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테크 리뷰를 연재하고 있는 이주형입니다. 눈치채신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독일 출장을 주제로 계속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1편은 인텔의 루나 레이크 출시 행사, 그리고 2편은 IFA 박람회의 행사 스케치였습니다. 마지막 편인 오늘은 이 모든 출장길을 함께 한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올해 초에 아직도 정가에 못 사고 있는 카메라인 후지필름의 X100VI를 리뷰했었습니다. 그때 단점 중 하나로 X100VI의 생각보다 컸던 크기를 언급하면서 만약에 후지필름의 카메라를 구매한다면 렌즈교환형 미러리스 라인업에서 약간 더 작은 사이즈의 X-T30 II나 약간 상급 기종이면서 X100VI와 같은 4,000만 화소 센서를 탑재한 X-T5 중 하나를 고민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그 리뷰를 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후지필름이 X-T50을 발표했습니다. X-T30의 바디 디자인을 기반으로 X-T5의 센서와 화상처리 프로세서를 넣은 신형 바디죠. 당연히 리뷰를 안 해볼 수가 없었고, 마침 그때 독일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독일 출장에서 기사들에 쓸 사진이나 개인적인 사진 모두 이 카메라로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후지필름 X-T50의 센서나 화상처리 프로세서는 제가 이전에 써본 X100VI와 같습니다. 센서 손떨림 방지를 지원하는 4,020만 화소의 APS-C 센서, 그리고 X-Processor 5 화상처리 프로세서를 조합하죠. 여기에 렌즈 마운트를 달아서 렌즈 교환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X-T50이라 보시면 됩니다. 전체적인 바디 크기는 EVF의 탑재로 인해 X100VI보다 높이는 살짝 더 높지만, 폭이 더 좁습니다. 여기에 부피가 작은 렌즈를 조합하면 렌즈까지 합쳐도 X100VI보다 더 휴대성이 좋은 조합이 탄생합니다. 그러다 필요하다면 줌 렌즈를 조합할 수 있는 것이 렌즈교환형 카메라의 장점이죠.
제가 이번 출장에 챙겨간 렌즈는 두 개로, 번들 줌 렌즈인 XF 16-50mm (풀프레임 기준 24-75mm) F2.8-4.8 렌즈와 표준 화각 단렌즈인 XF 27mm (풀프레임 기준 41mm) F2.8였습니다. 16-50mm 렌즈는 X-T50과 함께 출시한 번들 줌 렌즈로, 후지필름 라인업에 점차 확장하고 있는 고화소 센서에 맞춰 새롭게 설계했다고 해요. 후지필름의 이전 세대 번들 렌즈인 XF 18-55mm F2.8-4이 번들 렌즈의 편견을 깨트린 화질을 선보였던 것처럼, 다양한 화각이 필요한 IFA 취재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줌 렌즈치고 작은 크기 덕에 X-T50의 바디 크기와 더불어 휴대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았고요. 출장 일정 소화 후 베를린 시내를 관광할 때 사용한 27mm F2.8은 비록 상당히 오래된 렌즈이긴 하지만, 작은 크기로 X-T50의 휴대성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렌즈입니다. 41mm라는 풀프레임 기준 화각도 35mm가 익숙한 저에게는 친숙한 화각이라 좋았습니다.
X-T50의 조작계는 X100VI와 비슷합니다. 오른쪽에는 전원 스위치와 노출계, 셔터 스피드 다이얼이 있고, 앞 뒤로 조절 다이얼이 하나씩 있습니다. X100VI 리뷰 때도 얘기했던 것처럼, 과거의 카메라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온 다이얼 구조입니다. 하지만 왼쪽에는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다이얼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필름 시뮬레이션 다이얼입니다. 여기서 인기가 많은 필름 시뮬레이션을 바로 선택하거나, 아니면 다른 필름 시뮬레이션이나 직접 만든 레시피를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 필름 시뮬레이션 다이얼은 결국 후지필름이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지필름의 보급형 기종으로 인식되는 X-T50의 포지션을 감안하면 구매자층에게 딱 맞는 다이얼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이전 X100VI 때는 필름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체험해 보기 위해 JPEG로만 찍었다면, 이번에는 저의 평소 사진 워크플로우에 더 가깝게 RAW 촬영 후 라이트룸으로 보정을 해보았습니다. RAW로 촬영하면 가장 좋은 점은 제 입맛에 맞는 보정을 가하거나, 카메라가 놓친 부분을 고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X-T50은 다른 후지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RAW 파일에도 필름 시뮬레이션 프로파일을 입힐 수 있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보정을 해줄 수 있습니다. 물론 후지의 필름 시뮬레이션 프로파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프로파일을 입혀서 보정하는 것도 가능하죠. X-T50의 센서는 관용도가 높은 편이라 보정에도 상당히 유리했습니다.
