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디에디트 에디터B다. 나는 사실 많은 종류의 앱을 쓰지는 않는다. 일단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촬영이나 편집 앱이 별로 없고, 모바일 게임을 거의 하지 않으니 게임 앱도 없다. 주식이나 펀드를 하지 않고, 전자책도 읽지 않아서 관련 앱도 설치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나는 참 미니멀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내 폰을 들여다보니 남들에게 없는 앱이 몇 개 보이더라. 인기 앱 순위와는 거리가 멀지만 나에게는 심적인 위로를 주는 앱이다. 오늘은 내가 퇴근 후 쓰는 안드로이드 앱을 소개하려고 한다. 키워드는 아날로그와 힐링이다.
[1]
“나는 최선을 다한 내가 좋습니다”
코끼리
코끼리는 명상 앱이다. 혜민스님이 만든 앱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나름 유명해졌다. 나는 이 앱을 머릿속이 복잡할 때 종종 이용하는데,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했는데도 업무와 연결이 해제되지 않을 때가 많다. 대부분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인데 말이다. 그럴 때 코끼리를 하며 연결 해제를 시도한다. 나는 ‘저녁 시간을 위한 명상’ 같은 걸 좋아하는데, 명상을 시작하면 혜민스님이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오프닝 멘트를 하시며 자신의 말을 따라 하라고 한다.
“나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산 내가 좋습니다”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제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는 오늘 밤 편안히 휴식할 자격이 있습니다”
오그라들 거 같지만 효과가 있다. 명상 같은 걸 왜 하는지 궁금한 분들도 있을 거다. 나도 고작 앱으로 몇 번 해봤을 뿐이라 ‘명상을 한다’고 말하기엔 몹시 민망하지만 그래도 이유를 설명하자면 ‘가끔’ 도움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명상이 모든 이에게 항상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애초에 그런 초만능치료제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조금이라도 복구하고 싶다면 도움이 될 거다. 아 참, 코끼리는 플레이 스토어 2019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으로도 선정되었다. 박수 짝짝.
[2]
“그럼 답장 기다릴게요”
슬로우리(Slowly)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설치된 틴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틴더를 하면 취향이 맞는 친구를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더라. 그 말에 혹해 앱을 켜서 사용해봤는데… 얼굴만 보고 화면을 쓱쓱 넘기는 시스템이었다. ‘음…? 친구를 찾는데 왜 얼굴이 필요하지? 취향보고 사귀지 얼굴보고 사귀나?’ 그래서 틴더를 지우고 대신 이 앱을 쓰고있다. 소개한다, 슬로우리.
친구를 사귈 거라면 많은 면에서 슬로우리가 틴더보다 낫다. 일단 취향 기반으로 전 세계의 친구를 매칭해준다는 점, 오직 편지로만 대화하며 얼굴은 비공개라는 점이 큰 장점. 쉽게 말해 펜팔 앱이다. 한 가지 재밌는 건은 편지가 배달되는 시간이 둘 사이의 거리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칠리아에 있을 땐 편지 하나 오는 데 시간이 하루 정도는 걸리는 것 같더라. 나는 슬로우리를 통해 전 세계의 많은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았고, 4개월째 계속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도 있다. 나는 그 친구가 영화를 좋아하고 <겨울왕국2>를 두 번 봤으며, 한화 이글스의 팬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얼굴은 당연히 모른다. 정말 친구가 목적이라면 그냥 슬로우리를 쓰자.
[3]
“걸으면 암호화폐를 드려요”
림포(Lympo)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걷는 만큼 돈을 주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원대로 그런 앱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한결같이 요구하는 게 많더라. 포인트는 쪼금 밖에 안 주면서 잠금 화면에 뭘 설치하라고 하더라.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몇 포인트에 내 배경화면을 내어줄 순 없었다.
그러다 림포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이건 2016년 리투아니아 출신의 창립자가 만든 운동 보상 앱이다. 이 앱이 다른 보상 앱과 다른 점은 포인트가 아니라 암호화폐를 준다는 거다. 림포 코인은 현재 몇몇 거래소에 상장되어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현금화가 가능하다. 아쉽게도 국내 최대 규모의 거래소 업비트에는 아직 상장되지 않았다. 현금화를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앱에 있는 림포 샵에 들어가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운동화 등 많은 아이템이 있는데 림포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다. 보자 보자, 갤럭시S10+ 128GB가 11만 4,900림포에 팔고 있으니까… 내가 하루에 20림포를 모은다고 계산하면… 5,700일 정도만 꾸준히 걸으면 그땐 갤럭시S10이 내것이 되겠다.
[4]
“아날로그 웹툰”
만화경
음식 주문 앱이지만 다른 사업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배달의민족. 혹시 만화잡지도 발간했다는 걸 알고 있나? 바로 만화경이라는 앱이다. 내가 만화경을 웹툰 플랫폼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만화잡지’라고 하는 이유는 앱을 켜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종이잡지 형태를 그대로 앱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커버가 있고, 작가 인터뷰가 있으며, 애독자 엽서 코너가 있다. 직접 읽어본 적은 없지만 딱 옛날의 만화잡지들이 이런 구성이었을 것 같다. 다른 웹툰과 달리 댓글을 달 수 없다는 것도 아날로그스럽다.
아직까지 엄청난 대작은 나오지 않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배달의민족이 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주면 좋겠다. 참고로 창간이벤트로 창간호를 실물 잡지로 만들어 당첨자들에게 선물을 준 적이 있는데, 한정판 수집가답게 나도 수집에 성공했다. 이것도 언젠가 소개하도록 하겠다.
[5]
“지금은 펭귄 시대”
펭귄의 섬
펭귄의 섬은 펭귄들이 살고 있는 섬을 영차영차 발전시키는 게임이다. 이렇게 설명하니 심시티 같은 인상을 받았겠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단순하다. 작은 얼음과 펭귄 한 마리에서 시작하는 이 게임은 정말 단순하다. 낚시꾼 펭귄이 열심히 보물을 건져올리고 그걸 차곡차곡 모아서 새로운 펭귄 노동자를 만들어내기를 반복하면 된다. 심시티와 어비스리움을 합친 느낌이랄까? 사실 이런 류의 방치형 게임은 이미 많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소개하는 이유는 펭귄이 귀엽기 때문이다. 지금은 펭귄 시대가 아닌가(펭하!). 펭귄이 수영도 하고 장작도 패는 모습을 보면 절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 거다. 덤으로 잔잔한 배경음과 파도 소리는 마음이 편안하게 해준다. 사실 펭귄 수를 늘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심심할 수도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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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