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현대자동차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디에디트에 디자인, 건축, 전시 쪽 글을 쓰고 있는 객원 필자 전종현이다. 얼마 전 청주에 다녀왔다. 제네시스가 새롭게 오픈한 ‘제네시스 청주’가 목적지였다. 총평하자면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자동차 브랜드 매장에서 좋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방문객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다를 테다. 운전면허도 없고 자동차에 관심도 없는 나는 대체 제네시스 청주에서 무슨 즐거움을 느꼈을까?
제네시스 청주는 하남, 강남, 수지, 안성에 이은 제네시스의 국내 다섯 번째 전용 전시관이다. 지상 6층, 지하 2층에 이르는 건물의 연면적은 6953㎡(약 2103평)으로 역대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누군가 나에게 공간이 커서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 때문에 좋았던 건 아니다. 제네시스 청주는 넉넉한 공간을 활용하는 방향이 아주 명료했고 심지어 효율적이었으니까.
제네시스 청주는 차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이 지상 목표인 곳이 아니다. 여기에 방문한 사람이 제네시스 청주 고유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체험해 볼 수 있다. 근래 내가 경험한 공간 중 이렇게 커머셜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커머셜한 기능을 잘 소화할 수 있는 곳이 있었을까? 지난 4월 25일 정식 오픈 후 지금까지 1만 명이 방문했다는 사실에 순순히 고개가 끄덕일 정도다.
한 건물, 그것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건물은 입구로 진입할 때의 여정도 섬세하게 기획한다. 건물 진입로 맨 앞에 위치한 금속 조망은 언뜻 보기에는 차량의 모습을 가리고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설치물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제네시스 청주의 영역에 왔다는 사실을 은밀히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쿠퍼색에 가까운 금속조망을 이루는 패턴을 자세히 보면 사선을 교차하며 입체적인 역사각형이 반복된다. 바로 제네시스의 시그너처 디자인, 지-매트릭스(G-Matrix)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지-매트릭스는 다이아몬드를 빛에 비추었을 때 보이는 난반사에서 영감을 얻은 제네시스 고유의 사선 격자무늬다. 이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자동차의 코에 비유되는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제네시스는 오각형 형태의 방패를 닮은 크레스트 그릴을 채택했는데, 이를 ‘지-매트릭스 패턴’으로 채워 넣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어, 저거 제네시스인가 보네?” 생각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다. 나의 추측이지만, 제네시스 청주 매장 입구에 지-매트릭스 패턴을 응용했다는 데 한 표를 던져본다. (게다가 제네시스의 브랜드 컬러는 블랙과 쿠퍼다.)
금속조망 하나로 무슨 놈의 추리 게임을 하냐 싶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제네시스 매장이 청주에 있다는 점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청주는 1999년 세계 최초의 국제공예비엔날레인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시작한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쇄본 ‘직지’(1377년)를 간행한 흥덕사터가 청주시 관할이라는 점을 강조해 당시 첨단 공예 기술의 정수인 인쇄와 이를 600년 넘는 세월 동안 유지한 한지를 엮어 지속적으로 홍보 중이다. 충북대학교 목재·종이학과에서는 전통 한지를 제조하는 국가무형유산인 한지장 전수교육을 지원하고 있고, 청주시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국의 인쇄 및 종이 유산을 주제로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세계공예협회가 인증한 국내 유일의 공예도시인 청주는 도시의 정체성으로 공예를 강력하게 밀고 있다. 이런 도시에 세우는 제네시스 매장이 과연 평범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제네시스의 브랜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한국적(Distinctly Korean)’이다. 청주가 내세우는 공예와 제네시스 간의 접점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를 ‘장인 정신’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결과가 바로 제네시스 청주다. 제네시스 청주 매장 곳곳을 살펴보면 한국의 전통, 공예, 장인 정신을 여러 오브제와 기물, 공간과 엮은 부분을 계속 발견할 수 있다.
아까 말한 금속조망이 디테일에 속한다면, 건물 입구에 가로 60m에 달하는 장대한 길이의 나무 캐노피가 그 증거다.
