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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필름 카메라 유저가 된다 – 마지막 편

안녕. 오랜만에 찾아온 객원 필자 남필우다. ‘그렇게 필름 카메라 유저가 된다’ 마지막 3편을 들고 왔다. 입문자 입장에서는 어쩌면 제일 난해하다고...
안녕. 오랜만에 찾아온 객원 필자 남필우다. ‘그렇게 필름 카메라 유저가 된다’ 마지막…

2021. 03. 28

안녕. 오랜만에 찾아온 객원 필자 남필우다. ‘그렇게 필름 카메라 유저가 된다’ 마지막 3편을 들고 왔다. 입문자 입장에서는 어쩌면 제일 난해하다고 느끼는 부분인 필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며 따라오면 막연한 걱정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1. 필름 카메라 입문의 첫 단추
  2. 추천 카메라와 구매처
  3. 필름의 선택과 인화의 트렌드

필름 카메라를 찍다 보면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필름은 어디에서 구매하고, 어떻게 카메라에 넣고, 다 찍으면 어떻게 빼서, 어디에 현상을 맡겨야 해야 하나… 이런 고민들 말이다.

앞서 카메라를 추천하며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본인에게 제일 잘 맞는 카메라는 ‘외관이 맘에 쏙 들어서 갖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카메라’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필름의 경우는 이것보다는 조금 진지하게 선택해야 한다.

필름은 Kodak, Fuji Film, Agfa, Ilford, Lomo, Rollei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더 다양한 모델을 생산한다. 여기서 당신은 두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어떤 브랜드의 필름을 살 것인가, 필름 감도는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가.


어떤 필름을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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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필름 브랜드는 둘째치고 ‘ISO는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넘어가자(기존 필름 유저들도 모르는 내용일 수 있다). ISO라는 알파벳을 보는 순간 국제 표준화 기구 ISO가 떠올랐다면 신기하게도 정답이다.

아이에스오, 아이소, 이소 등 필름 유저들 사이에서는 본인이 편한 대로 발음을 한다. 필름 감도의 국제 기준을 뜻한다. 국제 표준화 기구가 생기기 전에는 감도를 표기하는 법이 모두 달랐다. 미국에서는 ASA(American Standards Association), 일본에서는 JIS, 독일은 DIN으로 표기를 했기에 혼란이 꽤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47년 국제 표준화 기구가 설립되고 ISO라는 명칭으로 표준값을 정하게 되었다(ISO는 명칭의 약자가 아닌 ‘같다, 공평, 평등’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Isos에서 유래했다고 이야기 한다). 다시 말해 본인의 카메라에 ISO 대신 ASA라는 글자가 써있으면 동일하게 필름 감도를 뜻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ISO 100 = ASA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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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ISO 뒤에 붙는 숫자는 뭘까? 십여 년 전 필름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당시 유저들로부터 성지로 불리던 종로 ‘삼성사’ 대표님께서는 필름에 대해 잘 모르는 손님이 있으면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해 주시곤 했다.

“여기 ISO 100, 200, 400 필름이 있죠? 오늘 같이 햇살이 좋은 날에 야외에서 사진을 찍을 거면 100, 200을 쓰면 적당해요. 만약 해가 없어 어두운 날씨나, 컴컴한 공연장 등 빛이 충분하지 않은 곳을 카메라에 담고 싶으면 400짜리를 쓰시면 돼요. 다만 너무 어두운 곳에서 많은 걸 담으려 하면 사진이 조금 지글지글하게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어요.”

요약하자면 ISO 100을 기준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필름의 감도가 높아지는 걸 뜻하고, 같은 조건에서 담을 수 있는 광량이 많은 고감도 필름이 된다. 일반적으로 ISO가 낮을수록 노이즈가 적고, 높을수록 어두움에 강하다.

막연히 “어떤 필름이 좋아요? 필름 추천 좀 해주세요!”라는 질문을 해오면, 역으로 “가지고 계신 카메라는 ISO 조정기능이 있는 모델이에요? 일반 P&S(똑딱이) 카메라예요?”, “어떤 사진을 주로 찍으실 건데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며 이야기가 무척 길어진다. 카메라와 필름의 조합도 중요하고, 어떤 환경을 담을지도 무척 중요하기에 단답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batch_hep

필자가 발행하고 있는 <헵 매거진>에는 국내외 다양한 필름 유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매거진의 발행 원칙 중 하나가 학술적 접근이나 정보 전달을 지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카메라, 필름을 추천하는 이야기는 하고 있지 않지만, 유저들의 사진과 함께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필름의 조합 정도는 인터뷰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필름 카메라 유저는 후보정을 하지 않기에 사진 결과물을 보며 본인이 원하는 톤에 근접한 사진이 어떤 조합으로 만들어 졌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필름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헵 매거진> 3호에 실렸던 일부 필름 유저들의 사진, 카메라와 필름 정보를 소개해본다.


