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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카페쇼의 계절이 왔다

스페셜티커피부터 국제 바리스타 대회까지
스페셜티커피부터 국제 바리스타 대회까지

2025. 11. 20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카페쇼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카페쇼는 11월 19일 시작해 22일까지 나흘 동안 수백 개의 부스에서 새로운 커피, 장비,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가득하다. 이번 기사를 통해 여러분의 카페쇼 방문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첫날부터 오픈런으로 100개 부스를 돌고, 커피를 50잔쯤 들이켰다. 속은 좀 괴로웠지만, 덕분에 놓치지 말아야 할 부스만 쏙쏙 뽑아왔다.


코엑스

코엑스 1층 부터 3층까지 사용하는 카페쇼는 워낙 공간이 넓고 동선이 복잡해 초보자들이 길을 잃거나 방황하기 쉽다. 1층 A, B홀은 식품과 부자재 중심이고, 3층에 스페셜티커피와 장비 업체들이 몰려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1, 3층을 모두 방문해도 좋지만, 아닐 경우 3층 부스 위주로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특별히 올해엔 커피인들의 올림픽과 같은 KNBC, KBRC 등 바리스타 국가대표 선발전이 카페쇼에서 공동 개최되었다. 


로스터리 커피의 향연
커피 앨리 

작년까지 카페쇼의 중심이 장비 업체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스페셜티커피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커피 앨리’ 구역엔 다양한 신규 로스터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실력 있는 스페셜티 업체들이 전면에 배치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칼라스, 베르크, 매뉴팩트

칼라스
베르크
매뉴팩트

한국 로스팅 챔피언 중의 챔피언으로 손꼽히는 칼라스(CA305)가 드디어 카페쇼 커피 앨리에 참여했다. 정교한 로스팅과 섬세한 추출로 로스팅 챔피언들이 가장 존경하는 칼라스는 원두 판매하지 않고, 대표 블렌딩과 싱글오리진을 직접 체험하는 시음 이벤트를 준비했다. 부산의 신흥 강자 베르크(CA304)는 올해도 안정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는데, 콜롬비아 엘 트리운포 수단 루메는 산미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에게 특히 잘 맞는다. 한국 콜드브루의 상징이자 연희 커피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매뉴팩트(CA301)는 청량감 있는 콜드 브루 커피로 특히 인기가 높았다. 

글리치, 기미사, 올웨이즈어거스트

글리치
기미사
올웨이즈

도쿄 기반의 스페셜티커피 브랜드 글리치(CA101) 커피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환대 덕분에 부스 앞이 늘 붐빈다. 하지만 고가 위주의 라인업과 현장 판매 중심 운영 방식 때문에 스페셜티커피의 다양성과 개방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 WBC 국가대표 심사관 송인영 씨가 운영하는 기미사(CA102)는 다양한 산지의 특별한 커피 시음과 커핑 테이블로 선보이며 전문가 및 커피인들에게 특히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편 망원동의 인기 스페셜티 매장 올웨이즈 어거스트(CA203)는 커피 앨리뿐 아니라 라마르조코 게스트 바, 언스페셜티커피 유튜브 콜라보, 모모스커피, 기센 로스터와의 협업 등 여러 공간에 등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들의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캡틴조지, 로쾃, 히떼

캡틴조지
로쾃
히떼

2025년 세계 브루어스컵 챔피언이자 디에디트 상하이 편에서 소개했던 캡틴조지(CA108)가 카페쇼 커피 앨리에 참여했다. 세계 챔피언의 부스라는 상징성 덕분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유료 시음임에도 꾸준한 대기줄이 이어졌다. 바로 옆의 로쾃(CA214)은 LA 다운타운을 대표하는 로스터로, 이번 카페쇼를 위해 파나마 잔슨 게이샤 등 최고급 원두를 직접 공수했다. 미국 서부 특유의 깔끔하고 우아한 라이트 로스팅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들러보자. 부산의 라이트 로스팅 성지 히떼(CA308)는 특유의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콜롬비아 엘 디비소 버번을 추천 메뉴로 선보였다. 수세식 가공임에도 게이샤를 연상시킬 만큼 화려하고 달콤한 향미가 돋보여, 라이트 로스팅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말릭커피, 테라폼

말릭
테라폼

헐리우드 스타 젠다이아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알려진 말릭커피(CA313)는 온두라스의 세계적 커피 생산자 마리사벨 카바예로 농장의 게이샤 브루잉 커피, 그리고 파카마라 품종을 기반으로 우유, 초코파우더, 블랙커런트를 조합해 맛의 레이어를 확장한 창작 메뉴를 멋지게 선보였다. 이어서 상하이의 신흥 스페셜티 로스터 테라폼(CA311)은 산미가 날카롭게 튀지 않는 라이트 로스팅 스타일에 절제된 단맛이 더해져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했다. 캡틴조지와 함께 상하이 스페셜티커피 신을 이끄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아처, 오라운트, 홈바디

