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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pick] 잃어버린 겨울을 찾아서

안녕, 나는 디에디트에서 색다른 신제품 소개를 맡고 있는 객원 필자 기즈모다. 내가 소개하는 제품을 누가 사고 있을지 가끔 의문이 들지만...
안녕, 나는 디에디트에서 색다른 신제품 소개를 맡고 있는 객원 필자 기즈모다. 내가…

2020. 01. 30

안녕, 나는 디에디트에서 색다른 신제품 소개를 맡고 있는 객원 필자 기즈모다. 내가 소개하는 제품을 누가 사고 있을지 가끔 의문이 들지만 디에디트가 계속 원고 의뢰를 하는 것을 보니 뭔가 마니아층은 존재하는 것 같다. 오늘도 구입하는 사람이 도대체 있을지 의문이 드는 신제품을 한껏 모아봤다.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겨울임을 나타내고 있긴 하지만 반갑지 않은 상징이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참 좋았다. 온통 백색의 눈 내린 풍경과 들릴 듯 말 듯 들리는 눈이 쌓이는 소리.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신선했고 따뜻한 차 한잔을 즐기는 순간이 만족스러웠다. 한 여름 카페 테라스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여유와 비견되는 행복이다. 이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런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나 같은 낭만주의자들을 위해 제조사들이 겨울 느낌을 살린 제품들을 간혹 내놓고 있다. 만나 보자.


“10% 비싼 겨울”
뱅앤올룹슨 콘트라스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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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앤올룹슨은 신제품을 내놓으면 보통 10년 이상 라인업을 유지한다. 1년 단위로 신모델이 나오는 스마트폰, 6개월 단위로 신모델이 나오는 노트북과 비교하면 정말 긴 세월이다. 뱅앤올룹슨의 스테디셀러인 베오플레이 A9은 발매 후 벌써 8년이 지났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10년간 회사에 있는 해당 라인업의 개발자나 디자이너(외주이긴 하지만), 기타 제품 관련 직원들은 뚜렷하게 할 일이 없어진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빈둥거려서 좋겠지만 경영자의 마음은 쓰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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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뱅앤올룹슨이 선택한 방법은 새로운 컬러나 텍스처를 입혀 리뉴얼하는 ‘뉴 컬렉션’이다. 뱅앤올룹슨은 해마다 이런 뉴 컬렉션을 내놓아 직원들을 괴롭히고 우리의 지갑을 괴롭히고 있다. 올해의 컬렉션은 ‘콘트라스트 컬렉션’이다. 겨울이라고 못을 박은 것은 아니지만 마치 한 겨울에 눈 밭에 던져 놓은 듯한 강한 대조의 색상들로 겨울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디자인은 베오사운드 스테이지를 디자인한 ‘놈 아키텍처 스튜디오’가 맡았다. 참고로 놈 아키텍처 스튜디오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로 하는 회사다. 그래서인지 이번 컬렉션은 인테리어에 한층 더 녹아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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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인 ‘베오플레이 A9’부터 최근 출시한 사운드바 ‘베오사운드 스테이지’, 베오사운드1, 베오사운드2, 그리고 베오플레이 A1, 베오플레이 H9 등의 헤드폰 역시 이번 컬렉션에 포함됐다. 가격은 기존 제품들에서 정확히 10%씩 올렸다. 겨울을 맛보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세상이 왔다.


“온 세상을 북유럽사진처럼”
라이카 M10 모노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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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새로나왔’에 이미 소개되어 재탕이긴 하지만 뒤늦은 ‘겨울’ 특집에 잘 맞는 제품이라서 다시 소개한다. 라이카는 2012년에 흑백으로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느닷없이 내놓았다. 버튼 하나로 컬러/흑백 사진 전환이 가능한 이 시대에 흑백 전용 카메라를 내놓는 것은 현대자동차가 소가 직접 끄는 소나타를 내놓는 것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연 이게 팔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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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라이카가 누구인가? 농담을 모르는 독일에서 태어나 “기술이 아니라 갬성을 보라”고 우리에게 호통치며 수천만 원짜리 카메라를 죄책감도 없이 마구 팔아 치우는 회사 아닌가? 라이카의 논리는 이렇다. 컬러 CCD는 색필터가 겹쳐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묘사가 부정확해지고 경계선이 흐트러진다고 한다. 반면 라이카의 흑백 전용 CCD는 모든 CCD가 계조를 표현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내추럴 샤프니스가 향상되고 명암의 표현력이 늘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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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900만 원짜리 라이카 모노크롬은 꾸준히 팔렸고 이번에 신제품 ‘라이카 M10 모노크롬’이 나왔다.

