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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거품일까, 아사히 생맥주캔

맛은 뭐, 그냥 라거입니다
맛은 뭐, 그냥 라거입니다

2023. 06. 14

안녕, 에디터B다. 뒷북이라 하여도 어쩔 수 없다. 구하기 어려웠으니까. GS25 앱에 들어가 부단히 재고 조회를 했다. 재고가 있다고 나오면 따릉이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간 것만 4회 이상.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1400_2_33retouched_-1 [재고가 있다는 걸 앱으로 확인한 후 따릉이를 타고 낯선 동네를 갔다. ‘송정역? 여긴 어딜까?’]
1400_KakaoTalk_Photo_2023-06-13-15-58-55 003-side [아사히 생맥주캔 만나기 30초 전. 두근두근.]
1400_2_33retouched_-5 [없다. 젠장.]

앱에서는 있다고 나오지만 방문하면 없었다. 앱 오류이거나 재고 관리가 정확히 되지 않은 게 이유였다. 아사히 생맥주캔 리뷰를 포기하려던 차에 가까스로 세 캔을 구했다. 한 캔은 직장 동료가 선처했고, 두 캔은 에디터H가 일본 여행 갔다 오면서 사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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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한국 버전, 오른쪽이 일본 내수 버전이다. 전면 디자인은 완벽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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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있다면 후면에 있는 한글 안내문 정도. 아사히 생맥주는 온도에 따라 거품 양이 달라진다. 권장온도는 4도에서 8도 사이. 주의사항에도 적혀 있지만 12도가 넘어가면 거품이 넘칠 수 있다. 거품이 넘치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정 온도를 지켰을 때 거품이 딱 좋게 올라오기 때문에 굳이 넘치도록 먹을 필요는 없다. 나는 며칠 동안 냉장고에 넣어둔 아사히 생맥주를 꺼낸 후 10분 뒤에 마셨다. 뒤에 나오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그 정도가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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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맛을 기대하지는 말자. 아사히 생맥주캔은 아사히 수퍼드라이캔과 차이가 없다. 몰트향은 약하지만 청량감이 강한 딱 부가물 라거의 맛이다. 거품이 올라온다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다.

아사히는 거품이 나는 맥주캔을 개발하기 위해 4년간 연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뚜껑 덕분에 캔맥주에서도 생맥주 같은 거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맥주 안쪽에 특수 도료를 칠한 요철과 뚜껑을 열었을 때의 압력에 의해 거품이 발생한다. 흔히 참치캔 따는 것에 비교를 하는데 직접 따보니 생김새만 비슷할 뿐 참치캔과는 차이가 있었다. 참치캔은 끝까지 힘을 놓지 않고 잡아당겨야 하지만, 아사히 생맥주캔은 어느 정도까지만 잡아당기면 깔끔하게 뚜껑이 열렸다. 또, 참치캔은 열었을 때 뚜껑이 떨어져 나간 부분은 날카로운데 아사히 생맥주캔은 그렇지 않다. 덕분에 안전하게 입을 대고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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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안쪽은 이렇게 생겼다. 그냥 봐서는 어떤 요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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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자마자 거품이 천천히 올라온다. 캔을 가득 채우는 정도까지는 빠르게 거품이 차오르다가 그 다음부터는 서서히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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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을 더 잘 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따뜻한 손으로 캔을 감싸고 마사지하듯 조물조물해주면 된다고 하는데, 이 방법은 사진을 찍느라 시도해 보지 못했다. 사실 시도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거품이 점점 올라와서 결국엔 넘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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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생맥주캔을 마시면서 유일하게 감탄한 건 거품의 질. 입자가 오밀조밀하다. 실제로 맛을 보았을 때도 크림생맥주처럼 거품이 부드러웠다. 캔맥주를 이렇게 만들다니 집념 하나만큼은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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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딱 아사히 맥주 맛이다. 거품 때문에 더 맛있다고 느껴질 순 있지만 사실 맛에서는 차이가 없다. 거품이 꺼졌을 때 마셔 보니 은색 아사히 슈퍼드라이맥주의 맛이다. 엄청난 기대를 하진 말자. 그래도 거품이 나는 맥주에 4,500원 정도 쓰는 건 아깝지 않다. 문제는 구하려고 해도 못 구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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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사히 생맥주 하단에 찍힌 알파벳을 통해 생산 공장을 알 수 있다. D는 하카타 공장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아사히 생맥주캔은 하카타 공장에서 생산된 것뿐이라고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시기 전에 확인해보자. 후쿠시마 공장에서 생산된 맥주에는 H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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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