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한정판, 특별판,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전자 제품 리뷰를 빌미로 옛날 제품 이야기를 하는 ‘컬렉터’ 코너의 객원필자 기즈모다. 최근 디에디트에 갔다 온 후로 젊음을 되찾은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은 기세를 몰아 아주 힙한 제품을 하나 구해왔다. 소니 ‘링크버즈 S 올리비아 로드리고 에디션’이다. 국내 정식 발매 명칭은 ‘링크버즈 S 바이올렛’이다. 국내에서는 총 300대만 판매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얼마 전 출시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택배가 도착해 보니 사은품으로 토트백을 보내줬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손가락을 물고 있는 사진이 붙은 토트백이다. 앨범 자켓 사진이긴 하지만 중년의 남자가 들고 다니면 체포돼도 할 말이 없는 디자인이다. 주변 사람에게 선물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잘 몰랐다. ‘빌리 아일리시’나 ‘아리아나 그란데’ 노래는 즐겨 듣긴 하지만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음악은 거의 들은 적이 없다. 링크버즈 S를 받고 나서 테스트를 위해 올리비아 로드리고 노래를 한참 들었는데 가사 중간중간에 F***이 꽤 많이 나오더라. 미국 젊은이들의 삶도 꽤 퍽퍽한 것 같다.
먼저 패키지 디자인을 살펴보자. 박스 상단에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 외에 보라색이 이곳저곳에 쓰였다. 패키지에 이어팁은 일반 S사이즈에 비해 한 단계 더 작은 SS사이즈까지 총 4가지나 제공한다. 이어팁 색상은 약간 핑크빛을 띄는 반투명 보라색이다. 본체도 예쁘지만 이어팁 색상도 꽤 감각적이다. 이어팁까지 예뻐야 할 필요는 없지만 예뻐서 나쁠 것도 없다.
케이스 디자인으로 넘어가 보자. 보라색에 하얀 마블 패턴이 새겨진 디자인이다. 케이스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재생 플라스틱은 패턴을 만들기 쉽지 않고 또 아무리 기계로 찍어내도 일정한 패턴을 만들기도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마블 패턴이 상당히 불규칙하다. 아마 300개의 한정판이 모두 다른 무늬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불규칙성은 재생 플라스틱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점인데 한정판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진다. 세상에 하나뿐인 패턴일 테니까.
케이스는 상당히 작고 가볍다. 무게는 케이스만 약 34g, 이어버드 포함해도 약 44g 정도다. 지문도 잘 묻지 않는 재질이고 감촉도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당히 예쁘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아이덴티티 색상인 보라색은 다른 이어버드에서 잘 보지 못한 색상이다. 참고로 무선충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어버드 디자인은 마블 보라색과 연한 보라색의 투톤 디자인이다. 상당히 가볍다. 한쪽 유닛이 약 4.8g 정도로 노이즈캔슬링을 지원하는 이어폰 중에는 가장 가벼운 제품 중에 하나다. 소니는 하루 종일 벗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래 끼고 있으면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착용감은 좋은 편에 속한다. 귀에 꽂아 봤다. 눈에 띄는 보라색과 연한 핑크빛 디자인이 확실히 눈에 띄고 아름답다. 여성은 물론이고 보라색이 잘 어울리는 BTS 같은 미소년이라면 잘 어울릴 거다. 하지만 내가 착용하기에는 너무 눈에 띄었다. 나의 늙음이 죄는 아니지만 이런 이어버드 착용은 마치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
음질은 소니의 상급 이어폰인 WF-100XMK4와 같은 소니 V1칩셋을 사용해서 비슷한 음질 성향을 가지고 있다. 헤드폰처럼 두툼한 음색을 내기 위해 저역을 살짝 부스팅했지만 중고역 해상력도 결코 묻히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두툼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음질이다. 소니의 플래그쉽 이어폰인 WF-1000XM5에 비해 살짝 더 밝은 성향이라서 오히려 팝이나 가요를 들을 때는 더 경쾌하게 들리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고해상도 음원을 제공하는 LDAC코덱도 제공한다. LDAC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우수한 음질의 코덱이다.
특이한 점으로는 이번 에디션만의 사용자 EQ가 있다는 점이다. EQ명칭은 SOUR와 GUTS인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1집, 2집 앨범 제목이다. 맞춤 EQ의 정확한 튜닝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들어보니 좀 더 비트를 강화해주는 수준의 튜닝이다. 이 모드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All-american bitch’를 들어보니 욕설이 더 찰지게 들렸다. 그러면 됐다.
노이즈캔슬링 역시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저역 쪽 노이즈는 좀 통과하지만 중고역의 노이즈 제거 수치는 상급 수준이고 대중교통이나 불연속 소음도 많이 잠재워 준다. 말할 때 음악이 멈추고 주변 소리를 들려주는 Speek-to-chat도 탑재돼서 누군가 말을 걸 때마다 이어폰을 귀에서 빼거나 음악을 멈추지 않아도 편리하다.
그 밖에 음원의 선명도를 높여주는 DSEE Extreme 기술과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360도 리얼리티 오디오, 적응형 사운드 제어 모드,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동시 페어링 가능한 멀티 포인트 기능 등의 고급 기능 등도 탑재했다. 나머지 기능은 일반 링크버즈 S와 거의 흡사하다. 배터리는 이어버드만 최대 6시간(ANC기준), 케이스로 추가 14시간 포함해서 20시간 재생이 가능하다. 5분 충전에 1시간 재생이 가능한 급속충전 기능도 탑재했다.
링크버즈S 올리비아 로드리고 버전은 좀 더 가볍고 가격적 부담을 던 소니의 무선이어폰 라인업이다. 무선 충전이 빠진 것 외에는 기능 자체는 상급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착용감을 높이고, 이어팁도 좀 더 편안해서 귓구멍이 작거나 좀 더 편한 착용감을 원하는 이들에게 잘 맞는 라이트 버전이다. 여기에 기존 이어폰에서는 보기 힘든 보라색의 독특한 색감이 볼 때마다 즐거움을 준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팬이라면 아주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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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오디오 애호가이자 테크 리뷰어. 15년간 리뷰를 하다보니 리뷰를 싫어하는 성격이 됐다. 빛, 물을 싫어하고 12시 이후에 음식을 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