Patrick Clelland
(Sydney, Australia)

Patrick Clelland-1

Patrick Clelland-2

Patrick Clelland-3

Patrick Clelland-4

@dayzedandconfuzed
Camera : Olympus OM-2N
Film : Kodak Gold 200


Kazuyuki Kawahara
(Toyanam Japan)

Kazuyuki Kawahara -1

Kazuyuki Kawahara -2

Kazuyuki Kawahara -3

Kazuyuki Kawahara -4

@kazuyukikawahara
Camera : Hasselblad 500C/M
Film : Kodak Portra 400


Chu Yeonsu
(Seoul, Korea)

Chu Yeonsu -1

Chu Yeonsu -4

Chu Yeonsu -3

Chu Yeonsu -2

@monmondetendre
Camera : Canon AE-1
Film : Kodak 400


Vicente Manssur
(Guayaquil, Ecuador)

Vicente Manssur-1

Vicente Manssur-2

Vicente Manssur-3

Vicente Manssur-4

@vicer_
Camera : Nikon FE2
Film : Kodak Ektar, Kodak Portra 400, and Kodak Pro Image


최근에는 드라마 <시지프스>에서도 필름 카메라와 필름 현상 장면이 나왔다. 빨간 불빛의 암실 장면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모두 암실을 운영하거나 공용 암실을 사용해서 현상 작업을 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인근 사진관에 찾아가 필름을 맡기는 형태가 더 흔한 모습이 되었다. 요즘에는 다 찍은 필름을 현상소에 택배로 보내고 받는다. 필름 스캐너로 스캔한 사진을 JPG 파일로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는 언택트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적 감성을 즐기는 필름 유저들의 발길을 움직이는 현상소들은 여전히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소 두 곳을 소개한다.

[1]
스틸네거티브클럽

stn4

stn2
stn3
stn1@stillnegativeclub

서귀포에 있는 스틸네거티브클럽은 제주도 현지인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필름을 현상해야 했던 여행객들에게 현지에서 바로 인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참 귀한 곳이다. 정갈한 작업실을 연상케하는 공간에서 커피까지 즐길 수 있어, 꼭 필름 현상의 목적이 아니더라고 꼭 방문을 했으면 하는 곳으로 추천한다.

[2]
일삼오-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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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__135_36

충무로 ‘일삼오-삼육’의 상호는 필름 카메라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36컷짜리 35mm 필름을 일컫는 이름이기도 하다. 독립서점을 연상케하는 엄선된 사진 도서들과 직접 제작한 굿즈들이 가득한 이곳은 ‘필름 생활 안내서’라는 도서를 직접 발행하기도 했다. 이제 갓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입문자들이 필름 카메라, 필름 사진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부담 없이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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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망우삼림]

이 외에도 필름로그, 망우삼림, 고래 사진관 등 단순히 기능으로의 현상소를 넘어선 공간들이 있다. 필름 스캐너의 브랜드에 따라 결과물들이 조금씩 달라지곤 해서 유저 스스로 선택해 스캔을 할 수 있기도 하고, 일회용 카메라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힙스터들이 모일 것 같은 카페 같은 공간 인테리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게 현상소의 요즘 트렌드’라고 묶어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각자 보여주는 매력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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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따뜻한 필름 색감에 반해서 JPG 파일을 SNS에 올리는 것으로 필름 사진 과정을 마무리하는 필름 유저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인화가 바로 ‘필름 사진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인화된 사진을 실제 손으로 만져봐야 그간 경험했던 일련의 아날로그적 프로세스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느낌이랄까? 생략하기에는 인화된 사진이 가진 매력이 너무나 크다. 나는 <헵 매거진> 창간호에 이런 글을 썼었다.

“그럴듯하게 괜찮아 보이는 것, 멋져 보이는 것을 보면 우리는 으레 ‘근사하다’라는 말을 한다. 어떠한 특정 기준에 가까운 상태 혹은 수치를 나타낼 때 쓰이는 표현이지만 이제는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상태에 근접했을 때 칭찬의 의미로 주로 사용하곤 한다. 내게는 필름 사진과 카메라 그리고 밴드 음악과 악기가 그러했다. 아날로그적 도구들로 자신을 표출하는 그 자체가 단순한 낭만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공존하게 만드는 근사하고 고귀한 예술 행위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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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이 있다면 행운을 얻은 것이고, 만약 물려받지 못했다 하더라고 자식에게 물려줄 문화적 유산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행운으로 얻은 거다. 그 문화적 유산이 꼭 필름 카메라일 필요는 없지만, 이왕이면 근사한 취향 혹은 취미였으면 좋겠다. 그것들로 인해 지금의 우리 삶이 더욱 근사해 질게 분명하니까. 물론 이 연재를 읽고 필름 카메라 유저가 된다면 엄지를 쌍으로 ‘척’ 내어줄 준비는 항상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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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남필우

필름 사진 매거진 'hep.'의 편집장.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오래된 물건들을 좋아한다. 자칭 실용적 낭만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