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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H어워즈] 헤어지지 않을 결심

우리의 연말 어워즈는 사적인 기록에 가깝다
우리의 연말 어워즈는 사적인 기록에 가깝다

2022. 12. 28

안녕, 에디터H다. 2016년부터 시작한 디에디트의 연말 어워즈가 벌써 일곱 번째다. 이 정도의 역사와 전통을 갖추었으니 아카데미 시상식만큼의 공신력을 주장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의 연말 어워즈는 에디터 한 명 한 명의 사적인 기록에 가깝다. 7년에 걸쳐 내가 소비하는 것들과 취향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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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부터 서른여덟. 그사이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바뀌었을까? 갑자기 궁금한 마음이 들어 2016년 12월 30일에 쓴 글의 머리말을 가져왔다.

세상 모든 일은 연애와 닮았다. 쇼핑도 마찬가지다. 가질 땐 너무 좋았는데, 사실은 내 짝이 아니었던 물건도 있다. 몇 달을 벼르고, 돈을 모아서 구입했지만 뒤이어 출시된 신제품에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연애와 쇼핑의 닮은 점은 또 있다. 그것들이 당시의 내 일상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올해 나는 어떤 물건들과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질척댔을까. 2016년을 정리하는 에디터H의 아주 사적인 <연말정산 리스트>를 공개한다. 매번 잘못된 사랑에 빠지면서도 그렇게 느끼듯이, 돈 쓰는 건 늘 새로워. 짜릿해.

7년 전의 나는 아무래도 연애에 취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의 나라면 쇼핑을 주식에 비유하겠다. 살 때는 분명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아니었을 때가 많다. 또 어떤 물건은 무리해서 사고 나면, 그때라도 구입한 게 잘한 선택이었을 때도 있었고 말이다. 어제 자정에 매수해서 오늘 아침에 눈 떠보니 무려 11%가 빠져있는 테슬라 주식은 어떨까. 2023년 어워즈를 쓸 때도 잘못된 쇼핑이라고 생각할까?


올해의 제품
애플워치 울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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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의 연말 어워즈는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된다. 성격은 매우 다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글이 개인적인 기록에 가깝다면, 영상에서 소개하는 제품은 내부 회의를 통해 엄격하게 선정한 리스트니까.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내가 유튜브 영상에서는 애플워치 울트라를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냐고?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 앞에서 말하기엔 올해 최고의 제품으로 뽑을 논리적 근거가 희박했으니까. 하지만 그냥 이유 없이 좋은데?

애플워치 울트라는 ‘극한을 위한 극한의 기술’을 적용한 모험가를 위한 제품이다. 그러니까 안락한 사무실에서 키보드만 두드리고, 겨울에도 반팔을 입을 수 있는 헬스장에서 푸드덕거리는 내게는 ‘오바스러운’ 워치라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지적하더라. 정밀 이중 주파수 GPS가 필요한 오지에 갈 일도 없고, 산악 지대의 혹한을 경험할 일도 없으며, 수심 40m 근처에도 내려갈 일이 없는데 왜 애플워치 울트라를 쓰냐고 말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모르는 게 있다. 시계는 ‘낭만의 영역’을 다루는 제품이다. 오로지 시간을 보기 위해서 시계를 쓰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세계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내놓은 다이버 워치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수중 탐험을 즐겨서가 아니다. 이런 고난이의 기술을 손목 위에 소유하고 있다는 만족감 자체가 특별한 것이다. 시계 브랜드로서는 신생아에 가까운 애플이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실용성’ 이상의 것이 필요했고 말이다. 애플워치 울트라의 거대한 화면이나 밝기, 긴 배터리 시간이 주는 편리함은 말할 것도 없겠지. 차고 다닐 때마다 “와, 그게 새로 나온 울트라야?”하고 사람들이 알아볼 때의 뿌듯함은 덤. 게다가 이 모든 특혜에 비하면 애플워치 울트라의 가격은 114만 원대. 아무래도 나에게는 올해의 제품이 맞는 것 같다.


올해의 기술
iOS 16 사진 컷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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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사소한 기술이다. 이를테면 이제는 모든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당연한 기술이 된 ‘인물 사진 모드’. 스마트폰 카메라의 손톱 만 한 센서로도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볼법한 심도 표현과 아웃포커싱이 가능해졌다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올해의 기술로 선정하고 싶은 건 iOS16에 적용된 ‘피사체 분리’ 기능. 흔히 말하는 ‘누끼 따기’ 기능이다. 아이폰의 사진 앱이나 메시지, 또는 사파리 에서 사진을 열고 사진 속에서 원하는 피사체를 길게 터치하면 마법처럼 반짝이는 흰색 윤곽과 함께 배경과 피사체가 분리된다. 고작 1초 만에! 이 상태에서 피사체를 복사한 후에는 메시지, 메일, 메모,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 온갖 앱에 피사체를 붙여 넣을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한 기능이다. 고양이를 누끼 따거나, 고양이를 누끼 따거나 혹은 고양이를 누끼 딸 때 유용하다.


