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2년 전에 히츠지야라는 양고기구이 전문점에 간 적이 있다. 그땐 난 조금씩 양고기의 매력을 알아가던 시기였다. 사건은 언제나 평화로울 때 일어나는 법이다.
그날따라 양고기가 유독 맛있어서 많이도 먹었다. 지나치게 많이 먹은 탓에 하루만에 질려버렸다. 슬프게도 나는 양고기를 다신 찾지 않는다. 리암 니슨이 손발을 묶고 “이 프렌치랙을 삼키지 않으면 넌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라고 협박을 한다면(리암 니슨이 왜 이런 협박을 해) 어쩔 도리 없이 먹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양고기를 먹어서 이젠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지 않다. 갑자기 이런 헛소리를 하는 이유는 오랜만에 편의점 신상을 소개하려고 크림빵을 잔뜩 사 왔는데,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다신 크림빵을 먹고 싶지 않다. 아무튼 편의점 신상 여섯 개를 소개한다. 출발.
무한대의 크림빵,
연세우유 생크림빵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작년에 크게 히트하여 초코 생크림, 황치즈 생크림 등 파생상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솔티캬라멜 생크림빵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위해 편의점으로 출동했다. 오후 4시쯤 성수역 인근 CU를 세 군데나 돌았으나 재고가 없었고 그다음 날 아침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일단 솔티캬라멜 생크림빵을 리뷰하기 전에 기본 맛인 생크림빵부터 살펴보자. 포장지에는 프리미엄 디저트라고 적혀있다. 압도적인 크림의 양으로 ‘내가 바로 프리미엄 빵이다’라는 걸 온몸으로(온 빵으로) 어필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프리미엄은 양이 아니라 질이 논할 때 쓰는 단어다. 미슐랭 쓰리스타에 가서 “이곳은 밑반찬을 이렇게 많이 주다니 역시 프리미엄”이라고 말하진 않으니까.
빵 대비 크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빵은 크림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느끼한 크림의 맛을 중화시키는 기능을 할 뿐이다. 크림은 부드럽고 적당히 고소하며 과하게 달지도 않다. 편의점 빵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는다면 어느 빵집에서 산 건지 물어봤을 퀄리티다. 하지만 반죽만 놓고 보면 특별히 맛있진 않고 평범하다.
비교적 신상품인 황치즈 생크림빵도 먹어봤는데 달고 짜고 쿰쿰한 맛이 입안 가득 전해진다. 입안에 존재하는 모든 향을 황치즈 향이 지배한다. 황치즈 향은 순식간에 유라시아를 점령한 몽골의 기마부대처럼 빠르고 강렬하게 입 속을 점령했다. 황치즈 생크림 바로 아래에는 체다치즈가 한 조각 들어 있어서 입안에는 치즈 파티가 과하게 열리는데, 정도가 과하다. 이 파티를 멈춰줬으면 좋겠다.
그다음에 먹은 건 가장 최근에 출시된 솔티캬라멜 생크림빵. 카라멜 맛이 나는 크림과 카랴멜 소스가 함께 들어가 있는데, 나는 여기까지 먹고 완전 리타이어했다. 딱 한 입, 아니면 두 입까지는 괜찮은데 그다음부터는 단맛, 짠맛이 지나치다. 연세우유 생크림빵 시리즈 중에서 하나만 먹는다면 오리지널 생크림빵을 추천한다. 생크림빵의 가격은 2,700원, 가장 비싼 솔티캬라멜 생크림빵은 3,400원이다.
무서울 정도의 듬뿍,
고대1905 듬뿍 앙버터
연대빵이 나오니 ‘고대빵’도 나왔다. 이럴 거면 나의 모교 명지대빵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학교를 빵으로라도 추억하고 싶으니까. 정식 제품명은 ‘고대1905 빵’이며 지금까지 사과잼 페스츄리, 딸기잼 맘모스빵, 듬뿍 앙버터빵 3종을 출시했다. 연세우유 생크림빵이 크림빵이라는 큰 틀 안에서 크림 종류만 바꾸는 방식인데 반해, 고대빵은 빵 종류가 모두 다르다는 게 차이점이다.
1탄으로 나온 사과잼 페스츄리는 먹어보지 못했고, 맘모스빵과 앙버터를 먹어봤다. 오늘 이 표현을 참 많이 쓴다. 과하다. 맘모스빵을 두고 누군가는 ‘맛없없’ 조합이라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달다. 맘모스빵에 들어간 속 재료 하나하나가 달다. 팥, 딸기잼, 완두 앙금, 크림, 모두 단 재료들이다. 맛의 밸런스가 붕괴되어 있다. 반죽이 맛있으면 속에 힘을 잔뜩 주지 않아도 되는데 빵 맛으로 승부를 보기 힘든 편의점 빵의 태생적 한계가 아닐까.
