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나이키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M입니다. 요즘 러닝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졌죠. 5km부터 하프, 풀코스 마라톤, 새벽 러닝 크루까지. 종종 저마다의 속도와 다른 이유로 달리는 사람들을 마주치곤 해요. 저는 아직 ‘걷기와 달리기 사이’ 어딘가를 맴도는 사람이지만, 누군가 앞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따라 움직입니다. 그 속도를 따라가진 못해도, 언젠가 나도 저렇게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얼마 전 파리에서, 저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성, 페이스 키프예곤이 아직 누구도 넘지 못한 1마일 4분의 벽을 향해 달려나가는 순간이었죠. 전 세계가 숨을 죽인 채 바라보는 가운데, 오늘의 주인공은 침착하지만 결연한 눈빛으로 트랙 위에 섰습니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자, 페이스 키프예곤은 트랙 위를 힘차게 내달렸습니다. 사람들은 승부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 바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한계를 넘으려는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1마일 4분의 벽,
그리고 페이스 키프예곤
1마일. 한국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선 단위일 수도 있어요. 1500m보다 살짝 긴 거리, 약 1609m. 수치상으론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이건 여성 육상계에서 수십 년간 넘지 못한 벽이었습니다.
1마일 4분이라는 벽은 1954년, 로저 배니스터라는 이름으로 처음 깨졌습니다. 그 이후 아직 여성 중에서는 이 기록을 넘은 사람이 없어요. 페이스 키프예곤은 그 미지의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이번 브레이킹 4는 얼마나 더 빠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누구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전입니다.
함께 만든 도전,
페이스 키프예곤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건 페이스 키프예곤 혼자만의 도전이 아니었어요. 나이키는 그녀가 트랙 위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금껏 갈고닦은 기술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죠. 그녀가 입은 옷, 신은 신발, 브라까지. 모든 게 오직 페이스 키프예곤을 위한 맞춤형 장비였습니다.
FlySuit
바람을 설계하다
먼저, 페이스 키프예곤이 입은 플라이수트. 겉보기엔 유니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람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예요. 달리기에서 가장 큰 방해 요소는 바로 공기 저항인데, 이 수트는 그걸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설계됐죠. 공기의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표면 곳곳에 붙어 있는 작고 둥근 반구형의 돌기 ‘에어로노드’는 몸에 닿는 공기를 더 부드럽게 흘러가게 하고, 뒤쪽으로는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서 공기가 맴돌지 않게 해요. 이런 디테일 덕분에 같은 속도로 달려도 덜 힘들고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이런 정교한 설계 하나하나가 1초를 다투는 경기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죠. 과학을 옷처럼 입고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Flyweb Bra
입은 듯, 입지 않은 듯
운동하는 여성에게 스포츠 브라는 단순한 옷이 아니에요. 몸을 잡아주고, 마음까지 지탱해주는 필수 아이템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스포츠 브라는 땀에 젖고 열을 품게 되면서, 짧은 경기에서도 무겁고 불편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나이키는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바로 3D 프린팅으로 만든 ‘플라이웹 브라’. 일반 섬유 대신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TPU 소재를 사용해서, 무게는 최소화하고 지지력은 극대화했죠. 브라 전체를 다 감싸는 대신, 필요한 부위에만 정밀하게 밀도를 조절해 땀이 고이거나 열이 차는 걸 줄였고요. 입은 듯 편안하지만, 몸을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역할은 확실히 해내는 브라였어요.
Victory Elite FK
한 사람을 위한 스파이크화
이 신발은 단순한 운동화가 아니에요. 페이스 키프예곤이 2023년 마일 세계 신기록, 2024년 1500m 3관왕을 달성할 때 함께했던 나이키 Victory 2를 바탕으로, 이번 도전을 위해 전용 모델 Victory Elite FK로 새롭게 태어났어요. 무게는 90g. 손에 들면 종이처럼 가볍고, 초경량 어퍼는 발을 편안하게 감싸주면서도 흔들림 없이 잡아줍니다. 여기에 카본 플레이트를 넣은 스파이크는 지면을 디딜 때마다 강한 반발력을 주면서 페이스의 추진력을 높여줘요. 오직 페이스 키프예곤만을 위해 만들어진 단 하나의 신발. 그녀는 이 신발을 신고,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줬습니다.
Breaking4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브레이킹 4는 파리 샤를레티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500명의 관중이 숨을 죽인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죠. 페이스 키프예곤이 트랙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공기가 살짝 바뀌는 듯했어요. 작고 단단한 체구. 키 158cm. 실제로 마주한 그녀는 그보다 더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놀라움과 경외심이 동시에 밀려왔어요. 게다가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여자 2명, 남자 11명, 총 13명의 페이스메이커가 그녀의 도전을 돕기 위해 함께 트랙에 섰습니다. 그 모든 시선과 기대를 마주한 채, 페이스 키프예곤은 그날 가장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을지도 몰라요.
