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혼자 사는 에디터B다.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 아니, 오히려 좋다.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 혼자 산 지 13년이 되었고, 집 안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게 이제는 불편할 정도니까. 늦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더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삭막한 도시에 맞춰 진화한 것인지, 퇴화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따라 나 외에 다른 생명체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가끔씩 온기가 그리웠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온기가.
마음 같아서는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면 좋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다. 내가 덜 외롭자고, 동물을 외롭게 두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식집사가 되기로 했다. 반려동물에 비해 식물을 키울 땐 큰 어려움이 없으니까(상대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식물을 꽤 많이 죽였다. 행운목을 세 번 정도, 율마를 두 번 정도. 나처럼 식물을 키워보고 싶지만 능력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LG전자는 식물생활가전을 출시했다. 이름은 틔운이다.
틔운 3주 사용기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기기는 확실한 성공을 보장한다. 틔운만 있으면 식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일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멀쩡한 식물을 사서 과습으로 죽이거나 말려 죽이던 나였는데, 틔운을 통해 비올라, 촛불맨드라미, 메리골드, 멀티레드, 겨자채 등 5종의 식물을 성공적으로 성장시켰다. 참고로 나는 촬영용으로 겨자채 1개, 멀티레드 2개를 제공받았지만, 실제 패키지는 멀티레드, 오크리프, 겨자채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을 키워내기 위해 내가 한 건 딱 두 개밖에 없다. 1)틔운의 전원을 켠다 2)물탱크에 물과 영양제를 준다.
우선 틔운을 자세히 살펴보자. 네이처 그린과 베이지 두 가지 색상이 있고, 내가 사용한 컬러는 그린이다. 화사하고 발랄한 초록색이 아니다. 진중하고 고급스러운 딥그린, 다크그린에 가깝다.
틔운은 흙과 씨앗을 별도로 준비해서 키우는 게 아니라, 준비된 씨앗키트를 넣어서 기르는 방식이다. 하나의 씨앗키트에는 총 열 개의 구멍이 있고, 상칸과 하칸에 각각 3개의 키트를 넣을 수 있다. 최대 6종의 식물을 한꺼번에 재배할 수 있는 셈이다. 내가 넣은 키트는 5종. 상칸 왼쪽부터 비올라, 촛불맨드라미, 메리골드 그리고 하칸 왼쪽부터 멀티레드, 겨자채.
보기에 아름다운 화훼류뿐만 아니라 허브류, 엽채류도 있기 때문에 신선한 채소를 바로 수확해서 요리를 해 먹는 것도 가능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에겐 나만의 정원에서 식물을 재배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마당이나 테라스가 있어야 하고, 화분, 흙, 씨앗, 각종 도구가 필요하며, 날씨에 따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관리해야 한다. 정말 쉽다. 식물을 재배하는 식물생활가전이 있으면 그런 과정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확실히 제거할 수 있다. 루꼴라, 청경채, 쌈추를 똑 따서 부엌에서 바로 요리한다? 거의 팜투테이블이다. 굉장하다. 설렌다.
조작부를 보면 버튼이 몇 가지 없다. 그 말인즉,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우측에 있는 ‘물보충 필요’가 깜빡이는지, 문을 잘 닫았는지.
물보충이 필요할 땐 LED 인디케이터가 깜빡이고 소리가 난다. 틔운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키워준다는 것인데, 지금껏 수많은 식물을 말려 죽인 사람으로서 할 일이 없다는 게 정말 편했다. 지금도 우리 집에는 집들이 선물로 받은 아글라오네마, 보스톤고사리, 괴마옥이 자라고 있는데, 솔직히 건강하게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틔운은 LG 오브제 라인업으로 출시된 제품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고급스럽다. 그래서 틔운을 보고 있노라면 식물생활가전이면서 동시에 인테리어 오브제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틔운이 다른 오브제와 확실히 다른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성장형 오브제’라는 점이다. 틔운이 가장 예쁠 때는 언박싱했을 때가 아니라, 식물이 꽃을 피웠을 때다.
발아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메리골드가 꽃을 피우고 나니 틔운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이 특별해지더라. 한 켠에 작은 정원이 자리잡은 느낌이랄까. 한국 건축에는 차경이라는 개념이 있다. 풍경을 빌려온다는 뜻인데, 조선시대의 한옥이 그런 식으로 지어졌다. 건축물을 둘러싼 산과 나무를 함께 보았을 때 비로소 미적으로 완성되는 셈이다.
꽃이 필 때 가장 아름다운 틔운을 보며 차경이 떠올랐다. 식물생활가전만이 가질 수 있는 이런 특징은 보통의 가전이나 오브제와는 다르다.