올해의 혁신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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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0년쯤 전에 누군가 내게 “2022년에는 터치하면 색깔이 바꾸는 냉장고가 나온대”라고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보기보다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내가 사는 2022년에는 훨씬 더 상상력이 다채로운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정말 그런 제품이 나와버렸으니까. 무드업 냉장고는 전면에 LED 조명을 탑재했다. 그래서 도어 패널을 교채하지 않아도 연결된 ThinQ 앱에서 터치 한 번으로 색을 바꿀 수 있다. 오렌지&옐로우, 블루&그린, 핑크&퍼플… 하나하나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컬러 조합이 가능하다. 여행이 떠나고 싶다면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시원한 컬러로 바꿀 수 있고, 홈파티가 있다면 더 팝하고 화려한 컬러로 바꾸면 된다. 여기에 자체 스피커를 내장했기 때문에 음악 출력에 따라 도어 컬러가 춤을 추듯 깜빡이면서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기능까지 갖췄다. 실물로 보면 냉장고 전면에 컬러가 고르게 입혀지는 게 정말 신기하다. 올해의 혁신템에 이거 말고 다른 제품을? 있을 수 없는 일.


올해의 디자인
낫싱 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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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아이폰? 갤럭시? 이제 모바일 사업을 접은 LG폰? 샤오미일 수도 있겠다. 확실한 건 낫싱의 폰원을 사용할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디자인으로 폰원을 뽑았다. 제조사마다 충분히 상향 평준화가 되어 지루하고 정체되어 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렇게 신선한 제품은 오랜만이었으니까. 실제로 제품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낫싱의 제품은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후면 부품이 비쳐 보이는 것 같은 독특한 투명 디자인과 벨소리나 알림 종류에 따라 다른 형태로 조명이 들어오는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실제로 아름다웠다. 물론 아이폰을 그대로 닮은 폼팩터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자체 OS를 표방하면서 안드로이드에 런처 하나 올린 것 같은 모양새였고, 카메라나 스피커 같은 기본적인 하드웨어 성능 역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다른 제조사들은 다 지루하다고 말하는 패기와 자신감, 투명 디자인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제법 재밌지 않나? 반짝 스타로 끝날지, 아닐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가장 흥미로웠던 디자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올해의 커피
연희동 라우터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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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웹사이트에는 다양한 외부 필자 분들이 글을 연재 중이다. 나 역시 독자의 마음으로 그들의 소중한 원고를 읽곤 한다. 그중에서도 커피 전문가 심재범님의 카페 추천을 맹신하는 편인데, 성지순례하는 기분으로 직접 찾아가 보곤 한다. 올해도 서울, 도쿄, 부산, 강릉 다양한 도시에서 유명하다는 커피를 다 마셔봤지만 최고의 순간은 연희동 라우터 커피였다. 찾아가기도 불편한 언덕길에 있는 작은 매장인데 밀크커피를 마셔보고 깜짝 놀랐다. TMI지만 나는 우유가 들어간 음료는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해서 되도록 피하곤 한다. 하지만 라우터의 플랫화이트는 천국의 맛. 밸런스가 좋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우유의 녹진한 부드러움과 좋은 원두가 갖춰야 할 향과 산미가 조화롭다. 게다가 친절한 접객까지. 다들 제발 마셔주시길. 혹시 심재범 님이 추천한 다른 연희동 카페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올해의 영상
와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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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킹’이라는 유튜브 채널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와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얼마 전 이 채널에 업로드된 ‘프랑스 식당에서 무시당했을 때 대처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프랑스에서도 가장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부르고뉴 본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에 방문했는데, 점원들이 굉장히 불친절했다. 메뉴판은 던지듯이 주고 가고, 25분이 넘도록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은 프랑스어로 주문하고 말을 걸었는데도 말이다. 그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모든 손님들이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근데 ‘와인킹’ 부부는 너무나 여유롭다. 성급하게 그날의 식사를 망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다. 결국에는 다른 테이블과 모두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주고 받고, 불친절하던 점원 마저 내 편으로 만들어버린다. 투박한 편집으로 18분 동안 계속되는 이 영상은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불편한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여유 있는 태도와 긍정적인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항상 조급하게 날을 세우고, 나의 불편함을 따진다면 얻을 수 없었을 그날의 행복한 저녁식사. 부디 내년에는 나도 저런 여유와 기품을 가질 수 있기를. 18분 짜리 영상이다. 링크는 [여기].