최근에 출시된 앙버터빵은 토마토 분말이 첨가된 것이 보통 앙버터와의 차이점. 하지만 그것뿐이다. 이것 역시 실망스럽다. 일간 빵이 질기고 속 재료도 감동을 느낄 정도가 아니다. 버터, 팥, 빵으로 승부를 보는 단순함이 매력이 앙버터이기에 맨얼굴이 더 잘 드러난 듯하다. 맘모스빵의 가격은 3,300원. 앙버터의 가격은 3,600원이다.
버티는 쫀드기에 관하여,
쫀득쫀득 쫀드기튀김
빵만 사 온 건 아니다. 안주 코너 쪽에서 맥주 안주로 딱일 것 같은 쫀드기 튀김이 보여서 하나 샀다. 떡볶이 맛과 버터 맛이 있었는데, 버터 맛은 품절이고 떡볶이 맛만 4개 남아있었다. 재고 상황을 보니 살짝 불안했다. ‘떡볶이 맛만 인기가 없는 거 아니야?’
쫀드기를 입에 넣고 처음 어금니에 닿았을 때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딱딱하다. 쫀드기란 원래 그리 말랑말랑한 것이 아닌데, 그걸 기름에 넣고 튀겼으니 딱딱할 수밖에. 이걸 어떻게 먹지 싶었는데, 다섯 번 정도 저작운동을 하니 갑작스레 쫀드기 튀김이 흐물어지며 말랑해진다. 간이 세고 짭짜름해서 맥주 안주로 먹기에는 좋지만, 과연 쫀드기 튀김이 쥐포, 페스츄리 오징어 같은 클래식 반열의 안주에 비빌만큼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추천! 하지만 씹는 재미가 없고, 맛도 단순하다. 고무 식감을 가진 미래 식량에 떡볶이 맛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가격은 2,000원.
가끔은 맛있을 수도 있지,
뵈르트러플 감자칩
뵈르트러플 감자칩을 먹기도 전에 첫 문장을 썼다. ‘디자인이 다 하는 감자칩’. 그렇게 첫 문장을 써놓고 봉지를 뜯고, 한 조각 먹었다. “바삭!” 첫 문장을 지웠다.
생각보다 맛있다. 버터로 지구 정복을 꿈꾸는 블랑제리뵈르의 감자칩은 트러플과 버터가 들어갔다는 게 특징이다. 당연히 트러플 향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버터 향이 트러플 향에 굴복하지 않고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낸다. 트러플과 버터 두 가지 향의 밸런스가 좋다. 트러플이 들어갔으니 한 봉지를 다 먹기 전에 하릴없이 물릴 테지만 그래도 며칠 뒤에 맛이 생각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뵈르참기름 감자칩도 있다. 궁금한 건 참기름 감자칩인데 재고가 없어서 구매 실패. 가격은 2,000원.
웨하스보다는 하임,
슈퍼말차 웨하스
편의점에서 슈퍼말차 제품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녹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SUPER’라고 적힌 패키지는 단순하고 강렬하다. 편의점의 모든 매대를 통틀어 가장 시선이 끄는 디자인이 바로 슈퍼말차의 패키지가 아닐까. 슈퍼말차 웨하스를 사기 위해 GS25에 갔다가 디자인이 예뻐서 슈퍼말차 하임까지 샀다(with 법인카드).
맛은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예상한 그대로의 맛이다. 하임에 말차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일 것이고, 웨하스 말차 맛이 있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맛일 거다. 둘 중에는 하임이 더 맛있었다. 말차의 쌉싸름한 맛이 더 잘 느껴졌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내일 아침에 또 먹어야겠다. 슈퍼말차 하임의 가격은 3,500원, 웨하스의 가격은 2,200원이다.
짜파게티보다 맛있을까,
쿠티크 에센셜 짜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짜파게티다. 뜨거운 국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라면을 먹는 일이 거의 없고, 볶음면이나 비빔면에 환장하는 타입이다. 뜨거운 음식을 싫어하는 데에는 입 천장이 연약하다는 생물학적인 이유와 뜨거움에 대한 겁이 많다는 정신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삼양식품이 프리미엄 짜장라면을 선보였다. 이름은 쿠티크 에센셜짜장이다. 쿠티크는 삼양식품이 론칭한 건면 브랜드다. 지난 12월에 컵라면으로 출시되었고 최근에는 봉지면으로도 나왔다. 다른 짜장라면과 차이점은 장시간 저온에서 건조시킨 방식으로 만들어 식감이 더 부드럽다는 것. 만드는 방식이 어쨌든 중요한 것은 맛이다. 액상 소스이기 때문에 짜파게티보다는 짜짜로니의 맛에 가깝다. 면이 넓어서 소스가 더 잘 묻고 건면이라 유탕면에 비하면 건강하겠다. 맛있긴 하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짜파게티나 짜짜로니를 이길 정도는 아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