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윙

LIFE

그 칵테일 바에서 훔치고 싶은 물건 12가지

[정보 좀요] 웨스트윙의 팔지 않는 물건들
[정보 좀요] 웨스트윙의 팔지 않는 물건들

2025. 09. 29

안녕. 물건 정보 대신 물어봐 주는 ‘Mr. 정보 좀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오늘 소개하는 훔치고 싶은 물건으로 가득한 여덟 번째 공간. 칵테일 바 웨스트윙이다. 

웨스트윙의 풀 네임은 ‘웨스트윙 오브 에이스 포 클럽’. 바로 옆 가게인 에이스 포 클럽의 서쪽 별관이라는 뜻이다. 2018년에 60년의 역사를 품은 다방을 개조해 만든 에이스 포 클럽이 오픈했고, 2023년 9월에 두 번째 바 웨스트윙이 문을 열었다. 누군가 ‘을지로에 괜찮은 칵테일 바 없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웨스트윙을 추천할 것이다. 칵테일과 위스키가 어려운 초심자부터 더 새롭고 심도 있는 술을 찾는 마니아까지, 가볍게 2차를 즐기고픈 인근 직장인부터 서울의 나이트라이프를 경험하고픈 해외 관광객까지 두루 만족시킬 매장이니까. 무엇보다 술은 기본이고 그에 못지않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할 거라 자신하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매장은 많다.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에 흥미로운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숨어 있는 매장이 많지 않을 뿐. 웨스트윙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어느 하나 권민석 대표를 거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일 테다. 마음에 드는 물건, 꼭 갖고 싶은 희소한 물건이 생기면 일단 한번 비슷하게 만들어 본다는 그가 이 공간을 꾸려 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만들고 개조하거나, 탁월한 창작자들의 작업물로 채워 넣거나. 

백남준, 육명심, 리카르도 달리시(Riccardo Dalisi) 같은 과거의 예술가들을 향한 동경과 정준영, 이명진, 은작기림, 김상인 같은 동시대의 작업자들을 향한 존중은 손수 꾸려 가는 DIY 정신과 더불어 웨스트윙이 제공하는 문화적 경험의 토대가 된다. 전시에서 구입한 도자기가 시그니처 칵테일의 전용 잔이 되고, 술 마시러 온 화가들이 즉흥적으로 함께 그린 그림이 벽면의 액자가 되고, 스위스 디자이너의 책장을 본떠서 제작한 나무 가구가 바 장식장이 되는 것처럼.

따뜻한 질감의 목재 가구와 형형색색의 술병 라벨이, 국내외 각지에서 수집한 공예품과 뚝딱뚝딱 만들어 붙인 장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웨스트윙. 을지로3가역 사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창 너머로 분주한 퇴근길 행렬이 펼쳐지고, 퀸시 존스(Quincy Jones)와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ícius de Moraes)의 음악을 배경 삼아 분청사기 잔에 담아 나온 둥굴레차 향이 감도는 칵테일을 마신다. 이 독특한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칵테일 바에서 물욕 많은 에디터의 시선을 빼앗은 물건들은 어떤 것일까?


01
주류 진열장

바 안쪽에 자리한 거대한 나무 장. 평소 에이스 호텔(Ace Hotel)을 관심 있게 보던 권민석 대표가 에이스 호텔 뉴올리언스점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주류 장식장이다. 직접 그림을 그려 초안을 잡고 매장 인테리어를 담당한 지지아키텍츠 이지홍 소장이 실물로 구현했다. 상단에 간판처럼 보이는 두툼한 나무 액자는 해외 빈티지숍에서 구매한 번호판이라고. 기존에 달려 있던 숫자를 가게명으로 교체한 센스가 엿보인다.

  • 제작자: 지지아키텍츠 이지홍

02
회화 작품

바로 지난 [정보 좀요] 원고의 주인공인 화가 김상인의 그림이다. 웨스트윙의 단골인 그가 올해 초에 열린 전시에서 발표한 권민석 대표의 초상화. 앞서 소개한 주류 진열장을 배경으로 술잔을 잡고 앉아 있는 남자가 보인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처음 발견하고 깜짝 놀란 권민석 대표가 기분 좋게 구매하여 현재는 웨스트윙 매장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주점이나 카페에 지정석을 두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독일의 ‘스탐티쉬(Stammtisch)’ 문화처럼 웨스트윙에도 단골 예술가들을 위한 몇 개의 지정석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상인 작가의 것이다.

  • 작가: 김상인
  • 작품명: Bartender, 2025, Oil on canvas, 45×37.9cm

03
오일 램프

바 테이블 곳곳에 놓인 도예가 정준영의 오일 램프.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좀 더 특별한 느낌의 초를 찾던 중 작가의 전시를 보고서 구매했다. 오리나 선인장 등 대여섯 개의 오일 램프가 각기 다른 형상을 해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정준영 작가는 유약을 활용한 독특한 실험을 꾸준히 해온 도예가로, 괴근식물 팝업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동시대 공예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웨스트윙 권민석 대표와도 꾸준히 협업하고 있다.

