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에디트 에디터H입니다. 저는 지금 뜨거운 축하의 현장에 나와있습니다. 여긴 두 여자가 있네요. 한 명은 까만머리, 한 명은 노랑머리입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두 여자입니다. 오늘로서 디에디트가 1주년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2016년 6월 29일, 두 여자가 퇴직금을 던지고 시작한 리뷰 전문 웹사이트 디에디트가 한 살이 되었습니다. 이 기쁜 날을 맞이해 디에디트의 마스코트, 탈색 마니아, 맥주 주량 300cc의 여자. 에디터M을 인터뷰해 보겠습니다.
Q. 에디터M 작년에 디에디트를 시작하며 무슨 생각을 했죠?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그냥 에디터H가 웹사이트를 시작한다고 하길래 불쌍해서 도와줄 생각이었구요. 6개월 정도 도와주다가 뜨려고 했어요. 솔직히, 리뷰 사이트해서 먹고 살기 쉽겠어요? 저는 태생이 노예라서 월급 꼬박꼬박 주는 곳이 좋아요.
Q. 그런데 어쩌다가 주저 앉았죠?
에디터H가 저의 속셈을 알아채고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어요. 돈관리도 막 시켰구요. 그러다 깨달았죠. 아 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똥멍청이다. 엑셀로 덧셈 하나도 못하는구나. 저 사람 혼자 두면 이 사업은 망하겠구나.
Q. 그럼 에디터M이 디에디트에서 맡은 가장 중요한 역할이 뭔가요?
글쎄요. 뒷단에서 이뤄지는 일은 모두 제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에디터H는 남들 눈에 보이는 일만 한답니다.
Q. 지금도 에디터M은 칼질과 공예를 하고 에디터H는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군요.
[본인만의 맥주 메뉴판을 만드는 에디터M]
그래요. 지금 이 상황이 딱 말해주네요.
Q. 어머, 칼질도 너무 잘하시네요. 잘린 면이 너무 깔끔해요.
고마워요.
Q. 처음엔 영상 촬영하는 걸 꺼려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요?
음, 지금은… 지금은… 카메라 녹화 버튼만 누르면 주체할 수 없는 끼가 넘쳐 흘러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전 남들 눈을 피해사는 은둔형 글쟁이라고 생각했는데 관종이었나봐요. 원래 시크한 삶을 추구했는데, 이번 생은 틀린 것 같아요. 제가 왜 이러는 걸까요? 요즘은 선글라스도 막 벗고 싶은데, 에디터H가 못벗게 해요. 안된대요.
Q. 설마 글 쓰는 것보다 이제 영상 찍는 걸 더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
그렇진 않아요. 사실, 전 아직도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엔 긴장한답니다. 사시나무 떨듯 떨죠. 하지만… 하지만… 녹화 버튼만 누르면… 나도 모르게…!! 한 가지는 확실해요. 에디터H는 요즘 글 쓰는 것보단 영상 편집을 좋아해요. 아무래도 영상PD로 다시 취직하고 싶은 모양이에요.
Q. 에디터M이 제일 좋아하는 영상은 뭐죠?
음. 전 제가 단독 출연한 VSCO 리뷰 영상을 제일 좋아해요. 혼자 관심 받고 싶었거든요. 제가 사진 천재라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구요. 그걸 찍고 생각했죠. 난 이제 에디터H가 없어도 된다!
Q. 헛소리가 수준급이군요. 그럼 제일 싫어하는 영상은?
첫 번째 영상이에요. 전 지금도 그걸 다시 못 봐요. 창피해서.
Q. 그럼 가장 애착이 가는 리뷰 글은 뭔가요?
저의 불우했던 잡지사 시절에 대해 얘기하는 ‘아이띵소’라는 브랜드의 리뷰에요. 디에디트는 리뷰에 항상 저희들의 이야기를 담거든요. 제 취향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과거사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해요. 잡지사 어시(어시스턴트) 시절에 받던 30만 원의 월급으로 살 수 없던 물건을 이젠 내 돈으로 사서 리뷰할 수 있으니 통쾌하달까요. 깔깔.
Q. 만들면서 가장 개고생했던 콘텐츠는?
G6 영상이에요. G6의 광각 카메라로 서울의 풍경을 담아보기로 했거든요. 저랑 에디터H랑 둘이서 직접 찍기로 했어요. 에디터H는 왜 이런 기획을 해서 날 개고생시키는 걸까 화가 났죠. 제가 빡칠 때마다 에디터H가 제 눈치를 봤어요. 일주일 내내 촬영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타임랩스 촬영이라 오랫동안 찍어야 했구요. 서울을 파리만큼 예쁘게 찍고 싶다는 (에디터H의)욕심 때문에 정말 징하게 여러 번 촬영했죠. 결과는? 직접 보고 오세요. 지금은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다신 안할 거지만.
Q. 에디터H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 감동 받을 준비가 됐어요.
아, 갑자기 왜 이래요. 그런거 하지마요.
Q. 그래요. 그럼 에디터M에게 전하는 제 한 마디는 들어보실래요?
맘대로 해요.
Q. 항상 고마워요. 고생했어요.
미친. 돌았? 지금 뭐해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는다)
Q. 자, 디에디트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들께 한 마디 해주세요.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어요. 여러분이 에디터M이란 여자를 다 알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에요. 이제 저의 미친듯한 끼가 폭발할거에요. 커밍순. 그러니까 디에디트 맨날 오세요.
Q. 에디터M은 디에디트가 어디로 가는 것 같나요?
아, 본인도 모르는 걸 왜 물어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내 앞날도 모르는데. 지금 진짜 그대로 쓰고 있는 거 아니지?
Q. 디에디트를 잘 모르는 분들께 소개한다면?
디에디트를? 여러분. 삶이 무료하고, 퍽퍽하고, 뭘 사야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디에디트로 오세요. 여러분의 꿈과 희망의 동산 디에디트 입니다.
Q. 2주년까지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2주년 까지는 늙고 병든 에디터H 대신, 싱싱하고 건강하고 똑똑하고 징징거리지 않는 뉴 에디터를 뽑는 거예요.
Q. 오, 그건 디에디트가 새로운 에디터를 뽑고 있다는 뜻인가요?
그럼요. 디에디트의 뉴 에디터에 도전하세요!
Q. 조건이 뭔가요?
일단, 운전 면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취향이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만의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요.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우리랑 잘 맞았으면 좋겠어요. hello@theedit.kinsta.cloud 여기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필하는 메일을 주세요!
Q. 대표님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마저 칼질 하세요.
그래요. 전 1주년 파티를 준비하러 가봐야겠어요. 왜 에디터H는 아무 것도 안하는 거죠?
여러분, 디에디트를 찾아와 시덥잖은 인터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디터M이 헛소리를 많이 했으니, 이제 제가 멋진 멘트로 마무리 해볼까 해요. 1년을 버티며 많은 독자 분들의 의견을 받았어요. 댓글로, 메일로, 소셜 미디어로 디에디트의 이름을 불러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는 게 별로 재미 없어서 만든 이 웹사이트가 열심히 사는 여러분 모두의 즐거운 놀이터이자 위안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조금 모자라도 좋고, 조금 궁핍해도 좋아요. 취향만은 늘 부자인 우리 인생 화이팅.
마지막은 우리의 1년을 담은 짧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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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