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나도 나이를 먹은 건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가 낯설 때가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온 세상엔 펭수뿐이었는데, 이제는 편의점 김밥 포장지에서 겨우 펭수를 만날 뿐이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꾸준히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말하나 보다. 반짝인기보다는 그게 훨씬 어려운 거니까. 제품도 그렇다. 고유한 히스토리를 가진 스테디셀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신제품을 소개하는 에디터 일을 하다 보니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처럼 등장하는 제품을 보는데 획은커녕 점 하나 찍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를 빈번하게 봤다.
그래서 그램이 출시될 때마다 괜히 뿌듯함을 느낀다. LG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램의 판매량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잘 만든 제품이 많을수록, 웰메이드 브랜드가 오래 갈수록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램이 출시된 지 어느덧 7년이 지났고, LG에서는 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월간그램이라는 흥미로운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오늘은 그 이벤트를 소개할까 한다. 우선 이벤트의 주인공은 2020년형 그램17이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소개를 하는 게 옳은 순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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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17(2020)
작년 12월에 출시한 2020년형 그램17은 가장 최근에 출시된 그램 시리즈다. ‘어떤 회사의 노트북’이 아니라 고유한 모델명으로 부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경우는 아마 모든 제조사의 꿈이기도 할 거다. 하지만 브랜딩이나 마케팅 이전에 일단 제품부터 좋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7년 동안 그램이 달성한 것 중 가장 대단한 건 ‘사람들에게 그램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LG 노트북이라 부르지 않고 그램이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그램을 대표하는 특징은 얇고 가벼우며 디자인이 예쁜 노트북이다. 누군가가 내게 “노트북을 사야 하는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 웹서핑도 하고 업무도 하고 영화도 볼 거야. 근데 일단은 가볍고 예뻤으면 좋겠어”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램 시리즈는 어떠냐고 물어볼 것 같다.
모든 용도에 맞는 완벽한 노트북이란 세상에 없기 때문에 목적에 맞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만약 가볍게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을 땐 휴대성과 성능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춘 노트북을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램 시리즈가 그렇다.
화면은 17인치이면서도 무게는 1,350g이기 때문에 나처럼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일하는 사람에게 알맞다. 1kg이 넘는데 왜 그램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화면이 17인치면 350g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지 않나. 게다가 17인치 노트북 중에서는 이것보다 더 가벼운 제품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작년에 출시했던 그램17은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7인치 노트북으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근데 이런 기네스도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긴 했다.
그램이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걸 아는 사람도 실제로 들어보면 놀란다. 생각보다 더 가벼워서. 나도 그랬다. 그리고 그램17 역시 무거운 느낌이 없다. 처음에는 마치 스티로폼으로 만든 가짜 소품을 드는 기분이었다. 그 정도로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사이즈와 어울리지 않는 무게 때문에 이질감이 들어서다. 17인치 노트북 중에는 투박한 디자인의 노트북도 많은데 그램은 그런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취향은 언제나 ‘사람 by 사람’이지만 호불호가 갈릴 디자인은 아니지 않나.
여전히 메탈 마그네슘 바디로 제작되어서 튼튼한 편이고, 이번 그램17도 미 국방성 밀리터리 스탠다드 테스트(밀스펙)에서 고온, 먼지, 충격 등 7개 부문 테스트를 통과했다. 노트북을 콘크리트 바닥에 집어 던질 게 아니라면 내구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WQXGA(2,560×1,600)의 초고해상도 화면을 탑재했고, IPS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시야각이 넓다. 초고해상도 화면은 17인치의 대화면과 궁합이 좋은 스펙이다. 상하좌우 베젤도 슬림해서 영화를 볼 때도 몰입을 해치지 않는다. IPS디스플레이가 좋다고 말하는 건 이젠 입 아플 정도다.
이번에도 숫자 키패드가 들어가 있다. 2019년형 그램17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 줄이 더 추가되어 4열 숫자 키패드가 되었다. 업무를 볼 때 키패드 덕을 볼 수 있겠다. 다양한 포트를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USB 3.1 포트가 세 개, HDMI 포트, 썬더볼트3를 지원하는 USB-C 포트가 각각 하나씩 있다.
LG 그램이 나올 때마다 흥미롭게 지켜봤다. 2014년엔 13인치에 980g이라고 해서 놀랐고, 그다음 해에는 14인치로 커졌는데 무게는 그대로라고 해서 놀랐다. 종이로 만든 노트북보다 더 가볍다고 말하는 광고나 드론에 그램을 매달아서 레이스를 하던 광고도 기억난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벼워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저 계속 가벼워지는 그램이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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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그램
월간그램은 그 이름처럼 매거진 스타일의 이벤트다. 매달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며 그램 굿즈를 선보이는 이벤트. 세 달 동안 세 가지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데,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1g 더 가볍게’라는 키워드다. 첫 번째 브랜드는 ‘1g 더 가볍게 즐기는 일상’이라는 컨셉으로 그램 굿즈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바로 로우로우(RAWROW).
로우로우는 화려함보다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패션 브랜드다. 특히 가방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데 튼튼하고 실용적인 소재를 사용해서 닳지도 않는다. 내가 지금껏 산 로우로우 제품이 10개 이상은 가뿐히 넘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다.
