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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해 공기를 챙겼어

안녕, 집 안에 있기를 좋아하는 에디터B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좋아하는 만큼 누릴 수 있는 것인가. 특히 어른의 삶은 더 그렇다. 일을...
안녕, 집 안에 있기를 좋아하는 에디터B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좋아하는 만큼…

2020. 05. 27

안녕, 집 안에 있기를 좋아하는 에디터B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좋아하는 만큼 누릴 수 있는 것인가. 특히 어른의 삶은 더 그렇다. 일을 하기 위해 외출해야 하고 사회생활을 위해 밖에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아무리 집돌이니 집순이니 해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집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건 직장인에게는 고정불변의 진리다. 그러니 공기청정기를 휴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당연했다. ‘나는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왜 집안 공기만 챙겼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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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공기청정기를 왜 들고 다녀야 하냐’며 요란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요란스러움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영역이다. 그런 분들의 주관에 대해 반론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휴대용 선풍기나, 보조배터리처럼 시간이 지나면 당연해지는 것들이 있고, 휴대용 공기청정기 역시 같은 길을 갈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기적이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금 공기청정기를 휴대한다면 남들보다 더 빨리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된다. 이게 사실상 오늘의 내 결론이다. 내가 며칠 동안 쓴 제품은 LG 퓨리케어 미니 공기청정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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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케어 미니공기청정기 무게는 530g이다. 평소 체감할 만한 물건과 비교하자면 생수 한 병 정도의 무게라고 생각하면 된다. 크기는 가로 6.9cm, 세로 20cm다. 텀블러 정도의 사이즈다. 사무실에 있는 LG 벨벳과 사이즈를 비교해보니 크기는 대략 아래 사진 정도. 한 손에 들어오는 부담 없는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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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퓨리케어 미니공기청정기를 쓰는 동안 이동할 때는 백팩에 넣고 다녔다. 체감상 더 무거워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큰 부담이 없는 무게라고 보면 될 듯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았다. 가방에 3단 우산 하나 넣고 다니는 느낌이라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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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에 글을 쓰고 있는 최호섭 칼럼니스트는 퓨리케어 미니공기청정기를 차 안에 두고 쓴다고 하더라. 컵홀더에 크기가 딱 맞아서 꽂아두면 그럴싸하다고. 참고로 그분은 공기청정기를 다섯 대나 쓰는 헤비유저인데 차량 대시보드에 쌓이는 먼지가 확실히 줄었다고 평가하더라. 차를 빌려서 컵홀더에 꽂아보니 정말 쏙 들어간다. 나도 차를 빨리 사고 싶다(?). 이상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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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미니멀하고 군더더기 없다. 그렇다고 북유럽 스타일 같은 미스터리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통풍구의 디자인을 보면 사선으로 구멍이 디자인되어있는데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떠올라 멋스럽다. 언뜻 보면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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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장이 강한 디자인이 아니라 어디 놓아도 튀지 않고 잘 어울린다. 로즈골드, 다크블루, 블랙, 화이트 총 4가지 색상이 있는데 컬러를 불문하고 차분한 톤이다. 제품마다 가죽 손잡이 색을 달리한 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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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의 동선은 이렇다. 평일에는 사무실-집,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 카페에 가고 나머지는 집. 때가 때인지라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노트북이나 할 겸 공기청정기를 들고 카페에 가봤는데 아무도 내가 공기청정기를 쓰는지 뭘 들고 다니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역시 서로에게 관심 없는 차가운 도시…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어떤 인테리어에도 잘 묻어나는 디자인임을 말하고 싶어서 괜히 얘기를 꺼내 봤다.

이미 위에서 한 차례 말했듯 공기청정기는 언젠가는 휴대용 선풍기처럼 당연한 휴대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오면 지금보다 더 발랄한 컬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LG 벨벳의 일루전 선셋 컬러가 들어간다거나 LG 그램처럼 그라피티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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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사용하는 평수가 넓은 공기청정기를 직장인에 비유하자면, 이런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데 티도 그만큼 내는 직원. “제가 지금 이렇게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구요! 위이이잉”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집에도 큰 공기청정기가 한 대 있는데 오래전에 저렴하게 산 모델이라 꽤 시끄럽다. 옷 정리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먼지가 날리면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후우웅 들린다. 금방이라도 이륙할 것 같아서 괜히 여권이 어딨더라 하고 생각한다.