고화소 센서의 장점은 역시나 크롭 할 때 드러납니다. 번들 렌즈의 특성상 망원단의 한계가 있다 보니 발표회장에서 발표자만 자르는 등 필요한 상황에 따라 크롭을 해도 어느 정도 화질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다만 기대보다는 고감도에서 노이즈가 보였는데, 이 부분은 라이트룸의 AI 기반 디노이즈로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X100VI를 리뷰할 때도 느꼈던 부분이 이번 X-T50을 실제 취재에 사용하면서 더 많이 느껴졌는데, 바로 자동초점(AF)의 문제였습니다. X-T50의 자동초점은 대체로는 정확한 편이지만, 연사 중간에 잠깐 초점을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보통 정적인 장면을 많이 찍었던 X100VI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좀 더 동적인 상황에서 순간 포착이 중요했던 취재 상황에서는 이따금씩 피사체를 놓치곤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비록 후지필름 카메라의 AF 성능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예전에 리뷰했던 소니 a7CR에서는 이런 문제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에 아직 경쟁사에 비해 AF 성능이 뒤쳐진다는 느낌이라 아쉬웠네요.
X-T50이 아쉬운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가격입니다. 필름 시뮬레이션 다이얼과 같은 조작계를 보면 확실히 후지필름 카메라에 입문하는 초보자를 위한 카메라인 것 같은데, 전 세대 기종인 X-T30 II가 바디 기준 정가가 109만 9천 원이었던 것에 반해 X-T50에서 새로운 센서와 화상처리엔진, 센서 손떨림 방지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189만 9천 원이라는 가격은 예상보다도 상당히 인상됐습니다. 가격 인상폭이 높은 것을 후지필름 쪽도 인정하는지, 원래대로면 구형 기종을 단종시키는 것과 달리 X-T30 II를 아직 판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16-50mm 렌즈가 포함된 번들 렌즈 키트는 무려 250만 원에 육박하죠.
물론 이 가격은 어디까지나 정가 기준이며, 다른 후지필름 카메라가 그러하듯이 출시하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실제로 번들 렌즈 키트를 구매하기 위해 웃돈을 얹으면 300만 원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가격은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a7C2 번들 렌즈 키트의 다나와 최저가 가격(약 275만 원)보다도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격을 고려할 때 X-T50의 경쟁력은 어떨까요? X-T50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고화소 센서와 그에 비해 작은 크기, 그리고 필름 시뮬레이션일 것입니다. 이중 가장 큰 매력은 필름 시뮬레이션인데, 이 부분은 다른 카메라였더라도 RAW로 촬영했다면 완벽히 같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보정으로 비슷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폰으로도요. 특히 요즘은 최적화된 세팅을 지정한 라이트룸 프리셋을 활용하면 클릭 몇 번만으로 필름 사진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죠.
물론 이러한 보정 과정이 부담스러운 초보자들에게 필름 시뮬레이션이 큰 메리트인 것은 사실입니다. 사진에 막 입문한다면 화소 수나 몇몇 기능에서 페널티를 받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2,610만 화소로 준수한 편입니다) X-T50보다는 훨씬 저렴한 X-T30 II나 최근에 발표한 X-M5, 아니면 구형 기종을 중고로 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X-M5는 리뷰 시점에 한국 가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국 가격은 약 109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X-T50에 상당한 기대를 했었던 저는 몇몇 아쉬운 점은 있더라도 실제로 그 기대에 대부분 부응합니다. 올해 두 대의 후지필름 카메라를 리뷰하면서 그 매력을 충분히 보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사려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공급난이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서 해결돼서 많은 분들이 후지필름 카메라를 쉽게 접해볼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네요.
X-T50으로 찍은 사진들
출장을 가기 잠깐 한국에서 카메라에 익숙해지기 위해 카메라를 무작정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 a7CR 리뷰에서도 등장했던 얌곰의 모습입니다.
성수대교 근처에 있는 노을 스팟을 이번 리뷰를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같이 날씨가 좋을 때는 특히 노을 보러 가기 좋죠. (미래한강본부 근처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인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본 일출입니다.
독일에서의 첫 끼였습니다.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조시 뉴먼 (Josh Newman)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제품 마케팅 및 관리 총괄.
해당 사진은 라이트룸의 AI 디노이즈 보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으로, X-T50의 노이즈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 (루나 레이크)를 발표하고 있는 짐 존슨 (Jim Johnson) 인텔 클라이언트 비즈니스 그룹 총괄 부사장.
이날 루나 레이크와 함께 발표된 삼성 갤럭시 북5 프로 360을 시연하는 모습입니다. 월말 국내 출시 예정이라고 하네요.
인텔 행사장 입장을 기다리는 기자단의 모습.
제품 출시 행사 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에이서의 제이슨 첸 (Jason Chen) 회장.
에이서가 발표한 프로토타입 노트북으로, 트랙패드 부분을 뒤집으면 컨트롤러가 나오는 컨셉입니다.
이동 중에도 일은 멈추지 않습니다.
LG가 선보인 가사 도움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의 모습입니다. 이름은 바꿔야겠네요.
본격적인 IFA 전시 첫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젠 로봇도 재롱을 부리는 시대군요.
전시장을 다니다 보면 꼭 특이한 곳 한 곳씩은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 대전 시절 저지른 과오들을 많이 반성하는 기념물들을 베를린 곳곳에 지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나치 독일이 학살한 유대인들을 기리는 기념물입니다. 총 2,711개의 불규칙한 콘크리트 기둥이 세워져 있으며, 이 각각의 불규칙함은 비이성적이었던 나치 독일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한때 베를린을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의 잔해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베를린 시민의 모습입니다.
풀숲에 뒤덮인 베를린 장벽의 모습.
함께 출장을 다녀온 한국 기자단입니다.
이제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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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백수가 되었지만, 백수가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에디터이자 팟캐스터. IT가 메인이지만 관심가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이 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