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생계는 글로 잇고, 간헐적으로 요가를 가르치는 요가지도자 오우리다. 내게 요가는 늘 신나고 설레는 수련이지만, 그럼에도 때때로 괴롭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얼마 전 낯선 요가원에서 ‘하이런지’ 동작을 하는데 허벅지가 떨리고 균형이 전혀 잡히지 않는 거다. 발가락으로 매트를 움켜쥐어도 소용없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원인은 미끄러운 공용 매트였다.
요가를 갓 입문한 지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자주 나눈다. “왜 다운독이 유독 힘들까?”, “수련 끝나면 손목이 아픈데 내 자세가 이상한 건가?” 나 역시 처음엔 아직 근력이 부족하거나 자세가 틀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 매트가 원인일 수도 있다.
요가는 ‘토대’를 기반으로 자세를 만들고 유지하는 수련이다. 손과 발, 때로는 복부와 엉덩이를 토대로 몸 전체를 지탱한다. 이때 몸과 매트의 접지가 불안정하면 아무리 몸을 단단히 세워도 소용없다. 매트 하나 때문에 수련 전체가 ‘힘들게 버티는’ 시간이 되어버릴 수도.
예쁜 디자인에 끌려 고른 매트가 미끄럽거나 힘없이 푹 꺼지면, 원인도 모른 채 “요가는 내 체질이 아닌가 봐”하고 금세 수련을 접어버릴 수 있다. 매트 하나가 수련의 질을 바꾸고, 나아가 요가를 오래 이어갈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어떤 매트를 선택해야 할까? 수련자이자 지도자인 네 명의 요가 강사들에게 그들이 애용하는 매트와 그 장단점을 직접 물었다.
[1]
요가지도자 율학
@urock_flow
‘요가쿨라’와 ‘밀밀아’ 등에서 요가와 재활을 안내하는 김율학입니다. 키가 192cm라 일반 요가 매트를 사용하면 누웠을 때 머리와 발이 밖으로 삐져나와요. 길이가 넉넉한 매트를 찾던 중 지인의 선물로 만두카 프로 매트를 처음 접했고, 기본 사이즈보다 세로가 30cm 이상 긴 롱 버전을 사용 중입니다.
만두카 프로 매트 6mm
- 가격: 정가 18만 9,000원
- 재질: PVC (100% 라텍스 프리)
- 크기: 180cm x 66cm (롱 버전 216cm x 66cm)
- 두께: 6mm
- 무게: 3.4kg
‘돌고 돌아 만두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두카는 대부분의 요가 강사가 사용한다고 해도 무방한 제품이에요. 써 보니 접지력도 좋고 묵직해서 여러 동작을 전환해도 매트가 밀리지 않아 좋아요.
평소 빈야사, 하타, 재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수련을 하는데요, 때로는 뻑뻑한 매트가 필요할 때가 있고 때로는 부드러운 매트가 더 잘 맞을 때도 있는데, 만두카 프로는 그 중간 지점에 있어요. 안정적이면서도 부드러워서 다양한 수련에 두루 어울려요.
단점을 꼽자면, 무겁습니다. 체격 있는 남자여도 만두카 프로를 들고 다니려면 꽤 버거울 수 있어요. 또 코팅이 되어 있어 땀을 흡수하지 못해 땀이 많은 분이라면 수건이 필수예요. 안 그럼 미끄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코팅 덕분에 오염에 강해 관리가 편합니다. 같은 매트를 5년째 쓰고 있는데 아직도 깨끗해요.
요가 매트를 선택할 땐 어디에서 쓸지 먼저 고려했으면 해요. 요가원에 두고 쓰는 매트라면 무겁더라도 두툼하고 묵직한 매트가 안정적이에요. 반대로 이동이 많다면 이런 매트는 부담이 되겠죠. 요새는 공용 매트가 잘 되어 있는 센터도 많으니까, 매트타월만 챙겨 다니는 것도 방법이에요.