퓨리케어 미니공기청정기는 소음이 적은 편이다. 30dB 정도로 도서관 소음 수준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공기청정기를 켜놨다는 걸 까먹을 정도의 소음. 가정용으로 쓴다면 소음이 덜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많이 쓰게 될 휴대용 공기청정기에는 아주 중요한 스펙이다. 사무실은 더불어 지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퓨리케어 미니공기청정기를 쓰는 동안 사무실에서 계속 켜두고 다녔는데 크기도 작고 저소음이라 다른 동료들이 존재를 인식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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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부터 휴대성, 소음까지 장점을 여러 개 나열했는데 아직 가장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다. 바로 청정 능력. 공기청정기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청정 능력에 대해 말할 차례다.

하지만 내게는 공기 청정 능력을 실험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 공기청정기를 사기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장비가 없다. 가진 건 예민한 코뿐.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서 인증을 받았는가와 브랜드의 신뢰도를 따져야 하는데 일단 퓨리케어는 국내최초로 소형공기청정기 CA인증과 미세먼지 센서 CA인증을 동시에 받았다.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심사하는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탈취 효율, 집진(먼지를 흡입하는 일) 효율, 오존 발생량, 소음 등을 테스트받고 통과해야 한다. 협회 정보를 찾아보니 20년이 넘은 헤리티지가 있는 기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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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케어 미니공기청정기가 어떤 방식으로 공기질을 정화하는지 프로세스를 찾아봤는데, 4단계 안심청정 시스템이라는 굉장히 신뢰가는 이름을 갖추고 있었다. 괜히 횡성 한우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무튼 프로세스는 이렇다. 먼저 센서로 공기질을 감지하는 게 1단계, 먼지를 빨아들이는 게 2단계, 필터로 제거하는 게 3단계, 청정바람을 일으키는 게 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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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어려울 것 같아서 홈페이지에서 시각 자료를 가져왔다. 아무튼 이 시스템의 핵심은 0.3㎛의 극초미세먼지를 99% 제거한다는 건데, 눈에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잘 걸러주는지는 알기 힘들고 그냥 청정등을 보면 된다. 청정만 잘해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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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상단 전면에 위치한 청정등은 공기 오염도를 매우 나쁨, 나쁨, 보통, 좋음 네 단계로 구분해서 컬러로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청정등의 네 가지 색이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환경부 미세먼지 예보 등급 기준과 같더라. 헷갈릴 일은 없겠다. 집에 도착했을 때 가방에 있는 퓨리케어를 꺼내 바로 켜두는데 처음에는 초록색이다가 금세 파란색 등으로 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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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등 위쪽에는  5개의 LED 인디케이터와 두 개의 버튼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하나는 전원 버튼, 다른 하나는 풍량 조절 버튼이다. 강풍, 약풍, 자동 세 가지가 있으며, 왼쪽에 있는 표시등은 배터리 상태와 블루투스 연결 상태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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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의 정보는 기기에서 바로 얻을 수도 있지만, 앱을 사용해서도 알 수 있다. 퓨리케어 미니 앱을 다운받고 기기와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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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배터리 상태와 주변 공기질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필터 잔여량을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기청정기를 쓰다 보면 필터를 언제 교체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지금까지는 대충 쓰다가 교체할 때가 됐다 싶으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수명 다한 필터를 쓰거나 수명이 남은 필터를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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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케어 미니공기청정기의 필터는 2,000시간 사용할 수 있고  LG베스트샵이나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만 원. 하루에 12시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전자두뇌 발동!) 6개월에 한 번 교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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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후면부 덮개를 열어서 필터만 갈아 끼우면 끝. 번거롭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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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시간은 약풍 모드 기준으로 최대 8시간 정도. 나는 사무실에서 쓸 때는 충전을 시켜놓은 채로 쓰기 때문에 배터리는 부족할 일이 없었다. USB-C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는 충전기에 꽂으면 된다. 짱이다. 완충하기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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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밖에서 없으면 큰일 나는’이라는 말이 숨어있다. 휴대용 배터리, 휴대용 물티슈, 휴대용 손소독제.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거지… 그럼 휴대용 공기청정기는 어떨까. 나는 공기청정기 없이 밖을 못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에 한 표, 아니 열 표는 던진다. 공기는 갈수록 나빠질 것이니 당연하지 않나. 하루라도 빨리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사는 게 승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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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