기가 생겼고, 그 기다림을 막연한 불안으로만 채울 수 없던 나는 뭐라도 만들어보자 마음 먹었다. 주제도 내용도 형식도 내 맘대로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어, 거기에는 오랜 시간 나를 지켜봐 온 (소수의 귀여운) 팔로워들도 있어,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시티털보

시티털보’라는 급조된 닉네임을 달고 릴서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한 김정현 에디터. 2년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아기자기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잊을 만하면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기에, 릴서바라기는 어떻게 콘텐츠를 만드는지 그 조악한 과정을 들려드리려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거쳐 한 편의 릴스가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한 소개서이자, ’이거 당신들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 아니요’ 꺼드럭대는 넋두리. 편의상 3일이라는 구성을 빌려 왔으나 실제로는 딱히 정해진 스케줄이 없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1일 차: 준비

아이템 선정 

무엇을 찍을 것인가. 아이템 선정으로 작업의 스타트를 끊는다. 시티털보의 콘텐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도시의 흥미로운 장소와 콘텐츠와 사람을 소개합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그냥 내가 평소 관심 있는 대상을 추천하는 내용이고, 지금까지는 개성 있는 소규모 상업 공간을 다루는 비중이 높았다. 근사한 분위기와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로컬 숍을 영상 한 편에 한 곳씩 소개하는 걸 메인 콘텐츠로 삼아 그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자 했다. 

스크립트 작성

아이템 선정이 끝났으면 스크립트를 쓴다. 시티털보의 릴스는 내용 전달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음성 녹음을 위한 스크립트 작성을 선행하는 이유. 기존 형식에 내용만 갈아 끼우듯 대본을 완성하고 나면 어떤 장면 소스를 확보해야 할지 감이 온다. ‘이 대사에는 매장 전경을 보여주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달하자’, ‘이 부분에는 내가 등장해 공간을 즐기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자’ 하는 식이다. 그렇게 스크립트를 한 줄 한 줄 체크해 가며 필요한 촬영 장면 리스트를 만들어 나간다. 

실제 스크립트 작성 예시. 아이폰 메모장을 활용한다.

사전 섭외

영상 한 편에 하나의 로컬 숍을 소개하는 메인 콘텐츠의 경우 대체로 사전에 섭외 연락을 돌린다.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콘셉트로 당신의 매장을 소개하고 싶은지 내용을 공유한 후 일정을 조율한다.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수월하게 촬영하기 위해 최대한 오픈 전 방문을 요청하는 편이다. 사정상 어렵다면 손님이 가장 적은 시간대를 여쭤보고 맞춰서 방문. 콘텐츠에 따라 별도 섭외 없이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방문 시간대와 동선, 촬영 환경 등에 신경 써서 준비한다.


현장 촬영

촬영 장면 리스트를 두고 하나하나 체크해 가며 찍는다. 미리 준비한 만큼 특별히 어려울 건 없으나 소스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아야 나중에 아쉬울 일이 안 생긴다. 공간의 특징과 분위기를 찍는 데 그치지 않고 이곳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려 노력하며, 내 모습 역시 한두 컷이라도 반드시 노출한다. 친분이 있는 경우에는 사장님에게 부탁할 때도 있다. 매장에 들어가는 일명 ‘사뿐사뿐’ 컷은 대부분 사장님들이 직접 찍어준 장면이다. 창피함은 잠깐이고 릴스는 계속되니까(?).

촬영 장비

줄곧 아이폰 XS로 촬영했다. 4K-60FPS 설정으로. 아직까지 XS 기종을 쓴다고 말하면 ‘너도 참 지독하다’ 얘기하던데… 지금까지는 충분했으나 최근 들어 DJI 오즈모 포켓 같은 짐벌형 카메라 혹은 Insta360 Go Ultra를 비롯한 액션캠 구매도 고려 중이다. 셀프카메라 편의성이나 1인칭 촬영 구도 등 여러 지점에서 스마트폰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고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구매한 울란지 삼각대를 사용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내레이션 녹음

본격적인 편집에 들어가기 전 내레이션 녹음을 진행한다. 사전에 작성한 스크립트를 음성화하는 작업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명료한 톤과 호흡에 신경 쓰며, 여러 번 입으로 뱉어 보며 즉석에서 일부 표현을 수정하기도 한다. 녹음 장비는 DJI Mic Mini. 줄곧 아이폰 마이크 단자에 입을 가까이 대고 녹음하다 몇 달 전 친구에게 선물 받은 김에 갈아탔다. 작고 가벼운 데다 마이크 성능도 뛰어나고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윈드스크린까지 있어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다.