아처
오라운트
홈바디

두바이에서 시작한 아처커피(CA410)는 로스팅부터 바리스타 교육, 컨설팅까지 아우르는 중동 최고 수준의 커피 기업으로 꼽힌다. 중동 기반 브랜드이지만, 부스의 바리스타들은 놀라울 만큼 겸손하고 친절하며 수준 높은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자라커피의 협업사로 알려진 오라운트(CA412)는 커피, 기물, 용품을 자판기처럼 판매하는 독특한 콘셉트가 인상적이었다.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앤써니 더글라스의 홈바디 유니언(CA407)은 유료 시음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세계 챔피언의 ‘서울 블렌딩’ 밀크커피를 꼭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밀크커피의 끝판왕이라고 자신한다. 

커먼그라운즈, 레드플랜트, 파이오니어

커먼
파이오니어

현직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이자, 브루어스컵 세계대회 준우승 경력을 두 차례 보유한 커먼그라운즈(CA510)는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스페셜티 로스터 중 하나로 꼽힌다. 현직 WBC 챔피언의 커피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부스다. 로스팅 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준우승으로 알려진 레드플랜트(CA509)는 커피의 깊고 풍부한 단맛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로스터다. 매장의 커피를 위스키나 와인과 비유해 설명하는데 실제 맛의 구조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진다. 커피와 와인, 위스키를 함께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꼭 방문해 볼만하다. 파이오니어 커피(CA508)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향미를 선택하면 해당 향에 어울리는 프로세싱과 커피를 매칭해주는 체험형 부스로, 향미와 가공 방식을 연결해 설명하는 구성이 상당히 재밌고 신선하다. 

뉴웨이브, 스테레오스코프, 유어홈

뉴웨이브

양천구를 대표하는 뉴웨이브 커피(CA502)는 이번 카페쇼에서 무려 15종의 스페셜티커피를 선보였다. 로스팅 장인 유승권 로스터와 ‘빈털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바리스타가 함께 구성한 라인업은 향미와 단맛의 조합이 좋았고, 특히 인도네시아 싱글오리진이 돋보였다. 또한 LA를 대표하는 한국인 스페셜티 커피 스테레오스코프 커피(CA606)는 갤러리아 백화점 입점에 이어 카페쇼 커피 앨리에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스테레오스코프는 일상의 편안한 커피를 지향하며 깔끔하고 우아한 향미가 특징이다. 한국 로스팅 챔피언의 매장 유어홈 커피(CA612)는 처음으로 카페쇼에 참여했으며, 단맛과 향미를 임팩트 있게 표현한 구성으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레전더리 스페셜티커피

커피앨리에 신규 업체들이 대거 진출했다면 커피리브레, 모모스, 나무사이로, 펠트와 같은 안점감 있는 대규모 스페셜티커피 회사들도 차분하게 본인들의 색깔을 선보였다. 

1) 커피리브레(L307)

리브레

한국 스페셜티커피를 상징하는 커피리브레는 이번 카페쇼에서 ‘공전미래’ 블렌딩을 선보이며,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커피와 서적을 함께 소개했다. 전시 기간 동안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환경과 미래를 주제로 카스카라 차, 에스프레소, 커피꽃꿀을 조합한 특별 시음회를 진행한다. 스페셜티 산업의 영감을 만들어온 리브레답게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이 반영된 구성이다. 진지한 메시지와 풍부한 향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2) 모모스커피(L328)

한국 최초 WBC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의 모모스커피는 스페셜티커피의 본질을 주제로 컵 오브 엑설런스 기반의 다양한 커피를 선보였다. 대기 시간이 길지만, 국가대표급 바리스타들이 직접 제공하는 모모스의 커피를 경험해볼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3) 나무사이로커피(D143)

한국 스페셜티 산업에서 ‘어머니 같은 존재’ 나무사이로가 재활용 종이로 부스를 제작하며 친환경적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에 선보인 ‘레디 크래프트 커피’는 시간을 담아낸 일상의 커피로, 파우더 형태의 인스턴트 커피를 최고 수준의 스페셜티 커피 품질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파우더 커피를 체험한 뒤 아이스크림과 함께 즐기는 조합을 꼭 체험해보자. 인생 아포가토라 불릴 만큼 완성도가 높다.

4) 펠트커피(D147)

창천동 은파피아노 매장에서 시작한 펠트커피는 올해로 벌써 10주년을 맞았다. 클래식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바이트 메뉴를 조합해 맛볼 수 있으며, 펠트가 처음 산지를 방문해 만든 에르바주 싱글오리진 세트도 공개했다. 섬세하고 차분한 브랜드의 진정성이 커피의 감동과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5) 오닉스(C219)

오닉스

세계 바리스타들이 ‘바리스타들의 바리스타’라 부르는 오닉스 커피가 올해 카페쇼에 단독 부스로 참여했다. 오닉스 커피는 선명한 산미, 깊은 단맛, 우아한 밸런스, 긴 여운까지 스페셜티커피의 정수를 보여주는 브랜드다. 최고의 커피를 찾는다면, 오닉스 부스를 경험해보자. 