[2]
요가지도자 한솔
@free.tree.cat.love
@bluedoorbooks_home
한남동 서점 ‘블루도어북스’에서 일하고, 북촌 ‘블루도어북스 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솔입니다. 요가 수련을 한 지는 7년, 수업을 시작한 지는 4년쯤 되었어요. 지금은 정규 수업을 하지는 않지만, 블루도어북스 홈에서 요가에 시(詩)나 짜이 등의 요소를 더한 여러 프로그램을 열고 있어요.
룰루레몬 더 매트 5mm & 3mm
- 가격: 정가 9만 3,000원(5mm), 7만 8,000원(3mm)
- 재질: 천연고무 및 라텍스
- 크기: 180cm x 66cm
- 두께: 5mm, 3mm
- 무게: 2.38kg, 1.75kg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의 더 매트를 쓰고 있어요. 동작마다 유지 시간을 갖고 모든 방향으로 몸을 쓰는 하타요가를 주로 수련하고 나누는데요. 손발에 땀이 별로 없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강도 높은 수련을 하다 보니 다른 브랜드의 매트들은 많이 미끄럽더라고요. 룰루레몬 더 매트는 땀에도 손발이 안정적으로 고정돼서 동작에 몰입하기 좋아요.
3mm와 5mm 두 가지 버전을 모두 갖고 있어요. 각각 장단점이 뚜렷해 상황에 맞게 쓰기 위해 두 버전 모두 소장하게 됐어요. 3mm는 가볍고 얇아 지면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들고 다니기도 좋아요. 5mm는 두툼해서 손목이나 무릎이 편하고 오래 머물러도 충격이 덜하죠. 집에서 주로 수련한다면 5mm를 추천해요.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3mm는 쿠션감이 부족해서 관절이 예민한 분에게는 불편할 수 있고, 5mm는 무게가 있어 들고 다니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동이 잦고 관절 보호도 꼭 필요한 분이라면 두 매트 모두 아쉬울 수 있어요.
매트를 펼치는 순간부터 정리하는 시간까지 모두 수련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성을 들여요. 매트 수련 전후 물티슈나 소창 행주로 매트를 잘 닦고 말려서 보관해요. 천연고무 특성상 처음에 냄새가 날 수 있는데,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펼쳐두면 점점 옅어지더라고요.
요가 매트는 단순한 운동 도구가 아닌, 내게 매트만큼의 세계를 보여주고 열어주는 공간이에요. 매트 위에서 자신과 만나고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에 깊이를 더하려면 함께할 매트를 고르는 게 첫 단추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시간이 조금 걸려도 신중하게 선택하면 좋겠어요. 모두의 요가에 작은 응원을 보탭니다. 룰루레몬 더 매트가 궁금하다면 블루도어북스 홈에 놀러오세요!
[3]
요가지도자 근영
@_gygy_gy
@_candlelightworks
요가하는 에디터 근영입니다. 글을 쓰고 몸을 쓰는 삶을 담아, 전념을 위한 성수동의 옥탑 공간 ‘캔들라이트웍스’를 운영하고 [단어와 요가] 수업을 진행해요. 함께 요가하는 도반에게서 선명한 오렌지 컬러의 라이폼 요가 매트를 선물 받은 후, 매트를 ‘나의 오렌지색 운동장’이라 부르며 즐겁게 수련 중입니다.
Liforme Expressions Yoga Mat
- 가격: 정가 24만 9,000원
- 재질: 천연고무
- 크기: 185cm x 68cm
- 두께: 4.2mm
- 무게: 2.5kg
저는 땀이 많은 편이라서 접지력이 좋은 고무 소재의 매트를 씁니다. 라이폼은 매트 위에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라인이 그려져 있어서 손과 발의 거리와 몸의 정렬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세로선은 화살표여서 드리시티(요가 수련에서 특정한 한 곳을 응시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방법)를 하기에도 좋아요.
수련 끝나고 소독제로 닦아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래 사용하면 땀이 스며들고 노폐물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트러블 방지를 위해 등 대고 눕는 동작 등 매트에 피부가 많이 닿을 때는 수건을 깔아줍니다.