올해의 와인
오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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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말고는 딱히 취미도 없는 나지만, 올해도 와인은 열심히 마셨다. 올해는 한 술자리에서 “저는 미국 와인은 별로…”라고 근거 없는 오만함을 뽐냈다가 오베르를 만났다. 미국 와인의 사랑스러움을 알려주겠다며 와인 셀러를 열어준 지인 덕분에, 아직 세상에 나올 예정이 없었던 어린 와인을 맛보게 된 것. 내가 마셨던 건 오베르 CIX 빈야드 샤도네이 2020. 아, 너무 직관적으로 맛있는 와인이었다. 풍부한 오크 터치, 실크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과실향은 얼마나 풍성하던지. 꿀처럼 달콤한 뉘앙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는데, 전혀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미국 샤도네이 최고!”를 외치며 오베르에 입문했건만, 이토록 구하기 어려운 와인이라는 사실은 다음날에야 알게 됐다. 아쉬운 마음에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


올해의 컬래버레이션
갤럭시 Z 플립 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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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브랜드마다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하는 시대에 이 정도로 주목 받기란 쉽지 않다. 삼성과 메종 마르지엘라의 만남은 유니크했다.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 테크닉인 ‘데코르티케’ 기법을 적용한 디자인이 매력이었는데, 본래 ‘껍질을 벗기다’는 뜻으로 외부 레이어를 벗겨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번 협업에서는 내부 회로의 패턴을 반영한 스마트폰의 반투명 라인을 강조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다. 그리고 가장 마르지엘라다운 4개의 흰색 스티치 디자인과 넘버링 디테일 역시 빠지지 않았다. 로고만 떡하니 박아서 만들어내는 컬래버레이션에 비해 두 브랜드가 가진 특수한 매력이 잘 섞였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거래 플랫폼인 ‘크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는 게 더 흥미로웠는데, 오전 10시에 공개된 100대의 한정판이 8초 만에 판매되었다고.


올해의 만족템
LG 디오스 미니 와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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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내가 와인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나의 2022 어워즈 곳곳에서 술 냄새가 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올해의 만족템으로 선정한 LG 와인셀러 미니. 딱 8병이 들어가는 미니 사이즈다. 사실 유튜버 서울리안님에게 선물 받았는데, 받으면서 너무 기뻐서 옆구르기를 했을 정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내 방에 큰 와인셀러를 들일 만큼 공간이 없는데, 가로폭 28.2cm, 높이 50cm 정도로 책상 밑에 놔두기에 딱 좋은 사이즈다. 공간 제약 없이 설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 1도 단위로 쉽게 온도 조절을 할 수 있으며, 그 외에 큰 기능은 없다. 와인과 와인 사이 자투리 공간에 화장품도 보관할 수 있다는 정도? 조용한 방 안에서는 가끔 소음이 크게 느껴질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내가 제품을 구입하자마자 ThinQ와 연동되는 오브제컬렉션 신제품이 나왔는데, 이건 더 좋다. 앱과 연동해서 어떤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지 라벨을 촬영해서 추가해둘 수 있다. 8병의 작은 공간이지만 합법적으로(?)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고 나니 쇼핑이 더 즐겁더라. 돈 많이 벌어서 더 큰 와인셀러를 사는 그날까지 잘 부탁해.


올해의 파티
디에디트 6주년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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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500만 원의 앙증맞았던 회사가 6년을 버티다니. 축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6천 명이 넘는 분들이 디에디트의 6주년 파티에 오고 싶다고 신청해주셨고, 그 중 300여 명과 함께 성수동에서 소박한(?) 음주 파티를 즐겼다. 만나는 사람마다 옆집 언니를 목격한 것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얼마나 재밌었는지. 눈물과 땀과 돈을 바쳐 결혼식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6주년 파티를 준비했다. 더운 여름날 파티에 와주신 모든 분의 마음과 우리의 6주년 생존 파티를 축하하기 위해 여러 브랜드에서 보내주신 구호물품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치열한 파티 현장이 궁금하다면 [여기]에 사진을 준비해두었다.


올해의 헤어지지 않을 결심
경화미네 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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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20일,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흰색 털복숭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것.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친한 친구의 어머니께서 불광천을 산책하다 한 고양이에게 간택되신 것. 배를 까뒤집으며 어머니를 따라오길래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어 구조해서 집에 오셨다고. 그 집에는 이미 2마리의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에 보호자를 찾다가 찾다가 우리집에 오게된 것이다. 사실 우리 집은 반려동물과 사는 삶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갑작스러운 입양이었다. 고양이와 사는 삶은 쉽지 않았다. 밥을 주는 양과 시간을 서로 맞추지 못해서 구르미는 매일 새벽마다 울었고, 아버지는 잠을 자지 못해서 병이 생길 정도였다. 오랜 길고양이 생활로 인해서 눈이 계속 아팠고, 1년이 지난 지금도 피부병은 낫지 않았다. 매일 안약을 넣어주고, 발톱에 생긴 염증에 약을 바르고, 목욕을 시켜주는 모든 과정이 배움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배움은 무조건적인 애정. 나의 성질 고약한 고양이를 향한 아무런 기대 없는 사랑. 말하다보니 보고 싶다. 빨리 마감하고 집에 가야지.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