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겨울의 마무리, 일본 온천 여행지 3

안녕. 추위에 취약한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예전엔 찜질방과 목욕탕이 답답해서 싫었는데, 요즘은 종종 생각이 난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한국의 겨울은 그만큼...
안녕. 추위에 취약한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예전엔 찜질방과 목욕탕이 답답해서 싫었는데, 요즘은 종종…

2023. 02. 21

안녕. 추위에 취약한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예전엔 찜질방과 목욕탕이 답답해서 싫었는데, 요즘은 종종 생각이 난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한국의 겨울은 그만큼 아찔하다.

1400_retouched_-4

성인이 되고서 처음으로 혼자 계획해 다녀온 외국 여행은 일본 후쿠오카였다. 후쿠오카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대도시다.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반이면 간다.

비행기 표를 구하기도 쉽다. 국내 모든 항공사가 하루 최소 한 번은 후쿠오카로 비행기를 날린다. 비행기 및 호텔 프로모션도, 여행 정보도 많다. 코로나로 3년 간 그리워한 해외여행을 시작하기에도 후쿠오카는 괜찮은 선택지다. 가깝고 일본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1400_retouched_-7

후쿠오카를 포함한 규슈는 대부분 지역이 관광도시다. 세계 최대 칼데라 활화산인 아소산이나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유후인 등 여행할 곳이 많다. 규슈 지방에는 북쪽에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가 있고 남쪽에 구마모토, 오이타, 미야자키, 가고시마가 있다. 규슈의 겨울은 한국보다 따뜻하다. 공항에 내리면 우리나라 가을에 가까운 공기가 느껴진다. 지리상으로도 규슈는 한반도보다 아래에 있다. 제주도와 후쿠오카의 위도가 비슷한 정도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삼 일의 여행 중 첫째 날만 날씨가 좋았고, 다음 이틀 동안에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다행히도 규슈 전역에는 가는 곳마다 훌륭한 온천이 퐁퐁 솟아나고 있었다.


[1]
유후인
후쿠오카 ➡ 유후인 기차로 2시간 30분

1400_110345

유후인 여행이라 하면 물안개가 자욱한 긴린코 호수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것도 온천과 연관이 있다는 건 이번 여행에서야 알았다. 호수에 온천수가 유입되면서 수온이 높아져 안개가 생기는 거라고.

1400_retouched_-1

호수를 따라 작은 소품 가게가 모여 있다. 따라서 걷다 보면 토토로 인형이나 금상 고로케, 벌꿀 아이스크림 같은 걸 사는 여행자를 볼 수 있다. 중심 거리에서 2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온천과 료칸이 따로 모여 있는 거리가 있다.

1400_retouched_-2

‘료칸(旅館)’의 한자를 뜯어보면 여관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말하는 ‘온천 료칸’은 외관과 내부 모두 전통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사용하고 서비스가 뛰어나며 계절 요리를 제공한다. 료칸의 역사는 8세기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 여행의 개념이 시작되었고 지친 여행자가 생겼으며 그들의 휴식 장소로 마련된 것이다.

유후인 전체는 걸어서 두 시간이면 충분히 본다. 그렇지만 넉넉하게 이틀을 잡아 호수 주변을 산책하고 상점을 구경하다가 주변 신사와 절에도 들르는 걸 추천한다. 유후인 온천과 유노히라 온천 등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 날 아침 긴린코 호수의 물안개까지는 봐줘야 한다.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은 기차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1400_retouched_-6

✅ Tip. 일본 온천이 유명한 이유

온천이 많은 건 화산이 많은 것과 관계가 있다. 땅이 불을 가지게 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하의 물을 데운다. 뜨거워진 물은 흙 밖으로 뿜어져 나오게 되고 이를 온천이라 부른다. 일본에는 수천 개의 온천이 있다. 온천은 치유 효과가 뛰어나 원숭이, 사슴, 학, 같은 영험한 동물도 다치면 온천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알려져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대의 온천에서 이 장면을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나가노의 지고쿠다니 야생 원숭이 공원에 가면 온천욕 하는 일본원숭이를 볼 수 있다.


