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정경화다. 회사는 압구정으로, 역삼으로, 성수로 계속 바뀌었지만, 퇴근길에는 언제나 따릉이가 있었다. 따릉이의 진정한 재미는 라이딩 그 자체보다는 도시 산책에 있다. 자동차나 도보가 아닌 다른 속도로 서울을 경험하고 싶다면 여기를 보자.
그전에 이것부터, 따릉이 사용법
따릉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다. 이제는 워낙 대여소가 많아져 길가에서 흰색 몸체에 초록색 바퀴 휠 달린 자전거가 모여 있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 언제든 간편하게 빌리고 목적지 가까운 곳에서 반납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앱으로 이용권을 구매하고, 본체 뒤쪽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찍어 대여한다. 자전거 대여소 위치와 자전거 수를 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용권은 일일권과 일주일, 1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정기권이 있다. 정기권의 장점은 사용 기간 동안은 대여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늦지 않고 반납만 제때 하면 하루 종일 탈 수도 있다.
따릉이를 타다 보면 자전거에 몇 가지 종류가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안장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이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은색 바+훅 방식은 구형이고, 검은색 레버형이 최근 버전이다. 아무래도 레버형이 더 튼튼하고 기동성도 좋다. 안장 높이도 더 높아서 키가 크다면 레버형을 추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전이다. 타기 전에 바퀴에 바람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안장 높이 조절은 잘 되는지, 브레이크 레버, 기어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꼭 확인하자. 따릉이가 생각보다 품질이 좋아서 놀라지만, 생각보다 고장 난 자전거가 많아서 놀랄 때도 많다. 조심 또 조심.
1. 난이도 하
서울역-시청-세종문화회관 뒷길-서촌
거리 4km, 소요 시간 20분
서울역 6번 출구에서 출발해 서촌 자락까지 달리는 코스다. 숭례문으로 시작해 덕수궁, 시청, 광화문과 경복궁까지 서울의 굵직한 옛 명소를 지난다.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길이지만, 자전거 전용 도로 덕분에 빽빽한 사람 틈을 비집고 다닐 필요 없이 맘 편히 달릴 수 있어 더욱 좋다.
서촌 초입은 길이 좁고 사람은 많아 특히 조심해야 할 곳이다. 또 한 가지, 경복궁역 지하철 출구가 있는 메인 도로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기 때문에 경복궁 옆길을 이용해야 한다. 코스는 광화문 옆 골목을 빼고는 모두 평지라 편안하다. 커다란 가로수가 빽빽이 자라는 여름에 가장 시원하고 상쾌하다.
2. 난이도 하
청계광장-종각-을지로-동대문
거리 3km, 소요 시간 15분
광화문역 5번 출구 앞 청계광장에서 출발해 청계천 옆을 따라 쭉쭉 달리는 코스다. 주말에 차 없는 거리일 때 타기를 추천한다. 장점이자 단점은 곳곳에 들르고 싶은 장소가 많다는 것. 한 블록 지나면 종로의 카페가 반기고, 한 블록 지나면 세운상가, 한 블럭 지나면 광장시장이 나와서 자꾸만 옆길로 새고 싶다. 근처에 대여소가 많으니 길을 벗어나기를 주저하지 말자. 단점은 지나는 동네가 많은 만큼 횡단보도가 자주 나온다.
아래로는 우거진 나무와 청계천이 내려다보이고, 옆으로는 오밀조밀 자리 잡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구역이 달라지면 가게의 업역도 공구와 철물부터 비닐 같은 포장재, 의류와 책방까지 다양하게 바뀐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옆의 동대문역 대여소에 반납하고, 그대로 청계천을 따라 쭉쭉 가면 왕십리, 성수까지도 갈 수 있다.
3. 난이도 중
잠원한강공원-잠수교-한남
거리 5.8km, 소요 시간 40분
지금까지의 코스가 도시를 누빈다면, 이제부터 소개하는 길은 자연에 더 가깝다. 가로수길 한강공원에서 시작해 잠수교를 건너 한남역에서 끝나는 코스다. 내내 한강 곁을 지나며, 멈추지 않고 내리 달린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단 시작부터 한강공원에서 보이는 남산타워 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강의 남쪽 길은 강과 조금 더 가깝고 탁 트여 있어 풍경을 보기에 좋고, 북쪽 길은 교각 아래를 달리는 길이라 인공 구조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조심할 점은 강변이니 바람이 많이 분다. 또, 초보자라면 잠수교의 경사가 힘에 부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4. 난이도 상
서울숲-잠실철교-느티나무집
거리 16km, 소요 시간: 1시간 30분
서울숲에서 시작해 잠실철교를 건너 잠실, 고덕한강공원을 지나 느티나무집에 도착하는 코스다. 서울 중심부에 비하면 사람이 적어 여유롭게 탈 수 있고 나무도 훨씬 많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퇴근길 수준이 아니다. 마음먹고 타야 한다.
대부분의 길은 강을 따라 평지가 이어지지만, 난이도 ‘상’인 만큼 복병이 있다. 바로 깔딱고개라 불리는 구간. 라이더들이 워낙 빠르게 달리고 오르막길이 가도 가도 끝나지 않아서 따릉이로는 힘에 부친다. 보도로 끌고 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올라간 만큼 내리막길도 끝없이 이어지니 여러모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깔딱고개를 지나면 느티나무집까지는 금방이다. 느티나무집은 매운탕과 닭도리탕을 파는 식당인데, 배우 하정우의 책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고서 알게 됐다. 책 제목답게 그는 무려 ‘걸어서’ 이곳에 간다. 나는 걷지는 못할 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는데 만족스러웠다.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온 데다 나무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먹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코스 중 유일하게 소개하는 식당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전거는 느티나무집을 지나 근처 강빛초등학교 앞 아파트 단지의 대여소에 반납하고 식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조금만 참자. 자전거를 반납했으니, 맘 편히 맥주도 마시자.
느티나무집
- 서울 강동구 가래여울길 20-2
- 매일 11:00 – 21:00
5. 난이도 상
뚝섬-공릉
거리 12km, 소요 시간: 1시간
난이도 상은 퇴근길이라기엔 지나치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 코스는 얼마 전까지 나의 퇴근길이었다. 성동구에서 시작해 중랑천을 따라 광진구, 중랑구와 노원구까지 무려 네 개 구를 지난다. 거리는 길지만 계속 평지가 이어지고, 쭉 뻗은 직선 길이라 발만 잔잔히 굴리면 된다. 단점은 풍경이 거의 변하지 않아서 단조롭다. 바로 옆에서 동부간선도로 위로 차들이 지나가는데, 퇴근길에는 꽉 막혀 있어 차보다 더 빨리 질주한다는 쾌감 정도?
굉장한 풍경은 없지만, 서울의 구마다 달라지는 조경을 감상하거나(지자체가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볼 수 있다) 반려견 공원, 물놀이 공원에서 노는 광경을 지켜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5월은 중랑천 장미축제가 열리고, 여기저기 꽃이 만발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보는 즐거움이 좀 더 다채롭다.
조심할 점은 뚝섬 근처의 중랑천 자전거길은 풀도 많고 물도 많아 여름에는 벌레가 엄청나다. 수많은 벌레떼가 여기저기 용오름처럼 모여 있고 지나가면 눈코입으로 마구 붙으니 놀라지 말자. 이왕이면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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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공간, 건축 관련 글을 씁니다. 낮에도, 밤에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5년 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