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H입니다. 애플이 얼마 전 WWDC 2025에서 새로운 watchOS 26을 공개했습니다. 10년차 애플워치 사용자로서 흥미로운 변화가 많았습니다. 때마침 애플 본사의 두 시니어 디렉터와 새로운 애플워치 경험에 대해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애플워치 제품 마케팅을 총괄하는 디어드리 칼드벡, 그리고 watchOS 엔지니어링을 이끄는 데이비드 클라크와 함께 애플워치라는 작은 기기가 사용자의 손목 위에서 일상을 어떻게 바꿔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즐거웠던 이 대화를 토대로 watchOS 26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일 먼저 ‘리퀴드 글래스’라는 이름으로 애플 생태계 전반에 적용되는 새로운 UI가 가장 눈에 띕니다. 이름처럼 유리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인데요.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바탕이 되는 콘텐츠를 반사하고 굴절시켜 입체적인 시각적 경험을 연출합니다. 사진 시계 페이스에도 숫자가 투명한 리퀴드 글래스로 구현되면서 사진 원본의 색감을 가리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스마트 스택 위젯이나 알림, 제어 센터 등에도 리퀴드 글래스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적용됐습니다.
이 리퀴드 글래스 UI가 실시간 렌더링으로 구현됨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애플워치의 배터리 수명이 그대로 제공되는 게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으로 구현되는 ‘워크아웃 버디’라는 새로운 기능이 공개됐습니다.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와 피트니스 기록을 통합해서 운동하는 동안 심박수, 페이스, 거리, 활동 링 등의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거죠. 워크아웃 버디를 활성화하고 달리기를 시작하면, 에어팟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수요일 아침에 운동하러 나오다니 훌륭해요.”
“오늘 운동하기 링 완성까지 18분이 남았어요.”
“이번주에는 지금까지 10km를 달렸습니다. 오늘 이 기록을 더 늘려봐요!”
정말 옆에서 같이 달리는 친구처럼 의욕을 북돋아 주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동기를 계속 제시해주는 거죠. 심지어 운동하는 동안 가장 빠른 구간 기록과 같은 주요 순간을 기록해서 현재 달린 거리나 페이스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달리기를 마치면 운동 기록을 요악 정리하고 목표 달성을 축하해주기도 하고요. 재밌는 디테일은 이렇게 들려오는 워크아웃 버디의 목소리가 실제 애플 피트니스+ 트레이너들의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됐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번 watchOS 26의 ‘킥’이자 주인공은 워크아웃 버디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애플워치의 운동 앱을 수천 번 사용해본 입장에서 큰 기대감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키노트에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워크아웃 버디에서 친근하게 흘러나오는 대사들이 상황에 맞게 이미 설정되어 있는 것인지, 혹은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생성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워크아웃 버디에서 사용자가 듣게 되는 모든 목소리는 사전에 녹음되거나 설정된 것이 아니라 애플 인텔리전스 모델을 기반으로 생성된다고 합니다.
사용자 개인의 운동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해진 대사를 쓸 수 없고, LLM을 통해 실시간 생성된 고유의 표현을 그 순간에 맞게 제공한다는 거죠. 그래서 매번 다른 표현을 들을 수 있는 거고요.
워크아웃 버디는 애플이 인공지능을 얼마나 ‘정서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그간 애플이 운동 앱 안에서 다양한 운동 지표를 확인하고, 풍부한 운동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 이제는 사용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영감을 주고, 동기 부여를 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죠. 단순히 운동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주고, 요약해주는 기계적인 역할이 아니라 워크아웃 버디는 즐겁고 경쾌합니다. 실제로 인터뷰에 참여했던 데이비드가 당일 아침 달리기를 했는데 “지난 26일간 매일 활동링을 완성한 걸 축하한다”는 목소리를 들으니 더 힘이 났다고 합니다.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했던 사실을
워크아웃 버디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하는 아이폰과 가까이 있는 애플워치에서 블루트스 헤드폰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외 및 실내 달리기, 실외 및 실내 걷기, 실외 사이클링,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기능성 및 전통적 근력 강화 운동 등 가장 운동량이 많은 운동 유형을 대상으로 먼저 지원될 예정입니다. 운동 유형마다 워크아웃 버디를 활성할지 말지를 설정해둘 수 있기 때문에, 달리기는 동기 부여를 받으며 함께하고 근력 운동은 혼자서 고독하게(?) 즐길 수 있는 거죠.
이밖에도 올해는 운동앱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해서 사용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앱 모서리에 추가된 4개의 버튼으로 즐겨 쓰는 기능에 더 쉽게 접근하고 맞춤 설정도 쉬워졌어요.
손목 돌리기 제스처가 추가 되어 한 손으로 손목을 빠르게 뒤집었다가 원래대로 돌리면 알림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걸려온 전화를 거절하거나, 타이머와 알람을 끄고 시계 페이스로 다시 돌아가는 동작도 지원합니다. 기존에 있었던 두 번 탭 제스처와 함께 사용하면 다른 한 손을 사용할 수 없을 때도 애플 워치에서 다양한 동작을 쉽게 실행할 수 있겠죠.
watchOS 26의 업데이트는 숫자 기반 피드백에서 감정 기반 피드백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라는 간단한 말 한 마디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거죠. 애플이 AI를 다루는 방식이 흥미롭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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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