전통 한옥에 나타나는 처마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격자형 목재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투명한 유리를 얹어서 서까래와 지붕 역할을 한다.특히 나무가 교차하는 부분을 볼트나 너트 등 금속 연결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는데, 이는 전통 목공예 방식을 차용해 옛 건축의 아름다움과 견고한 느낌을 강조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공예 도시 청주와 제네시스의 만남은 5층에 위치한 전시장에서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5층은 크게 두 개의 존으로 나뉜다. 왼쪽은 제네시스 블랙의 공간이다.
특히 중앙부에 위치한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LWB) 블랙은 하이엔드 라인인 G90 중에서도 실내 공간이 더 긴 롱휠베이스, 거기다가 블랙까지 조합한 끝판왕이다. 평평하고 넓은 면 조명을 배경 삼아 고요하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블랙을 만들기 위해 재료와 질감, 광택과 반사율을 정교하게 조율한 과정을 주변에 정리해 놨는데, 제네시스 입장에서 공예와 장인 정신과 맞닿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절반의 공간에서는 금속공예가 조성호와 협업한 전시 <시간의 정원(Time’s Garden)>이 열리고 있었다. 청주대학교 교수이자 현역 공예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는 부드러운 왁스를 종이 삼아 국토 곳곳에서 땅과 돌이 쌓아온 세월의 흔적을 채집한다. 한반도 최고령 암석, 경주 남산 석벽, 광통교의 병풍석, 서대문 형무소 등 다양한 장소에서 탁본한 질감을 바탕으로 왁스 모델을 제작하고 여기에 은이나 금속을 부으면 말끔히 타버리는 왁스 대신 이를 꼭 닮은 금속 쌍둥이가 탄생한다. 이런 경우 보통 무게와 두께 면에서 둔탁해지기 마련이지만, 조성호 작가는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0.8mm에 준하는 얇기를 구현하는 노하우를 습득했다.
이런 금속 표면에 작은 점무늬를 찍거나 기하학적 무늬를 그려 넣은 산물은 혁신과 공예, 장인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세 가지 개념을 하나로 합친 유일무이한 작품이 된다. 실제 가벼운 판재를 이어 붙여 입체적인 기물로 만든 모습을 보면 하나의 우주가 담긴 느낌이다.
제네시스는 조성호 작가의 작업론과 브랜드가 걸어온 여정을 긴밀하게 엮은 커미션 작품을 의뢰했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역사를 대표하는 EQ900, GV70, GV80, G90, G90 LWB, 콘셉트카의 그릴, 페달, 레터링 엠블럼 등과 고창 고인돌, 경주 남산에서 채취한 탁본을 통합해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작가 특유의 작업 방식과 제네시스의 과거가 만나 새롭게 태어난 작품은 마치 제네시스가 그동안 쌓아온 노려을 응축시킨 모뉴먼트 같았다.
앞서 말한 5층을 비롯해, 세단 차량이 있는 4층, SUV 차량이 있는 3층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건물 내부에 있지만 마치 외부와 직접 맞닿는 듯한 개방감이었다. 이는 제네시스 청주라는 건물이 지닌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자동차 전시장은 외부 파사드가 막힌 경우가 많다. 제네시스 청주는 통유리창과 금속 프레임을 활용해 최대한 바깥과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덕분에 방문객은 주변 풍경과 날씨를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아무리 오래 있어도 쉬이 답답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경쾌한 기분이 마치 전망대에 있는 듯하다. 게다가 자연광이 내부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환경에서는 사물의 색을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기에 굳이 밖에 나가 시승을 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패널의 색을 인지하는 게 가능하다. 이 두 가지는 기존 자동차 전시장에서 얻을 수 없는 굉장한 베네핏이다.
반나절 동안 제네시스 청주에 머물면서도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바깥 풍경과 내부 모습을 유유히 즐길 수 있었다. 마치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그 순간을 마주하는 여행차처럼. 게다가 4층과 3층에 전시된 차량은 총 8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내부에 광활한 여백이 펼쳐진다. 화이트 큐브 속 여백이라면 금세 질리겠지만, 제네시스 청주는 이런 여백을 바깥 풍경으로 채운다. 덕분에 커머셜 공간은 물론이고 전시 공간에서도 느끼지 못한 오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든 부분이다.
