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4년 차 러너 차영우다. 겨울에는 뛰지 않을 핑계가 많아진다. “빙판길이 생겼는데?”, “이런 날 뛰면 백퍼센트 감기 걸려.”, “근육 다치면 어떻게 해?” 이런 핑계가 쌓이며 올해는 부단히 달리고 말겠다는 새해 다짐이 무색해진다. 벌써 1월의 끝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왠지 의욕 넘치게 시작한 새해 결심을 다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러너에게 새해는 2월부터 시작이다. 나는 영하 10도 밑으로 자주 내려가는 한겨울에는 무리하지 않고 실내 운동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2월이 오면 날씨를 보며 야외 러닝을 시작한다. 겨울의 말미부터 꽃샘추위까지 겹쳐 입을 옷들을 정해놓고 날씨에 맞춰서 더하거나 빼는 편.
14년 차 러너의 러닝 레이어링 시스템 노하우
(1) 베이스레이어: 땀을 흡수하고 빠르게 마르는 소재의 긴팔 티셔츠를 주로 입는다. 땀을 흡수하지 못하는 ‘기모’ 소재는 피하는 편이다. 자주 입는 베이스레이어는 몸에 닿는 면적이 ‘와플’ 형태로 살짝 떠 있는 디자인이다. 떠 있는 공간에 뜨거운 공기층이 생겨서 체온을 유지해주고 땀은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2) 미드레이어: 열은 보존하고 땀은 배출할 수 있는 후디나 바람막이를 겹쳐 입는 편이다. 너무 추우면 위에 아우터를 한 번 더 겹쳐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얇은 바람막이를 입기도 한다.
(3) 아우터: 바람을 잘 막아주는 바람막이를 입는다. 너무 춥지 않다면 미드레이어로 바람막이를 입고 아우터로는 패딩 베스트를 걸치기도 한다. 너무 춥지 않으면 미드레이어와 아우터 중 하나만 입고서 뛴다.
(4) 액세서리: 러닝을 하는 동안 신체 말단 부위는 쉽게 체온이 떨어진다. 손, 발, 귀 같은 부위다. 특히 장갑은 날씨가 추워지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액세서리다. 발가락이 시리면 발 전체가 경직되고 다리도 뻣뻣해져서 양말에도 투자하는 편이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제안하는 ‘레이어링 시스템’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미드레이어와 아우터(쉘 재킷)의 경계가 희미한 편이다. 내 레이어링 시스템을 예시 삼아, 러너들이 자신만의 겨울 레이어링 시스템을 갖춰갈 수 있으면 좋겠다.
베이스레이어
가장 신경 써서 고르는 옷이다. 특히 소재와 디자인을 중요하게 본다. 체온 유지를 도와주는 ‘울’ 소재를 제일 선호한다. 와플형 디자인이 트렌드인데 겉이 와플인 것이 아니라 몸에 닿는 쪽에 공기층이 형성되는 쪽이 좋았다. 절대 입지 않는 소재는 ‘면’이다. 쉽게 마르지 않아서 체온을 계속 뺏어간다. 게다가 축축하기까지. 체온 유지를 위해서는 운동 끝나고 바로 벗어버리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도 하기 때문에 ‘흡한속건’ 소재의 긴팔티셔츠를 입기도 한다.
[1]
칼렉 레이싱 파워그리드 라이트 롱 슬리브
모크넥 디자인이라 목의 체온 소실을 막아준다. 그리고 몸에 닿는 쪽에 그리드형으로 촘촘하게 공간을 만들어두어 체온으로 데워진 공기층이 형성된다. 보온성 측면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스마트워치 포트’가 있어서 소매를 걷지 않아도 스포츠 워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단점은 가격뿐. 가격은 22만 원. 구매는 여기.
[2]
룰루레몬 에너지 브라 하이 서포트
스포츠 브라 역시 베이스레이어이기 때문에 땀이 잘 마르는 소재로 고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지지력이 좋아야 한다. 겨울에 스포츠 브라가 불편하면 고쳐 입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브라는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스트랩이 가슴 밴드와 양쪽 어깨끈에 있어 조절이 편하다고 한다. 스포츠 브라는 러너의 필수품이지만 직접 테스트를 해볼 수는 없어, 미국의 러닝 전문지(이자 나의 친정인) 러너스월드(RUNNER’S WORLD)의 테스트 결과를 참고했다. 룰루레몬 에너지 브라의 가격은 9만 3,000원. 구매는 여기.
[3]
언더아머 헤일로 런 콜드웨더