[2]
벳푸
유후인 
➡ 벳푸 자동차로 20분

1400_betf

벳푸는 세계에서 가장 온천이 많은 동네다. 원천만 2,300개가 넘고 매일 나오는 온천수만 13만 7천 톤에 달한다.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 공기 중에 유황 냄새가 진하게 난다. 벳푸에는 일본 정부가 지정한 온천 명승지인 ‘지옥 온천’이 있다. 뜨거운 김을 내뿜는 모습이 지옥 같아서 직관적으로 붙은 이름이다. 이 지옥 온천을 순례하는 코스가 특히 유명하다. 스무 살 언저리의 서형은 특히 유명하다는 코스를 빼먹는 데서 자부심을 느꼈다. 그땐 그래서 관심도 주지 않았지만, 실제로 보니 대단했다.

1400_retouched_-8

지옥 순례에는 90도의 물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밥을 지었다 하여 가마솥지옥, 온천수로 악어를 사육하는 악어지옥, 가장 뜨거운 150도 온천이 솟는 회오리지옥, 붉은색의 피연못지옥, 열대어를 사육하는 흰연못지옥, 진흙이 승려의 머리 모양으로 끓어오르는 승려지옥 등이 있다. 지옥 온천은 대체로 끓는 온도 언저리다. 목욕을 할 수 없지만 온천의 수증기를 쐬거나 발을 담글 수 있고 증기를 활용해 키우는 동물을 볼 수도 있다. 유후인에서 벳푸는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1400_retouched_-11

✅ Tip. 일본 온천 매너

사우나 문화인 우리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몸을 먼저 씻은 다음에 탕에 들어가야 하고, 탕 안에서 때를 밀거나 입욕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우리보다 문신을 한 사람의 입욕에 더 예민하다. 과거에 문신을 한 사람은 대부분 야쿠자나 수형자였기 때문. 문신에 너그러워지는 문화에 따라 온천도 변하고 있지만, 최대한 문신을 가리는 게 매너다.


[3]
구로가와 온천마을
후쿠오카 
구로가와 자동차로 2시간 30분 

1400_11.21.34

아소산 북부의 깊은 산자락에 ‘검은 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온천 마을이 있다. 대규모나 현대적 시설 대신 전통 온천 료칸만 모여 있다. 기념품 가게나 음식점, 카페도 몇 개 없고 그 흔한 편의점이 하나가 없다. 그런데도 자주 일본 온천 랭킹 1위를 차지한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구로가와 온천 마을이다.

1400_retouched_-10

강을 끼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걷다 보면 양옆으로 김이 펄펄 솟아오르는 온천 료칸이 보인다. 대규모 여행자보다는 가족과 커플 단위 고객이 조용하게 머문다. 휴식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료칸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가이세키’ 정찬 요리가 나온다. 가이세키는 주최자가 손님에게 대접하는 요리를 말한다. 정찬은 지역 특산물과 전통 일본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숙성 회, 연어구이, 새우튀김, 디저트 등이 차려진다. 온천수를 이용해 찐 달걀, 만주, 두부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1400_retouched_-3

✅ Tip. 온천 찾는 사이트 www.spa.or.jp

일본 전국 2,600개 온천 중에서 나에게 맞는 온천을 찾을 수 있는 검색 시스템이 있다. 일본 온천협회에서 만든 것으로 지역별, 키워드별, 시설 타입, 온천 수질 등 상세 조건 설정도 가능. 홈페이지는 영어로 볼 수 있지만, 검색부터는 일본어로 보인다. 한자를 읽을 수 있다면 사전을 활용해 천천히 찾아보거나, 구글 페이지 번역을 쓰자.


이외에도 일본 규슈에는 나가사키 운젠 지옥 온천, 오이타현 키츠키 성하 마을, 아담한 온천 마을 히타 등 온천과 온천 마을이 수없이 많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버스, 기차, 렌터카 등을 활용해서 움직이면 된다. 온천 료칸은 주로 아늑하고 조용한 산기슭에 위치했기 때문에 주요 역까지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차가운 바람에 머리만 내놓고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해보자. 그다음에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유카타를 입고 계절 음식을 양껏 먹은 다음 준비된 이부자리에 눕는 거다. 겨울을 이겨내는 일에 취약하지만, 무사히 겨울을 보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알고 있다.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