4층과 3층에는 차량만 전시돼있지 않다. 층마다 특별한 존이 존재한다. 4층에는 ‘CMF 월’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자기가 원하는 차체 색상 패널을 월 중심에 놓으면 QR 코드를 인식해 색상과 관련된 스토리 영상을 스크린에 펼친다. 예를 들어 ‘마티라 블루’라고 명명한 색상의 이름은 타히티 섬 북서쪽에 위치한 보라보라섬의 해변에서 유래했고, 코발트블루, 에메랄드 블루, 터키석 블루를 조화시킨 색조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CMF 월이 취하는 물리적 위계다. 상단부터 차례대로 디스플레이 패널, 가니쉬, 시트 패브릭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실제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로가 좁은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3층에는 제네시스 컬렉션 중 골프와 관련된 여러 아이템을 판매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SUV 차량에 골프백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직접 살피고, 각종 아이템까지 구경할 수 있어서 지름신이 많이 내린다고 한다.
차량을 전시하는 방법이 남다르긴 하지만, 제네시스 청주는 엄연히 차량을 판매하는 자동차 전시관이다. 판매와 관련된 상담을 진행하는 부스를 여기서는 ‘브랜드 큐브’라고 부르는데, 정말 잘 지은 이름이란 생각이 든다. 직사각형 큐브 형태에 간결한 선과 면으로 디자인하면서 외부를 마치 전통 한옥의 창호처럼 마감했는데,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명확히 볼 수 없지만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다. 바닥 부분을 투명한 유리로 처리해 미색으로 조용히 빛나며 홀로 두둥실 떠있는 브랜드 큐브의 모습은 마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정자처럼 다가온다. 현대적인 비례를 적용한 세련된 느낌을 유지하면서 한지로 마감한 듯한 모습은 주변 환경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자연스레 녹아든다. 공예와 장인 정신이라는 제네시스 청주의 방향성, 그리고 외부 풍경을 그대로 끌어오는 건물의 유리 파사드가 지닌 힘 덕분이다.
2층에서는 건물의 특징적인 모습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입구에서는 고개를 위로 들게 하던 목제 캐노피가 2층 바닥과 높이를 맞추면서 방문객은 이제 당당히 내려다볼 수 있다. 한옥의 구조와 재료를 현대적으로 푼 캐노피의 이모저모가 곧 2층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으로 바뀌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다.
광대하게 뻗은 캐노피 장면을 지나쳐 왼쪽으로 향하면 제네시스가 디자인한 라이프스타일 관련 아이템인 ‘제네시스 컬렉션’을 모아놓은 공간이 나타난다. 제네시스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실물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제네시스 청주가 유일하다. 제네시스의 기조에 따라 정갈하게 디자인한 물품 중에는 구매 욕망을 자극하는 게 많았다. 개인적으로 ‘포켓 토트백’이 탐났는데, 형태와 기능 면에서 전문 브랜드에서 내놓은 것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깜짝 놀랐다.
제네시스 컬렉션을 전시한 공간과 이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1층의 시승 라운지와 바로 이어진다. 건물 입구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방향에서 눈길을 끌며 호기심을 이끌어내던 바로 그곳이다. 도자기, 한지공예 등 아기자기한 물품으로 정갈하게 꾸민 전시대를 비롯해 다양한 가구가 존재했는데, 그중 단연 눈에 들어온 물건은 짙은 검정빛을 띤 테이블이었다. 이재하 작가가 불에 구운 나무인 탄화목으로 만든 커미션 작업으로, 그 형태와 질감이 독특하고 무엇보다 일반적인 채색으로는 내기 힘든 색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런 커미션 작업은 제네시스 청주의 하이라이트인 6층에도 존재한다.
6층은 커뮤니티 라운지와 오너스 라운지, 두 개의 라운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오너스 라운지는 제네시스 오너라면 사전 예약을 통해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라운지로 마치 전통 온돌방을 연상케 하는 누런 바닥과 벽면, 아늑한 분위기의 조명, 가로로 길게 난 창문으로 바라보는 억새풀 조경이 매력적인 곳이다. 여기에 놓인 테이블과 캐비닛, 그리고 의자까지 모두 이광호 작가에게 의뢰한 커미션 작업이다. 나뭇결이 살아있는 독특한 형태의 가구에 전통 단청에서 영감 받은 색을 적용했는데, 4명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아담한 안방 같은 느낌이다.