바람까지 막아주는 타이츠는 일당백이다. 바람을 막아주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서 겨울 러닝이 훨씬 쾌적해진다. 스트레치 우븐 패널을 사용해 우븐 특유의 방풍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뻣뻣하다는 단점*을 상쇄했다. 뛸 때 주로 타이츠 하나만 입는 편인데 ‘방풍’까지 된다면 더욱 불편하게 바지를 겹쳐 입을 필요가 없다. 가격은 12만 9,000원. 구매는 여기.
- 우븐은 원단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원사를 가로와 세로로 번갈아가며 직조한다. 탄탄하지만 통기성이 좋지 않다.
미드레이어
다양하게 입을 수 있는 영역이다. 영하로 내려가면 도톰한 플리스 소재 후드 티셔츠나 패딩 베스트를 입는다. 영상으로 올라온다면 통기성 좋은 바람막이를 아우터 밑에 하나 더 입는 정도로 끝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바라클라바 일체형 후드를 주로 입는데 안전을 위해 눈에 띄는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4]
풀라르 플리스 풀오버 후디
바라클라바 일체형 후디라 편하다. 따로 바라클라바를 쓰고 뛰면 계속 흘러내려서 얼굴도 귀도 금세 시린데, 일체형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넥게이터가 높아 귀를 보호해줄 수 있다. 이 후디의 ‘킬포’는 뒤통수에 있는 조임쇠다. 넥게이터를 조여서 얼굴과 귀에 밀착되면 얼마나 편해지는지 모른다. 겨울에 얼굴을 내놓고 뛰면 쉽게 트기 때문에 피부 보습에도 좋다. 가격은 8만 9,000원. 구매는 여기.
아우터
베이스레이어나 미드레이어를 잘 갖춰 입었다면 아우터는 뛰는 동안 바람을 잘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등산용 겉옷 중에서 가장 바깥에 입는 ‘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미 두 겹의 옷을 입었기 때문에 가벼운 바람막이를 걸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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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후디니 재킷

날씨로부터 체온을 보호해 줄 가벼운 쉘 재킷으로 손색이 없다. 96g이라 여러 겹의 옷 위에 툭 걸쳐도 무게 걱정이 없다. DWR 발수 코팅이 되어 있어서 안개가 끼거나 서리가 내리는 새벽에도 안에 입은 옷이 젖지 않도록 막아준다. 가슴 쪽에 주머니가 있는 디테일도 좋다. 종종 너무 추운 날 뛴다면 가슴 쪽 주머니에 작은 핫팩을 넣는다. 그 위에 패딩 베스트를 입으면 심장 중심으로 체온이 금세 오른다. 가격은 18만 9,000원. 구매는 여기.
[6]
나이키 스위프트 써마 핏 ADV 리플렉티브 러닝 베스트
빛 반사 소재로 만든 경량 패딩 베스트는 보온과 안전 두 가지 모두 챙길 수 있다. 특히 겨울은 밤이 길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빛 반사 소재가 안전상 중요하다. 특히 어두운 색 옷을 주로 입는 러너라면 필수품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카라에 휘슬이 있어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다. 이번 겨울, 하나의 아우터만 사야한다면 이 베스트를 추천한다. 가격: 19만 9,900원. 구매는 여기.
액세서리: 장갑과 양말
겨울이 다가오면 가장 처음 챙기는 것이 장갑이다. 그 다음이 바라클라바나 넥워머다. 겨울에 야외에서 달릴 때 가장 추위에 약한 부분이 귀, 손가락, 발가락 같은 신체 말초 부위다. 러닝을 하는 동안에는 혈액이 큰 근육을 중심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신체 말단 부위까지는 피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온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날씨더라도 장갑은 필수품이다. 양말은 기모 소재나 발열 소재를 신으면 땀을 잘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울’ 소재 양말을 신는 것이 더 좋다. 울은 보온성이나 수분 흡수에 좋은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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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트론 러닝 장갑 에볼루티브 V2
손모아 장갑으로 만들 수 있는 이중 커버가 있는 장갑이다. 종종 장갑 하나만으로는 여전히 손이 시릴 때가 있는데 커버가 하나 더 있으면 든든하다. 정전식 터치가 가능해서 엄지와 검지로 스마트폰을 쓸 수도 있다. 뛰다가 음악을 바꾸거나 일시정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가격도 합리적이다. 가격은 1만 7,900원. 구매는 여기.
[8]
디스클로즈 메리노 블렌드 삭스
메리노 울은 체온을 유지해주고 습도도 일정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겨울에 신었을 때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게다가 냄새가 나는 것도 예방해주는 편이라 양말 소재로 제격이다. 겨울에 특히 좋지만 사실 사계절 신기에 좋은 양말이기도 하다. 내구성이 좋고 탄력이 강해 쉽게 모양이 틀어지지도 않는다. 디스클로즈 양말은 쿠셔닝 설계가 되어 있고, 아치 서포트 기능도 있어서 러닝용 양말로 투자할 만하다. ‘울’ 소재 운동복은 비싸지만 값을 한다. 가격은 3만 9,000원. 구매는 여기.
중요한 팁은 마지막에

“오늘도 스트레칭 빼먹었나요?” 찔린다면 겨울에는 체온을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중하자. 집에서 슬로우 버피를 10개 한다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체온이 오르기 전에 달리기 시작하면 근육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쿨다운 스트레칭은 실내에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추위와 달리기로 수축된 근육을 야외에서 늘려주면 예상치 못하게 근육을 다칠 수도 있다.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근육이 추위에 굳기 전에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감기 예방을 위해서 젖은 베이스레이어를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감기’에 걸려서 러닝을 고민하는 러너들에게는 ‘넥 룰(Neck Rule)’을 적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러너스월드에 소개되었던 규칙으로 목을 중심으로 증상을 구분하는 것이다. 기침이나 통증이 목 윗 부분에 있다면 달려도 괜찮다. 반대로 통증이 목 아래에 있다면 쉬어야 한다.
겨울 러닝은 정말 상쾌하다. 코로 들어오는 차갑고 신선한 바람을 온전히 누리는 러너들이 앞으로도 늘어나면 좋겠다.
About Author
차영우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프리랜스 에디터. 습관처럼 보고 사고 뛰고 찍고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