기초 편집 

편집 프로그램은 캡컷을 쓴다. 쉽고 직관적이고 일반인 수준에서는 충분한 기능을 갖춰 프로 버전을 이용하고 있다. 컴퓨터는 2019년부터 주인 잘못 만나 혹사 중인 맥북 에어. 내레이션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먼저 편집 후, 기존에 짜놓은 구성에 따라 영상 소스를 배치한다. 사전에 구상했던 흐름을 최대한 따라가되, 영상 클립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더 괜찮은 소스가 있으면 과감히 대체하는 편. 촬영 소스를 넉넉히 확보해 놓아야 하는 이유다.

캡컷 프로젝트 작업 화면

후반 작업

기본적인 컷 편집이 끝났다면 이제 자막을 넣을 차례. 캡컷 프로 버전의 자동 캡션 기능을 활용하되, 틀린 내용도 적지 않아 반드시 수정 과정을 거친다. 폰트와 크기, 자막 위치를 배열한 후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영문 자막을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과정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왕 업로드하는 거 해외 유저들에게도 노출되길 바라는 마음이기에… 클립별로 간단한 톤 조정 후 깨알 같은 효과를 넣고 섬네일까지 만들고 나면 편집은 끝난다. 같은 내용의 영상을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에 업로드함으로써 이렇게 또 한 편을 마무리. 

실제 릴스 섬네일

Q.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좋았다. 기대 이상으로. 신기해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재밌다는 평이 우세해 뿌듯했다. 평소 에디터로서 선보인 콘텐츠나 개인적으로 올리던 포스팅의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듯하다. 그리고 그 관심과 반응은 놀랍도록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Q. 릴스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려요?
측정해 본 적 없어서 정확히는 모른다. 편집만 놓고 봤을 때 3시간은 넘게 걸리는 듯하다. 자막을 일일이 수정하고 영문 버전까지 삽입하는 과정만 빼도 훨씬 줄어들 텐데 포기를 못 하겠다. 사실은 캡컷조차 버거워하는 내 노트북이 문제고, 그보다 좀처럼 숙련도가 쌓이지 않는 나의 실력이 더 문제다.

Q. 그래서 조회수 얼만데요?
최대 43만 회. 브랜드 측에서 광고 돌린 영상을 제외하면 그렇다. 거물급(?) 릴서 분들에 비하면 아담하기 그지없지만 내 기준에서는 놀라운 수치였다. 저장 수 7,977회, 공유 수 5,023회에 이 영상으로 유입된 팔로워 수가 644명. 물론 찰나의 리즈 시절일 뿐 최근에는 예전 같지 않아 수심이 깊은 상태다. 

Q. 돈 받고 광고도 하고 그럽니까?
한다. 주로 국내 남성 패션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를 진행했다. 패션 전문 크리에이터가 아님에도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브랜드와 대행사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를 지키되, 기존에 시티털보 콘텐츠가 가진 색깔을 최대한 살리려 사전에 조율하는 과정을 신경 썼다. 단가는 밝힐 수 없지만 프리랜스 에디터의 생계를 이어가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만 해두자. 

Q. 본업인 에디터 일에도 도움이 되는지?
된다. 이전보다 에디터 김정현을 더 많이 알렸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알고리즘이란 게 참 신기한 것이, 릴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업계 종사자들과 더 폭넓게 연결되었다. 일로 맺어진 인연 중에서도 릴스를 보고 처음 나를 알게 된 사람도 적지 않다. 간단하게나마 직접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 내 얼굴과 목소리를 노출하며 활동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드러낸 것 모두 에디터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매거진 Kitto를 위해 제작한 콘텐츠. 개인 인스타그램 릴스를 만드는 에디터가 아니었다면 맡지 못했을 작업.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