그런 로우로우의 뒤를 이어 8월에 진행하는 두 번째 컨셉은 ‘1g 더 가볍게 지키는 환경’이다. 공교롭게도 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다. 바로 카네이테이(KaneiTei). 업사이클링 브랜드인데, 어쩌면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카네이테이라는 이름이나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지만, 프라이탁은 많이 들어봤을 거다. 트럭 방수천을 재활용해서 만든 그 가방 브랜드! 새것인데 헌 것 같고, 헌 것 같아서 막 쓰게 되는 그 가방! 카네이테이는 폐군용텐트를 업사이클링해서 가방이나 지갑 같은 잡화를 주로 만든다. 그래서 제품마다 고유한 긁힘이나 찢김, 흠집, 얼룩이 있다. 긁힘이 있는 게 자랑이냐고? 업사이클링 세계에서는 고유한 흠집이 매력이 된다.
괜히 유니크해 보이려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고파는 게 아니다. 업사이클링을 하는 목적은 환경을 ‘1g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함이다. 당연히 패션을 위해서만 소비하는 사람도 있지만, 목적이야 어쨌든 1g이라도 환경에 도움은 될 테니까.
협업한 제품은 백팩 2종, 숄더백, 노트북 파우치 등 네 개다. 전부 군용 텐트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고 패션 소품으로 생각해도 유니크하다. 나도 카네이테이 지갑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나 말고 카네이테이 쓴 사람을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 정도로 레어템이다.
백팩은 검은색의 보헤미안 백팩과 카키색의 바이퍼 백팩이 있다. 색깔도 다르고 제품 종류도 다르다. 먼저, 바이퍼 백팩은 텐트 프레임 커버를 사용한 가방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에 관심이 많던 초기에 프라이탁 백팩을 산 적이 있었는데, 2주쯤 메다가 중고나라에 팔았던 기억이 있다. 디자인은 스타일리시했지만 안전벨트를 이용한 어깨끈이 너무 불편했다. 다행히 바이퍼 백팩의 어깨끈에는 쿠션이 들어가 있고 디자인이 화려하지 않아서 질리지도 않겠다. 만약 밀리터리 느낌을 살린다고 양옆에 포켓을 마구 달았으면 촌스러워 보였을 거다.
보헤미안 백팩은 무난한 데일리백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백팩이다. 나일론을 사용해서 바이퍼백보다 무게는 가벼운데 개인적으로는 빈티지한 바이퍼백이 더 끌린다.
오늘 소개하는 네 가지 제품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이 각각 다르다. 백팩 2종 이벤트는 기존 LG 노트북 유저를 대상으로만 한다. 노트북 시리얼 넘버만 입력하면 응모할 수가 있다. 그램이 아니어도 되니 만약 LG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면 응모해보자. 나라면 바이퍼백에 응모하겠다.
두 번째, 노트북 파우치의 이름은 뮤지엄이다. 역시 텐트 프레임 커버를 활용했다. 노트북 파우치의 기본 기능이란 노트북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럴싸한 디자인까지 있으면 더 좋고. 다행히 뮤지엄 내부에는 그램을 보호하는 쿠션이 들어가 있다. 15인치와 17인치 두 가지로 제작된다. 17인치 노트북 파우치가 흔하지 않아서 괜찮은 걸 구하기가 어려운데, 꽤 괜찮다.
방수 지퍼를 사용한 점도 마음에 든다. 원단은 군용 텐트이기 때문에 생활 방수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램과 콜라보한 이번 제품이 특히 재미있는 건 군번줄로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었는데, 이름과 군번이 적혀있을 곳에는 ‘gram’이라고 레이저 각인되어있다. 난 이런 컨셉이 재밌는데 다른 예비역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뮤지엄은 LG 노트북이 없어도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이벤트에 당첨 되기를 기도할 필요도 없다. 와디즈에 펀딩을 하고 받을 수 있다. 펀딩 금액은 5만 9,000원이고 9월 2일까지만 진행한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언제나 주인공은 마지막에 오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네 제품 중에 가장 갖고 싶은 가방이기도 하다. 어스 숄더백이다. 백팩도 좋고, 파우치도 좋지만 그날 패션에 맞춰 가방을 바꾸기에는 숄더백만큼 만만한 게 없다. 이 제품에도 역시 군번줄이 달려있다. 지퍼는 안쪽으로 숨겨져 있어서 겉에서 봤을 때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가방을 얻기란 쉽지 않을 거다. 이벤트 자격 기준이 8월에 그램을 구매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램을 구입하고 SNS에 구매후기를 인증하면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다. 나처럼 노트북이 세 개씩 있는 사람은 예외다. 대신 노트북 하나 사려고 고민만 하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장만하면 좋겠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카네이테이 가방을 받도록 LG가 재고 수량도 늘려주면 좋겠다.
9월에는 그램이 어떤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지 살펴보니 캠핑 장비 브랜드 헬리녹스다. 제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1g 더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라고 카피만 공개되었다. 이것 참, 안 그래도 헬리녹스 의자를 하나쯤 갖고 싶었는데… 다음 달 내 통장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
*이 글은 LG전자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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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