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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커피를 찾아서, 카누 바리스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완벽한 커피 머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완벽한 커피 머신

2023. 07. 19

안녕, 에디터B다. 나는 태어나기를 얼죽아로 태어났을 것이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차가운 것을 좋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이라고 나오지 않을까. 몸이 아프지 않고서는 뜨거운 음료를 선택할 일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았다. ‘아아’에 대한 집착은 여름이 되면 더 심해진다. 그러다 의문과 불만이 피어났다. 내 주변엔 다 얼죽아밖에 없는데 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위한 커피 머신은 없는가.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건 한국 브랜드인 것 같다. 올해 초 동서식품은 카누 바리스타를 런칭했다. 나는 커피머신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서식품의 눈에는 아니었나 보다. 빈틈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얼죽아를 위한 커피 머신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딱 그런 머신을 만들었다. 나 같은 아아 중독자가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는 머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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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카누 바리스타 그리고 아이스 전용 캡슐을 리뷰하려고 한다. 일단 머신부터 리뷰를 시작한다. 캡슐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머신에 들어간 기술에 의해 맛이 달라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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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머신은 두 종류다. 카누 바리스타 브리즈 그리고 카누 바리스타 어반. 두 머신의 차이는 용량과 디자인이고, 두 제품 각각 두 가지 컬러로 출시되었다.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메리카노를 위해 태어난 머신’. 그리고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제대로 구현하는 머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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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상단에는 네 가지 버튼이 있다. 왼쪽부터 에스프레소, 핫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 버튼이고, 마지막은 온수 추출 및 클리닝 버튼이다.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버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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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알아서 에스프레소와 물이 각각 다른 노즐에서 순서대로 나온다. 카누 바리스타에는 물이 나오는 노즐과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노즐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카누 바리스타만의 기술 ‘듀얼 노즐 바이패스’다. 보통 캡슐 전용 커피 머신에는 노즐이 하나밖에 없는데 카누 바리스타에는 따로 있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이 깔끔했다.

그리고 직접 사용해보니 빠르게 물이 투하된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보통은 얼음을 잔에 담고, 에스프레소를 내린 후 얼음이 녹기 전에 최대한 빨리 차가운 물을 투하해야 한다. 가정집 정수기에서 만들어지는 얼음은 밀도가 낮기 때문에 그리 단단하지 않다. 갓 내려진 에스프레소를 만나면 속절없이 녹아내리곤 하는데, 듀얼 노즐 덕분에 얼음이 녹는 시간을 최대한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귀찮은 과정이 버튼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에 편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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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버튼에 대한 얘기를 했으니 다른 버튼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버튼 바로 위에는 LED 인디케이터가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버튼 위에 반짝이는 그것이다.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용량 설정을 모드로 전환하는데, 총 3단계가 있으며 단계마다 물 투하량이 바뀐다. 1단계는 160ml, 2단계는 210ml, 3단계는 260ml. 물을 얼마나 투하할지 조절해서 아메리카노를 진하게 또는 연하게 마실 수도 있다. 몇 초로 내리면 가장 맛있는지 연구할 필요도 없고 프리셋이 되어 있으니 간편했다.

참고로 에스프레소도 추출 용량을 변경할 수 있는데, 에스프레소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에스프레소 추출이 되고 원하는 만큼 커피가 내려왔을 때 버튼에서 손을 떼면 된다. 그럼 다음번에도 추출했던 시간만큼 그대로 추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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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써주면 감동하는 편이다. 캡슐 덮개를 여는 느낌이 상당히 중독성 있었다. 사소한 부분도 자주 사용한다면 감동의 총량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덮개를 개폐할 때 일정 각도가 넘어가면 자연스레 열리거나 닫히는데, 손맛이 기분마저 좋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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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면 손으로 잡기 쉽게 끝부분이 살짝 들려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디자인은 브리즈와 어반 제품 둘 다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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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DNA는 두 제품이 거의 흡사하다. 튀지 않으면서도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진다. 차이가 있다면 어반이 부드러운 곡선을 강하게 살렸고, 브리즈는 직각에 가까운 형태이면서 모서리만 둥글게 처리했다는 것 정도. 미니멀하고 모던한 스타일이다. 카누 바리스타는 허먼밀러, 프리츠 한센, 나이키 등의 프로젝트를 맡았던 영국의 창의적인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가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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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의 높이가 낮거나 높은 경우를 위해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브리즈는 트레이의 위치를 바꾸면 되고, 어반은 추가 트레이를 위에 놓으면 된다. 추가 트레이를 설치해도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니 마음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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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머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얘기했으니 이제 캡슐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자. 카누 바리스타 전용으로 나온 캡슐은 모두 8종. 캡슐 이름이 문학적이다. 딥 포레스트, 프라우드 오션, 브라이트 가든, 멜로우 윈드, 젠틀 스카이 그리고 디카페인 캡슐 케어링 스타 디카페인까지 6종. 그리고 아이스 캡슐 전용으로 나온 와일드 워터풀, 조이풀 스노우까지 포함해서 모두 8종이다.

