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이머 이주형입니다. 오는 6월 5일에 닌텐도 스위치2가 출시됩니다. 첫 공개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개월 전이었다니, 시간이 참 빨리 흐르네요. 출시를 앞두고 닌텐도가 지난 주말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체험회에서 스위치2를 미리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출시 전 하드웨어고, 이날 시연한 게임들도 최종 버전은 아니지만 스위치2가 어떤 게임 콘솔이 될지 충분히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위치2는 무려 8년 전에 출시했던 첫 스위치의 기본적인 공식을 그대로 따릅니다. TV 거치와 휴대용 플레이를 모두 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 콘솔이죠. 이러한 형태의 기기를 스위치가 처음 만든 건 아니지만, 이 형태를 게임기로서 재탄생시키고 스팀 덱과 같은 기기들이 나오는 계기를 제공한 건 스위치의 공이 큽니다.
실제로 만져 본 스위치2는 1세대 스위치와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있었습니다. 먼저, 스위치2를 처음 만져보면 소프트 터치 플라스틱 마감으로 더욱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전체적인 크기가 커졌지만, 크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상당히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뒤에는 U자형으로 더욱 안정적으로 바뀐 킥스탠드가 있고, 그 안에 microSD 익스프레스만 지원하는 확장 메모리 단자가 있습니다.
화면도 널찍해졌습니다. 밝기나 시야각, 색재현율 면에서 초기형 1세대 스위치보다는 여러모로 훨씬 나은 화질을 보여줍니다. 스위치 OLED만큼의 쨍한 색감은 아니지만 최대 120Hz까지 지원하는 가변 주사율은 물론이고 최대 밝기 등의 다른 스펙상으로도 스위치 OLED보다 개선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이콘 역시 크게 바뀌었습니다. 화려한 색이었던 1세대와 다르게 통일된 진회색 컬러로 연결부에만 엑센트를 준 모습입니다. 좀 더 진중해진 느낌이죠. 잠금 해제 버튼을 누르고 당겨서 빼내야 했던 1세대와 다르게, 이제 자석으로 붙어서 버튼을 누르면 큰 저항 없이 뺄 수 있습니다. 1세대에서의 방식이 마모로 인한 내구성 문제에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스위치2 조이콘의 방식이 내구성 면에서도 유리하고 사용하기도 더 편하게 느껴져요. 다만 뺀 상태에서 실제로 조이콘과 본체를 연결하는 단자가 노출된 상태여서 좀 더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스트랩을 끼우지 않고도 큰 문제가 없었던 1세대와 다르게 조이콘을 빼고 플레이한다면 무조건 스트랩을 끼워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조이콘에는 또 다른 새로운 기능이 숨어 있는데, 바로 마우스 기능입니다. 마우스는 양쪽 조이콘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나,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나 <문명 VII> 등 시연한 게임들은 모두 오른쪽 조이콘을 마우스로 사용했습니다. 마우스를 시연하는 부스에는 마우스 패드가 깔린 책상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저는 대부분의 스위치2 사용자들이 TV 앞에 책상을 놓을 거 같지는 않아서 무릎에서도 마우스가 잘 되는지 테스트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동작했습니다. 도리어 높이 때문인지 무릎에서 조작할 때의 그립감이 책상에 놓고 했을 때보다 더 낫다고 느껴졌어요.
다만 이 마우스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는 물음표입니다. 원래 마우스가 훨씬 유리한 실시간 전략 (RTS) 게임 <문명 VII>에서는 여러모로 게임 조작이 훨씬 용이한 게 보였지만, 1세대 스위치로도 동시 발매되는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에서는 유의미한 게임성을 부여한다 보기는 좀 어려웠거든요. 앞으로 나올 스위치2 게임들을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게임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2017년에 출시한 1세대 스위치 때는 사실상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하드캐리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출시 라인업이 부실했었어요. 스위치가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많은 써드파티 개발사들이 스위치용 게임 개발에 바로 뛰어들지는 않았죠.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닌텐도도 닌텐도지만 시연 부스의 한편을 모두 채웠을 정도로 써드파티 개발사에서도 다양하게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닌텐도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게임은 바로 스위치2의 출시일에 맞춰 함께 나오는 <마리오 카트 월드>입니다. 11년 만의 신작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를 도입했고 한 레이스에 최대 24명의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 있어요. 실제로 24명이 모두 접속하여 총 여섯 개의 구간 중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꼴찌 4명이 탈락하는 ‘서바이벌’ 모드를 플레이해 볼 수 있었는데요,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하는 <마리오 카트> 시리즈의 특성상 긴장감 넘치는 레이스가 벌어졌습니다. (저는 첫 번째 구간을 끝내보기도 전에 연속으로 아이템에 얻어터져서 광탈했지만요.)
