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쪄 죽어도 핫’을 외치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차가운 음료만 사 먹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이번 여름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다. 볕은 뜨겁고 목은 바싹바싹 마르니 갈증을 달래줄 시원한 음료를 달고 사는 수밖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맥주, 탄산수, 아이스티 등등 더 시원하고 더 맛있는 썸머 드링크를 찾아 헤매는 중이다.
다가오는 휴가철,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나들이 떠날 계획 세우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여름휴가도 식후경이니 출발 전 두둑하게 장바구니를 채우며 휴식의 기쁨을 예열해야 할 텐데… 어떤 먹거리를 사 들고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약소한 도움을 드리고자, 최근 꽂힌 음료들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준비했다. 콤부차부터 크래프트 콜라까지 이번 여름휴가에 데려가면 좋을 썸머 드링크 6종. 간편하게 음용할 수 있는 캔이나 보틀 형태로, 나처럼 술을 잘 못하거나 운전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알코올을 멀리할 독자분들까지 고려해 ‘무알코올’ 음료로만 목록을 꾸렸다.
1. 페페 콤부차
탄산음료는 먹고 싶은데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제로’ 음료는 끌리지 않을 때. 제로는 못 되어도 조금이나마 건강한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 그때마다 나는 콤부차를 떠올린다. 콤부차는 홍차나 녹차에 설탕을 넣고 박테리아와 효모의 공생체인 스코비 유익균을 첨가해 발효시킨 음료다. 발효 과정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생성해 위장 건강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고 체내 독소나 활성산소도 배출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칼로리가 낮은 데다 가벼운 산미와 청량감이 좋으니 무더운 날씨에 자주 손이 가는 음료일 수밖에.
캔 형태로 나오는 페페 콤부차는 맛도 좋고 패키지 디자인도 예뻐 놀러 갈 때마다 챙기고 싶은 제품이다. 방부제나 첨가물 없이 유기농 찻잎을 베이스로 천연 비정제 설탕과 홈메이드 스코비만 넣었다. 망고 그린티와 얼그레이티 두 종류로 내가 마신 건 망고의 단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망고 그린티 콤부차. 식초가 연상되는 시큼한 맛이 우려되는 분들에게도 일단 한 번 마셔 보길 권하고 싶다. 구매는 여기에서.
- 망고 그린티 콤부차 (8개 set) 3만 6,000원
2. 분다버그
페페 콤부차에 이어 시원한 발효 음료 하나 더. 호주에서 날아온 분다버그 진저비어. 진저비어라는 이름 때문에 생강이 들어간 맥주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맥주 느낌이 나는 무알코올 음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호주 퀸즐랜드주 분다버그 지역에서 자란 생강을 3일 이상 발효시켜 만들어 생강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술을 잘 못해도 휴가 때만큼은 기분 내고 싶은 독자분들이라면 꽤나 만족스러울 음료다. 생강 맛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관건일 텐데, 평소 수정과도 잘만 먹던 나로서는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매운맛은 덜하고 톡 쏘는 탄산의 청량감과 함께 전반적으로 개운한 맛이 감돈다. 입안이 자주 텁텁해지는 무더운 계절, 차가운 진저비어 1병이면 인공적인 단맛만 강한 탄산음료 10병 안 부럽다. 구매는 여기에서.
- 분다버그 진저비어 2,980원
3. 아시드브루
분다버그 진저비어가 맥주 마시는 기분을 내기에 좋다면 아시드브루 여왕의 논아르는 와인 마시는 기분을 내기에 좋은 무알코올 음료다. 일본 주류 시장에서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의 기준을 제시하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레드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 두 품종을 블렌딩한 ‘로제’ 가운데 나는 산뜻하게 먹기 좋은 샤르도네를 골랐다.
캔맥주를 마시듯 간편하게 개봉해 한 모금 크게 들이켠다. 화이트 와인에 사용하는 대표 포도 품종 샤르도네를 기반으로 해 청량한 탄산과 화사한 과일 풍미가 가득 밀려든다. 값비싼 화이트 와인이 품은 섬세하고 입체적인 향미를 기대한다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겠으나… 알코올 없이 와인 즐기는 기분 내기에는 충분히 훌륭하다. 해변, 숲속 캠핑장, 공원 피크닉, 루프톱 파티 등 여름 나들이 어느 자리에 들고 가도 잘 어울릴 와인의 대체품. 구매는 여기에서.
- 아시드브루 여왕의 논아르 샤르도네 2,720원
4. 산가리아
커피보다는 차를, 카페라테보다는 밀크티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이 제품을 권하고 싶다. 60년 역사의 일본 음료 제조 전문 기업 산가리아에서 선보이는 홍차히메 로열 밀크티. 밀크티가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타서 마시는 영국식 음료라면, 로열 밀크티는 우유로 홍차를 끓여내는 일본식 음료다. 우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에 비중을 두고 싶다면 후자가 입맛에 맞을 확률이 높다.
대학교 캠퍼스 자판기마다 보이는 캔 음료 ‘데00’. 호불호 한번 명확하기로 유명한 그 로열 밀크티 음료를 ‘밍숭맹숭하다’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산가리아의 홍차히메 로열 밀크티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신나는 물놀이 후 카페인이 당길 때, 아이스박스에 차갑게 보관해 둔 밀크티를 꿀꺽꿀꺽 들이켜보자. 개인적으로는 얼음을 넣지 않고 진한 농도로 마실 때 더 맛있었다. 구매는 여기에서.
- 홍차히메 로열 밀크티 2,300원
5. 오드콜라
초창기 콜라는 약국에서 판매했단 사실을 아시는지? 미국의 약사 존 펨버턴이 코카나무잎과 콜라나무 열매의 추출물을 기반으로 만든 약을 탄산수에 섞어 팔았던 게 콜라의 시작이다. 지금이야 콜라는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콜라로 수렴되지만… 태초의 콜라를 모방하며 현대식으로 콜라를 선보이는 이른바 크래프트 콜라의 세계도 존재한다. 천연 재료를 듬뿍 넣은 크래프트 콜라는 일반 콜라와는 같은 범주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독자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음료다.(가장 대표적인 크래프트 콜라 브랜드로는 한약 재료와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를 활용한 콜라를 일본에서 최초로 선보인 ‘이요시 콜라’가 있다.)
국내에도 크래프트 콜라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다고 해서 알게 된 곳이 오드콜라다. 서울 낙산공원 인근에서 카페 매장까지 운영하는 브랜드로 콜라넛, 바닐라빈, 넛맥, 카다멈 등 각종 천연 재료가 들어간 고유한 레시피의 크래프트 콜라를 선보인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콜라 원액을 주문했고 매끈한 보틀에 담겨온 시럽을 얼음 넣은 탄산수에 부어 마셨다. 익숙한 기성 콜라와 씁쓸한 한약의 중간 어딘가 절묘한 지점! 기분 좋게 올라오는 향신료의 존재감이 꽤 중독성 있다. 콜라에 기대하는 달짝지근한 맛과 청량감은 지키면서 액상과당이나 인공 색소 같은 첨가물은 일절 들어가지 않고, 우유에 부어 밀크 콜라로도 즐길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 챙겨 가기에도 좋겠다. 구매는 여기에서.
- 오드콜라 수제 콜라 시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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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