요가를 처음 해보시는 경우 급하게 다이소나 쿠팡에서 스폰지 소재의 매트를 구매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너무 푹신하거나 미끄러우면 동작을 하는데 오히려 방해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높을수록 좋은 매트라고 할 순 없지만, 첫 매트를 찾고 계신다면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재질과 두께, 무게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해 선택해 주세요.
[4]
요가지도자 주혜
@juhyo__
요가가 생활이 되어버린 10년 차 요기이자 요가지도자 주혜입니다. 요즘은 다양한 요가원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여러 곳을 다닐 때마다 약 2kg이 넘는 요가 매트를 들고 다니기 쉽지 않아, 얇고 가벼운 만두카 에코 슈퍼라이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만두카 에코 슈퍼라이트 요가 매트 1.5mm
- 가격: 정가 8만 2,000원
- 재질: NBR, 천연고무 (99% 라텍스 프리)
- 크기: 180cm x 60cm
- 두께: 1.5mm
- 무게: 0.9kg
만두카 에코 슈퍼라이트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휴대성이에요. 돌돌 말아도 되고 툭툭 접어 가방에 넣을 수도 있죠. 그래서 수련 전후 개인 일정이 있어도 매트를 들고 다니는 게 부담스럽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제 일상을 보내다가 수련가는 게 가능하죠.
평소 만두카 프로 등 여러 매트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에코 슈퍼라이트가 가장 접지력이 좋아요. 에코 슈퍼라이트를 사용하기 전에는 요가타월을 꼭 챙겨 다녔는데 아시다시피 요가타월은 전혀 접지력이 없잖아요? 요가원 공용 매트의 위생 때문에 요가타월을 사용하는데 요가타월이 미끄러워 고민이라면 에코 슈퍼라이트를 적극 추천합니다. 매트와 타월 모두 대체할 수 있어요.
빈야사나 아쉬탕가와 같이 비교적 빠른 흐름으로 동작이 전개되는 요가를 수련하는 분에게는 비추천해요. 앞서 언급한 장점인 ‘접지력’ 때문에 동작 전환 시 매트가 손과 발에 붙어서 끌려 올 수 있어요. 그리고 두께가 1.5mm인 만큼 쿠션감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저 또한 요가원에 있는 공용 매트 위에 깔아서 사용해요. 단독으로 사용한다면 무릎이나 복숭아뼈가 많이 아플 거예요.
얇은 만큼 내구성이 약하지 않을까 걱정될 수 있는데요, 현재 제 매트에도 손발톱에 긁힌 자국이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 매트와 함께 숲, 바다 방방곡곡 다니며 요가를 했고, 만두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절대 권장하지 않지만 여행 이후 물세탁도 했는데요. 3년 넘게 사용한 지금도 매트가 멀쩡하답니다. 휴대성이 가장 중요하고, 세컨드 요가 매트를 찾고 있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네 명의 요가지도자는 제각각 다른 매트를 쓰지만 공통으로 강조한 건 ‘나에게 맞는 매트를 고르는 것’이었다. 체격이나 땀의 양, 수련 장소에 따라 최적의 선택은 달라진다. 중요한 건 가격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편안하게 호흡하며 오래 머물 수 있는 매트를 찾는 일이다.
요가는 준비물이 적은 운동이지만, 단 하나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요가 매트다. 동시에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수련’이라 불린다. 요가 수련은 결국 매트 위에 펼쳐진다. 작은 직사각형 안에서 우리는 몸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고, 때로는 삶을 재정렬한다. 당신의 요가를 단단한 토대 위에서 오래오래 이어가기를 바란다.
About Author
오우리
매거진 기자, 광고회사 스토리텔러를 거쳐 자유인이 된 프리랜스 에디터. 단어와 문장과 씨름하는, 버겁고도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 편지, 요가, 차(茶) 등 일상의 밀도와 감도를 높이는 아름다움에 취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