출발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자, 페이스 키프예곤은 페이스메이커들과 함께 트랙 위를 조용히 박차고 나섰습니다. 마치 하나의 리듬처럼, 그녀와 13명의 러너들은 유연하고도 단단한 움직임으로 첫 발을 뗐죠. 첫 랩은 1분 00초 02. 두 번째 랩은 1분 00초 75. 3랩까지의 기록은 3분 00초 22. 페이스는 점점 무거워졌지만, 그녀는 끝까지 리듬을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혹시 이번에 정말 4분의 벽을 깰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조심스러워졌고, 마지막 400m에서는 그녀의 뜀박질이 서서히 느려졌습니다. 달리기에서 버티기로 넘어가는 전환점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에서는 그녀를 향한 뜨거운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모두가 마음으로 그녀의 발걸음을 밀어주는 듯했어요.
마침내 페이스 키프예곤이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기록은 4분 06초 42. 비록 4분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자신의 세계 기록을 1초 22나 단축한 순간이었죠. 경기를 지켜보던 제 마음도 묘하게 복잡했어요. 아쉬움과 자랑스러움, 뭔가 뭉클한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거든요. 트랙 위에 조용히 드러누운 그녀의 얼굴엔 후회보다 안도와 평온의 미소가 스쳤는데요. 그건 모든 걸 다 쏟아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페이스 키프예곤의 마지막 발걸음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결승선 근처에는 그녀의 오랜 코치와, 2017년 브레이킹2에서 마라톤 2시간 벽에 도전했던 선배 러너 엘리우드 킵초게도 함께 있었죠. 경기장 안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불가능해 보였던 한계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지지로 가득했습니다. 더 이상, 이번 도전이 성공했냐 실패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먼저 발을 내딛는 용기, 그 자체로 충분했으니까요. 그런 도전의 현장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한 사람의 발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였습니다.
실패인가, 시작인가
도전을 마주한 그녀의 이야기
브레이킹 4가 열린 다음 날, 어제의 주인공 페이스 키프예곤을 다시 만났습니다. 전날과 달리 얼굴에는 여유가 느껴졌고, 말투도 훨씬 부드러워졌어요. 유니폼이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빨간색 상의와 신발을 맞춰 입은 모습이 파리의 햇살 아래에서 더 생기 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녀는 조용하지만 담담하게, 어제의 도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줬습니다.
“지금 제 기분이요? 좋아요. 정말 행복해요.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겪어냈다는 것에 감사해요. 파리에서 열린 브레이킹 4는 단순히 ‘기록’을 세우는 자리가 아니었어요. 이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불가능해 보이던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순간이었어요. 제 도전은 세계 기록을 갱신하는 일이 아니었어요. 영감을 주는 일이었고, 사람들에게 다시 ‘나도 꿈꿀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이 세상에서 ‘한계 없는 존재’예요.”
그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건 결과보다는 도전의 과정이었죠. 그래서 선택한 전략은 ‘네거티브 스플릿(negative split)’. 초반보다 후반 페이스를 더 끌어올리는 방식이에요. 말은 쉬워 보여도, 체력과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전술입니다. 페이스 키프예곤은 단지 기록을 넘는 것을 넘어서, 누군가에게는 이 도전 자체가 희망이 되길 바랐어요. 언젠가, 누군가는 이 벽을 넘을 테니까요. 믿음을 갖고 달리는 사람에겐, 그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요.
이번 도전을 계기로, 나이키는 페이스 키프예곤와 함께 케냐 케린겟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산부인과 병동을 세울 예정입니다. 이곳은 가장 가까운 병원이 25~35km 떨어져 있어서, 누군가에겐 이 병원이 단 하나의 희망이 될 수도 있죠. 병원의 이름은 ‘Dare To Dream Maternity Ward(꿈꾸는 엄마들을 위한 산부인과)’입니다. 그녀의 이번 도전은 단지 기록을 향한 게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의 삶에 닿는 방식으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도전이 남긴 것
그리고 다음을 기다리며
2017년 엘리우드 킵초게가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에 달렸던 ‘브레이킹 2’가 인간의 한계에 도전이었다면, 이번 브레이킹 4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여성의 이야기로 확장했습니다. 이번엔 4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그 장면이 우리에게 남긴 울림은 분명했어요. 이 도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가능성을 믿는 일이었다고요. 누구나 그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나이키는 이 두 프로젝트를 통해 ‘불가능해 보이던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동력인지 보여주고 있었죠.
그리고 이제, 페이스 키프예곤은 다음 주자를 기다립니다. 언젠가 그 자리에 오를 누군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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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