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이폰 외길인생 15년을 맞은 이주형입니다.
9월 20일. 아이폰16 시리즈가 출시되었고, 정신을 차리니 제 손에는 아이폰16 프로 맥스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셋업한 지 12시간도 되지 않은 아이폰을 들고 도쿄로 떠나게 됐죠.
이렇게 된 김에, 평소에 가지고 가는 카메라도 챙기지 않고 온전히 아이폰16 프로로만 모든 여행 사진을 담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이폰16 시리즈는 과연 이전 아이폰과 어떤 점들이 달라졌을까요?
카메라 컨트롤
애플은 절대로 ‘버튼’이라고 부르지 않는 카메라 컨트롤은 오직 카메라 조작만을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입니다. 카메라 컨트롤이 가장 유용한 것은 당연히 카메라 단축키로 동작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단순히 잠금 화면에서뿐만 아니라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도중에도 바로 카메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뭔가 찍고 싶은 순간을 카메라 앱을 찾다가 놓친 경험이 있다면, 이거 하나만으로도 카메라 컨트롤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카메라를 바로 여는 단축키와 셔터 버튼을 겸하는 버튼은 이전에 다른 스마트폰들에도 많이 있었죠. 하지만 아이폰16의 카메라 컨트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카메라 전체를 하나로 제어하기 위해 포스 센서와 정전식 패널도 넣었습니다. 포스 센서는 정전식 패널로 동작하는 추가 기능들을 작동시키거나, 이후에 지원될 노출/초점 잠금 기능, 일명 ‘반셔터’ 기능을 위해 쓰이고, 정전식 패널은 카메라의 설정들을 스크롤할 때 사용하게 됩니다. 제가 특히 유용하게 썼던 부분은 바로 줌을 조작할 때였지만, 그 외의 노출이나 인물 모드의 가상 심도, 사진 스타일, 톤 등을 모두 카메라 컨트롤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컨트롤의 위치는 애플이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이는 포인트입니다. 일단 애플은 가로 사용을 1차적으로 생각하여 카메라 컨트롤의 위치를 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로 기준으로 너무 오른쪽으로 두면 세로로 촬영하려 할 때 불편할 것을 생각했는지 조금 더 측면 버튼과 가까운 위치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오른손으로 세로 사진을 찍으려 하면 아이폰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불안했습니다. 사이즈가 큰 맥스 모델이라서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카메라 컨트롤이 오른쪽에 있는 것을 두고 왼손잡이들을 무시하는 디자인이라는 비판도 있긴 했는데, 왼손잡이로 태어난 덕분에 평소에도 왼손으로 폰을 쥐는 편인 저에게는 카메라 컨트롤의 위치가 왼손에서 오히려 더 편했습니다. 왼손으로 폰을 쥐니 중지가 딱 카메라 컨트롤에 닿으면서 오른손으로 쥘 때보다 더 안정적인 자세가 나왔거든요.
추가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먼저 설정 – 카메라 – 카메라 제어에 들어가 보면 몇 가지 설정이 있는데요, 카메라 앱을 바로 여는데 필요한 클릭 수를 설정할 수도 있고, (전 오작동 방지를 위해 두 번으로 설정했습니다) iOS 기본 카메라 앱 외에 다른 써드 파티 카메라 앱을 열도록 설정할 수도 있죠. 하지만 더 많은 설정은 손쉬운 사용 – 카메라 제어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아예 정전식 패널과 포스 센서를 꺼서 단순히 카메라 단축키와 셔터 버튼으로만 사용할 수도 있고, 포스 센서의 감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컨트롤로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적응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버튼을 실제로 동작시키려면 힘이 꽤 들어가야 한다는 점인데, 사진을 찍기 위해 힘을 주다가 실수로 정전식 패널을 조작하거나, 야간과 같은 어두운 상황에서 사진이 흔들리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한 손으로 잡고 있는 세로 촬영에서 특히 좀 더 심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며칠 열심히 카메라 컨트롤로 사진을 찍어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있기는 합니다.
사진 스타일
아이폰16 라인에서 하드웨어적인 변화에 카메라 컨트롤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에는 사진 스타일이 있습니다. 사실 아이폰16 시리즈 둘 다 센서나 렌즈 등의 카메라 하드웨어에서는 큰 변화는 없었기에 실질적으로 사진 스타일은 아이폰16 시리즈가 찍는 사진에서 가장 큰 변화점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진 스타일은 이미 아이폰13 시리즈 때부터 제공되고 있었던 기능이었습니다. 단순히 촬영 후에 필터를 씌우는 것이 아닌, 아예 촬영할 때 프로세싱 과정에서 톤이나 발색 설정을 적용해서 촬영자의 기호에 맞는 색 설정을 촬영 단계에서 입혀주는 것이었죠. 아이폰16 시리즈에서의 새로운 사진 스타일은 이 일련의 과정을 더욱 세밀하게 개선시켰다고 해요.
먼저, 각각의 스타일 모두 새로운 제어 패드를 통해 색 설정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제어 패드에는 전반적인 톤과 색 채도, 그리고 해당 스타일의 색 팔레트를 조절해 줄 수 있는 슬라이더가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이 찾는 발색을 완벽히 맞출 수 있다는 것이죠. 인물 사진을 찍는 경우 이 과정에서 피부 톤은 따로 보정이 들어가서 스타일 보정으로 인해 인물의 피부 톤이 크게 틀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무엇보다 아이폰16 시리즈의 사진 스타일에서 가장 개선된 부분은 바로 사진을 찍은 후에도 설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폰16 시리즈로 촬영했다면 아이폰뿐만 아니라 맥과 아이패드에서 스타일 보정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에서 사진을 찍은 후 나중에 더 큰 화면을 가진 맥이나 아이패드에서 자세히 보면서 설정을 바꿔줄 수도 있다는 뜻이죠. 이 새로운 사진 스타일은 예전에 비해 훨씬 보정 범위가 넓어져 굳이 RAW 포맷으로 사진을 찍지 않아도 원하는 색 보정을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촬영 후에도 스타일 보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애플은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일부 변경했다고 하네요.
