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디에디트 에디터B다. 종이 잡지를 읽으며 에디터 일을 시작했지만, 시대가 변했다. 20대에게 어떤 매거진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지큐>, <아레나>, <어라운드> 같은 종이 잡지를 말하지 않더라.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게 답했다. 대신 <아이즈맥>, <패스트페이퍼> 같은 미디어가 운영하는 인스타 매거진 혹은 <링롱댕>, <슐튀르> 같은 1인 매거진을 읽는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잡지 대신 매거진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된 이유 역시 ‘인스타 매거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디에디트 역시 인스타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종이 잡지를 읽고 자라며 이 산업을 동경해왔다. 하지만 에디터 4년차쯤부터 급격하게 인스타 매거진이 주목 받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런 변화를 외면할 수 없어 콘텐츠 제작을 힘써 오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종이 잡지든 인스타 매거진이든 형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중요한 건 포장지가 아닌 내용이고, 무엇이 살아남고, 무엇이 주류가 되는지는 독자가 선택한 결과일 테니.
다만 나는 이 한 가지가 늘 고민이다. ‘매거진다움이란 뭘까, 그런 게 있긴 할까?’ 인스타 매거진의 단순한 레이아웃, 부족한 팩트체크, 저작권 인식 부족이 문제가 되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고 이런 건 시간이 흐르며 나아질 거라고 본다. 그보다 중요한 건 본질적인 것이다. 매거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질문 같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할수록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나 본질이니까. 유수의 잡지에서 편집장을 지냈던 에디터와 작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어렴풋하게 나는 답을 얻었다.

Q. 매거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알고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취향. 트렌드를 거부하라는 게 아니라, 트렌드 속에서도 무엇이 나의 취향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아는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를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흘러가는 것들 사이의 연결성을 발견하는 시각, 그것들을 하나하나 엮어서 기어코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감각과 끈기까지도.
Q. ‘매거진다움’이란 무엇이고 매거진의 쓸모와 역할은 무엇일까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제품, 공간과 콘텐츠 속에서 좋은 것 혹은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담고 애정을 쏟을 줄 아는 것이 매거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들여다보고 알맞는 기획을 더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현 시대에서 무지막지한 알고리즘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자신만의 시각과 취향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에디팅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선보일 수 있는 매거진뿐 아닐까요.
전아론 전 <대학내일> 편집장. 현 프래그런스 브랜드 아로(ahro) 대표. 에세이집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게요>을 썼다.

Q. 격동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매거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저는 콘텐츠 시장이 격동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격동했던 건 플랫폼 시장이고 그마저도 이제는 거의 빚어지고 굳어졌습니다. 업체로서의 매거진이 살아남으려면 매출원을 지켜야 합니다. 한국은 독자로부터의 직수입 매출이 미약한 걸로 압니다. 그러니 B2B 시장에서의 광고주 매출원을 잘 관리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B2B 시장에서의 광고주 매출원을 관리하시려면 광고주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를 파악하시고 그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게 도달률처럼 정량적인 것이든 개별 광고주와의 관계처럼 비정형적인 것이든 말입니다.
Q. ‘매거진다움’이란 무엇이고 매거진의 쓸모와 역할은 무엇일까요?
큰스님 같은 질문이라 저 같은 소생은 대답하기 역부족입니다. 개별 매거진 업체나 매거진을 운영하시는 개인들께서 정의하시는 모든 게 ‘매거진다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왜 많은 분들이 한국어 ‘잡지’가 아니라 영어 ‘매거진’이라는 표현을 쓰시는지가 좀 궁금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매거진 에디터’라고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매거진의 쓸모와 역할에 대해 정해진 답이 있나 싶습니다. ‘매거진 회사’란 게 있다면 소속 에디터에게 제 날짜에 급여를 제공하는 게 그 회사의 기본 의무이자 최고의 역할입니다. 그 회사의 급여가 시간에 따라 오르거나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면 그곳은 위대한 매거진 회사입니다. 그 이상의 형이상학적 쓸모와 역할은 역시 개별 매거진 업체나 1인 미디어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마음 속에 있겠네요. 각자 정의하신 쓸모와 역할로 만든 뭔가를 통해 생존 가능한 매출이 나온다면 그게 그 매거진의 가치 증명이라 생각합니다.
박찬용 작가이자 에디터. <크로노스>, <젠틀맨>, <루엘>, <에스콰이어>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잡지의 사생활>, <모던 키친>, <오래된 물건에 진심> 등 다수의 책을 썼다.

Q. 매거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무엇을 보여줄지보다 무엇을 포기할지가 중요해진 세상이기에, 모든 것을 다루려 하지 않는 용기를 지켜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접할 수 있으니까요. 독자들이 찾는 것은 정보 자체보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시선입니다. 결국 분명한 취향과 태도가 매거진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Q. ‘매거진다움’이란 무엇이고 쓸모와 역할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편집 아닐까요? 서로 다른 글과 사진, 인터뷰가 하나의 무드 안에서 공존해야 하니까요. 좋은 매거진은 각기 따로 노는 콘텐츠의 집합이 아니라, 개성 있는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 한 그릇의 비빔밥 같다고 생각해요. 종이든 온라인이든 결국 중요한 건 그 조화와 균형 아닐까요. 매거진은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매체, 비슷한 관심사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은 빠르게 생산되고 잊히는 정보들 사이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맥락을 남깁니다. 결국 매거진은 시대를 기록하는 동시에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 선택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남필우 필름 사진 매거진 <hep.>, 음악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BGM> 편집장.

Q. 매거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매거진‘ 특히 100년 넘는 역사를 지녔던 ’매거진이라는 형태’는 서서히 한계를 맞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다양한 수치와 분석이 있을 것이기에 말을 더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다만 ‘매거진다움’은 여전히, 오히려 앞으로도 훨씬 더 유효할 거라고 저는 판단하는데요. 매거진은 탄생부터, 기존 레거시 미디어(신문, 방송 등)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존재였습니다. 팩트와 사실 전달 중심, 정보 전달 중심의 기존 매체와 달리, 주관적 관점과 바탕으로 소수의(명확한 타깃의) 독자와 취향을 공유하는 일종의 ‘취향 공동체‘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매거진 편집장으로 일할 때도, 에디터스 레터와 독자 엽서 등을 통해 강력한 소통을 이어왔기에, 편집장을 그만두고 7년이 지난 요즘도, 얼굴도 몰랐던 당시 독자들을 간혹 우연히 업계에서 마주치곤 합니다.
Q. ‘매거진다움’이란 무엇이고 매거진의 쓸모와 역할은 무엇일까요?
강력한 큐레이션입니다. 매거진은 에디터들의 의견, 수십 수백명 외부 필진들의 의견에, 수만 독자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펼쳐진 플랫폼이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누리는 수많은 관점과 방식을 매력적으로 큐레이션해 제공했던 방식은, AI가 대세가 된 지금도 뛰어넘기 어려운 매거진만의 작동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매거진 업계를 떠나 콘텐츠를 베이스로, 브랜딩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데요. 저는 브랜딩의 본령을, 본질에 집중해 스토리텔링을 유려하게 펼쳐내고 그 브랜드만의 매력을 높여주는 활동이라 정의합니다. 특히 공간을 베이스로 하는 브랜딩 작업에 예전 매거진의 방식을 많이 도입해 성과를 냈습니다. 앞으로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매거진다움은 무척 중요한 본령이며, 더 다양한 활동을 가능케 할 거라고 예측합니다.
박지호 영감의 서재 대표. 전 <아레나> 편집장. 17년 간 매거진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콘텐츠 기반 브랜딩 에이전시 영감의 서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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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