홈바리스타를 위하여 

이번 카페쇼에서는 새롭게 홈바리스타들을 위한 다양한 용품과 체험 부스들이 많았는데, 특히 인상적인 곳들을 소개한다. 

1) 언스페셜티커피, 하리오, 트리니타스

언스페셜티

한국 최고의 커피 유튜버 안스타가 운영하는 언스페셜티커피(D137)가 드디어 오프라인으로 등장했다. 이번 카페쇼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부스 중 하나로, 홈바리스타를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과 장비 비교, 그리고 국내 대표 스페셜티 로스터들의 커피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구성을 갖췄다. 커피 용품 회사 하리오(D107)는 커피리브레, 엘카페 등과 협업으로 다양한 커피를 함께 선보였고, 로스팅 업체 트리니타스(D233) 역시 엘카페, 커피투어, 304커피 등과 같은 로스터들의 커피를 선보였다. 

2) 라마르조코,  비다스, 따벨라 

라마르조코

스페셜티 업계 최고의 상업용 머신 브랜드 라마르조코(C313)는 올해 홈바리스타 제품군을 대폭 강화했다. 미크라 가정용 머신과 피코 그라인더 세트는 큰 인기였으며, 단맛 표현력이 뛰어난 제이 그라운드도 주목받았다. 또한 ‘트루아티전’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올웨이즈어거스트, 도안, 영연도터스, YM, 스테레오스코프 등과 라마르조코 프렌드 매장들의 커피를 세션별로 소개했다. 

한국 최초 언더바 머신 제작사 비다스(D241)는 1그룹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출시를 기념해 커피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와의 단독 세션을 열었고, 부산 블랙업커피와의 협업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김사홍 바리스타의 모든 세션은 전시 시작 전 전석 매진이었고, 옆에서 보기만 해도 감동이라는 반응이 많을 정도로 현장 열기가 뜨거웠다. 이외에도 커피용품 따벨라(C301)는 최첨단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펠로우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3) 코만단테, 카페뮤제오, 뉴클리어스 

코만단테

스페셜티커피 핸드밀의 상징 코만단테(D445)는 바리스타 챔피언십 바로 앞에 부스를 운영하며 더욱 많은 관람객을 모았다. 부스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한국 로스팅 챔피언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함께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커피 용품 플랫폼 카페뮤제오(C637)는 러브라믹스 컵을 비롯해 다양한 홈카페 장비를 선보였고, 바리스타와 챔피언들이 선호하는 컵 디자인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프로페셔널 기물의 끝판왕 뉴클리어스는 홈바리스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커피 기물을 준비했으며,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들이 앰버서더로 다양한 커피를 선보였다.  

4) 얼터너티브, 홀랜더 초콜릿, 브리타

카페쇼 공식 비건 밀크 업체인 얼터너티브(C213)는 스페셜티커피의 천국 호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페셜티 비건 밀크 회사다. 이번 카페쇼에서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스페셜티커피 로스터 디기두, 서울의 4온즈 커피, 망원동의 도래노트와 함께 다양한 커피를 선보였다. 오트밀크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꼭 한번 시음해보기를 추천한다. 미국 스페셜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홀랜더 초콜릿(C208)은 용산의 실력 있는 로스터 트래버틴과 협업으로 커피와 초콜릿의 새로운 조합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워터 필터가 궁금하면 브리타(L326) 부스에 방문해보자.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진다. 


국가대표 바리스타의 커피

이번 카페쇼에서는 SCA 코리아 챕터와 연합으로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과 브루어스컵(핸드드립 커피) 국가대표 선발전을 공동 개최했다. 카페쇼가 커피인들의 월드컵이라면, 국가대표 선발전 대회는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들의 올림픽과 같은 대회이다. 이번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는 신창호, 이종훈, 임정환, 김명근, 김현민, 황인규, 김승백 바리스타와 같은 쟁쟁한 바리스타들이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대회 현장에서는 국가대표 선발전 바리스타들의 실제 커피를 시음할 수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이상으로 2025년 카페쇼를 빠르게 정리해봤다. 올해 카페쇼는 역대 어느 해보다 화제가 된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참여해서, 한층 더 풍성한 행사로 느껴졌다. 평생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세계 챔피언 바리스타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커피를 내리는 장면은 다소 낯설었지만, 이제 한국이 커피 강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자리잡았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 같기도 했다.

치열한 일상 속에서 한 잔의 커피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매일이 더 따뜻하고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