7월에 발매되는 <동키콩 바난자>도 플레이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파괴 가능한 환경이었는데, 동키콩이 게임 맵의 대부분을 직접 파괴할 수 있어서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저는 요즘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는지 체험 시간 내내 사정없이 부수고만 다녔습니다. (…)
기존 스위치 게임을 스위치2의 성능에 걸맞게 개선한 ‘닌텐도 스위치2 에디션’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플레이해 본 적이 있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닌텐도 스위치2 에디션을 플레이해 봤는데, 무엇보다 기존의 스위치 버전보다 훨씬 빨라진 프레임 속도가 체감됩니다. 1세대 스위치에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플레이할 때 버벅대던 게 너무나도 신경 쓰이던 저로서는 이렇게 부드럽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사실 아직도 클리어를 못 해봤는데, 이번에야말로 클리어해 봐야겠습니다.
써드파티 게임도 몇 가지 플레이해 볼 수 있었는데, 가장 궁금했던 건 아무래도 닌텐도 콘솔로는 처음 나오는 <사이버펑크 2077>이었습니다. 첫 출시부터 PS4나 엑스박스 원과 같은 구형 콘솔에서의 성능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게임이라 스위치2의 하드웨어에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려가 많이 됐었지만, 실제로는 해상도나 텍스처 품질에서 어느 정도 희생(TV 모드에서 1080p)하더라도 게임플레이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 없을 만큼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체험회에 나온 다양한 게임들을 플레이 해본 결과 스위치2의 하드웨어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세대 스위치는 론칭 게임인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서도 갑자기 프레임 속도가 뚝 떨어지는 등 불안정한 성능을 보였던 것과 다르게 스위치2에서 해본 게임들 거의 모두 버벅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이버펑크 2077>이나 <호그와트 레거시>와 같은 고사양 게임들의 프레임 속도가 다른 게임들보다 낮은 경우는 있었지만, 중간에 프레임이 끊기는 것과 같이 게임플레이를 방해할 만한 성능 이슈는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성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1세대 스위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나온 셈이죠. 물론 1세대처럼 스위치2가 판매되는 기간 동안 기술은 또 발전할 것이고, 다시 스위치2는 어느 정도 성능이 뒤쳐지긴 하겠지만 최소한 1세대 스위치보다는 더 앞선 출발점에 있어 보입니다.
다만 그 성능에 대한 대가로 PS5에 맞먹는 64만 8,000원의 가격이 정당화될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비록 <마리오 카트 월드>와 <동키콩 바난자>, 그리고 올해 중에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 등의 퍼스트 파티 타이틀이 발표됐지만, 아직 닌텐도의 메인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는 <슈퍼 마리오>나 <젤다의 전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1세대 스위치 판매의 일등 공신이었다 할 수 있는 <동물의 숲> 시리즈의 신작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쾌적한 게임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그 성능을 위해서라면 스위치2의 가격이 정당화된다는 생각은 하지만, 성능보다는 게임 그 자체가 중요한 소비자 입장에선 아직 스위치2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거든요.
물론, 스위치2의 론칭 게임 타이틀 라인업은 앞에 말한 것처럼 1세대 스위치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거기에, 닌텐도는 1세대 때처럼 스위치2의 게임 라이브러리를 충실히 채워 나갈 겁니다. 스위치2의 흥행은 무엇보다 이 게임들에 달려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써드파티 게임들의 지원도 막강하지만, PS5나 엑스박스와 같은 경쟁 콘솔보다도 닌텐도 게임 그 자체는 여전히 스위치 2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겁니다. 지금은 1세대 스위치를 계속 사용하며 관망하는 캐주얼 게이머들도,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의 신작이 독점으로 나온다면 갈아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겁니다. 일단 이번에 닌텐도 스위치2를 만져본 느낌은 호감이었지만, 진짜 어떨지는 실제로 써 봐야 할 듯합니다.
About Author
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