  • 작가: 정준영
  • 구매 링크 (같은 작가의 구매 가능한 다른 제품으로 대체)

04
칵테일 잔

웨스트윙의 대표 칵테일 중 하나인 ‘에이스 포 클럽’을 서브하는 술잔이다. 도예가 정현우의 분청 작업으로, 손으로 덧칠한 백토가 페인트가 겹겹이 쌓인 회화 작품을 연상시킨다. 세 종류의 이탈리아 술에 둥굴레차를 인퓨징해 제조하는 칵테일, 그리고 그걸 담는 한국 도예가의 잔이라는 포인트가 웨스트윙이라는 매장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토치로 태워 향을 뿜어내는 둥글레의 비주얼과도 잘 어울리는 잔.  


05
스태프 유니폼

웨스트윙 직원들을 위한 유니폼. 브랜드 디자인을 도맡아 하는 박순천 디자이너와 권민석 대표가 함께 제작했다. 한창 미국의 패션 브랜드 보디(BODE)에 매료돼 있던 권민석 대표의 취향을 반영해 오트밀 색 셔츠에 다양한 모양의 검은 자수를 새겨 넣었다. 화병이나 고양이 그림 등 매장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앞뒤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조만간 외부 브랜드와 협업한 새 유니폼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 제작자: 웨스트윙 권민석 대표, 박순천 디자이너

06
바 스푼

칵테일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바 스푼. 일본의 버디 바이 에릭 로린츠(Birdy by. Erik Lorincz)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탁월한 품질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바 스푼이다. 손가락 마찰을 최소화하는 정밀 가공 스템 덕에 빠르게 휘저어 작업하는 데 부담이 없어 높은 금액대에도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라고. 에릭 로린츠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텐더로 그가 디자인한 칵테일 셰이커 역시 최고급 셰이커로 평가받는다.

  • 브랜드: BIRDY. by Erik Lorincz
  • 제품명: BS400
  • 구매 링크

07
핸드메이드 조명

권민석 대표가 제작한 조명으로 웨스트윙과 에이스 포 클럽의 마스코트 오브제다. 권민석 대표가 미학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예술가 중 한 명인 성찬경 시인의 폐품 조형 작업 ‘아이두상’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작품 구매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서 곧장 고물상으로 달려가 폐주전자를 찾았고,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는 용접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양으로 완성했다고. 안쪽에 전구를 넣어 종이로 덮은 뒤 이전에 괴근식물 거치대로 만들었던 황동 받침대 위에 올려 두니 하나의 세트처럼 보인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한 번 만들어 보는 권민석 대표의 정수가 담긴 물건.

  • 제작자: 권민석 대표

08
잼 스푼 & 칵테일 픽

주얼리 브랜드 램쉐클(RAMSHACKLE)에서 출시한 스푼과 칵테일 픽이다. 웨스트윙에서는 여러 칵테일과 기본 안주를 서브할 때 사용한다. 사하라의 투아레그와 아프가니스탄의 쿠치 부족의 장신구에서 영감을 얻어 수공예 주얼리를 만드는 램쉐클이 올해 초에 처음으로 선보인 테이블웨어 컬렉션. 평소 친분이 두터운 권민석 대표가 ‘한국적인 요소가 담기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고, 이를 반영해 고려 시대에 널리 사용된 물고기 꼬리 모양의 숟가락을 모티프 삼은 칵테일 픽을 제작하기도 했다고. 오브제로서의 미감과 도구로서의 실용성을 두루 갖춘 제품이다.

  • 브랜드: RAMSHACKLE
  • 제품명: 첫 번째 사진 왼쪽부터 (1) DANGLE TOTEM JAM SPOON (2) DANGLE COCKTAIL PICK (3) FISH TAIL COCKTAIL PICK
  • 구매 링크 

그 외 훔치고 싶은 물건들

진열장: 스위스 디자이너의 하이엔드 책장 제품을 모델링해 만든 사람 형상의 레플리카 진열장

  • 제작자: 권민석

오디오 시스템: 웨스트윙의 무드를 책임지는, 각각 다른 시기에 구매한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

파워앰프
・ 브랜드: Dynaco 
・ 제품명: ST-70
구매 링크

프리앰프
・ 브랜드: Philips 
・ 제품명: Bouwdoos HF 306
구매 링크 

스피커
・ 브랜드: Jensen
・ 제품명: Triplex

칵테일 잔: 웨스트윙의 대표 칵테일 ‘럭키 걸 신드롬’을 담는 분청 도예 사발.

  • 작가: 은작기림

드로잉: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예술가의 술값과 맞바꾼 즉석 드로잉.

  • 브랜드: Ulrike Theusner

웨스트윙 오브 에이스 포 클럽 @westwingace

웨스트윙은 을지로3가에 위치한 칵테일 바 에이스 포 클럽의 별관이다. 칵테일 바의 문턱을 낮춘 캐주얼하고 아늑한 공간을 지향하며, 술잔과 각종 소품을 비롯해 다양한 유무형의 콘텐츠 속에 동시대 한국 예술가들의 작업을 녹여낸다. 주요 칵테일 메뉴로는 ‘사이렌 도감’, ‘에이스 포 클럽’, ‘럭키 걸 신드롬’, ‘교토 페퍼 마티니’ 등이 있다. 괴근식물 애호가로도 알려진 에이스트리맨 권민석 대표가 운영한다.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 105 2층 202호
영업시간 | 매일 18:00-02:00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