이에 비해 커뮤니티 라운지는 완전히 열린 공간이다. 제네시스 시승, 구매, 상담, 구경 여하와 상관없이 누구나 찾아와서 음료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여유롭고 편안한 라운지에서 담소는 물론이거니와 창 밖으로 현무암과 노루오줌 등을 식재한 정원을 바라볼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아예 밖으로 나가 신선한 바람을 쐬며 거니를 수 있다. 커뮤니티 라운지의 가장 큰 효용은 해당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활동들이다. 미리 신청하기만 하면 다양한 클래스와 워크숍에 참여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실제 제네시스 청주 오픈 이후 전통 한지로 무드등을 만드는 한지 워크숍, 레진에 은색 포일을 배치해 나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레진아트 워크숍 등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6층에 위치한 두 곳의 라운지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양분 삼아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교차점이자 자동차 브랜드 전시장과 판매장을 넘어 지역의 컬처 허브로 역할을 확장하는, 제네시스 청주의 화룡정점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청주의 기본 콘셉트는 ‘교감으로 빚은 켜’다. ‘켜’라는 단어는 ‘겹겹이 쌓이다’(layer)와 ‘켜다’(turn on)라는 의미로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새로운 문화를 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제네시스 측의 설명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자. 결국 제네시스 청주는 제네시스를 구매한 오너, 구매할지도 모르는 예비 오너, 제네시스에 관심을 가진 옵저버, 제네시스를 처음 접하는 비기너까지 누구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품는 실로 인심 좋은 곳이다. 그 넉넉함과 환대의 마음에 젖어들어, 자동차에 관심도 없던 나 또한 어느새 제네시스 청주에서의 한나절을 추억하고 있지 않던가.
제네시스 청주는 의도에 맞게 정교하게 짠 복합공간이다. 각 층은 자신의 역할이 확고하고, 같은 층에서도 공간을 나누어 독립적인 일을 수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높일 만도 한데, 전체적으로 기가 막히게 융화되어 뛰어난 균형 감각을 보여주는 게 놀랍다. 그래서 더욱더 스케일과 디테일 사이를 오가는 재미가 있다. 제네시스 청주를 방문할 이에게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체험 루트를 추천해 본다. 일단 건물에 도착해 입구로 진입하면서 수평, 수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건물로 진입해 엘리베이터로 5층에 올라가 전시를 관람하자.
그리고 4층과 3층을 구경한다. 이때는 꼭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5층부터 2층까지 3개 층에 이르는 계단은 내게 말로는 표현이 다 안 되지만, 제네시스가 어떤 건지 이미지로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고요한 가운데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구조적인 면모의 반복으로 질서를 보여주면서, 먹빛 바닥과 어둠에 서서히 형태가 녹아들며 다른 차원으로 살짝 넘어온 듯한 느낌. 의도했든 아니든, 계단을 통해 이동하면서 공기를 헤치며 천천히 탐험하는 행위가 곧 제네시스의 중심 어딘가로 이동하는 느낌을 안겨줬다. 절제, 기품, 온기, 가능성, 여백, 용기 등이 뒤섞인 곳으로의 여정이랄까.
다만, 3층에서 2층으로 이동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좋겠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시점을 움직이며 메인 공간으로 진입할 때 점점 확장되는 풍경, 점점 명확해지는 장대한 구조, 점점 밝혀지는 숨은 모습은 감명 깊을 정도다. 2층과 자연스레 이어진 계단을 따라 1층에 도착한 후 다시 건물 입구로 돌아가 대망의 6층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면 제네시스 청주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부디 각자가 기대하는 것 이상을 얻고 돌아가는 방문이 되길 바란다. 내가 바로 그랬으니까.
About Author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디자인, 건축,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한다.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손기술로 먹고산다'는 사주 아저씨의 말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