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런 인사가 무척이나 어색한 객원 필자 남필우다. 디에디트에서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린다. 이런 어투는 반장선거 때 이후 처음인 거 같은데 이 동네 분위기(?)가 이런 톤인 것 같아서 나도 한번 물들어 보려 한다.
필자는 현재 <hep.>이라는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잠깐 설명하자면 필름 사진 매거진이고 인터뷰 사진은 물론 지면에 실리는 모든 사진은 필름 사진을 활용하여 만들고 있다. 필름? 왜? 굳이? 라는 의문이 떠올랐다면 일단 매거진을 한 권을 구매하고 물어봐 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여하튼 에디터B의 요청으로 디에디트에 필름 카메라에 대한 글을 쓰게 됐다. 필름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이 있다면 <바바라 런던의 사진학 강의> 도서를 무조건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앞으로 3편의 연재를 모두 읽어보고 구매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지금 자신의 스마트폰에 필름 사진 톤 보정 앱이 깔려있는가? 그렇다면 이미 오리지널 필름 사진의 세계로 넘어올 준비가 이미 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앞으로의 연재도 즐기며 읽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필름 카메라 입문의 첫 단추✔
- 추천 카메라와 구매처
- 필름의 선택과 인화의 트랜드
근데 왜 사려고요?
[촬영일을 밝히지 않으면 배경 연도를 가늠할 수 없는 게 필름 사진의 매력]
필름 카메라 입문자에게 매번 물어보는 질문으로 조금 진부할 수 있지만, 왜 계속 그 오래된 카메라에 나의 관심이 쏠리는지 그 이유에 대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를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필름 카메라가 영화 같은 로맨스의 세계를 열어 줄 열쇠로 보였다.
[영화 <연애사진> 中]
스무 살이 되고 한창 일본 청춘 영화에 푹 빠져 살던 시절. 감성 가득한 화면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꼭 필름 카메라 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있었는데, 얼굴만큼 매력적인 손가락으로 카메라의 레버를 감고 초점을 맞춘 뒤 셔터를 누르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스스로 이상한 용기가 솟구쳐 올랐다.
그렇게 바로 구매한 수동식 Nikon FM2가 필름 카메라의 첫 단추가 되었다. 마치 원두를 핸드밀로 분쇄해 드립 커피를 내리는 일련의 행위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경우, 혹은 따뜻하다고 이야기하는 필름 사진의 결과물을 얻고 싶은 경우로 보통 나뉘기는 한다. 하지만 스스로가 매력을 느낀 포인트를 솔직하고 확실히 짚는 게 앞으로 이어질 지출을 후회하지 않게 할 것이다. 첫 단추는 무조건 잘 껴야 하니까.
수동 카메라? 자동 카메라?
[초점의 흔들림조차 용서되는 게 필름카메라의 매력]
앞서 이야기를 못 했는데 우선 우리가 지금 기본적으로 필름 카메라라고 지칭하는 건 35mm 필름이 들어가는 소형 카메라 기준으로 인지하면 되겠다.
일반적으로 수동 카메라는 조리개, 노출, 셔터 스피드를 촬영자가 직접 세팅해서 사용하는 방식이고, 자동 카메라는 말 그대로 카메라가 적정 값들을 알아서 세팅해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사실 수동이다 자동이다 이렇게 딱 나눌 수도 없는 게, 우리가 구매하게 될 필름 카메라는 대부분 과거에 제작되고 이미 단종된 제품들이다.
쉽게 말해, 내 눈앞에 자동 카메라가 다섯 대 있다고 해도 생산 시기와 브랜드 그리고 기종에 따라 적용된 기술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셔터 스피드만 자동이라 나머지는 손수 설정해야 하는 카메라부터 모든 값이 알아서 설정되는 카메라까지 자동 카메라로 분류가 되기도 하니까.
이쯤되면 머리가 지끈할 텐데 여기서 위에 언급한 첫 단추를 생각해보면 선택에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연재 편에서 수동, 자동 카메라의 모델을 추천해볼 생각이니 이번에는 첫 단추만 생각해보자. 근데 중요한 건 매번 이렇게 설명해도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딱 느낌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 선택에 있어서 어쩌면 그게 제일 정답인 것 같기도 하다.
나와 인연이 될 카메라는 따로 있다
[필름 사진은 평범한 일상을 근사한 추억거리로 만들어준다]
이제 필름 카메라에 대해 대충은 알겠고, 뭐라도 빨리 만져보고 싶은 단계가 오려고 할 텐데, 나와 인연이 될 카메라를 만나는 방법이 생각보다는 더 쉬울 수 있다.
집에 가족 앨범이 있다면 그 사진들을 찍은 카메라가 우리 집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지 모른다. 헵 매거진에서 필름 카메라 유저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할아버지가 물려주시거나 부모님이 쓰시던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현재 엄청난 사진들을 찍고 있는 그들은 ‘예술적 유산’을 물려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말이 좀 거창하지만 빨리 부모님께 ‘예술적 유산’이 있는지 지금이라도 찾아봐달라고 해보자. 생각지도 못한 귀한 카메라를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도 않고 품에 안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 남대문으로의 직행이 있겠다. 카메라 가게가 줄지어있기로 유명한 남대문에서 정말 많은 필름 카메라들이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리가 잘 된 카메라가 대부분이지만 중고시세보다 조금은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가 있으니 우선 눈으로만 쇼핑을 즐겨보자. (이렇게 필름 카메라를 만끽하며 구경할 수 있는 곳도 흔치 않다.)
또한 필자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인연이 될 카메라를 찾는 방법도 추천해본다. 다음 연재에서 온 오프라인 구매처나 특별한 구매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하는데, 그전까지 몇 가지 모델을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추천 카메라 모델과 구매처에 대해서 알아보자.
About Author
남필우
필름 사진 매거진 'hep.'의 편집장.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오래된 물건들을 좋아한다. 자칭 실용적 낭만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