언어는 내가 느낀 것을 최대한 자세히 표현하고 싶어서 발달했다. 당신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더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날 추앙해 줘”, “할게요 나 망나니, 칼춤 출게요” 같은 대사가 나왔다. ‘조이풀 스노우’ 같은 제품명이 탄생한 맥락도 비슷하리라 추측한다. ‘어떠한 원두를 사용했다’는 것보다 이걸 마셨을 때의 느낌으로 네이밍을 정하다니, 마치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한 잔 마신 뒤 회전목마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꽃이 피는 장면이 연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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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은 모두 8종이지만, 오늘 내가 리뷰하는 캡슐은 여름을 겨냥해 출시한 아이스 캡슐 전용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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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이풀 스노우는 이름부터 경쾌하고 시원하다. 1월 어느 날, 나무로 지어진 펜션에서 아침 늦게 일어나 현관문을 여니 눈이 포슬포슬 내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안온하면서도 시원한 느낌. 조이풀 스노우는 라이트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했다. 스모키함이 강하지 않고 산미는 가볍고 산뜻한 편이라 무난하게 마실 수 있다. 바디감이 강하지 않은 커피를 좋아한다면 즐기기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에게 선물로 드리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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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스 캡슐은 와일드 워터폴. 개인적으로 스모키 향이 강한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이게 더 좋았다. 다크 로스팅을 해서 로스팅 향과 스모키함이 잘 느껴지고 끝에는 초콜릿 향이 나는데, 근처 카페에서 산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이날 촬영을 할 때 밖에서 사 온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한 잔 있었는데, 비교해 보고 마셨을 때 와일드 워터폴이 더 맛있긴 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향이 잘 발현되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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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캡슐 디자인에는 각 캡슐명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폭포나 눈의 결정 같은 것들. 사소한 부분이지만 흥미로운 포인트다. 캡슐 하단에 각 제품을 숫자로 표시해놓았는데, 이는 로스팅의 정도인 ‘intensity’를 의미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바디감이 가볍고, 산미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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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와 바디감, 스모키함 같은 요소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깔끔하다는 느낌은 동일했다. 이런 특징은 위에서 한 번 설명했던 듀얼 노즐 바이패스 덕분에 생긴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커피가 추출되는 단계에서 ‘트라이앵글 탬핑’이라는 기술도 적용되었다. 캡슐에 들어간 원두 가루를 추출 직전 단단하게 누르는 카누 바리스타 머신에 적용된 특허 기술이다. 취미로라도 커피를 내려봤다면 탬핑 단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거다. 균일하게 탬핑을 해야 균형 잡힌 맛을 나기 때문이다. 카누 바리스타로 내린 커피가 전체적으로 깔끔한 건 단순히 캡슐 하나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캡슐, 기술 그리고 아이디어가 맛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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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카누 바리스타의 굿즈를 소개하며 마무리해 볼까 한다. 큼지막하고 예쁜 모양의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실리콘 트레이, 카누 아이스 컵이 그 주인공이다. 예쁜 건 기본이고 실용적이라서 마음에 든다. 나도 집에 실리콘 얼음 트레이가 세 개쯤 있는데, 트레이에서 얼음을 빼기 쉬워서 자주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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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하다고 한다(이런 걱정조차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수도 있다). 나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걸 선택했다. 그저 집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내려서 에어컨 바람이나 쐬는 거다. 피서라고 별거 있을까. 더위만 피하면 그게 피서인걸. 그 옛날 조선시대 양반들이 방 안에 누워서 책을 읽듯, 나는 유튜브나 보면 되는 거지.

*이 글은 동서식품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