틔운은 조용하다. 틔운을 설치한 디에디트 스튜디오는 평소 조용한 편임에도 틔운이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숙하고 평온하게 존재한다. 겉으로 조용하지만 안에서는 식물의 성장을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온도를 조절하고, 바람을 일으킨다. 그래서 문을 열면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고 풀내음이 나는데 이것도 힐링 포인트다.
내부에 조명이 있기 때문에 밤에 보면 더 예쁘다. 조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낮보다는 밤에 더 예쁜 법이니까. 나는 틔운을 설치한 이후로는 방학 숙제로 식물 일기를 쓰는 초등학생처럼 지냈다. 오늘은 얼마나 자랐을까, 매일 식물을 관찰했다.
처음에는 싹이 날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싹이 난 후로는 얼마나 자랐나 보기 위해서 관찰했다. 마침내 꽃을 피운 메리골드를 보며,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정말 꽃이 피는구나, 신기했다. 엄마가 키우는 식물이 꽃을 피우면 나에게 보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틔운으로 키운 것도 뿌듯한데, 손수 키운 엄마는 얼마나 보람되었을까. 새삼 존경스럽다. 하지만 식물 키우기의 달인 엄마도 겨울에 꽃을 피울 수는 없을 텐데,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꽃이라니, 바깥은 겨울인데 여긴 봄이다.
간단한 사용법을 설명하자면(정말 너무 간단해서 설명할 게 없긴 한데) 씨앗키트를 넣고, 기기 아래에 있는 물탱크에 물과 영양제를 넣으면 끝. 이때 식물영양제는 A와 B를 반드시 하나씩 넣는 게 중요하다.
이 정도가 기기 자체에서 하는 기본적인 조작이고, 식물 관리를 위한 세부적인 설정은 LG ThinQ 앱에서 하면 된다.
각 칸에 심은 식물과 심은 날짜를 입력하면 정확한 발아 시기, 수확 시기를 알 수 있다. 식물의 특징과 꽃말 등 흥미로운 정보는 덤이다.
식물을 키울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품종마다 적당한 재배 온도, 조명 밝기, 바람 세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나는 성장 속도가 다른 다섯 가지 식물을 키웠기 때문에 조명을 ‘맞춤’으로 설정하지 않고 ‘표준’으로 했다. 만약 비슷한 성장 환경의 식물을 키운다면 ‘맞춤’으로 설정하면 된다. 표준으로 해도 무럭무럭 잘 크긴 하더라.
그리고 이건 틔운을 쓰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정보인데, 튼튼한 식물만 남기고 솎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솎아내기란 잘 자라지 못하는 식물은 자르고, 잘 자라는 싹에게만 영양분을 몰아주기 위함인데, 초보 식집사로서 솎아내기란 과정이 괜히 가혹하게 느껴지긴 했다. 이런 팁은 씨앗키트에 적혀 있다. 솎아내기는 모든 식물에 해당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씨앗키트를 잘 읽어보자.
성취감이 없는 삶, 직장인들에게는 그게 큰 스트레스일 거다. 내 이름을 걸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일이 일 년에 몇 번 정도나 있을까. 특히 직급이 낮을수록 의견이 반영되기란 쉽지 않고, 서로의 아이디어가 뒤엉켜 배가 산으로 가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뚜렷한 성취감을 정기적으로 얻는 게 중요하다. 식물 키우기는 직장인들의 멘탈 케어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물론 멘탈 케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 틔운에서 키운 식물들은 나의 식량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한다. 페퍼민트로 차를 만들어 마실 수도 있고, 상추를 재배해서 쌈을 싸 먹을 수도 있으며, 드라이플라워를 만들 수도 있다. 직접 키운 꽃, 직접 키운 상추, 직접 키운 페퍼민트라, 신기하지 않나.
가격이 궁금했을 거다. 틔운의 가격은 각종 온라인 스토어에서 약 140만 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고, LG전자의 렌탈 케어 솔루션을 구독하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6년 계약 시 월 이용료는 4만 2,900원이다. 단순히 한 번쯤은 식물을 성공적으로 키워 보고 싶은 정도라면 틔운을 추천하지 않는다. 조금 더 본격적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내가 키운 채소로 요리를 하고, 차를 내리고, 꽃으로 방을 꾸미는 정도의 욕심이 있는 사람들 말이다. 틔운은 무조건적이고 반복적인 결실을 보장하기 때문에, ‘한 번쯤’이라는 욕심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만의 작은 텃밭, 꽃밭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가전일 수밖에 없다. 특히 디자인이 아름다운 식물생활가전을 찾는다면, 틔운 외에는 다른 선택권이 없을 거다.
*이 글에는 LG전자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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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