원하는 사진 스타일을 아예 기본 설정으로 두는 것도 가능한데, 이를 위한 전용 튜토리얼 메뉴도 있습니다. 과거에 찍은 사진 중 자신이 주로 찍을 만한 사진을 네 장 고른 다음, 여기에 직접 스타일 설정을 해보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직 저도 사용한 지 고작 5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만의 스타일을 아직 찾진 못 했지만, 확실한 건 톤 수치를 낮춰주면 좀 더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아이폰15 라인의 프로세싱 방식이 비판을 받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그늘진 부분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밝게 보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올려주면 그늘진 부분에 있는 디테일이 드러나고 좋지만, 너무 과도하게 올리면 사진이 전반적으로 대비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죠. 이 문제는 16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톤 보정을 통해 이런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아이폰16 시리즈의 새로운 사진 스타일을 후지필름 카메라의 필름 시뮬레이션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는데, 저는 그보다도 더 세밀한 설정이 가능한 면에서 좀 더 진보된 시스템이라고 느껴집니다.
120mm 망원의 신선함
마지막으로, 아이폰16 이전에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것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120mm(5배) ‘테트라프리즘’ 망원 카메라입니다. 이 망원 카메라는 아이폰15 프로 맥스에 처음 적용되었고, 올해에는 더 작은 아이폰16 프로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저는 16 프로 이전에 14 프로를 사용했기에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해 보게 되었죠.
이번 여행에서 생각보다 이 망원 카메라가 주는 신선한 매력에 이끌려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120mm의 화각은 다루기가 쉽지 않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주변의 방해 요소들을 빼고 중앙에 집중시켜주는 효과도 있거든요.
특히 제가 이번에 즐겨 찍었던 것이 길을 건너다가 중앙에 잠깐 서서 건너고 있는 길을 찍은 사진이었는데요, 이런 사진에서는 주변부의 건물들과 보도 등 방해가 될 만한 요소를 빼고 딱 길과 자동차의 모습만을 담을 수 있습니다. 사실 120mm라는 화각은 보통 여기까지 지원하는 렌즈 가격이 비싸서 제가 가진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에서도 사용해 보기 힘든데, 이걸 스마트폰에서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고, 앞으로도 많이 사용해 볼 것 같네요.
아이폰16 시리즈의 카메라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바로 렌즈 반사방지 코팅입니다. 애플은 발표 당시 키노트 슬라이드와 스펙 페이지에서 반사방지 코팅을 언급했으나, 이후 홈페이지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해 허위 광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애플은 이후 홈페이지의 스펙 페이지를 정리하는 도중에 삭제된 것일 뿐, 여전히 반사방지 코팅이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죠.
그렇다면 아이폰16 시리즈의 고스팅은 어떨까요? 제가 쓰던 아이폰14 프로에 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강한 광원에서의 고스팅이 관찰됐습니다. 특히 차량 헤드라이트에서 가장 눈에 띕니다. 물론 고스팅 문제가 평소 사진을 찍을 때 방해되는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고 광학계의 특성상 필연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다른 카메라 업체들과 스마트폰 경쟁사들이 이를 억제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반해 애플은 딱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아이폰16 시리즈의 카메라, 많이 다르지는 않지만…
사실 아이폰16 시리즈의 카메라 하드웨어 자체는 상술했듯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아이폰16은 초광각 카메라 렌즈가 바뀌면서 자동초점과 접사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 16 프로의 경우 메인 카메라 센서는 신호를 보내는 속도가 빨라지고 초광각 카메라는 4,800만 화소 센서로 바뀌었으나, 렌즈 구성은 그대로여서 어두운 곳에서 찍었을 때의 화질은 크게 개선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폰16 시리즈에서 애플은 전반적으로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험에 좀 더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카메라 컨트롤도 그렇지만, 새로운 사진 스타일은 많은 사용자들이 실험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취향을 찾아내가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후지필름 X100VI 리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스마트폰 사진에서 싫증을 느끼는 것이 기종을 떠나서 스마트폰 사진이 비슷한 느낌을 연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언급했었는데, 아이폰16 시리즈의 사진 스타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저도 저만의 사진 스타일을 연구해봐야겠네요.
아이폰16 프로로 찍은 사진들
흔하지 않은 사람 별로 없는 긴자 거리의 모습입니다. 고작 몇 시간 뒤에는 바글바글했지만요.
일본에서 보는 무궁화라니, 뭔가 기분이 묘합니다.
고단한 집사의 삶입니다. 폰으로 딴짓하다가 빠르게 카메라 컨트롤을 활용해 찍을 수 있었던 사진이네요.
라이카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의 선망의 대상 아닐까요?
일본에 갈 때마다 한 번씩은 꼭 먹는 이치란입니다.
일본은 차고지 등록을 하는 등 차량 소유 조건이 까다로운 나라로 유명한데요, 그만큼 차에 진심이신 분들이 몰고 다니는 개성넘치는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아이폰의 야간 사진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밝은 결과물을 뽑곤 합니다. 하지만 사진 스타일을 활용해 톤을 만져주면 좀 더 현실적인 야간 사진을 뽑을 수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창가 자리의 매력은 바깥 풍경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죠. 귀국할 때 창가 자리에 앉게 되었고, 밖을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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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