라이카 M10 모노크롬은 새로운 흑백 CCD가 사용됐고 ISO160~100,000의 고감도 지원, 그리고 라이카 M10-P와 거의 동일한 디자인,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 카메라로 찍으면 겨울이 더 겨울 같아지고 겨울이 아닌 계절도 겨울처럼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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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도 있다. 강렬한 콘트라스트와 흑백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 사진을 잘못 찍으면 다큐멘터리 기록사진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애인 사진을 찍은 것뿐인데 난데없이 퓰리처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컬러 필터를 뺐으니 가격도 시원하게 빼 줄 것 같지만 가격은 자비 없는 900만 원대. 물론 렌즈와 SD 메모리 카드는 따로 사야 한다.


“얼어붙은 호수의 영롱한 빛깔”
오리스 바이칼 호수 리미티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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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바이칼 호수를 아는가? 러시아에 위치한 호수인데 오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지구 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 한다. 게다가 깊이가 1,621m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며 전 세계 민물의 1/5이 담겨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신비로운 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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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의 별명 중에 하나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인데 얼어붙은 바이칼호의 신비로운 느낌이 이런 별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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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시계 제조사 ‘오리스(Oris)’가 최근 바이칼 호수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정판 모델인 오리스 바이칼 호수 리미티드 에디션(Oris Lake Baikal Limited Edition)을 출시했다. 바이칼 호에 빠지더라도 300m까지는 버틸 수 있는 방수를 자랑하는 다이버 워치다. 다이버 워치지만 직경은 43.5mm로 비교적 작은 편이어서 데일리 워치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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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이칼 호수를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푸른색의 다이얼 컬러다.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에서 착안한 색상이라고 한다. 뒷면에도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느끼게 해주는 문양을 넣어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한정판인 만큼 1,999개만 생산하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바이칼 호수 보존 프로젝트에 기부된다고 한다. 가격은 약 273만 원대.


“온통 하얀 카메라”
라이카 M10-P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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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스럽지만 또 다시 라이카다. 라이카는 정말 한정판을 좋아한다. 라이카 M10-P ‘화이트’는 라이카가 겨울을 맞이해 내놓은 한정판이다. 라이카가 한정판을 자꾸 내놓는 것은 유럽인들의 소비 성향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스페셜 에디션이나 한정판을 상당히 좋아한다. 오늘 소개하는 제품들 대부분이 유럽 브랜드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많은 유럽인들은 대량 생산된 제품보다는 의미가 있는 소량 생산 제품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그래서 힘들게 번 돈을 한정판을 구하느라 허무하게 써 버린다.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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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10-P 화이트는 하얀 겨울을 연상시키는 온통 하얀색 바디에 똑 떨어진 코피처럼 빨간 라이카 로고가 유혹적이다. 원래 라이카 모델 중에 P가 붙은 모델은 빨간 라이카 로고를 삭제하는데 이 제품은 그 규칙을 깼다. 하얀색과 빨간 로고가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에 차마 뺄 수가 없었던 듯하다. 전 세계 350대 한정판이다. 말이 한정판이지 실제로는 판매목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가격을 보면 내 말에 수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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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기존 라이카 M10-P와 동일하다. 2,400만 화소 CCD에 ISO 100~50,000의 고감도 촬영 지원, 그리고 라이카 역사상 가장 조용한 셔터음이 특징인 제품이다. 물론 풀프레임 치고는 가벼운 660g의 무게와 4cm가 안 되는 두께도 매혹적이다. 라이카는 이번 버전을 위해 렌즈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사실 바꾼 것은 많지 않지만 화이트 바디와 잘 어울리도록 살짝 개선했다. 패키지에 포함된 렌즈는 라이카 주미룩스-M 50/F1.4 ASPH 렌즈다. 이 패키지는 현재 국내 라이카스토어에서 예약 판매 중이며 예약 판매 가격은 렌즈 포함해서 2,03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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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오디오 애호가이자 테크 리뷰어. 15년간 리뷰를 하다보니 리뷰를 싫어하는 성격이 됐다. 빛, 물을 싫어하고 12시 이후에 음식을 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