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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RX1RIII, 10년 만의 신작

소식 보고 가짜 뉴스인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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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7. 16

요즘 대형 센서를 탑재한 콤팩트 카메라가 핫합니다. 대표적으로 후지 X100 시리즈나 리코의 GR 시리즈, 그리고 라이카의 Q 시리즈도 있죠.

소니 a7CR
2015년에 출시된 소니 RX1RII.

하지만 소니도 이런 카메라를 내놨었던 적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바로 2012년에 나온 RX1 시리즈였습니다. 아주 작은 바디에 2,4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와 35mm 렌즈를 쑤셔 넣어서 화제가 됐었죠. 그로부터 3년 뒤에는 a7RII의 4,200만 화소 센서를 넣은 RX1RII가 나왔어요. 물론 콤팩트 카메라의 크기에 대형 센서를 넣는다는 개념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다는 건 소니가 최초였습니다. 첫 라이카 Q도 RX1 출시 3년 뒤인 2015년이 되어서야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소니가 3세대 모델인 RX1RIII를 깜짝 공개했습니다. 다시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던 모델입니다. RX1RII가 2015년 10월에 공개됐으니 무려 10년이 다 되어서야 내놓은 신모델이에요. 요즘 카메라 업계에서 10년은 강산이 서 너 번은 변하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바뀐 것도 많은데요,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니 한 번 자세히 살펴볼게요.

먼저, 가장 중요한 센서입니다. a7RV와 a7CR의 6,1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를 그대로 가져와 탑재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검증된 고화소 센서죠. 여기에 기존 RX1 시리즈의 자이스 35mm F2 렌즈를 조합합니다. 매크로 기능을 켜면 14cm 거리까지 근접 촬영을 할 수도 있어요. 6,100만 화소의 고화소 센서 덕분에 환산 50mm와 75mm 크기로 가운데를 크롭하는 스텝 크롭 줌도 추가되었어요.

바디 디자인을 보면 전작인 RX1RII와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것이 눈에 띕니다. 팝업 방식의 EVF는 이제 고정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해상도 자체는 RX1RII와 같고, 배율만 0.74배에서 0.7배로 약간 줄어들었습니다. 후면 LCD의 해상도는 올라갔지만, 상하 틸트가 가능했던 전작과 다르게 다시 고정형이 된 부분은 아쉽네요.

RX1RII 오너 입장에서 가장 부러움을 살 만한 부분은 배터리입니다. 기존 RX1 모델들은 RX100 시리즈에도 사용되는 NP-BX1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풀프레임 시스템을 이 조그마한 배터리로 돌리다 보니 여분 배터리를 필수로 챙겨야 했죠. RX1RIII는 APS-C 센서를 탑재한 알파 미러리스들이 사용하는 NP-FW50 배터리를 사용해 공식 배터리 수명이 전작의 220장에서 300장으로 크게 늘었어요. 그러면서 크기는 1mm 미만으로 커졌고, 무게는 도리어 9g 정도 가벼워졌습니다. 풀프레임 센서가 탑재된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를 가진 카메라 중 하나일 겁니다.

영상 스펙도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RX1RII는 같은 센서로 이미 4K를 지원했던 a7RII와 다르게 1080p60이 최대였지만, RX1RIII는 4K30까지 촬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 분은 많지 않겠지만요.

소니 a7CR
소니 RX1RII (왼쪽) / a7CR (오른쪽)

RX1RIII의 전반적 스펙을 보면 “딱 예상대로”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RX1의 전반적 구조에 a7RII의 스펙을 넣었던 RX1RII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a7RV의 스펙을 넣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년 만에 나온 거 치고는 아쉽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13년 넘게 렌즈가 바뀌지 않고 있고, 2025년에도 여전히 어떠한 손떨림 방지 시스템조차 없다는 것 역시 아쉽죠. 거기다가 RX1RII 때와 달리 이젠 경쟁 제품도 많아졌습니다. 위에 언급한 라이카 Q3와 Q3 43은 물론이고, 후지필름에는 이 개념을 더욱 극한으로 밀어붙여 중형 센서를 탑재한 GFX100RF도 있으니까요.

소니 내부에도 적은 있습니다. 바로 a7CR이에요. 물론 어떤 렌즈를 붙여도 바디 자체 크기 때문에 RX1RIII보다는 크겠지만, 비슷한 사양의 35mm 렌즈까지 같이 사도 반 조금 넘는 가격으로 구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상황에 따라 렌즈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죠.

RX1RIII가 10년 만에 나온 것 치고는 좀 미묘하지만, 그래도 소니가 RX1 시리즈를 버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같이 듭니다. RX1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면 개성 없이 지루해 보이는 소니의 카메라 라인업에서 가장 개성이 충만한 모델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카메라는 아니지만, 가장 소니답지 않은 카메라라는 정체성만으로도 RX1RIII는 소니에서 가장 재밌는 카메라인 거 같네요.

RX1RIII는 8월 중 출시 예정이며, 미국 현지 가격은 5,099달러(약 707만 원)로 책정됐습니다. 아직 국내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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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